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집 - 집을 헐어버리려는 건설감독관과 집을 지키려는 노부인의 아름다운 우정
필립 레먼.배리 마틴 지음, 김정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어릴 적 불렀던 동요를 흥얼거려본다.

 

'집'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따사롭고, 편안하고, 아무것도 안 해도 그저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것이다.

그 속에서 나의 삶이 이루어지고, 그 속에서 나의 감정이 어루만져진다.

<나의 삶 나의 집>이라는 제목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전에 따뜻함을 전해 주겠다라는 느낌도 바로 이런 '집'에 대한 막연한 감정 때문일 것이다.

 

한 지역이 재개발로 다시 세워져야 하고, 수많은 이윤이 남겨지는 쇼핑몰이 세워질 계획이 진행된다. 그런 전쟁터 같은 곳에 꼿꼿하게 집을 지키는 노인이 있다.

배리는 이 쇼핑몰 건설의 감독관이다. 직업상 노인이 지키고 있는 집을 허물어야만 한다.

집을 허물기 위해서, 그리고 집을 지키기 위해서 서로 견제할 수밖에 없던 두 사람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전혀 다른 결과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집을 지키고 있는 노인은 병들고, 늙고, 혼자 남은 이디스였다. 그녀는 어마어마한 보상금 앞에서도 결코 집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 어머니가 살던 집에서 삶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배리는 오로지 이 이유 하나, 이디스 자신이 지키고 싶어한다는 것이 옳다는 것. 그래서 이디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끔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배리는 집을 허물기보다는 집을 지켜나가는 이디스의 곁을 3년을 지켜준다.

 

세상의 눈으로 해석한다면 더 많은 보상금을 받기 위해서라던지, 세상의 변화에는 결코 찬성할 수 없는 노인의 고집이라든지, 때론 봉사라는 빌미로 다른 보상을 바라는 배리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세상이 그렇다.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순수한 의미를 읽다가도 그 뒤에 이익이 있지 않나라는 의심을 하게 된다.

참 각박한다.

각박하다고 하면서도 또 각박함을 말하고 사는 것이 요즘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나 역시 각박함을 먼저 떠올렸다.

왜?

배리가 왜?

 

이디스는 결코 쉬운 성격의 노인이 아니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세월을 겪었다. 그리고 그 세월 동안 얻게 된 삶의 자부심은, 연륜은 감히 건드릴 수 없다. 세상의 노인들이 그렇다. 나의 부모들이 그렇다.

하지만 '늙고 병듬' 앞에서 기력이 쇠해지는 세월은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다 보니 고약한 성격으로 변해간다. 열심히 달려온 것밖에 없는데 어느 세월에 죽음을 기다리고 앉아있는, 심지어 내 입에 들어가는 음식도 제대로 못 챙기고, 걸음도 제대로 못 걷고, 때론 용변도 제대로 해결 못 하는 반송장의 늙은 몸뚱이만 남았다.

노인들이 그렇다.

나의 부모들도 그럴 것이다.

 

배리는 이디스와의 하루하루를 겪어가면서 그냥 겪는다.

때론 이디스와 불편한 마음이 들 때도 있고, 때론 이디스에게 의문을 가질 때도 있다.

하지만 배리는 그냥 곁을 지켜준다.

옳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한다.

 

배리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와 아들을 데리고 낚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늙어서 변해버린, 병이 들어서 변해버린 아버지를 바라본다.

내가 편하기 위해서 병든 아버지를 아이처럼 보살피는 것보다는 그가 아이가 아니라는 점을 떠올리게 된다. 그 세월을 살아온 아버지의 자존심과 인생 경험자임을 자꾸 떠올린다.

 

배리와 이디스, 배리와 늙어가는 그의 부모님, 노인들을 보살피는 아빠의 모습을 보는 배리의 아들과 딸, 그리고 옳다는 것을 하는 남편을 바라보는 배리의 아내.

사람은 수없이 얽히고 또 얽힌다.

결코, 나만 따로 동떨어져서 행복하고, 건강하고, 젊음을 가질 수는 없다.

 

나는 이 책 <나의 삶 나의 집>을 읽으면서 마음이 짠함을 느낀다.

언젠가는 나도 늙겠지...라는 막연한 생각보다는 이제 곧 이디스처럼 변해갈 나의 부모님 때문이다.

언젠가는 저렇게 힘없는 모습으로 변해가겠지..

언젠가는 그 꼿꼿한 자존심으로도 결코 지켜줄 수 없는 늙은 몸으로 변해가겠지?

그리고 언젠가는 그 몸을 자식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시간이 오겠지...

 

<나의 삶 나의 집>이 결코 우울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디스는 배리와의 시간 속에서 추억을 떠올려보는 달콤함도 느꼈을 것이다. 배리는 이디스의 삶 속에서 어릴 적의 추억을 되짚어 보기도 한다.

한 세대와 한 세대가 어울려 간다는 것.

분명 같이 공통된 부분이 있는데 우리는 바쁘다는 이유로 젊다는 이유로 너무나 모른척하고 사는 것 같다.

이디스의 집은 이디스 어머니가 삶을 지내왔던 곳이고, 이디스가 살았고 삶을 정리하는 곳이다. 그리고 배리에게는 추억을 떠올리는 장소이고, 추억을 남겨놓는 장소이기도 하다.

 

삶과 집.

공식처럼 구구절절이 표현하지 않아도 이 두 단어가 주는 느낌은 똑같다.

포근함, 따뜻함. 그리고 넓은 의미.

 

<나의 삶 나의 집>은 각박하게만 살려고 기를 쓰던 나에게 삶의 틈을 열게 해주는 계기가 될 듯하다. 살기 바쁘다고 핑계를 댔던 나에게 삶의 여유를 느껴보라는 힌트를 주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삶이라는 줄 위에 나란히 서 있는 나의 부모, 그리고 나의 인생. 또한, 나의 아이들의 삶까지 떠올려보게 되는 하나의 포인트가 될 듯 싶다.

 

위의 도서는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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