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베르의 앵무새 ㅣ Mr. Know 세계문학 21
줄리안 반즈 지음, 신재실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플로베르의 앵무새>, 줄리언 반스 지음, 열린책들 펴냄

 

한 마디로 소감을 이야기하면

'독특하다'

두 마디로 소감을 이야기하면

'이건 소설일까?'

세 마디로 소감을 이야기하면

'플로베르의 책이 궁금하군'

 

줄리언 반스는 굉장히 상 복이 많은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만큼 그의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뜻이리라.

 

이 책은 참 독특하다.

소설이지만 소설 같지 않은게 매력이다.

어찌 보면 플로베르에 대한 잡다한 자료들을 모아놓은

박물관 같은 느낌이 나는 책이다.

<보바리 부인>이라는 제목 만을 아는 나에게

플로베르를 계속 해서 언급해대는 이 작품은

읽고 싶은 책 목록에 <보바리 부인> 과 <살랑보>를

추가하게 만들었다.

 

그저 실험적인 소설이어서 풋내가 풀풀나는 작품이 아니라

성공한 실험의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다.

항상 새로운 걸 추구하는 내 친구가 딱 좋아할 만한 책이다.

제자리에 주저앉아 일보 전진이 무척 어려운 내 엉덩이를

걷어차는 이 책.

 

 

내가 만약 이런 형태의 책을 쓴다면

가장 다뤄보고 싶은 작가로 누가 있을까?

흠모해 마지않는 '이문구 선생님?

나이는 젊지만 독특한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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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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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는 걸 참 좋아한다.

잘 걷는다. 많이 걷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팔짱 끼고 걷는 일은 좋다.

그럴 때면 눈물이 나려고 한다. 너무 행복해서..

 

이 책 <밤의 피크닉>은 걷는 이야기다.

24시간 동안 걷는 이야기.

북고(北高)에 다니는 3학년생인 니시와키 도오루와 고다 다카코.

두 인물의 시점으로 번갈아 옮아 가면서

전통적인 행사인 단련보행제를 하는 만 하룻동안의 일을

그리고 있다.

사실은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책에 너무 매료된 상태라

그와 비슷한 추리서설류의 책일 줄 짐작했었는데

이 책은 전혀 다르다.

청춘로맨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렇지만 너무 가볍지 않을 뿐더러

하루동안의 일을 이렇게 호흡 흐트러뜨리지 않고

쓸 수 있다는 것에도 감탄을 하게 만든다.

 

다 읽고나면,

'아, 참 잘 되었다!'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물론, 내가 해피엔딩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

보는 내내 속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이

쑤욱 체증이 내려가듯 없어져버리는 게 마음에 든다.

천상 이야기꾼이다..온다 리쿠.

 

*근데, 왜 일본 애들 이름은 이렇게 헷갈리는지 모르겠다.

 다 읽은 다음에도 외워지지 않는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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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브라질
장 크리스토프 뤼팽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어떨 때는 그저 제목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어떨 때는 첫 장을 펼친 순간 첫 문장이

기가 막히게 아름다워서 처음 보는 작가의 책을 갖고 나오지만

이번엔, 2001년 공쿠르상 수상작!

공쿠르상 수상작이라면 믿을 만하니까.

내가 처음 보는 작가의 책을 선뜻 집어들 수 있었던 이유다.

 

온통 붉은 색 투성이인 이 책은 제목만을 보자면

점수를 아무리 잘 준다해도 10점 만점에

겨우 2점을 획득했을 뿐이다. 물론 내 기준으로.

하지만 내용상으로 보자면,

이야기를 좋아하는 내 구미에 맞는 고로

10점 만점에 8점 정도?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등장인물들도

대부분 실존인물들이다.

겨우 도착한 브라질에는 식인풍습이 있는 인디오들이 있고

뒤늦게 무리에 합류한 이들의 종교 갈등으로 인하여

결국 프랑스의 식민지 건설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통역의 역할을 맡고 따라갔던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들이 무척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영화를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지지부진한 면도 없고, 실화라고 해서 정치적인 얘기를 잔뜩

늘어놓는 것도 아니어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게다가 보너스로 에필로그까지.

 

브라질에 가볼 수 있다면 작가가 영감을 얻었다는

리우의 '파소 레알'이라는 작은 박물관에 꼭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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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생각하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 제목부터가 그러하지만

그런 독특함은 없다.

