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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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18년 4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역사적인 4월이지만, 개인적으로 지독하게 독서 슬럼프에 빠진 달이기도 하다. 4월 한 달 동안 읽은 책이 겨우 1권이다. 2~3권의 책을 접했지만, 끝까지 읽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두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 사놓은 책을 쳐다만 볼 뿐 나의 정신에 존재하는 이야기하는 자아는 계속 다른 핑계를 생산해 내고 있었다. 


그래도 4월이 가기 전에 한 권이라도 끝까지 읽자고 고른 책이 바로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이다. 독서 관련된 책은 끊임없이 나온다. 책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이런 책의 기획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비교적 가벼운 책이다. 일본에서 기획되는 책을 소재로 한 소설의 주요 배경인 동네 고서점이 나오고, 안경을 쓰고, 내성적이며 은둔자 역할을 수행하는 주인공이 나오고, 그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밝고, 쾌활한 여자친구가 나온다. 고서점에 혼자 남겨진 주인공에게 말하는 고양이가 나타나서 위험에 빠진 책을 구해달라고 하는데, 그 위기가 사실 현재 책과 관련된 4가지 생각할 만한 주제를 기반으로 연출된 배경이다. 

책을 많이 읽기 위해 한 번만 읽고, 읽은 책은 두 번 다시 꺼내지도 않고, 유리 진열장에 전시만 하는 사람이 있다. 역시 책을 많이 읽기 위해 속독법을 개발하고, 핵심 줄거리를 제외하고, 나머지 내용은 모두 잘라버리는 사람이 있다. 세상에 필요한 책이 아니고, 세상에 팔리는 책을 만들어 이익만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는 이유가 없어져서 사람들이 책을 안 찾는 현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책의 존재를 아예 부정하려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책을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지만, 결국 이 사람들도 책을 사랑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책의 생명을 연장시키려 하고 있다는 점을 그들에게 인식시켜서 위험에 빠진 책을 구해준다는 내용이다. 

나는 베스트셀러를 경계하고, 속독법을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읽은 책은 두 번 다시 안 읽는다는 점은 나도 똑같았다. 하지만, 다시 읽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고, 자꾸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책은 한 번만 읽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생각한다. 

출퇴근 시간이나 누군가를 기다릴 때 가볍게 읽어보면 좋을거 같는데, 추천하기는 어렵다. 


2018.04.28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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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책을 읽는가 -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독서를 위하여
샤를 단치 지음, 임명주 옮김 / 이루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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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독서에 관한 책을 이것저것 읽고 있다. 도서관에 가서 5권 정도 독서에 대한 책을 대여했는데, 여러 작가들이 생각하는 독서를 서로 비교해 보는 것이 나름 재미가 있다. 

도서관에 가서 찾으면, 생각보다 독서에 관한 책이 많다. 아마도 책을 읽고, 서평을 쓰다 보니 책으로 만들 정도로 쌓여서 책을 만들었을 수도 있고, 워낙 책과 독서를 좋아해서 관련된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경험과 사고의 토대로 한 권의 책을 썼을 수도 있다. 일반인들이 문학이나 자기계발, 특정 주제에 대한 전문적인 책을 쓰는 것보다 비교적 쓰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출판할 수 있는 종류의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나도 이런 종류의 책을 쓰고 싶지만, 아직까지 이 모양인 것을 보면, 어떤 내용이라도 한 권의 책을 쓰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에 동의한다.

이 책의 저자 샤를 단치는 프랑스에서 여러 상을 수상한 작가라고 한다. 솔직하게 프랑스 저자의 책을 읽어 본 적이 별로 없다. 가장 기억나는 책은 에밀 아자르(본명은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 이라는 책이다. 
샤를 단치가 이 책에서 시종일관 추천하는 책도 프랑스 소설인데, 바로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다. 정말 거짓말 안 하고, 책 전반에 걸쳐서 너무나 추천을 많이 하기 때문에 꼭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6권까지 출판되었는데, 아직 모두 출판하지 못했다고 한다. 어떤 소설이기에 6권으로도 부족할 것일까? 

