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작년에는 책을 별로 안 읽었다.
이런저런 핑계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나를 지배했던 가장 큰 암흑의 기운은 나태함.
몸무게가 한 200kg은 되는 것처럼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뒹굴거나
그토록 혐오하던 'TV껴안고 살기'에 편승하여 낄낄거리느라
소중한 시간들을 다 버린 까닭이다.
(그 시간들은 몽땅 내 살이 되어 붙어 버렸고!)
알고 지내는 어떤 이는 274권인가를 읽었다는데
나는 1월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읽은 책이 겨우 35권이라니..
물론 책의 양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한 달에 마지못해 한 권씩 읽은 꼴인 셈인데 양이고 질이고 따질 수 있어?)
무지하게 바빴다면 그건 인정할 만한 사유가 되지만
작년은 여유 시간이 아주 차고 넘쳤기에 어떻게든 포장을 해줄 수가 없다.
그래, 어쨌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두자.
후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으니까.
다시 1월이니 얼마나 좋은가. 시작하기에 딱 알맞은 달.
그런 의미에서 작년에 읽은 책을 정리해보니
내 맘대로 가장 좋은 책은 바로 옌렌커의 <연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