당신을 만난 다음 페이지 - 사랑으로도 채울 수 없는 날의 문장들
조안나 지음 / 을유문화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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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을 읽기 다시 시작한 것이 5년 전이다. 우연히 카페를 알게 되고, 책을 읽게 되고, 그리고 서평을 쓰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에 '글도 써봐?' 라는 욕심도 가져보지만, 그동안의 지식과 감성의 샘이 바짝 마른 터라 닥치고 무조건 읽기만 했다. 

책이 빽빽이 쌓여가는 재미도 있고, 신간을 쟁취하는 재미도 있고, 또래의 주변 아줌마들보다 책을 더 많이 읽는다는 나름의 자만심도 있다.

정신없이 책을 쌓아가던 중에 문득 내 것이 된 책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다.

이번에는 천천히..., 그리고 깊이 있게 읽고 싶어진다.

<당신을 만난 다음 페이지>를 만나고 나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숙면용, 쾌변용, 대리만족용, 현실 도피용, 허세용 등으로 책을 '남용'해 오던 저자는 소설 속에서 만난 수많은 매력적인 인물들에게 밤마다 데이트를 신청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또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 책은 이러한 밀회의 기록이다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작가는 그에 관련된 것을 블로그에 오랫동안 기록하고 저장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당신을 만난 다음 페이지>를 보여준다. 작가는 읽었던 소설 200여 권 가운데 30권을 골라내는 작업에 한 달여의 사간을 투자했고 그 수고 덕분에 독자는 알짜배기 같은 소설과 인물과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읽어본 책도 있고 그렇지 않은 책도 있다. 물론 읽어보지 못한 책이 훨씬 더 많다.

은희경의 <타인에게 말 걸기>, 크리스토퍼 아이셔우드의 <싱글맨>,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처럼 제!목!은 들어는 봤던 소설도 있고, 전혀 모르는 책도 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 F.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어봤으니 그나마 덜 민망하다. 독서 편식을 하는 나를 확실하게 확인한다.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책을 읽고 남았던 여운을 떠올려 본다.

나도 책 속의 인물들에게 동화가 되어 본 적이 있던가? 

책을 써내려간 작가들의 생각을 읽어보려고 했던가?

아니면 책 속의 한 구절에 나의 인생을 덧붙여보는 사색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있던가?

그저 그동안 못 읽었던 책을 마구 채우는 느낌에만 만족하지 않았던가?

 

<당신을 만난 다음 페이지>에 공감을 하게 되는 것은 무엇보다 책 속의 이야기와 작가의 담담한 삶의 이야기 때문이다.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책 속의 인물과 책 속의 삶과 어울리게 독자들에게 전한다. 그리고 독자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때론 잊혔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읽게 된다.

소설과 작가와 독자, 같은 마음을 공감하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삶은 때론 즐겁기도 하지만(솔직히 말하면 즐거웠다고 대부분 우기고 있지만) 어쩌면 슬펐던, 아팠던, 냉혹했던, 외로웠던, 좌절했던 시간이 기억에 더 남게 된다. 이럴 때 작가는 책을 먼저 선택했지 싶다. 물론 행복했던, 따사로웠던, 향기로웠던 순간에도 작가는 책 속에서 또 한 번 확인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당신을 만난 다음 페이지>을 읽고 나서는 내가 책을 읽고 남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책을 읽고, 그 속의 깊은 감정을 함께 느끼고, 그리고 책 속의 삶과 나의 삶을 생각 해 보는 것. 그리고 나만의 기록을 남기는 것..

아직 미숙한 글쓰기를 하고 있는 나에게는 <당신을 만난 다음 페이지>가 작은 물꼬를 틔워주는 그런 느낌이다.

 

<당신을 만난 다음 페이지>에서 언급한 소설들을 언젠가는 꼭 읽어보리라는 생각에 메모한다.

그리고 후에 이 <당신을 만난 다음 페이지>을 다시 읽어보련다.

작가가 읽고 전해줬던 느낌과 그 책을 읽고 남게 되는 내 느낌도 궁금해진다.

책을 통해서 이렇듯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을 느껴본다.

그리고 읽으면서도 뭔가 아쉬움이 가득했던 나의 고민을 정리하는 시간도 가져본다.

이래서 책이 참 좋은 것이라고 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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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나이 오십, 봄은 끝나지 않았다
박경희 지음, 김인옥 그림 / 고려문화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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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한 남자의 아내로 시작하려 할 때 친정엄마의 나이는 오십 대였다.

