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의 눈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게리 D. 슈미트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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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즘 책 표지들은 별로 마음에 안 든다.

서점에 가서 신간들을 살펴보면 만화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일본소설들이 대세다 보니

중후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들도 너무 가볍고 산만한 느낌을 주는 표지들이 대부분이다.

신하균과 백윤식이 열연을 했지만 내용과는 다르게 포스터를 너무 코미디 쪽으로 몰아갔던 터라

그닥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채 일부 매니아에게만 회자된 영화 <지구를 지켜라>가 떠오른다.

이 책도 완전히 상반된 그림은 아니지만 가벼운 사랑 이야기로 보이게 하는 이 표지보다는

터너가 고래를 만지려고 하는 손만 비죽이 나와 있는 게 훨씬 더 선명한 느낌을 줄 것 같다.

책이 괜찮다보니 완벽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오점이 눈에 보이는 순간이다. 

 

사람의 눈이나 동물의 눈은 모두 진실을 말하는 능력, 영혼을 드러내는 능력이 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오래도록 쳐다보고 있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 대략 아는 것도 그때문이다.

고래는 영리한 동물로 순한 인상과 매끈한 그 모습 때문에 사람들에게 친근한 인상을 주어서 그런지

동화나 소설에 꽤나 자주 등장해서 꿈이나 이상향 같은 걸 떠올리게 한다.

터너와 리지도 멋진 곳이라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 가볼 수 없는 이상향을 그리워한 것일지도 모른다.

백인과 흑인이 공존하는 사회, 차별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는 사회를 그리워했으나

1912년 미국 메인 주 핍스버그에서는 이상향에 꿈꾼 것에 불과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지금도 말라가 섬은 그대로 있지만

섬 안에 있던 거주지는 모두 사라지고 없다고 했다.

 

얼마 전 SK그룹은 500억원을 들여 세종시 은하수공원에 장례문화센터를 세웠으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당초 서울 서초구 원지동에 화장장을 지으려 했지만 '혐오시설'이라는 이유 때문에

주민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고,'화장장을 사업으로 하려고 한다'는 비난을 받았었는데 이런 일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서 벌어지는 혐오스러운 지역이기주의의 모습이며 1912년 미국

메인 주에서 일어난 끔찍한 일의 발단이기도 하다.

목을 꽉 죄어들어오는 풀먹인 셔츠 깃을 풀어 나무에 걸어놓고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했던

목사 아들이라는 굴레를 리지와 함께 조금씩 벗어던지면서 성장하던 터너는 인종차별이라는

더 큰 굴레에 맞서는 힘을 갖고 싶어 했지만 댓가는 너무 컸다.

바닷가에서 고래를 만나 눈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터너는 조금 더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고래의 눈>을 만난 아이들은 이상향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부디 차별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을 만들어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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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의 반대말 창비청소년문학 21
벤니 린데라우프 지음, 김영진 옮김 / 창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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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의 반대말?

글쎄. 평안? 혹은 평화로움?

혼자 주고받고 놀이를 하고 난 뒤에 펼쳐 본 책은 오랜만에 별 다섯 개를 뿌려도 아깝지 않았다.

평생 제대로 된 일이라고는 해 본 적이 없이 매번 하는 일을 바꾸는 아빠와 부엉이 눈을 가진 할머니,

네 명의 오빠, 두 여동생과 함께 사는 핑.

지나치게 비극적인 상황을 꾸미기 좋아하는 쾌활한 뮐케, 척추가 안 좋아서 항상 보호대를 차고 있는 게 불만인 예스를 중심으로 맏딸인 핑이 이야기꾼이 되어 공동묘지 옆에 있는 집으로 이사 온 후

벌어지는 일들을 실감나게 그려준다.

잦은 이사 끝에 이번에 정착한 집은 길 쪽에서는 절대로 보이지 않는 현관문을 가진 집이며

무릎 높이의 문턱을 넘어가야 되고 바람이 불면 음산한 신음을 토해냈으며 가벼운 발걸음에도

온통 삐그덕거리는 소리로 화답하고 내리는 비에 지붕이 새고 지하실은 잠기는 엉망인 집이었다.

어떻게든 재기해보려고 노력하는 아빠는 새롭게 엽궐련 사업을 시작했지만 더 이상 내려갈 수 없게

집안 사정은 바닥으로 내려가기만 한다.

 

아빠가 걱정의 반대말이 뭐냐고 물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답은 번번이 바뀌었다.

지난번에는 '실크'가, 그 전에는 '철물'이 정답이었다. 우리가 어깃장을 놓을라치면 아빠는 늘

똑같은 말로 우리들의 입을 막았다.

"얘들아, 보고 나서 믿지 말고 믿고 나서 봐야지."

 

이 정도면 긍정적인 것도 도를 상당히 넘어선 상태이다.

하긴, 이렇게 생각할 수만 있다면 인생에 어려울 게 뭐가 있을까?

