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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사라진 어느 날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11
루스 화이트 지음, 김경미 옮김, 이정은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어릴 때 나는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가방을 집어던지면서 "엄마!"하고 불러야
집에 제대로 도착했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래. 엄마 여기 있다" 라는 대답이 날아오지 않을 때는 왜 그렇게도 집이 낯설어보이고
허전한 느낌이 드는 건지 집을 뱅글뱅글 돌아가면서 엄마의 흔적을 찾고
혹시나 남겨 두었을 쪽지를 찾곤 했다.
뱃속에 있는 동안 탯줄로 이어진 그 열 달이 아빠와는 또다른 그런 끈끈함을 만들어
서로를 애지중지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그런 엄마가 사라졌다.
한 시간이나 하루, 혹은 한 달이나 일 년이 아니라 시간의 개념이 없는 곳으로 사라졌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엄마가 사라졌고 혼자 아이를 키우기 힘겨운 아빠는
우드로를 외할머니 댁으로 보낸다.
외할머니 댁 가까이에는 예쁘고 찰랑찰랑한 긴 머리가 온 마을의 자랑거리인
집시가 살고 있어 우드로와 집시는 서로 다른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어울리게 된다.
사시라는 게 잘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유머 감각이 뛰어난 우드로는 금방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인으로 떠오르며 잘 지내는 것 같아 보이고 집시 역시 새 아빠와는 그리 친하지 않지만
별 문제 없이 지내는 듯 보인다.
하지만 집시는 날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다른 사람에게는 엄마가 마법을 부린 거라
말을 하는 우드로도 엄마가 사라진 일에 대해 큰 상처를 갖고 있다.
새학기가 시작 될 무렵 아이들 앞에서 자신을 소개하던 집시의 말에 버즈가 끼어들면서
그동안 집시를 괴롭힌 악몽의 실체가 드러나고 우드로 역시 엄마의 일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둘은 어른들을 용서하기로 한다. 사랑했지만 고통이 더 컸던 그들을.
"우리는 아이와 어른 사이에 있어. 그렇지? 그리고 여름과 겨울 사이에 있고
또 지평선에서 서서히 고개를 내미는, 새로운 날이 다가오는 순간에 있잖아."
스스로를 견디며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아이들의 고통을 우리도 똑같이 겪었지만
<메리 포핀즈>가 한 말처럼, 아이적의 순수함을 잃어버리기 시작하면
모든 걸 다 잊어버리는 고약한 취미 덕분에 우리는 그 고통을 잊은 채
아이들에게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는 것만이 전부인 양 강요를 하면서 산다.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엄마가 사라진 어느 날'일 지도 모른다.
내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와 내 편이 되어주고, 무조건 내 입장에서 날 봐주던 엄마들이
모두 사라지고 이제는 엄마 노릇을 하는 어른들만 득실거리는 판이니.
*초등학교 6학년 이후 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