큰 딸을 시집보내고 한동안 우울해서 힘들었다는 엄마의 그때 나이가 오십 대였다.

 

내 나이 이제 40대 후반, 이제 곧 오십이 곧 다가온다.

딸아이가 멋을 부리고, 때론 반항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엄마한테 이렇게 했었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떠올린다.

부쩍 예민해지는 요즘, 그리고 자면서 끙끙 앓아대는 소리를 내는 요즘 이젠 갱년기라는 단어가 낯설지가 않다.

 

오십이라는 나이가 아주 먼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어느 틈에 성큼, 바로 내 발등에 다가왔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데 딱히 정해놓은 목표가 없다. 막연하게 '잘 살아야지'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나 보다.

마음의 준비가 될 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서히 작아지는 나를 발견할 때는 쓸데없는 조바심을 내게 된다.

 

<여자 나이 오십, 봄은 끝나지 않았다>는 책은 나를 위해, 나를 먼저 들여다보는 그런 에세이다.

첫 장을 넘기고 오십이라는 나이에 대해, 오십이라는 인생에 대해 읽어보려 하는데 저자는 폐경, 완경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결코, 피할 수 없는 그때가 왔구나.새삼스럽게 떠올려본다.

 

100세 시대라고 떠드는 요즘, 오십이란 나이는 많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오십이란 단어가 주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무엇이든 잘 수용하는 넓은 마음의 소유자, 때로는 알아서 척척 나가는 인생의 선생님, 세상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 소리를 낼 줄 아는 용기 있는 중년의 나이.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가.

40대 후반이라는 것도 처음이고, 오십대 라는 것도 처음이고, 때론 갱년기 우울증을 맞아보는 것도 처음인걸.

이론으로 죄다 파악하고 있다고 해도 내 살갗에 닿는 느낌은 전혀 다른 답을 주는걸..

 

<여자 나이 오십, 봄은 끝나지 않았다>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

여자로, 엄마로, 며느리로 살아가는 이 세상 여자들의 모든 생각과 고민과 또 다른 현실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나만 이런 거 아니고, 너도 그렇단다. 네가 이렇게 했으면 나는 그런 방향으로는 하지 말아야겠다며 친구처럼 소곤거려주는 그런 에세이다.

 

인생의 절반 시점에 서서 둘러보게 된다.

늘 큰 방패가 되어 줄 것 같았던 남편이 변하는 이야기, 세월을 함께 늙어가면서 나도 몰랐던 나를 깨쳐주는 친구 이야기, 시집살이를 겪는 며느리 이야기와 반대로 시어머니로 자식을 바라보는 이야기가 있다.

 

솔직히 나는 아직 오십이라는 나이에 대해 그렇게 걱정하는 마음은 없다.

폐경이 올 때가 되면 올 테고, 아이들이 커가는 것은 중학교, 고등학교를 보내면서 결코 나의 바람대로 완벽하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벌써 깨달았고, 덕분이 이젠 아이들이 스스로 해 나가는 것을 지켜봐 줄 만큼의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직장도 해볼 만큼 해봤고, 지금은 남편과 도약하는 시점에서 그동안의 노하우를 잘 적용하면서 움직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높은 목표는 아니더라도 어지간히 내 인생에 맞춰 살고는 있다.

하지만 뭔가 늘 부족한 느낌, 뭔가 아쉬운 느낌, 때론 마음속에서 치미는 불덩어리 때문에 고약한 아줌마로 변할 때도 있다.

내 인생의 존재를 잃어버릴 것 같은 서운함이 나타날 때도 있다.

 

<여자 나이 오십, 봄은 끝나지 않았다>가 무척 마음에 와 닿는 이유가 이것인지도 모르겠다.

솔직해서 공감할 수밖에 없다.

속으로만 하고 싶었던 일을 한번 질러보는 것도 좋겠다.

자식을 내 품에서 내보낼 준비를 해야 하는 것도 해봐야겠다.

그동안 치열하게 달려오느라 나처럼 나이 들어가는 남편을 보듬어 보는 것도 좋겠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뤘던 여행을 찬찬히 해보는 것도 좋겠다.

 

막연하게 오십이란 나이가 다가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여자 나이 오십, 봄은 끝나지 않았다>는 그 시간이 오기 전에 조금씩 나를 다지고, 나에게 보태고, 나의 시선과 생각을 넓게 시작하는 출발선을 그어주는 책이라고 하고 싶다.

