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 컬러 퍼플
앨리스 워커 지음, 안정효 옮김 / 청년정신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너, 하느님 말고는 절대로 누구한테도 얘기하지마.
엄마가 알면 죽고 말아.
아버지의 압력으로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못하고 그저 하느님에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씰리는
배운 것 없고, 가난한 열네 살 흑인 여자 아이.
번역가 안정효에 따르면, 방언이면서도 읽기에 쉽고 훨씬 음악적인 흑인 토속영어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씰리의 변화된 모습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문장이 되게 했다고 한다.
못 배운 씰리가 처음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문법도, 맞춤법도 엉망이었다가 점점 주위 사람들에 의해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문장이 깔끔하고 매끄러워지기 시작하는 걸 보여주는 식이다.
뭐, 할 수 없지. 내가 원서로 읽어내지 못한 바에야 그래도 믿을 만한 번역작가의 말을 좇아가는 수밖에.
그래서 이 책을 선뜻 집어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번역을 한 사람이 안정효라서.
아버지에게 성적학대를 당하고, 그의 아이를 둘이나 낳지만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였고,
어머니마저 그런 씰리에게 동정심이나 사랑을 베풀기 보다는 묘한 질투심에 싸여 미워하다가 결국 세상을 떠난다.
동생 네티에게 눈독을 들이는 것을 알고 어떻게든 보호하려는 씰리를 애가 딸린 남자에게 강제로 떠넘기다시피한
후 씰리는 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보다 더 좋을 것도 없는 그런 삶을 살게 된다.
자신에 대한 것을 완전히 버리고 남을 위해 사는 삶. 그러다가 남편이 사랑했던 여인 슈그가 병에 걸려
집으로 옮겨지면서 그녀를 사랑하게 된 씰리는 그녀와 함께 하면서 인생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자신의 삶이라는 걸 살아도 괜찮겠다는 믿음을 가지면서.
이 책은 처음에 씰리가 하느님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갖고 있지만 중간 쯤 이르러 네티가 아프리카에서 선교 활동을 하며
그리운 언니에게 편지를 쓰고, 또 씰리는 그 동생의 편지에 답장을 하는 형식으로 이어진다.
남을 위해 살았던 씰리가 완벽한 한 사람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담담하게 잘 그려내고 있는데
그 당시 흑인들 삶이 얼마나 비참한 것이었는지를 정확히 보여주면서도
씰리와 슈그의 동성애적 코드를 지극히 당연한 듯 자연스럽게 끌고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씰리가 당당하게 홀로 서기를 마쳤을 때 박수를 치고 싶었다.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하고 우피 골드버그가 씰리 역을 했다는데 정말 보고 싶어진다.
자신이 만든 바지를 입고 먼지가 폴폴 날리는 포치에 앉아 아들과 딸, 그리고 사랑하는 동생 네티가 돌아오는 모습을
보는 씰리의 자랑스런 얼굴이 떠오르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