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을 잘 안 보는 편이지만,
머리가 복잡할 때 보면 그럭저럭 히히덕거리며 웃을 수 있다길래 두어 번 봤다. '우리 결혼했어요'
개중에는 모르는 인물들도 더러 섞여 있지만 대부분 친숙한 얼굴인 데다가
설정 자체가 독특해서 흥미로웠는데 보면 볼수록 계약결혼이 자꾸만 떠올랐다.
결혼이라는 제도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도 그 제도에 일찌감치 묶여 사는 동안 깨달은 게 있다면,
사랑은 결코 영원하지도 않을 뿐더러 결혼 생활이 미치도록 행복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는 사랑의 유효기간이 3년이라고 하던데, 둘만의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대충 아이를 낳기 전까지가
그나마 닭살 행각을 벌일 수 있는 기간이다.
나머지는 정말 흔하디 흔한 그 말처럼 '지지고 볶으면서' 사는 것.
이런 지지고 볶는 일상은 쏙 뺀 채 일 주일에 하루 정도 연애하는 기분으로 만나
마음에 드는 인물과 함께 살아가는 시늉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언제라도 결혼하고 싶겠다.
마음에 안 들면 '우리 헤어졌어요' 하면 그만이니까.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지만 혹여라도 결혼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심어 줘서
모든 결혼이 다 그런 식이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너무 가볍게 여겨 안 맞으면 헤어지면 된다는 생각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지는 않을지 살짝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