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 여름에 이사를 준비하면서 많은 것들을 새로 사야 했다.

오래 부려먹었다고 시위를 하듯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수명이 다 되어 골골거리는지

아무리 가전제품 수명이 10년 이쪽 저쪽이라지만 사야 할 목록들은 길어지기만 했다.

세탁기와  냉장고는 10년을 넘어가면서 하도 말썽을 부려서 이미 갈아치운 상태였고,

평소에 밤늦게까지 텔레비전 보면서 킬킬대는 모습이 보기 싫었던 터라 텔레비전을 과감히 뺐는데도,

집이 좁아 더 사들이지 못했던 책장이 몇 개 더 추가되었고,

자꾸만 저 혼자 잠들려는 컴퓨터는 아들 주고 내 전용 컴퓨터를 한 대 마련하기로 결정,

그러다보니 내 책상도 아들에게 물려주고 내 것이 하나 더 필요했다.

게다가 결혼할 때 충분히 마련했다고 생각했던 그릇들도 부족해서 몇 개씩 더 사고

너무 오래 되어 낡은 이불 몇 채를 버리니 그것도 사야 했다.

가능하면 쓰던 가구를 리폼해서 쓰기로 결정했으나 부득이하게 버린 것도 많았다.

살 목록을 들고 이곳 저곳 발품을 팔면서 가장 바빴던 건 플래티늄 마크가 번쩍거리는 내 카드!

이쁜 놈. 사실 이게 없으면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게 이런 물건들을 한 번에 사는 일이다.

한 몫에 내고 조금씩 갚아나간다..이 얼마나 기막힌 방법이냔 말이다.

신중하게 계획적으로 쓰기만 한다면야  램프 요정 지니 같은 놈이지만

기분 낸다고 열심히 써버리면 돌아오는 청구서 때문에 죽어나가는 사람도 여럿 생긴다.

 

<화차>도 그런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간다.

다리에 부상을 입어 휴직 중인 경찰 혼마에게 어느 날 갑자기 처조카가 찾아와

없어진 애인을찾아달라고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 준비를 하다가 번거로우니 카드를 만들어주겠노라 했는데

카드 신청을 하면서 개인파산한 경력이 드러났고 이후에 연락두절이 되었다는 세키네 쇼코.

그녀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혼마가 맞닥뜨린 건 개인파산에 얽힌 복잡한 이야기들.

추리소설답게 차곡차곡 맞물리는 재미는 있지만 지나치게 설명이 많아 지루한 점이 아쉽다.

편집이 덜 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얼마나 어이없이

한 순간에 망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나에게도 정신 차리라고 하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