 

 

<위의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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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4.1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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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사다난했던 해의 마지막을 맞게 된다.

살면서 이렇게 마음이 아프고 또 아펐던 때가 있었을까?

열심히 달려왔고, 나름의 마무리를 잘 해나가고 있지만, 마음 한 편에선 온 국민을 울음바다로 몰아넣었던 사건 때문에 우울함이 여전히 남아있다.

올해를 보내서 시원섭섭합니다..라던가, 새해를 기쁘게 맞이합시다...라는 말조차 미안해지는 그런 국민의 아픔이 있는 올해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풀어야 하는데..

나는 이 샘터를 통해서, 특히 그 속에 담겨진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샘터 에세이-세상에서 가장 작은 파티>

귤 두 개, 사탕 세 개씩, 그리고 X-mas라고 사인한 담배 한 개비씩 넣은 작은 선물 보따리가 주는 정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늘 떠올리면서도 늘 쉽게 잊고 마는 작은 정에 대한 이야기를 곱씹어보게 한다. 나는 저런 정을 베풀어 봤었나? 받기 위한 정이 아니, 작은 것에도 정을 듬뿍 넣어서 누군가에게 전해 봤었나?

만들었던 사람의 미소와 그 작은 선물을 받고 미소를 지었을 따뜻함에 독자들도 함께 훈훈한 겨울의 이야기를 추억하지 않을까.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라는 맺음달의 특집은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 독자들의 이야기이다.

서로에게 기대가 컸던 만큼 서먹함이 커서 터놓고 대화도 안 하던 부녀가 조금씩 관계를 회복해가는 이야기,  내 몸 하나는 잘 챙길 것 같던 의사가 암을 겪으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정말 제대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언인가를 독자들도 생각을 해보게 한다.

한때 창피해 하던 엄마의 작업복이 어느 날 엄마의 큰 사랑과 깊은 엄마의 마음을 대신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되는 이야기는 사람이 또 한 번 성장해가는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무한한 사랑을 주는 엄마가 그리워지는 그런 이야기이다.

인생의 내리막과 오르막을 전해준 장애 아동을 돌보는 선생님의 이야기는 삶이란 큰 욕심이 없는 것이며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나는 이 특집이 참 좋다.

아니라고 하면서도 삶에 욕심을 부리고, 자식에게 욕심을 부리게 된다. 사람이라서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책을 보면 욕심으로 결코 결말이 좋은 것은 없었다.

오늘도 욕심을 부려보다가 늘 옆에 두고 있는 샘터의 한 편을 읽으면서 그래...나는 이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그렇다.

나보다 낫다, 그래도 내가 낫다는 말로 부풀어지던 욕심을 좀 줄이고, 절대 버리지 못할 것 같은 이기심도 잠시 놔버리는 행동도 하게 된다.

 

<목욕탕을 품은 면사무소> 편은 바로 이런 것이 주민을 위한 진정한 배려가, 진정한 복지가 아닐까 싶다.

주민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지자체의 행적은 그리 좋은 것은 없다. 그저 자기 집단이익만 우선이 되고, 당파가 우선이 되는 데 앞장서는 여러 경우를 보게 되면서 과연 이 나라 살림을 해보겠다고 뛰어든 사람들의 머릿속은 어쩜 저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히나 라는 생각에 치가 떨릴 때가 있다.

물론 주민의 지나가는 말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건축가의 행동도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영하게끔 장소를 되돌려준 면사무소도 중요하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더 나은 동네가 되고, 도시가 될 것이라는 것...여러~~~분들이 많이 읽어봐야 할 텐데 말이다.

 

샘터는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여 있어서 참 따뜻하다.

내가 디디고 사는 동네의 이야기이다.

물론 내가 겪는 이야기도 있다.

사람들은 누가 뭐라 하지도 않는데 눈치를 보느라 내 속과는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전혀 다른 표현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서 후회도 하고, 조바심도 느낀다.

직장에서는 또 어떤가.

요즘 유행하는 미*이라는 드라마처럼 직장인의 삶은 팍팍하다 못해 전쟁 이상의 전쟁을 치르고 그 속에 끼여 있는 직장인들은 파김치에, 풀죽이 되기 일쑤다.

 

가방에 샘터를 넣어두고 오면서 가면서 짧게라도 읽으면 좋겠다.

