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비 롤네스 1 - 멈춰진 삶
티모테 드 퐁벨 지음, 김주경 옮김, 프랑수아 플라스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주말이 좋은 이유는 역시 밤새워 책을 읽어도 그 다음날 지장을 받지 않는 것이다.

너무 늦게 잡은 탓도 있지만 새벽 3시 반이 되어서야 끝난 두 권의 여운은 밤새 날 떠나지 않고

마침내 꿈속까지 찾아와 늦은 아침 공기를 맞을 때까지 나도 나무 위를 헤매고 다녀야했다.

토비 롤네스와 엘리샤 리.

이 매혹적인 주인공들은 샤토 샤토루의 <아무도 모르는 작은 나라> 속의 '코로보쿠루'를 연상시켰지만

책을 읽어가는 동안 참나무 속에 사는 이들 종족들과 나무 아래 사는 '흙껍질족'의 삶은

단순히 작은 것이 아니라 지구 상에 살아가는 우리를 그대로 정밀하게 축소시켜 놓은 것이라는 걸 알게 했다.

개발 이라는 이름 아래 나무 파괴를 일삼는 '조 미츄'와 그에 빌붙어 사는 쓰레기들,

나무 중심에서 찾아낸 수액의 원액 속에 에너지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어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었던

심 톨레스 박사에게 그 비밀을 양도받기 위해 온 가족을 잡아 가둔다.

아버지의 기지로 탈출에 성공한 토비는 혼자 고군분투하면서 부모님을 구해내기 위해 애쓰다가

흙껍질족과도 교류를 갖게 되고 노예로 잡혀간 그들 종족을 위해 함께 조 미츄에 대항한다.

그러면서 밝혀지는 엘리샤의 비밀, 그리고 행복한 결말

 

제 유일한 목표는 나무가 생명체임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수액이 바로 '나무의 피'라는 걸 증명하고 싶은 거예요.

우리는 이 생명체 안에서 잠시 살다가는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싶은 겁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사람들이 살기 편한 만큼 개발을 한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조 미츄가 바구미들을 시켜 파내려갔던 참나무 구덩이들이 나중에 다 썩어 나무가 점점 고사목이 되어 가는 것을

그냥 바라보는 일은 뭔가 찜찜하다.

그렇지만 작가는 강요하지 않는다. 강요하지 않으면서 목을 조른다. 대단한 기술이다.

나무 위 작은 사람들 이야기는 신선하고 즐겁고 유쾌한 데다 생각할 거리까지 던져준다.

이 책이 9개의 상을 거머쥔 이유는 충분하다. 그냥 선전용이 아니라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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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퀴즈쇼에 출연했다가 열두 문제를 고스란히 맞히고 십억 루피의 상금을 받았으나

상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는 관계로 음모설에 휘말려 경찰서로 끌려간 사나이!

그가 어떻게 해서 열두 문제를 맞힐 수 있었는가를 밝혀내는 게 이 소설의 큰 줄거리다.

마치, <퀴즈 왕들의 비밀>처럼 각 문제마다 그걸 맞힐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일화가 소개되는데

인도의 가난한 삶을 낱낱이 보여주지만 결코 추레하지 않으면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정겹다가도

그가 궁지에 몰릴 때면 나도 함께 한숨을 쉬고 잘못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드라마 속 한 장면이다.

나도 함께 그의 삶 속에 등장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까닭이다.

읽으면서 재미있고 읽고나면 유쾌해진다.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구조에 너무 길들여진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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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때문에 그렇잖아도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오늘 따라 마을버스가 만원이다.

바람이 너무 차가워서 다음 차를 기다릴 여유가 다른 사람에게도 나에게도 없던 탓이다.

두 정거장을 지날 무렵 운 좋게도 내 앞에 앉았던 사람이 내리고 자리가 났다.

지친 몸을 부리고 창문에 기대다시피 널브러져 창밖 풍경을 보며 빨리 집에 닿기를 소원하던 중

내 눈에 이상한 게 잡혔다.

'경품음모권을 증정합니다'

경품을 타기 위해 무슨 음모를 꾸밀 권리를 주겠다는 거야?

십년 전엔 버젓이 00 백화점이라고 불리던 그 자리에 지금은 쇼핑센터가 들어섰지만

그래도 번듯한 사거리 중앙에 자리잡은 5층짜리 건물.

그 한가운에 아주 커다랗게 현수막을 걸어서 사람들 눈을 붙잡아놓고'경품음모권'을 준댄다.

물론 경품음모권이 경품응모권인 줄은 알 만한 이들은 다 알겠지만

이제 막 한글을 깨우쳐가는 아이들과 천지 분간 못하는 어른들에겐 응모권은 음모권이 되는 것이다.

