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의 반대말 창비청소년문학 21
벤니 린데라우프 지음, 김영진 옮김 / 창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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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의 반대말?

글쎄. 평안? 혹은 평화로움?

혼자 주고받고 놀이를 하고 난 뒤에 펼쳐 본 책은 오랜만에 별 다섯 개를 뿌려도 아깝지 않았다.

평생 제대로 된 일이라고는 해 본 적이 없이 매번 하는 일을 바꾸는 아빠와 부엉이 눈을 가진 할머니,

네 명의 오빠, 두 여동생과 함께 사는 핑.

지나치게 비극적인 상황을 꾸미기 좋아하는 쾌활한 뮐케, 척추가 안 좋아서 항상 보호대를 차고 있는 게 불만인 예스를 중심으로 맏딸인 핑이 이야기꾼이 되어 공동묘지 옆에 있는 집으로 이사 온 후

벌어지는 일들을 실감나게 그려준다.

잦은 이사 끝에 이번에 정착한 집은 길 쪽에서는 절대로 보이지 않는 현관문을 가진 집이며

무릎 높이의 문턱을 넘어가야 되고 바람이 불면 음산한 신음을 토해냈으며 가벼운 발걸음에도

온통 삐그덕거리는 소리로 화답하고 내리는 비에 지붕이 새고 지하실은 잠기는 엉망인 집이었다.

어떻게든 재기해보려고 노력하는 아빠는 새롭게 엽궐련 사업을 시작했지만 더 이상 내려갈 수 없게

집안 사정은 바닥으로 내려가기만 한다.

 

아빠가 걱정의 반대말이 뭐냐고 물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답은 번번이 바뀌었다.

지난번에는 '실크'가, 그 전에는 '철물'이 정답이었다. 우리가 어깃장을 놓을라치면 아빠는 늘

똑같은 말로 우리들의 입을 막았다.

"얘들아, 보고 나서 믿지 말고 믿고 나서 봐야지."

 

이 정도면 긍정적인 것도 도를 상당히 넘어선 상태이다.

하긴, 이렇게 생각할 수만 있다면 인생에 어려울 게 뭐가 있을까?

그 긍정적인 아빠 덕분에 피해를 입는 건 가족들이지만 언제나 빨리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걸 보면

자식들도 아빠를 닮았다. 한 쪽 눈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할머니만 빼고.

할머니가 간혹 사진을 꺼내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실마리를 잡은 핑은 할머니가 가진 비밀을

결국 들춰내고 마는데 거기엔 집의 비밀도 함께 들어있었다.

액자소설의 형태라 이야기가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데 이 짧은 이야기가 전체 이야기를 관통하고 있어 묘한 전율을 

 느끼게 만든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는 작가는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상상유전자' 덕분인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대단하거니와, 으스스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동시에 전해줄 줄 아는

독특한 매력을 아낌없이 책 속에 부어놓고 있다. 

다양한 수상 경력은 허명이 아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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