샤를 단치는 책과 독서에 대해서 듣기 좋은 말만 나열하지 않았다. 독자나 저자를 질타할 때도 있고, 다소 추상적으로 책 그 자체의 존재를 따지기도 한다. 저자가 읽은 책에 관해 칭찬도 하고, 비판도 하는데, 그 책 중에 별로 아는 책이 없다. 나의 짧은 독서 이력과 좁은 시야 때문일 것이라 판단한다.

책이 질적으로 떨어지는 이유가 책의 존재 의미를 잘못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은 독자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저자를 위한 것도 아니다. 책은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책 자체로 존재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P.30)

독서의 폐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독서는 현실을 망각하게 하고, 책을 읽는 순간 실제의 삶과 유리된다고 한다. 책을 읽기 위해 고립되어야 하고, 고독해져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저자는 어려운 책이라고 독서를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기도 한다.

책을 읽는 것은 새 신발을 고르는 일과 같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신어봐야 가장 잘 어울리는 신발을 고를 수 있다. 이 책은 어려워서 내가 소화하기에 힘들 거야! 이런 말은 적절하지 않다. 세상에는 독자의 수준을 따라오지 못하는 책들도 아주 많다.(P.123)

내 꿈 중의 하나(꼭 꿈이 하나일 이유는 없다.)가 책을 출판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가 될지 모른다. 가능할지 알 수 없다. 이런 나에게 들려주는 다음의 문장이 가슴속에 새겨진다. 

유년기에 광적으로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은 필경 작가가 될 운명이다. 만일 그 꿈이 실현되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 위대한 독자가 작가의 꿈을 접은 것이다. 그는 결국 꿈을 잊어버리고 계속해서 독서광으로 남을 것이다. 그가 슬퍼하지만 않는다면 이 또한 아름다운 일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작가가 되지 못해 씁쓸해하는 위대한 독자들보다는 자신의 글이 읽히지 않아 슬퍼하는 고만고만한 작가들이 훨씬 많다.(P.217)

독서의 방법에 대해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작가가 마치 내 옆에서 다리를 꼬은 채 나를 쳐다보며 말하는 듯하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지성과 교양이 아주 높을 뿐 아니라 매우 해박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글을 쓸 때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참 난감하다. 그가 글을 쓸 줄 모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건 독서할 줄도 모른다는 얘기다. 그는 소설을 읽을 때는 테마를 보고, 시에서는 형태를 읽으며, 희곡에서는 대사를 읽는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과 피상적인 세계만 읽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표면적인 세계뿐 아니라 진짜 주제와 진짜 현실도 읽어야 한다. 인물의 정신도 읽어야 한다는 얘기다. 수사 뒤에 감추어진 소네트와 송가는 물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말과 그다지 믿을 수 없는 화자의 진술 등 그 문장을 구성하는 내적인 동기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안무만이 춤의 전부는 아닌 것이다.(P.219)

이 정도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노력해야 할까?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정말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온전히 그 안에 숨겨진 모든 것을 다 읽기 위한 처절함이 필요하겠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다.
하지만, 책을 읽는 우리 모두 이것만은 명심하자.

정보화된 미래는 권력자들에게 더 충실히 봉사할 것이고, 그럴수록 인류의 정신은 더욱 조그만 상자 안에 갇힌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필요한 더 많은 도서관들은 태블릿 PC속에 다 들어갈 것이고 스크린 위 아주 작은 아이콘 하나로 축소될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소멸하리라!

더 이상 책을 읽지 않으면, 인류는 자연으로 되돌아가 짐승들과 함께 살 것이다. 그리고, 미개하고 착하고 순한 독재자가 곳곳에 설치된 총천연색 화면들 속에서 미소를 지으리라. (P.261)

2018.03.17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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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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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북플을 통해서 이 책의 존재를 비로소 알았다. 나에게 낯선 나폴리를 배경으로 하는 이탈리아 문학을 처음 접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두 소녀의 성장 소설 정도로 치부했지만, 읽으면서 두 소녀의 내면세계, 그들을 둘러싼 환경 변화, 나폴리의 조그만 동네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갈등, 다툼, 반목 등이 어울려진 소설 속 이야기로 빠져들었다. 

매일 밤 나폴리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릴라와 레누를 찾아가서 그들의 감정과 이야기를 들으며 때로는 환호도 하고, 때로는 안타까워도 하고, 때로는 분노를 느꼈다.

