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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혜 ㅣ 창비아동문고 233
김소연 지음, 장호 그림 / 창비 / 2007년 5월
평점 :
만약 '아기'나 '갓난이'로 불리다가 얻은 이름이라면 나도 명혜처럼 자신의 이름을 소중히 여겼을까?
흔하디 흔한 내 이름에 대한 불만족을 친구들에게 토로하면
언제나 돌아오는 대답은 "그래도 네 이름은 촌스럽지는 않잖아"였다.
맞아. 촌스러운 이름보다야 백배 낫기는 하지, 그래도 딱 나한테 어울리는 것 같지 않은,
이름 따로 내 얼굴 따로 몸 따로 정신 따로인 것 같은 그 기분은 영 나아지기 어려웠다.
내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부모가 결정되고, 성별이 구별되어지는 판이니
나중에 커서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멋대로 바꿀 수 있는 법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벌써 수십 년 전의 일이다.
그러다가 크면서 내 이름은 곧 부모님의 얼굴이며, 형제 자매를 생각케 하고 내가 속한 단체를 대행하며,
'나'라는 사람의 결정체처럼 보인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이름에 대한 값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되고
지금은 이름의 울림이 좋거나 싫거나를 따지는 건 잊어버린 채 살다보니
누가 내 이름을 부르면 기계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겉돌던 나와 이름은 친해진 셈이다.
일제 강점기, 있는 집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여자가 자신의 의견을 내는 건 여전히 힘들었던 그때
그래도 신학문을 공부하던 오빠 덕으로 동생과 함께 여학교에 다니게 된 명혜는
부모님의 바람대로 시집가는 것은 거부한 채 의사가 되는 길을 차근차근 밟아간다.
정신적인 지주였던 오빠가 여자니 남자니 그런 건 상관하지 말고 네가 이루고 싶은 꿈을 꼭 이루라고 했던 말과
3.1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다녀온 동무 낙경이 사진 신부가 되어 다른 나라에 가서도 끝까지 독립운동을 하겠다는 말이나
병원봉사를 나갔다가 만나게 된 여의사 신 선생님이 환자를 살리는 일이 한 사람만을 살리는 일이 아니라는 말들은
명혜를 자신의 이름에 걸맞는 사람으로 살아갈 힘을 준 든든한 밑거름이 된다.
고난을 뚫고 위대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는 많지만 어려운 그 시절에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간 명혜의 용기는 가슴을 뜨겁게 한다.
나도 새로운 그 무엇인가를 해볼 수 있는 용기가 불끈 솟아나는 것 같다.
아이들도 그 뜨거움을 맛보도록 해주어야겠다.
*초등학교 5학년 이후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