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첫사랑을 만났다.

나이 들어 만나는 첫사랑이란 참..후후..

서로 흰 머리가 생겼고 아이들이 자라고 있고, 옛날 이야기를 웃으면서 할 수 있다는 게

어떤 면에서는 좋고 어떤 면에서는 서글펐다.

그는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을까?

만약 그와 결혼을 했다면 내 인생은 많이 달라졌을 테지.

가슴 설렘이나 아쉬움 따위의 감정이 아니라 같이 늙어간다는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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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는 길에 잠시 앉아 땀을 식히던 의자에서 바로 눈에 꽂히는 게 있었으니

바로 'KTX 타고 해병대 체험'이었다.

흠, 그거 괜찮겠다. 1박 2일인데다 특별히 다른 운송수단이 필요하지 않으니 한 번 시켜봐야지.

친절하게도 일정이 나와 있었는데 해병대 체험이라면 으레 들어 있어야 할 것들이 줄줄이 엮어 있다가

이틀째 일정에 아주 기가 막힌 게 나왔다.

눈에 확 뜨이게 노란색 글씨로 굵직하게 써 놓은,  이름하야 '이명박 대통령 생가 방문'이란다.

해병대 체험에 난데 없이 등장한 이 어이없는 일정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아직 역사 속 인물이 되지도 않았는데, 현직 대통령 생가 방문이 그렇게도 필요했더란 말인가.

손을 마구 비비느라 누구 손바닥이 발바닥이 되지나 않았을까.

씁쓸한 귀가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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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 마이애미.

한동안 즐겨보던 프로그램이다.

요샌 바빠서 챙겨보지 못하지만 언젠가 또 시간이 나면 달려들 것 같다.

호레이쇼 반장. 다른 사람을 쳐다볼 때 15도 정도 기울여서 보는 삐딱한 시선이랑

범인들이나 거물급 인사들을 대할 때 넘쳐나는 카리스마는 시쳇말로 짱이다.

우리나라 팬들이 '허리손'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고 하던데

맞다. 허리에 손을 올린 저 포즈도 가히 포토제닉상 감이다.

이 사람을 데려다 삼성 건도 수사하게 하고, 뒤가 구린 모든 인간들 수사를 맡기면

시원스레 해결해줄 것 같은데 출연료가 비싸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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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꽃신> 정휘창 글.

아이들과 수업을 하려고 다시 꺼내든 책.

<똘배가 보고 온 달나라>에는 멋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 강아지 똥' '똘배가 보고 온 달나라' '알 게 뭐야'도 좋아하는 이야기지만

오늘 이 '원숭이 꽃신'을 다시 읽으면서 오소리 영감과 닮은 많은 이들의 얼굴이 떠올라 충격이었다.

원숭이굴에 먹이가 풍부하다는 걸 아는 오소리는 원숭이에게 댓가 없이 선물로 꽃신을 내민다.

그 신을 낡을 무렵 다시 와서 또 한 켤레의 꽃신을 선물하고 그 신이 또 낡아질 무렵엔

원숭이가 꽃신 없이 다닐 수 없는 처지가 되고 결국 잣 다섯 개로 값을 치른다.

점점 가격은 높아지지만 발이 아파서 꽃신이 필요한 원숭이는 어쩔 수 없다.

자기 손으로 신을 삼아보려 하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

값을 치를 잣이 떨어지자 오소리는 선심 쓰는 것처럼,

모자라는 값은 자기네 집 청소를 하고 개울을 건널 땐 자신을 업으라고 한다.

 “내가 종이 되라는 것이군요.”

“천만에, 종이라는 말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는 남의 권리를 존중합니다. 서로 맡은 일을 다하는 것이지요.”

처음에는 싼 맛에 먹게 되는 수입 농산물들로 농사짓는 분들이 줄어들고

식량자급률이 그나마 더 떨어지게 되면 알지 못하는 새에 스르르 곡물 가격은 인상될 테고

발이 보드라워진 원숭이처럼 우린 꽃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무지하게 비싼 쌀이며 밀을 먹게 될 것이다.

어디, 먹는 것 뿐이랴..

이 책은 70년대에 처음 나온 책이니 벌써 30이나 흘렀건만 왜 세상 돌아가는 건 항상 똑같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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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박경리 선생님의 타계 소식을 듣고 하루종일 마음이 어두웠다.

<토지>는 돈이 없었던 어린 시절 한 권씩 사모으다가 중단했기 때문에 1부까지밖에 못 봤던 터에,

오늘 아침 김윤식 교수님이 한겨레에 기고하신 글 중에서

 '대하소설 <토지>를 읽어보셨소? 대한제국 원년(1879) 한가위에서 시작해

8.15 광복에 이르기까지 지리산 자락 평사리 최참판댁과 그 주변의 운명을 다룬 이 소설을 읽는 데는

아무리 날랜 독자라도 보름쯤 걸리지 않을까 싶소. 16권의 분량도 압도적이지만 각 권마다 고유하게 갖고 있는

역사적 무게와 이를 견디며 살아가는 인간의 숨소리가 일사천리로 읽을 수 없게

자주 훼방을 놓기 때문이오.."

 

마치 나에게 ' 외국문학에만 가치를 두는 이 어리석은 인생아!.'

이렇게 질타하시는 듯 들렸다.

위대한 작품을 곁에 두고도 먼 곳에서 찾아 헤매는 바보 같은 중생은 오늘 아침에야

토지를 신청했다.. 나도 보름간 미친 듯 읽을 예정이다.

계기가 어찌 됐든 이런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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