그 긍정적인 아빠 덕분에 피해를 입는 건 가족들이지만 언제나 빨리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걸 보면

자식들도 아빠를 닮았다. 한 쪽 눈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할머니만 빼고.

할머니가 간혹 사진을 꺼내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실마리를 잡은 핑은 할머니가 가진 비밀을

결국 들춰내고 마는데 거기엔 집의 비밀도 함께 들어있었다.

액자소설의 형태라 이야기가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데 이 짧은 이야기가 전체 이야기를 관통하고 있어 묘한 전율을 

 느끼게 만든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는 작가는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상상유전자' 덕분인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대단하거니와, 으스스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동시에 전해줄 줄 아는

독특한 매력을 아낌없이 책 속에 부어놓고 있다. 

다양한 수상 경력은 허명이 아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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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이모네 아이들 - 한국 아이들의 좌충우돌 인도 체험기!
이해전 지음 / 야누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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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영어 열풍이다.

수업을 하는 도중에도 우리 낱말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이 영어 단어는 잘도 안다.

물론 영어 단어를 많이 알고 그게 상황에 맞게 기억이 난다는 것은 좋은 일이나

문제는 우리나라 말도 제대로 구사할 줄 모르는 아이들이 영어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점이다.

영어만 잘 하면 뭔가 될 것 같은 사회 분위기 탓인지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도

아이들의 영어 공부를 위해 필리핀으로 아예 이주를 한 게 두 가구, 뉴질랜드로 간 한 집과

아이들만 뉴질랜드로 보낸 사람들도 두 명이나 된다.

<인도 이모네 아이들>도 영어 공부를 위해 인도로 떠난 아이들을 맡아 공부도 시키고

인생 훈련도 시켜주는 인도 이모 이해전 씨가 아이들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부모들을 위해

카페에 올렸던 글을 추려서 만든 책이다.

표지 가득 아이들의 밝은 표정과 뒤로 보이는 독특한 배경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데

판형이 커서 들고 다니기는 조금 버거웠으나 내용이 온통 아이들을 교육시키면서

인도 이모가 느낀 점이나 아이들의 반응을 일기 형식으로 쓰고 있어서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특히나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이거나 영어 공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솔직하고 꼼꼼하게 기록해 놓았다.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게 제일 좋은지는 인도 이모의 방법은 매우 효과적으로 보인다.

 

"엄마, 난 행복하지가 않아!"
"왜 그렇게 생각되니? 엄마 아빠가 공부에 너무 닥달한다고 생각되니?"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냥. 공부하는 것도 힘들고, 내가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이것저것 생각하면 그래."

초등학교 6학년 때 인도 이모네서 6개월간 공부하고 돌아온 남자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 엄마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심사숙고한 끝에 결국 다시 인도로 돌아갔는데

"공부? 힘들지. 심리학이나 프렌치는 생소한 과목이지만 내가 선택한 과목이니까 그래도 재미있어.

요즘 바이오 시간에 바이러스와 인체에 대해 배우는데 마치 내가 의대를 다니고 있는 착각이 들어.

과정이나 기능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답을 쓸 수가 없어. 여기선 보기를 주고 답을 고르는 건 아예 없으니까. 한국보다 공부는 힘들지만 그래도 나, 너무 행복해. 진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라고 했다는데 난 솔직히 말해서 영어 자체 보다는 그곳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방법이

더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이 힘들어 하면서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공부라니!

뭐. 이런 것도 그 아이가 인도 이모의 방법대로 따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지는 모르겠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교에 가는 그날을 꿈꾸면서 인도에 유학 간 아이들의 사진을 다시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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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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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 이사를 준비하면서 많은 것들을 새로 사야 했다.

오래 부려먹었다고 시위를 하듯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수명이 다 되어 골골거리는지

아무리 가전제품 수명이 10년 이쪽 저쪽이라지만 사야 할 목록들은 길어지기만 했다.

세탁기와  냉장고는 10년을 넘어가면서 하도 말썽을 부려서 이미 갈아치운 상태였고,

평소에 밤늦게까지 텔레비전 보면서 킬킬대는 모습이 보기 싫었던 터라 텔레비전을 과감히 뺐는데도,

집이 좁아 더 사들이지 못했던 책장이 몇 개 더 추가되었고,

자꾸만 저 혼자 잠들려는 컴퓨터는 아들 주고 내 전용 컴퓨터를 한 대 마련하기로 결정,

그러다보니 내 책상도 아들에게 물려주고 내 것이 하나 더 필요했다.

게다가 결혼할 때 충분히 마련했다고 생각했던 그릇들도 부족해서 몇 개씩 더 사고

너무 오래 되어 낡은 이불 몇 채를 버리니 그것도 사야 했다.

가능하면 쓰던 가구를 리폼해서 쓰기로 결정했으나 부득이하게 버린 것도 많았다.