뭐, 물론 알고 산 거다.

뭐랄까..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다 읽고 싶다는 욕망에서 비롯되는

치기어린 욕심 같은 거다.

수원으로 오가는 전철 안에서 다 읽어버렸는데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도 내게 남은 거라곤

옮긴이 스스로가 우리에게  던진 몇 가지 질문들.

 

남녀 사이의 사랑은 영원할 수 있는가,

아니면 순간적인 환상에 불과한가?

성과 사랑의 관계는 무엇인가,

사랑은 성관계의 전제 조건인가?

사랑이 없는 성관계는 도덕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 없는가?

배타적 소유욕의 표현일 뿐인가?

사랑은 사람들을 현명하게 만드는가, 멍청이로 만드는가?

 

 

명확한 해답이 주어지지 않는 질문들..

그렇다.

나는 물론 사랑이 삶을 살아가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필수요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리 배타적 소유욕의 표현일지라도,

그것이 설혹 거짓일지라도,

 

어떻게 보면 그런 생각들 때문에

이미 늙어버린 나는 가끔씩 서글퍼지는 것일 게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덕분에

나도 '사랑'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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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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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산도르 마라이는 헝가리 작가이다.

부다페스트밖에는 모르는 헝가리인지라

산도르 마라이라는 작가가 있다는 것도

당연히 모를 수밖에.

274쪽. 얇은 책 부류에 속하는 이 책은,

그러나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재미없는 편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다만, 역자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아주 간단한 이야기 속에 작가가

담은 게 워낙 많다보니 음미를 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야기는 사십 일 년 전 홀연히 곁을 떠났던 친구가 방문하면서부터 활발하게 전개된다.

소년 시절 사관학교에서 만나 평생을 함께 보냈던 친구인

콘라드와 헨리.

부유한 헨리와 가난한 콘라드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선천적으로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헨리에 비해 늘 경직되어 있는 콘라드,

음악을 느낄 줄 아는 콘라드와 음악이란 그저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배경으로 쓰일 뿐이라고 믿는 헨리..

인간을 분류하는 잣대가 되는 두 사람.


헨리의 아내인 크리스티나를 사랑했고,

헨리를 살해하려고 마음먹었던 것을 실천하지 못하고

열대지방으로 떠났던 콘라드가 돌아오자 두 사람은 하룻밤 동안

사십 일년간 마음 속에 담아온 대화를 나눈다.

대화라기보다 헨리의 독백에 가깝지만..

이걸 연극으로 만든다면, 주인공이 대사 외우기에 진땀을 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사랑했느냐고, 언제부터였냐고,

왜 죽이려고 했는지도 묻지 않는다. 헨리가 궁금한 건

오직 두 가지..

떠나기 전날 사냥터에서 헨리를 죽이려고 한 것을 크리스티나가

알고 있었는가 하는 것(이 물음에는 나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나였어도 굉장히 궁금했을 터)


두 번째 물음은 조금 많이 생각하게 만든다.

“어느 날 우리의 심장, 영혼, 육신으로 뚫고 들어와서

꺼질 줄 모르고 영원히 불타오르는 정열에

우리 삶의 의미가 있다고 자네도 생각하나?


무슨 일이 일어날지라도?

그것을 체험했다면, 우리는 헛산 것이 아니겠지?

정열은 그렇게 심오하고 잔인하고 웅장하고 비인간적인가?

그것은 사람이 아닌 그리움을 향해서만도 불타오를 수 있을까?

아니면, 선하든 악하든 신비스러운 어느 한 사람만을 향해서,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정열적일 수 있을까?

우리를 상대방에 결합시키는 정열의 강도는 그 사람의 특성이나 행위와는 관계가 없는 것일까?”


이 질문에 나는 뭐라 대답을 할 것인가?

정열을 경험한 적이 있노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사랑=영원한 정열이라도 되는 건가?

영원한 사랑을 믿지 않는 나는 정열을 절대로 경험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건가?

크리스티나라는 그리움의 대상.

배반당해 증오하면서도 사랑을 결코 놓지 못했던 헨리는 평생

정열 속에 산 것이 되는 건가?

이야기는 질문을 쏟아내서 아주 편안해진 헨리의 표정으로

끝이 난다.


결국 사십 일 년 동안 자신이 정리해 놓은 것을 알려주기 위해

고집스럽게 삶을 이어온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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