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때문에 그렇잖아도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오늘 따라 마을버스가 만원이다.
바람이 너무 차가워서 다음 차를 기다릴 여유가 다른 사람에게도 나에게도 없던 탓이다.
두 정거장을 지날 무렵 운 좋게도 내 앞에 앉았던 사람이 내리고 자리가 났다.
지친 몸을 부리고 창문에 기대다시피 널브러져 창밖 풍경을 보며 빨리 집에 닿기를 소원하던 중
내 눈에 이상한 게 잡혔다.
'경품음모권을 증정합니다'
경품을 타기 위해 무슨 음모를 꾸밀 권리를 주겠다는 거야?
십년 전엔 버젓이 00 백화점이라고 불리던 그 자리에 지금은 쇼핑센터가 들어섰지만
그래도 번듯한 사거리 중앙에 자리잡은 5층짜리 건물.
그 한가운에 아주 커다랗게 현수막을 걸어서 사람들 눈을 붙잡아놓고'경품음모권'을 준댄다.
물론 경품음모권이 경품응모권인 줄은 알 만한 이들은 다 알겠지만
이제 막 한글을 깨우쳐가는 아이들과 천지 분간 못하는 어른들에겐 응모권은 음모권이 되는 것이다.
영어교육 운운하지 말고 저런 것도 구분 못하는 사람들한테 우리 말과 글을 제대로 공부할 기회나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