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Mr. Know 세계문학 3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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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20년에 발표된 디스토피아 소설의 효시.

<1984>나 <멋진 신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친 책.

이 두 문장 만으로 충분히 눈길을 끈 책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약간 지루하고 기대 이하였다.

이 책을 <1984>나 <멋진 신세계>를 읽기 전에 읽었더라면

내 평가는 틀림없이 달라졌을 것이다.

29세기의 먼 미래 속 사람들이 가진 겉모습의  다양함이라든가,

건물이 유리로 지어져 사생활이 그대로 다 드러나는데도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는 것,

모든 사람은 이름 대신 번호를 부여받는다는 것,

모두를 구속하고 있는데도 그 안에서 평온함과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들이

발간될 당시에는 굉장히 충격적인 생각들이었을 것이고 그 점을 높이 사긴 하지만

진흙으로 그릇을 빚어 초벌구이만 하고 유약을 바르지 않은 듯 거칠음이 느껴지는 이유가

문장 때문인지 보고서처럼 쓴 형식 때문인지 명확한 구분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체제를 비판할 용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박수를 받아야 한다.

그런 용기는 아무나 갖는 게 아니란 걸 우리는 알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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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의 노예들 - 잭 런던, 보르헤스 기획 세계문학전집 01 바벨의 도서관 29
잭 런던 지음,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김훈 옮김 / 바벨의도서관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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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단편 <마푸이의 집> <삶의 법칙> <잃어버린 체면>

 <마이더스의 노예들> <그림자와 섬광>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좋은 작품이니

잭 런던은  당연히 훌륭한 작가이며, 책을 기획한 보르헤스가 보는 눈이 있기도 하다.

태어날 때부터 마흔 살에 마감할 때까지 그리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낸 작가의 이력은

굳이 해설을 보지 않아도 작품 속에 너무 잘 녹아 있다.

작품도 좋지만 내 눈을 끈 건 특히 제목과 내용들과의 상관관계였다.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도무지 그 속내를 짐작할 수 없지만 다 읽고난 후엔

제목이 주는 절묘함에 무릎을 치게 만드는탁월한 선택들이다.

기괴함과 낯설음 속에서도 내 속을 파고 드는 흡인력은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니

내용을 소개해서 읽는 즐거움을 망가뜨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기지를 써서 끔찍함에서 벗어난 수피엔코프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여 자연의 일부로 돌아간 코스쿠시,

거대한 허리케인 속에서 게걸스럽게 사람들의 삶을 마시고 살아남은 진주와

억척스러운 어머니 나우리,

권력과 부를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몰락할 수밖에 없었던 에벤 헤일,

지나친 경쟁으로 서로를 갉아먹는 폴과 로이드.

모든 주인공들이 단편 작가들이 잘 빠지는 함정인 비슷함과 유사함에 매몰되지 않고

각자가 독특한 개성으로 아주 독특한 이야기를 가지고 우리를 만나러 온다는 사실이 즐겁다.

 

잭 런던이 내 주요 리스트에 다시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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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6
카를로 콜로디 지음, 김양미 옮김, 천은실 그림 / 인디고(글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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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서 만화로 익숙해진 피노키오를 책으로 만나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

마음씨 착한 제페토 할아버지. 

상어 속에 들어가 아버지를 만나 무사히 탈출.

나무로 만든 인형이 드디어 사람이 되는 이야기.

이야기와 더불어 영상까지 고스란히 떠오르는 <피노키오>를 읽어볼 생각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고 가벼운 책이라 우선 마음에 들었는데 무엇보다 눈길을 잡아끄는 건 일러스트.

따뜻하고 예쁜 그림들이 전시회를 보는 듯 근사했다.

이 그림으로 별 한 개 추가!

 

1881년부터 1883년까지 어린이 잡지인 <어린이 신문>에 연재되었던 <피노키오의 모험>

벌써 120년이나 흘렀지만 이야기는 여전히 아름답다.

나무인형이 사람이 된다는 설정도 좋고 거짓말을 하면 늘어나는 코와

말하는 귀뚜라미의 등장, 놀기만 하는 아이들이 당나귀가 된다는 이야기

그 기발한 상상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파란요정이 처음부터 요정의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과

나무 인형 자체가 사람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신선함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읽어봐서 그런 것일까?

지나치게 교훈적이고 드러나게 가르치려 드는 건 마음에 안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 이후로 등장하는 많은 동화에 영감을 준 <피노키오>는

명작임에 틀림없다.

여러 가지 매체로 이야기를 읽어줄 수는 있지만 책이 주는 무한한 상상력이

얼마나 황홀한 것인지 아이들이 아예 모르거나 잊어버릴까 겁이 난다.

제발 요약본을 읽히거나 이해할 수도 없는 책을 들이밀지 말고

아이들이 읽어낼 수 있는 눈높이로 책을 권해주길 바란다.