문장이나 이야기 전개가 매끄럽고,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내 마음속으로 전달이 잘 되었고, 글을 읽는 것이 수월했다. 
레누와 릴라, 두 여자아이의 내면 심리를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한창 민감한 시기인 16살이 될 때까지 여자아이들의 심적 변화가 얼마나 많겠는가? 
가만히 있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녀가 뛰어나다는 생각을 품게 만드는 친구와 가장 가까운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로 인해 고통을 받는 한 여자아이의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여자아이는 친구와 경쟁하면서, 친구를 미워하고, 무시하고, 증오하다가도 친구를 다시 존경하고, 사랑하는 감정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자신의 능력을 탓하기도 하고, 자신의 환경을 탓하기도 하지만, 다시 도움을 받으러 찾아갈 수 있는 친구를 가진 것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어릴 적 살던 동네를 떠올렸다. 누구나 그런 시절을 기억할 것이다. 어른이 된 후 찾아가 보면 실제는 엄청 작지만, 어렸던 그 시절에는 엄청 커다란 세상으로 기억나는 동네가 있다. 그 동네에는 만두가게, 시계방, 약국, 안경 가게, 오락실, 서예학원, 중국집, 가구점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대형 마트가 없던 시절이니 필요한 것은 모두 그 동네 안에서 구해야 했다.
그리고, 동네를 벗어나지 않고, 성장하면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동네 사람들은 시계방 첫째 딸, 가구점 둘째 아들, 만두가게 첫째 아들 등으로 부르면서 한껏 친밀한 관계를 표현했다. 하지만, 경제적 논리, 업종별 차이로 인한 미묘한 경쟁 심리가 숨겨져 있기도 했다. 나에게 릴라같은 친구는 없었지만, 이 책에 나오는 돈 아킬레 가족, 솔라라 집안, 사라토레 집안 등과 비슷한 동네 이웃들이 있었다. 풍족하지 못한 유년시절을 보낸 나는 그들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질투하기도 하고, 나의 존재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힘들게 공부하며 노력도 했던 기억이 있다. 

나폴리 4부작 제1권인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2권을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녀들이 어떻게 변할지, 어떤 사건들이 그녀들의 운명에 영향을 끼칠지, 두 소녀의 우정이 어떤 위험을 맞이할지 궁금해서 빨리 2권을 구해서 그녀들를 만나기 위해 매일밤 나폴리로 여행을 가야 할거 같다. 

엘레나 페란테라는 가명을 쓰는 이 책의 저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밝혀진 바가 없다고 한다. 필요할 때 서면 인터뷰만 진행한다고 한다. 이 책 한 권만으로도 그녀가 뛰어난 작가임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8.03.10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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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부하는 이유 - 일본 메이지대 괴짜 교수의 인생을 바꾸는 평생 공부법
사이토 다카시 지음, 오근영 옮김 / 걷는나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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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읽었던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의 또 다른 책을 읽었다. 그는 메이지대학교 교수이면서 책, 강연, 세미나 등을 활발하게 하면서 자신의 지식을 전달하는데 노력하는 교수이다. 학문적인 지식보다는 저자의 생각이 주이다.  

공부하는 이유는 뭘까? 어렸을 때 항상 듣던 말은 나중에 잘 살기 위해서, 번듯한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 좋은 대학교를 가기 위해서 등이다. 부모님, 선생님, 주변에 있던 모든 어른들에게 들었던 말들이다. 
사이토 다카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평생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한다. 일, 직업과 관련된 공부뿐만이 아니고, 고전, 인문, 역사, 예술, 철학 등도 포함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공부들은 당장 도움이 될지 알 수가 없지만, 공부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고, 공부로 인생을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며, 분명한 것은 어느 방향으로든, 어떤 모습으로든 변화할 것이라고 한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만약, 당신이 가진 도구가 망치 하나뿐이라면 당신은 모든 문제를 못으로 보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한 분야에 집중된 공부가 아니고, 다양한 분야의 공부가 필요한 이유를 알려준다.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재미있게 조금씩 습관처럼 오래 해야지 효과가 있고, 억지로 하는 공부는 도움이 안 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오늘보다 성장한 내면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공부이어야 한다. 
책 제목이 <내가 공부하는 이유>이다. 즉, 각자 공부하는 이유는 다를 수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다른 것과 일맥상통한다. 스스로 공부의 방향성과 목표를 정하는것이 진짜 공부의 시작이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독서에 대한 중요성도 언급하면서 저자의 경험에 기초한 관계 지도 독서법을 알려준다.