살 목록을 들고 이곳 저곳 발품을 팔면서 가장 바빴던 건 플래티늄 마크가 번쩍거리는 내 카드!

이쁜 놈. 사실 이게 없으면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게 이런 물건들을 한 번에 사는 일이다.

한 몫에 내고 조금씩 갚아나간다..이 얼마나 기막힌 방법이냔 말이다.

신중하게 계획적으로 쓰기만 한다면야  램프 요정 지니 같은 놈이지만

기분 낸다고 열심히 써버리면 돌아오는 청구서 때문에 죽어나가는 사람도 여럿 생긴다.

 

<화차>도 그런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간다.

다리에 부상을 입어 휴직 중인 경찰 혼마에게 어느 날 갑자기 처조카가 찾아와

없어진 애인을찾아달라고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 준비를 하다가 번거로우니 카드를 만들어주겠노라 했는데

카드 신청을 하면서 개인파산한 경력이 드러났고 이후에 연락두절이 되었다는 세키네 쇼코.

그녀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혼마가 맞닥뜨린 건 개인파산에 얽힌 복잡한 이야기들.

추리소설답게 차곡차곡 맞물리는 재미는 있지만 지나치게 설명이 많아 지루한 점이 아쉽다.

편집이 덜 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얼마나 어이없이

한 순간에 망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나에게도 정신 차리라고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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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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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화면을 가득 채운 건 중년의 한 남자.

지금은 웃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숙자로 거리에서 뒹굴던 사람이었던 그를 

인문학과의 만남을 주제로 한 강좌에 나가게 한 것도,

다시 보통 삶의 굴레 속으로 들어오게 만든 것도 <그리스인 조르바>라고 했다.

몇 달에 걸쳐 이 한 권을 읽으며 그는 아무렇지 않게 내팽개쳤던 자신의 삶을 추스릴 수 있었고

그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너무나 유명하지만 아직까지도 읽지 못한  책은 이렇게 해서 내 손으로 넘어왔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불교에 심취한 적이 있다고 하더니 그 인연의 끈이 나에게까지 이어진 것이다.

 

전철안에서 며칠이고 이어진 독서는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조르바가 어찌나 천연덕스럽게 망나니 짓을 하는지, 온통 욕으로 이뤄진 그의 말을 읽으면서

폭소를 터뜨린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웃음을 억지로 참느라고 입술을 실룩거려야만 했다.

 

"무슨 생각을 하시오?"

그가 그 큰 머리통을 내저으며 다정하게 물었다.

"당신 역시 저울 한 벌 가지고 다니는 거 아니오? 매사를 정밀하게 달아보는 버릇 말이오.

자, 젊은 양반, 결정해버리쇼. 눈 꽉 감고 해버리는 거요."

사람을 꿰뚫어보듯 이런 대사를 날리는가 하면,

 

"저게 무엇이오?"

그가 놀라도 크게 놀라면서 물었다.

"두목, 저기 저 건너 가슴을 뭉클거리게 하는 파란 색깔, 저 기적이 무엇이오?

당신은 저 기적을 뭐라고 부르지요? 바다? 바다? 꽃으로 된 초록빛 앞치마를 입고 있는 저것은?
대지라고 그러오? 이걸 만든 예술가는 누구지요? 두목, 내 맹세코 말하지만, 내가 이런 걸 보는 건

처음이오!"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런 대목도 있고,

 

"확대경으로 음료수를 들여다보면 (언젠가 기술자 하나가 가르쳐 줍디다) 물에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쬐그만 벌레가 우글거린답디다. 보고는 못 마시지....... 안 마시면 목이 마르지....... 두목. 확대경을 부숴버려요. 그럼 벌레도 사라지고, 물도 마실 수 있고, 정신이 번쩍 들고!"

이렇게 도통한 듯 보이는 건 예사다.

하지만, 진짜로 보여주고 싶은 건 조르바가 하는 걸쭉한 입담인데 그건 책에서 확인해보시길!

 

조르바는 실제 인물이라고 했고 크레타 섬에서 갈탄광을 채취한 것 역시 작가가 직접 겪은 일이다.

이 둘의 모습을 온전히 만날 수 있는 이 책에 나도 폭 빠져버렸다.

책에서 인생을 찾으려는 '나'와 인생에서 초탈해버린 조르바.

자유 그 자체였던 조르바에게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매력을 느낀 건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닐까?

크레타 섬에 있는 그의 비명엔 이렇게 새겨져있다고 했다.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에게 있어 조르바는 어쩌면 종교와도 같은 의미였을 것이고

한 노숙자의 삶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었던 것도 자유인 조르바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언젠가 크레타 섬에 갈 수 있다면 니코스 카잔차키스 무덤에 조문을 오는

조르바의 딸을 만날 수 있을까?

조르바를 꼭 닮았을 것만 같은 나이든 그녀를 만난다면 아버지에 대해 얘기해달라고 조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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