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꽃신> 정휘창 글.
아이들과 수업을 하려고 다시 꺼내든 책.
<똘배가 보고 온 달나라>에는 멋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 강아지 똥' '똘배가 보고 온 달나라' '알 게 뭐야'도 좋아하는 이야기지만
오늘 이 '원숭이 꽃신'을 다시 읽으면서 오소리 영감과 닮은 많은 이들의 얼굴이 떠올라 충격이었다.
원숭이굴에 먹이가 풍부하다는 걸 아는 오소리는 원숭이에게 댓가 없이 선물로 꽃신을 내민다.
그 신을 낡을 무렵 다시 와서 또 한 켤레의 꽃신을 선물하고 그 신이 또 낡아질 무렵엔
원숭이가 꽃신 없이 다닐 수 없는 처지가 되고 결국 잣 다섯 개로 값을 치른다.
점점 가격은 높아지지만 발이 아파서 꽃신이 필요한 원숭이는 어쩔 수 없다.
자기 손으로 신을 삼아보려 하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
값을 치를 잣이 떨어지자 오소리는 선심 쓰는 것처럼,
모자라는 값은 자기네 집 청소를 하고 개울을 건널 땐 자신을 업으라고 한다.
“내가 종이 되라는 것이군요.”
“천만에, 종이라는 말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는 남의 권리를 존중합니다. 서로 맡은 일을 다하는 것이지요.”
처음에는 싼 맛에 먹게 되는 수입 농산물들로 농사짓는 분들이 줄어들고
식량자급률이 그나마 더 떨어지게 되면 알지 못하는 새에 스르르 곡물 가격은 인상될 테고
발이 보드라워진 원숭이처럼 우린 꽃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무지하게 비싼 쌀이며 밀을 먹게 될 것이다.
어디, 먹는 것 뿐이랴..
이 책은 70년대에 처음 나온 책이니 벌써 30이나 흘렀건만 왜 세상 돌아가는 건 항상 똑같은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