1. 단 한 줄이라도 마음을 울리는 문장을 찾아보라.
2.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책과 만나라.
3. 책을 따라 넝쿨을 뻗어 나가라. 


요약하면, 나와 관계가 있는 부분, 흥미를 유발하는 부분부터 찾아 읽는 독서부터 시작해서 재미있었던 책을 바탕으로 그것과 연관되어 있는 책을 찾아 영역을 넓혀 가는 독서 방법을 말한다. 
서양 역사, 전쟁사에 관심이 많은 나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로 이어졌으며, <페르시아 전쟁>, <나폴레옹 전쟁>, <전격전의 전설>, <독소 전쟁사>, <제1차 세계대전사>, <The Second World War> 등의 책을 읽었다. 아직 한 번밖에 못 읽어서 향후 다시 읽어보며 머릿속으로 정리해 볼 생각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2명의 인물을 소개하고 있다. 평생 공부, 토론식 공부의 중요성을 보여주며 실천한 지성인인 공자와 소크라테스이다. 이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일화 한 가지씩을 소개한다. 
먼저, 공자의 제자 자로가 원래 타고난 능력이 뛰어난데, 굳이 배울 필요가 있느냐고 질문을 하는데, 이에 대한 공자의 대답이다. 


자로 : "대나무는 잡아 주지 않아도 저절로 반듯하게 자라며 그것을 잘라 쓰면 소가죽도 뚫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꼭 배워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공자 : "화살 한쪽에 깃을 꽂고, 다른 한쪽에 촉을 갈아 박는다면 박히는 깊이가 더 깊지 않겠는가?"

다음은 에로스에 대해 아카톤과 토론을 하며, 아카톤이 펼친 주장의 모순점을 찾아내는 질문을 하는 소크라테스의 일화이다. 


소크라테스 : "지금까지의 이야기에 따라 정리하면, 에로스는 우리는 갖고 있지 못한 것을 사랑하고, 갖고 있는 것은 사랑하지 않는다네. 이것이 필연이라고 생각되네만, 자네는 어떤가?"

아카톤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소크라테스 : "자네는 에로스는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사랑이다. 추한 것들에 대한 사랑은 있을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네. 앞서 우리가 나눈 이야기에 따르면 에로스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 않네. 에로스는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사랑하니까 말이야."

아카톤 : "그렇습니다."

소크라테스 : "그렇다면,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 않은 에로스를 아름다운 것이라고 찬양할 수 있을까?"

회사에서 많은 회의를 한다. 그런데, 회의할 때 상대방의 잘못된 점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나 자신을 볼 때가 많다. 상대방이 부하 직원이면, 부하 직원이 일을 잘 했는지 검사하려는 목적인 것이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같이 찾아가는 과정이므로, 내용에 대한 검증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결책을 추구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내가 맞고, 너가 틀리다를 밝히는 것은 토론의 목적이 아니다.

저자는 매일 일기를 쓰듯이 공부 일기를 쓰면 좋다고 한다. 공부 일기를 쓰면, 내가 공부하는 삷을 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작은 성과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매일 똑같아 보이는 일상이라도 내가 무슨 공부를 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즐거움이 생겨난다고 한다. 

이런 책을 접할 때 항상 드는 생각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이미 알고 있어도 끊임없이 생각을 하고, 노력해야 비로소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 읽은 책 한 권이 다시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2018.03.04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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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어나더커버 특별판, 양장)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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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책이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앤디 위어라는 사람이 쓴 '마션'이 바로 그 책이다. 나는 출장 가는 길에 인천공항에서 그 책을 사고, 3일 정도의 출장 기간 동안 비행기, 호텔에서 완독했다. 

