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용기 - 나를 깨고 나오는 용기에 대하여 말하다
자림 지음 / 마음의숲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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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았던 책이었는데, 읽다 보니 마음에 와닿는 내용과 구절이 많아서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읽은 책이다. 저자에 대해서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그녀(그인지도 모르지만.)의 생각에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다. 

이 책이 저자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저자 중의 한 명인 역사학자 유발하라리를 소개한 부분에서 반가움을 느꼈다. 좋아하는 책, 좋아하는 저자를 공유할 때는 왠지 모를 기쁨을 느낀다.


유발하라리가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아래 내용은 의미심장하다. 지식을 쌓을수록 세계는 더 빠르게 변하기에, 결국 세계에 대해 더 모르는 상태가 되는 '지식을 역설'을 설명했다고 한다.


어떤 것을 모르는 경우 그냥 모른다고 말하세요. 자신의 무지를 덮기 위해 구차한 설명을 시작하지 마라. 답은 없겠지만, 지금의 아이들에게 정보, 기술 교육보다는 정신적 균형과 유연성 훈련에 더 투자해야 한다.(p.103)

이 책의 저자는 이 내용을 좀 더 풀어서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에 질문해 가며 언제든 돌이킬 수 있는 유연성, 정보나 기술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을 균형감을 가지고 내 몸으로 살아갈 용기(p.104 ~ 105)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나 젊었을 때 너무 고민을 안 하고, 나에게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좋은 대학교, 학점, 졸업, 괜찮은 직장에 취직, 연예, 결혼, 집 장만, 자녀 등 그냥 정해진 루틴을 어떻게 더 좋게 해나갈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이런 삶이 실패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진정한 내가 선택한 삶이었는지 글쎄..

가장 끊기 힘든 것 중의 하나가 인터넷을 하는 것이다.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뉴스, 유튜브, 쇼핑, 커뮤니티를 전전할 뿐이다. 이런 사이트들은 한 번 오면, 빠져나가지 못하기 하기 위해 각종 콘텐츠 추천, 광고 등을 통해 끊임없이 우리를 묶는다. 기사나 커뮤니티 글을 보다가 덧글을 달거나, 새 글을 쓴 후에 다른 사람의 덧글을 계속 확인한다. 내가 찍은 멋진 사진이나 현재의 뿌듯한 마음을 널리 알리기 위해 여러 사이트에 게시한 후에 역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본다. 


잠시 시간을 내서 유튜브를 보려다가 2시간을 훌쩍 넘긴 적이 있었다. 꼬리를 이어지는 콘텐츠 추천 때문에 정신없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보았다. 그리고, 남은 것은? 밥 먹다가 대화의 주제가 떨어지면, 잠시 흥미 용도로 말을 걸 정도의 내용뿐이었다. 물론, 이것들도 잘 기억이 안난다. 저자도 비슷한 생각을 했나 보다.


혼자 있고 싶지만, 고립에 대한 두려움으로 여전히 접속의 세상을 서성이고, 댓글을 통해 다른 시선을 확인하며 안도하기도 한다. 이 선들에 연결되어 있는 한, 그 어디로 도망가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힘들다. 마음은 여전히 무리에 섞여있고, 무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무리의 생각을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p.133)

예전에 사이먼 시넥의 TED 강연을 보고,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는 골든 서클이라는 개념을 설명했는데, 어떤 일을 할 때 '왜-어떻게-무엇을', 이런 순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팟, 아이폰 등 혁신적인 제품을 만든 애플, 비행기를 최초로 개발한 라이트 형제, 최고의 연설을 한 마틴 루터 킹 등의 예로 들면서 '왜'부터 생각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려주었다. 
이 책의 저자는 '무엇'과 '어떻게'의 차이를 알고, 인생을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한다. 물론, '왜'까지 안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실상은 쉽지 않다. 


'무엇'은 정해진 숫자가 있고, 기준이 있어 내 자격이 심사 대상이 되지만, '어떻게'에 목표를 두면 자격 미달이라 여기며 괴로울 일은 없다.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되는 홀가분함으로, 홀가분한 마음을 '어떻게'에 쏟아가면서 살아볼 힘을 내보련다.(p.207)

골목에 두 대의 차가 있었다. 한 대는 앞 보닛만 열려있었고, 다른 한 대는 앞 보닛이 열려있는 것은 동일했지만, 앞 유리창이 조금 깨져 있었다. 일주일 뒤 앞 유리창이 조금 깨져 있던 자동차는 주요 부품이 도난당하고, 낙서와 파손으로 거의 폐차할 수준이 되었다고 한다. 이 실험은 1969년 스탠퍼드 대학 심리학 교수였던 필립 짐바르도가 했다. 그리고, 미국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Broken Window Theory)'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절도나 강도 같은 강력범죄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을 했다. 

요즘 언론의 작태를 보니 이 법칙을 활용하기 위해 애를 쓰는 거 같다.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그리고 한 개인의 범죄 행위를 가지고, 끊임없이 누군가를 흔집내려고 노력한다. 계속 반복되는 공격을 통해 유리창이 조금이라도 깨지면, 많은 사람들이 그 유리창을 아예 박살 내 버리게 만들려는 의도를 가진 불순한 행동이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팩트를 체크할 의지와 노력을 가지고 있다. 기레기로 표현되는 언론의 거짓된 현혹에 또다시 놀아나면 안 된다는 값비싼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설명하면서 '방치하지 않을 용기'로 인생에 대한 처신을 이야기한 것은 새로운 시각이며 접근인 거 같다. 에세이를 읽는 이유가 내가 생각하지 못한 측면에서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는 작가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는 재미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의지와 상관없이, 노력과 상관없이 내 삶의 모서리들이 깨지고 부서질 수는 있다. 다만, 그것을 방치하지 않는 것은 내 선택이다. 누군가가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누군가 함부로 망가뜨리지 않도록.(p.261)



2018.05.19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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