그런 의미로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피노키오>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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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요리책
엘르 뉴마크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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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제목에 '재미있는 ***' 이라고 쓰면 타박을 주는 것처럼

책 제목에 '비밀' 어쩌고 하는 말이 들어있으면 왠지 껄끄럽다.

게다가 날개에 적혀 있는 작가 소개를 읽다가 이것저것 직업을 전전한 건 다 좋지만

거기에 '이혼녀'라는 걸 추가시킬 건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혼녀가 직업이야?

그래. 내용이 얼마나 빈약하면 '비밀'이라는 말로 꾀는 거겠어.

이래저래 꼬인 생각이 슬슬 머리를 드는데 서점에 서서 40쪽 가량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그래서 들고 온 책이 바로 <비밀의 요리책>

이탈리아인 요리사인 아버지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더니 요리에 대한 탁월한 묘사가 그걸 증명해준다.

거리의 꼬마가 궁전 수석 요리사인 페레로 주방장에게 발탁되어 그의 후계자가 되기까지

나름대로 험난한 시대를 사느라 고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총독을 위시해서 평의회 의원들까지 요리를 통해 조정하는 페레로 주방장을 보면서

<신의 물방울>이 생각났다. 와인을 마시면서 지난 옛일이 생각나 눈물이 난다든가

기쁨에 겨워 축포가 팡팡 터진다든가 하는 과장된 표현들이 여기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짠 자고기를 먹으면서 자신들이 위대한 권력자임을 느끼는 동시에 너무 짜서

포도주를 마구 들이켜는 바람에 이성이 흔들려 하려고 했던 일을 미루는 식이다.

 

600쪽이 넘는 책이지만 재미있게 읽히기는 한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페레로 주방장이 말하는 수호자의 의미나 비밀의 요리책이라는 게

너무 드러나서 엉성하기 그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감이 떨어진 채 추리소설을 보는 느낌이랄까?

첫 작품이 이 정도면 잘 쓴 거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복선도 좋지만 끝까지 감출 건 제대로 숨겨둬야 좋은데 급했는지 너무 드러난 게 많다.

게다가 베네치아를 떠나야 했던 루치아노가 다시 돌아와 과거 인물들과 조우하는 장면은

분명한 사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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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평안은 없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8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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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거나, 잘 모르는 것을 대할 때 내 태도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무조건 거부, 또 하나는 대충 아는 것들에 묶어서 함께 생각하기.

이번에 나이지리아 작가인 치누아 아체베의 글을 보면서도 이런 식의 분류를 적용시켜

아프리카 사람들이 당한 착취와 영화에서 원시적이고 야만적으로 그린 그들의 문화를 떠올려

읽기도 전에 먼저 머릿속에 선입견이라는 바탕을 깔고야 말았다.

서양인들이 동양을 보는 시선과 그리 다를 게 없는 웃기는 행동이다.

 

격동하는 사회 속에서 타락해가는 나이지리아 엘리트 청년의 모습을 통해

물질적인 현대 사회에서 소외되는 비극적 인간상을 그린 수작.

책 겉장에 굵은 글씨로 인쇄되어 있는 선전 문구.

어떤 리뷰든 내가 읽는 것과 같을 수 없다는 걸 분명히 알면서도 기대를 많이 한 탓일까?

의외로 심심해서 뒤로 갈수록 조금씩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우무오피아 사람들은 똑똑한 청년들을 뽑아 영국으로 유학을 시키고

교육을 받은 그 청년이 나중에 돌아와 다시 갚을 수 있도록 기금을 만들었는데

첫 번째 혜택을 받은 사람이 바로 주인공인 오비 오콩코이다.

부족 사람들이 원한 건 법률공부를 해서 이웃 마을 사람들과 분쟁 중인

모든 땅 문제를 해결해주길 원했으나 막상 오비가 공부한 건 영문학이었다.

800파운드를 쓰고 오년 후 돌아온 오비는 고향에 도착하는 순간

영국에서 그렇게 그리워하던 우무오피아가 아니란 걸 깨닫는다.

대부분이 믿는 토착종교와는 달리 철저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 이웃이나 친척들 사이에서도

괴리감을 맛보던 오비가 이번엔 자기가 받은 교육과 현실 사이에서 더욱 큰 괴리감에 시달린다.

부패한 정부와 부패한 사람들을 비웃으며 괴로워하던 오비는 어느 순간

경제적인 위기에 부딪히게 되면서 비웃던 그들을 닮아가게 된다.

그리고 추락하기.

 

자식을 낳아 기르고 다시 그 자식에게 기대어 살기.

끊임없이 계속 되는 악순환이 사람을 망치기도 하는 것 같다.

만약 순수하게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면, 누군가에게 갚아야 할 빚이 없다면

누구를 위해 살지 않는다면, 소신대로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원시사회가 아닌 이상 어려운 일이지만 오비를 보면서 무조건 죽어라 외우기만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 방황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도 겹쳐 보였다.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게 유일한 목표인 아이들.

심지어 부자가 되는 게 꿈이 되어버린 건 그들에게 우리가 준 가장 큰 부담이자 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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