일하다가 잠시 읽고, 집 안 일을 하다가 화딱지가 날 때 잠시 읽으면 좋겠다.

사람의 문제는 사람으로 풀어야 하니까.

샘터는 그런 사람의 이야기이다.

 

신혼부부가 양가 부모님과 함께 웨딩 촬영을 한 사진만으로도 우리는 따뜻한 미소를 짓는다.

사진을 찍게 된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사진 한 장으로도 충분히 사랑과 따뜻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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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나는 일하는 사무총장입니다
남정호 지음 / 김영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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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런 기사를 읽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정치권에서 도는 차기대선후보론에 대해서 선 긋기에 나섰습니다. 자신을 국내 정치와 연계시키지 말라고 요구했습니다.

내용인즉,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를 통해 발표한 성명의 내용은 최근 정치권과 언론에서 자신의 국내 정치에 대한 관심을 시사하는 보도를 하고 있지만, 전혀 아는 바도 없고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제 사회 전체를 대변해야 할 유엔 사무총장을 국내 정치와 연계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각종 분쟁과 테러 위협, 에볼라 사태 등 시급한 국제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근거 없는 얘기들로 유엔 회원국들과 직원들의 의문이 제기되면 직무 수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고 밝히면서 여론 조사를 포함해 자신의 국내 정치 참여에 대한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이런 뉴스를 접하면서 절대적으로 머리만 굴리고 있는 한국의 정치판을 잠시 접어두고 분명하게 선을 긋는 반기문 총장의 답변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다.

 

2006년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된 반기문 총장의 등장은 정말 대단한 이슈라고도 할 수 있다.

'속세의 교황' '세계 최고의 외교관'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직업'으로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

이 자리에 당당하게 오른 사람이 동양인이고, 아시아의 강국 사이에 끼여 있는 작은 나라 한국 출신이라는 것은 어쩌면 핸디캡을 가지고 있는 한국이란 나라의 이미지를 단숨에 바꿔놓은 사건이기도 하다.

 

국제연합(유엔:United Nations)은 전쟁방지와 평화 유지를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각 나라의 대표들이 모여 그에 합당한 일을 하겠거니라고 단순하게만 알고 있다. 관련된 사람들 외에는 UN이 정확히 무엇에 성과를 이루고 있는지, 지금 현시점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일부로 알려고 하는 이들은 별로 없지 싶다. 또한, UN의 수장인 사무총장이 과연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도 정확히 알려고 하지 않는다.

 

<반기문, 나는 일하는 사무총장입니다.>라는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움직이고, 실천하는 반기문 총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엔 본부 담당 기자로 반기문 사무총장의 활약을 가장 가까이 밀착 취재한 저자의 시선으로 풀어나간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반기문 총장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스타일로 일하는지, 그가 가지고 있는 굳은 신념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유엔 사무총장이 과연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흥미진진함과 함께 그 긴박감에 빠져들게 된다.

 

 

 

 

저자는 반기문 총장에 대해  다섯 가지가 없고, 세 가지가 풍부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유엔 사무총장직은 정말 영양가 없는, 아무도 고마운 줄 모르는 thankless 자리이다.

반 총장은 사명감으로 영양가 없는 일을 열심히 수행한다. 그는 사심이 없는 self-less 사람이기 때문이다.

반 총장은 지치지 않는 tire-less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수행해야 할 일, 자신이 수호해야 할 원칙에 관해서는 겁없는 fear-less 사람이다.

일을 시작하면 제대로 하고자 하는 의욕에 불타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지휘는 가차없다 relent-less.

 

반기문 총장은 인정이 많은 full of sympathy 사람이다.

반 총장은 에너지가 넘치는 full of energy 사람이다.

그리고 새로운 구상이 많은 full of vision and ideas 사람이다. 

 

유엔이란 조직은 설립 취지에 맞게 평화 유지를 위해 모인 각국의 관계와 또한 그곳에 일하는 모든(관련된 모든 ) 이들은 긍정적인 결론으로만 움직이리라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유엔이라는 조직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여기에서는 전쟁으로 인한 자국의 피해를 막기 위한) 서로 동지가 되어야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타국의 독자적인 행보를 서로 견제하는 그런 이해관계가 얽힌 집단이다.

한 손은 세계의 공통된 사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또 다른 손은 자국을 잡으려는 얽히고설킨 치열한 외교 전쟁터이다.

