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요리책
엘르 뉴마크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애들이 제목에 '재미있는 ***' 이라고 쓰면 타박을 주는 것처럼

책 제목에 '비밀' 어쩌고 하는 말이 들어있으면 왠지 껄끄럽다.

게다가 날개에 적혀 있는 작가 소개를 읽다가 이것저것 직업을 전전한 건 다 좋지만

거기에 '이혼녀'라는 걸 추가시킬 건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혼녀가 직업이야?

그래. 내용이 얼마나 빈약하면 '비밀'이라는 말로 꾀는 거겠어.

이래저래 꼬인 생각이 슬슬 머리를 드는데 서점에 서서 40쪽 가량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그래서 들고 온 책이 바로 <비밀의 요리책>

이탈리아인 요리사인 아버지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더니 요리에 대한 탁월한 묘사가 그걸 증명해준다.

거리의 꼬마가 궁전 수석 요리사인 페레로 주방장에게 발탁되어 그의 후계자가 되기까지

나름대로 험난한 시대를 사느라 고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총독을 위시해서 평의회 의원들까지 요리를 통해 조정하는 페레로 주방장을 보면서

<신의 물방울>이 생각났다. 와인을 마시면서 지난 옛일이 생각나 눈물이 난다든가

기쁨에 겨워 축포가 팡팡 터진다든가 하는 과장된 표현들이 여기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짠 자고기를 먹으면서 자신들이 위대한 권력자임을 느끼는 동시에 너무 짜서

포도주를 마구 들이켜는 바람에 이성이 흔들려 하려고 했던 일을 미루는 식이다.

 

600쪽이 넘는 책이지만 재미있게 읽히기는 한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페레로 주방장이 말하는 수호자의 의미나 비밀의 요리책이라는 게

너무 드러나서 엉성하기 그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감이 떨어진 채 추리소설을 보는 느낌이랄까?

첫 작품이 이 정도면 잘 쓴 거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복선도 좋지만 끝까지 감출 건 제대로 숨겨둬야 좋은데 급했는지 너무 드러난 게 많다.

게다가 베네치아를 떠나야 했던 루치아노가 다시 돌아와 과거 인물들과 조우하는 장면은

분명한 사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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