그 책에는 거부감이 별로 없었던 유머스러움이 있었다. 화성에 혼자 남은 주인공에 대한 설정 등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역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당면한 과제를 풀기 위한 과학 지식의 활용이었다. 그동안 공부를 통해 배운 것을 진학하는 데 말고, 도대체 어디에 써먹냐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우리가 모르게 이런 지식들이 활용되고 있는데, 일상에서 우리가 필요한 무엇인가를 다른 누군가 해주지 못하는 환경에 놓일 때 비로소 이런 지식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만약, 전기가 없다면, 공기가 없다면, 먹을 것이 없다면, 불을 피울 수 없다면, 마실 물이 없다면, 대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생존을 위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마션'에 담겨 있었다. 물론, 생존에 많은 운도 필요했지만..

앤디 위어의 두 번째 책 아르테미스를 구입해서 읽었다. 사실 도서관에서 대여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보고 있었는데, 알라딘에서 어나더 커버 특별판, 양장본을 보는 순간 살 수밖에 없었다. 
간혹 독서보다 책 쇼핑에 꽂혀서 마치 홈쇼핑 하듯이 알라딘을 뒤적거리는 나 자신을 볼 때가 있다. 
어쩌면 내가 전자책을 안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표지 디자인, 줄간과 자간, 책 냄새, 종이 질, 종이 두께 등 책 쇼핑에 고려할 사항은 많다. 온라인 서점에서 많이 구매한다고 해도 오프라인 서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양장본, ARTEMIS 음각 처리, 달과 우주를 표현하는 전면과 후면 표지, 후면의 빨간 글시로 표현된 "달에 생긴 최초의 도시, 아르테미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문구들이 나에게 책을 사도록 속삭였다. 교보문고에서 책을 집어 들고, 뒤적거리면서 확신을 했고, 알라딘에서 결국 구매를 했다. 

소설을 읽을 때 주인공에 대한 감정 이입은 중요하다. 주인공의 언행, 사고방식, 성격 등이 책에 몰입하게 만든다. '마션'의 주인공 마크 와트니처럼 '아르테미스'의 주인공 재즈 바셔라는 똑똑하면서 활기차며, 위트와 유머스러움이 있고,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달이라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과학 지식을 기반으로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간다. '마션'에 비해 액션성이 강화되면서 좀 더 동적인 전개가 펼쳐진다. 후반으로 갈수록 빠른 스피드하게 전개되고, 그로 인해 책 읽는 속도도 빨라진다. 
'마션'에서 접했던 지식들이 '아르테미스'를 읽을 때 도움이 되는 것을 보니 그만큼 나의 과학 지식도 높아졌다는 착각에 빠진다. 내가 무슨 맥가이버이겠는가. 그 상황에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갑자기 맥가이버 드라마가 무척 보고 싶다. 

'마션'에서도 심각한 상황을 유머스럽게 표현하는 부분이 재미를 주었는데, '아르테미스'에서 이런 부분의 비중이 커졌지만, 재미는 줄어든 거 같다. 성 관련 유머 비중이 높아졌는데, 상황에 맞지 않는 위트가 나올 때마다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왠지 좀 더 유머스럽게 하고, 위트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강박감을 가졌는지 모르겠다.

'마션'에서 힘든 상황에 부딪혔을 때 나오는 반전적인 위트가 신선함을 주었는데, '아르테미스'에서 이런 느낌이 많이 줄었다. 어휘의 제약인지 표현의 미숙함인지 정확하게 이 느낌을 묘사하는 것이 나에게는 쉽지 않다.

스토리 측면에서 접근해 보면, 약간 진부한 모습도 보이고, 초반에 뭔가 음모와 계략이 숨어 있어 보이지만, 결국 그저 그런 결말에 도달한다. 스토리 반전이나 뜻밖의 놀라움이 없었다. '마션'과 달리 많은 주변 인물이 나오면서 그들과의 관계도 양념 같은 맛을 낼 뻔하다가 역시 그저 그런 내용으로 그친다.

화성에 혼자 남은 것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달 거주지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이 책의 플롯과 전개 방식을 이해하지만, '마션'에서 느꼈던 신선함과 재미가 줄어들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만약, '마션'을 읽어 보지 않았다면, '마션'을 먼저 읽어보라고 강력 추천한다.

그리고, '마션'을 재미있게 읽었고, 과학적인 지식으로 생존을 비롯한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는 과정이 유독 더 재미있었다면, '아르테미스'를 추천한다.

기압을 유지하는 중요성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더 재미있을지 모르겠다. 


2018.03.01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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