 

이런 여러 인종과 문화와 이해관계가 복잡한 기구의 수장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쉽게 생각할 그것이 아니라는 점을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그만큼 유엔이라는 단체에 대해, 그리고 그 속에 펼쳐지는 외교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단체의 수장이 되어 전 세계를 방문하고 각국의 실력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그들의 갈등 가운데 뛰어들어 가장 최선의, 그리고 가장 최고의 결론을 이끌어 내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이야기가 바로 <반기문, 나는 일하는 사무총장입니다.>에 있다.

 

반기문이라는 동양의 관료 출신의 신사가 사무총장직을 맡으면서 서방 언론은 긍정적이지가 않았다. 반기문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아다니는 수많은 사람은 반기문 사무총장의 업무 스타일을 두고 말들도 많았다.

세계의 언론들은 그의 외교적 스타일을 제대로 살펴보기도 전에 강력하게 어필하지 못하는 부분만 꼬집고, 작은 나라의 한 사람이 그들의 최고 기관의 수장이라는 것이 기분 나쁘다는 냥 반기문 총장의 꼬투리를 잡기에 바빴다.

하지만 이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잠재우는 것은 반기문 총장이 가지고 있는 부지런함과 확고한 신념, 그리고 무엇보다 솔선수범하는 모습이었다. 절대 휘둘리지 않는 조용하지만 강한, 그리고 진정으로 사람과 문제를 들여다보는 강인함을 보여준다.

 

미얀마 독재 군부의 마음을 풀어낸 것이나, 대학살로 악명 높은 수단 사태, '코펜하겐 합의'로 풀리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보인 그의 행적은 대단하다. 각국의 판이한 이해관계로 합의는커녕 전쟁이 일어날듯한 아수라장에서도 반기문 총장은 우선 소수파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그의 진심에 눈물을 흘린 대표단도 있었다 하니 결국 이념과 국가의 이익이전에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 이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확실한 외교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듯 반기문 총장은 사람을 품는 사람이고, 시대를 품는 사람이다.

 

반기문 총장이 늘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의 외교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가 어이없이 밀려나는 경우도 있었고, 때론 전직보다 못한 직급의 일을 하는 경우도 생겼다.

반기문 총장도 사람이기 때문에 속에서는 천불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반기문 총장은 시대를 품었다. 자신의 소신에 의해서 상황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기문 총장은 겸손을 바탕으로 성실함을 실천하는, 내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의무를 수행하는 지도자이다.

물론 그가 보인 겸손을 소극적인 성격, 자신감의 결여로 표현하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지만, 그는 오로지 순리만 따르면서 겸손한 것이 아닌 냉철한 비판 정신과 무섭도록 단호한 성격을 가진 지도자이기도 하다.

 

코트디부아르 민주주의 성공 이끌어낸 단호함과 여성 인재들의 등용에 지지를 보내는 반기문 총장의 행동, 그리고 가난함을 겪고 살았기에 가난함과 배움이 결코 대를 이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앞장서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말로 표현 안 되는 그 무엇을 느끼게 된다.

 

<반기문, 나는 일하는 사무총장입니다.>을 읽을수록 이런 감정은 무언가를 물어본다.

그건 바로 벅참이다.

세계관이나 외교관에 대해 별다른 소신이 없던 나에게도 이런 벅참을 주는 인물이 각인된다.

 

동양의 작은 나라가 배출해낸 이란 거창 타이틀이 없어도 좋다.

조용하지만 카리스마가 있는 외교관이라는 소개 문구를 말하지 않아도 좋다.

가난한 어린 시절 유네스코에서 지원한 책으로 공부하고, 후원 프로그램으로 카네기 대통령을 만나 외교관의 꿈을 가지게 되었다는 반기문 총장의 평범하지만 확실한 신념은 읽을수록 벅차고 자랑스럽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참 멋있는 분이다.

그 수많은 시간과, 국가와, 이념과, 그리고 부정적인 시각을 때론 온화하게, 때론 정면으로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인재와 함께 현재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이 참 좋다.

물론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반기문 총장에 대한 책은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부분이다.

꿈을 가지라고 가르칠 것이 아니라 꿈을 향해 움직이고, 소신을 굳건하게 다지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이야기 <반기문, 나는 일하는 총장입니다> 이 책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위의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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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넌 호랑이야 샘터어린이문고 39
날개달린연필 지음, 박정은 외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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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부모님의 손을 잡고 동물원을 구경하러 가는 일은 정말 신이 나는 일이었습니다.

