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의 수명은 쓰기 나름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10년을 주기로 교체해야 할 시점이 되기 마련이다.

올해로 결혼한 지 15년 째가 되다보니 결혼할 당시 혼수품으로 해왔던 웬만한 가전제품들은

자기 수명을 다 채우고 다른 것으로 교체된 지도 벌써 2,3년씩 되었다.

냉장고는 그중 가장 나중 바꾼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놈의 기억은 도무지 몇년, 몇월 이런 걸 못 외운다)

그 냉장고가 말썽이 나고 말았다. 바꿀 때 점원의 말대로 양쪽으로 여는 냉장고를 살까 하다가

웬지 좁아보이는 그 구조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냥 일반적인 냉장고를 샀는데

2박 3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보니 냉동실에는 북극에라도 온 듯 온통 성에가 잔뜩 이빨 벌리고 서 있고

냉장실에 있던 물과 김치, 반찬들이 몽땅 어는 지경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너무 무리하게 온도를 강으로 했나 싶어 살펴보았으나 점잖게 중과 강 사이에 맞춰져 있으니

이 귀신 곡할 노릇을 어찌 한단 말인가.

하여, A/S를 신청하고 기다리고 있는 참인데 시간이 안 맞아서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야 할 판이다.

차명계좌 사건으로 들락날락하는 삼성일가의 뻔뻔한 얼굴을 보면서 기분 안 좋다 했더니

냉장고까지 고장나고 난리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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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을 잘 안 보는 편이지만,

머리가 복잡할 때 보면 그럭저럭 히히덕거리며 웃을 수 있다길래 두어 번 봤다. '우리 결혼했어요'

개중에는 모르는 인물들도 더러 섞여 있지만 대부분 친숙한 얼굴인 데다가

설정 자체가 독특해서 흥미로웠는데 보면 볼수록 계약결혼이 자꾸만 떠올랐다.

결혼이라는 제도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도 그 제도에 일찌감치 묶여 사는 동안 깨달은 게 있다면,

사랑은 결코 영원하지도 않을 뿐더러 결혼 생활이 미치도록 행복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는 사랑의 유효기간이 3년이라고 하던데, 둘만의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대충 아이를 낳기 전까지가

그나마 닭살 행각을 벌일 수 있는 기간이다.

나머지는 정말 흔하디 흔한 그 말처럼 '지지고 볶으면서' 사는 것.

이런 지지고 볶는 일상은 쏙 뺀 채 일 주일에 하루 정도 연애하는 기분으로 만나

마음에 드는 인물과 함께 살아가는 시늉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언제라도 결혼하고 싶겠다.

마음에 안 들면 '우리 헤어졌어요' 하면 그만이니까.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지만 혹여라도 결혼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심어 줘서 

모든 결혼이 다 그런 식이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너무 가볍게 여겨 안 맞으면 헤어지면 된다는 생각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지는 않을지 살짝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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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그친 뒤라 그런지 공기가 상큼한데 마음은 그 공기의 파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속속 발표되는 선거 결과가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중이다.

한나라당은 어쨌든 과반 의석을 차지했고, 민주당과 진보신당, 민주노동당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꼭 됐으면 하고 바랐던 노회찬 씨가 탈락한 것을 보니 내가 다 미안해진다.

하지만, 어쨌든 엎질러진 물이고 다시 담을 수 없으니 바라는 것은 하나,

국민이 선택해준 의미가 무엇인지를 새겨서 독주는 하지 말라는 것.

기댈 데가 없으니 박근혜계를 믿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부디, 옳은 결정을 위해서 싸워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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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투표는 시작되었다.

심심할 만하면 들어오는 사람들.

잔뜩 위엄을 갖추고 공무원인 것을 자랑하려던 사람들은 맥이 빠질 정도다.

비는 계속 내리고 사람들은 잊을 만하면 한 명씩 들어와준다.

소설 <눈뜬 자들의 도시>의 도입부분이다.

비 소식이 있다 했다.

햇볕이 쨍쨍하면, 젊은이들은 한결같이 나들잇길에 나설 게 뻔한 이치라

한나라당이 우세할 거라는 예측들이 있다.

독주를 막아볼 심산에, 오늘 때아닌 선거 운동을 했다.

투표를 꼭 하라고. 놀러갈 때 가더라도 제발 한 표 찍고 가라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나 주권을 올바로 행사하라고

만나는 사람마다 외치고 나니 기운이 쪽 빠진다.

내일 이맘때 쯤, 결과가 나올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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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딸만 넷.

지금은 거의 기억도 나지 않는 옛 기억을 굳이 들춰내지 않아도

사진으로 버젓이 남아 있는 증거물에 의하면 내 머리카락은 늘 짧았다.

심지어 어떤 때는 사내아이의 그것처럼 바짝 잘라 여자아이라는 걸 알 수 있는 거라곤

입고 있는 치마 덕분일 경우가 더 많았다.

그에 반해 우리 언니는 항상 머리카락이 길어 양갈래로 땋거나 긴 머리 위로 멋진 모자를 쓰고 있기 일쑤였고,

내 밑에 바짝 줄을 선 동생도 나와 같은 처지여서 짧은 머리카락,

조금 멀찍이 떨어져 있는 막내동생은 언니와 똑같은 스타일의 머리카락을 갖고 있었다.

여자아이 네 명의 머리를 아침마다 빗겨서 학교에 보내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테지만 어쨌든

중간에 끼인 우리 둘은 항상 머리카락이 짧았고 그 때문에 나는 변변하게 핀 한 번 꼽아본 적이 없이

이 나이를 먹게 되었고 그 영향은 지금까지도 날 지배한다.

조금이라도 머리를 기를라치면 이 머리카락들을 어떻게 정리해줘야 될 지 몰라서 허둥대다가

그만 내 성질을 못 이겨 미용실로 달려가 이제 막 어깨를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머리카락들을

죄다 싹둑싹둑 잘라버리니 여간해서는 긴 머리카락을 갖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봄바람에 머리카락을 우아하게 휘날리며 걷고자 했던 바람은 결국 오늘 또 무너지고 말았으니

이런 사태의 원인제공자인 엄마한테 한 번 따져봐?

나도 어릴 때 머리카락을 좀 길러줬으면 좋잖아요.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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