영어교육 운운하지 말고 저런 것도 구분 못하는 사람들한테 우리 말과 글을 제대로 공부할 기회나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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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숲, 소쿠리 숲, 도둑 숲 동화는 내 친구 19
미야자와 겐지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이종미 그림 / 논장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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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1. 31.겉장이 벌써 누렇게 변할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다.

책을 사서 볼 때 제일 좋은 게 바로 이런 것, 언제나 보고 싶을 때 꺼내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집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하나같이 좋은 것들이지만 특히

<주문이 많은 음식점>이나 <첼로를 켜는 고슈>는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을 극장의 첼로 연주자인 고슈는 공연을 눈앞에 두고 열심히 연습을 하지만 웬일인지 자꾸만 지휘자는

박자가 안 맞느니, 도레미파도 모른다느니 하면서 지적만 한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와 혼자서 열심히 연습하는 고슈에게 매일 밤 방문자들이 줄을 잇는다.

트로이메라이를 연주해 달라는 얼룩고양이, 도레미파를 제대로 가르쳐달라는 뻐꾸기,

재즈를 연주해주면 작은북을 맞춰서 치겠다는 아기 너구리, 첼로 속에 들어가 병을 치료해달라는 들쥐 가족.

동쪽 하늘이 훤히 밝아올 때까지 항상 이런 일에 시달리던 고슈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충하게 되어 드디어 연주회를 훌륭하게 끝내게 되고 앙콜곡 연주까지 하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등장하는 동물들이 하는 짓이 너무나 터무니없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그럴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슬몃 웃음이 나오면서 가슴 따뜻해지는 동화다.

 

무언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런 동화가 참 귀한 세상이다.

마음껏 음미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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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컬러 퍼플
앨리스 워커 지음, 안정효 옮김 / 청년정신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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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하느님 말고는 절대로 누구한테도 얘기하지마.

엄마가 알면 죽고 말아.

아버지의 압력으로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못하고 그저 하느님에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씰리는

배운 것 없고, 가난한 열네 살 흑인 여자 아이.

번역가 안정효에 따르면, 방언이면서도 읽기에 쉽고 훨씬 음악적인 흑인 토속영어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씰리의 변화된 모습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문장이 되게 했다고 한다.

못 배운 씰리가 처음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문법도, 맞춤법도 엉망이었다가 점점 주위 사람들에 의해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문장이 깔끔하고 매끄러워지기 시작하는 걸 보여주는 식이다.

뭐, 할 수 없지. 내가 원서로 읽어내지 못한 바에야 그래도 믿을 만한 번역작가의 말을 좇아가는 수밖에.

그래서 이 책을 선뜻 집어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번역을 한 사람이 안정효라서.

 

아버지에게 성적학대를 당하고, 그의 아이를 둘이나 낳지만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였고,

어머니마저 그런 씰리에게 동정심이나 사랑을 베풀기 보다는 묘한 질투심에 싸여 미워하다가 결국 세상을 떠난다.

동생 네티에게 눈독을 들이는 것을 알고 어떻게든 보호하려는 씰리를 애가 딸린 남자에게 강제로 떠넘기다시피한

후 씰리는 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보다 더 좋을 것도 없는 그런 삶을 살게 된다.

자신에 대한 것을 완전히 버리고 남을 위해 사는 삶. 그러다가 남편이 사랑했던 여인 슈그가 병에 걸려

집으로 옮겨지면서 그녀를 사랑하게 된 씰리는 그녀와 함께 하면서 인생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자신의 삶이라는 걸 살아도 괜찮겠다는 믿음을 가지면서.

이 책은 처음에 씰리가 하느님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갖고 있지만 중간 쯤 이르러 네티가 아프리카에서 선교 활동을 하며

그리운 언니에게 편지를 쓰고, 또 씰리는 그 동생의 편지에 답장을 하는 형식으로 이어진다.

남을 위해 살았던 씰리가 완벽한 한 사람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담담하게 잘 그려내고 있는데

그 당시 흑인들 삶이 얼마나 비참한 것이었는지를 정확히 보여주면서도

씰리와 슈그의  동성애적 코드를 지극히 당연한 듯 자연스럽게 끌고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씰리가 당당하게 홀로 서기를 마쳤을 때 박수를 치고 싶었다.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하고 우피 골드버그가 씰리 역을 했다는데 정말 보고 싶어진다.

자신이 만든 바지를 입고 먼지가 폴폴 날리는 포치에 앉아 아들과 딸, 그리고 사랑하는 동생 네티가 돌아오는 모습을

보는 씰리의 자랑스런 얼굴이 떠오르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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