어른이 되어 아이의 손을 잡고 가는 동물원의 체험도 여전히 신이 나는 일이었습니다.

책에서 보던 동물은 눈앞에서 생생하게 보는 재미는 어른, 아이를 막론하고 정말 흥분되고 신이 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 재미를 먼저 바라보기 때문에 그 뒤에 있는 동물들의 슬픈 이야기를 무시하게 됩니다.

 

우리는 돌고래 제돌이의 이야기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넓디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아가야 하는 돌고래가 제돌이라는 이름으로 좁은 수족관에서 살면서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제돌이는 다시 고향 바다로 돌아간 이야기를 알고 있을 겁니다.

이 소식을 들으면서 우리는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잡혀 오고, 갇혀 사는 동물들의 이야기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짚어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잊지마, 넌 호랑이야>라는 동화는 인간들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인간의 눈요깃거리로 살아가고, 사람들의 생각보다 더 많은 고통에 살아가는 동물들의 이야기입니다.

 

시베리아의 혈통을 이어받은 호랑이와 동물원에서 태어난 호랑이, 그리고 멀리 중국에서 잡혀 온 두루미 한 쌍, 밀림에서 잡혀 온 코끼리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입니다.

동물원의 동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생각을 해봤나요?

밀림에서처럼 천적의 위험도 없고, 끼니마다 영양이 가득한 음식을 받아먹고, 오히려 사람들이 우리 청소도 깨끗이 해주고, 정기적으로 건강도 돌봐주지요. 새끼를 낳으면 또 어떤가요. 사람들이 곱게 곱게 잘 키워줍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이 점만 생각하고 동물원의 동물들이 모두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호랑이 천둥이가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은 용맹한 호랑이가 아닌 그저 축 쳐지고 힘이 없던 그런 엄마의 모습 뿐이에요. 천둥이는 엄마가 자기를 싫어해서 그런 줄만 알고 있겠죠. 하지만 아니랍니다. 천둥이가 부러워하던, 무섭고 기운에 넘치던 호랑이 카카의 변한 모습을 보게 돼요. 멀리 시베리아의 기운을 받지 못해서 그런 것 아닐까 합니다.

두루미 갑순이는 또 어떻고요. 멀리 힘차게 날아야 하는 두루미는 호수 공원의 우리에서 살다가 병을 얻지요, 바닥에 흙이 깔렸지만 그건 시멘트 바닥 위에 살짝 덮은 것 뿐이에요. 결국, 이 바닥 때문에 갑순이는 병이 크게 번지고 말죠.

꽁이라는 코끼리는 발로 벽을 자꾸 찹니다. 사람들은 애교 행동이라고 좋아라 하지만 꽁이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이상 행동을 하는 거죠. 사람들은 이런 것을 잘 몰라요. 푸른 초원이 가득한 아프리카에서 살던 꽁이는 이 좁은 울타리 안이 죽음보다 더 갑갑한 상황입니다.

 

<잊지마, 넌 호랑이야>는 동물들의 아픈 마음을 들여다보는 동화입니다.

예전에 사람들이 우월하다고 잘난척하고 살던 때부터 동물을 잡아오고, 그것을 보여주고, 또 그것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고요.

아이들이 크면서 동물을 체험한다는 것은 좋은 교육이기도 해요. 동물원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 동물들을 어떻게 돌봐주는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자연환경은 많이 파괴되고 있어요. 어쩌면 사람들이 지구 상에 남아있는 동물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그런 한 예로 동물원을 만들고 멸종 위기에 처하지 않게 동물들을 모아서 관리를 하는 것이 나쁜 일만은 아니랍니다.

단지 그 동물들이 그동안 살아왔던 자연  환경을 유지하도록 사람들의 많은 노력이 더 필요하고, 사람들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죠.

 

<잊지마, 넌 호랑이야>는 어린이들이 사람과 동물의 관계, 그리고 크게 보면 환경파괴에 대한 이야기까지 넓게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동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창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결국 이것은 인간이 파괴한 자연환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속에서 아무 힘없이 사람들에게 뺏기는(자유와 자연환경과 습성 등) 동물들의 이야기이죠.

동물원은 순전히 사람의 이익으로 만들어진 곳이에요. 하지만 생각에 생각을 더 한다면 사람이 양보해서 동물들이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곳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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