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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이 책은 나이가 들면서 한 번쯤 고민했을 주제에 대해 법정 스님이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해 결코 오버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바뀌는 것에 따라 순응하라는 것입니다. 체력은 떨어지고, 돈도 많이 벌지 못하니 그에 맞게 자신의 생각과 환경을 바꾸어야 하죠. 40대 중반에 읽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요즘 노년을 걱정하는 시기가 점차 빨라졌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할 때가 있습니다. 내 인생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왜 사느냐 질문을 던질 때가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법정 스님은 삶에 시비를 거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어떻게 하면 오늘도 행복하게 살까를 생각하는 것이 내 인생에 대한 책임과 권리를 지닌 주인으로 사는 것이라고 말이죠. 나는 그저 한 명의 호모 사피엔스입니다. 내가 무슨 거창한 운명과 이유를 가지고 태어날 리가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류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길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심각한 문제가 될 리는 없습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역사에 기록될 만한 인물이 되었을 뿐이죠. 물론, 히틀러처럼 인류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 인물로 기억되기도 하겠죠.
책을 읽으면서 제가 처한 상황에서 많은 생각을 합니다. 같이 일하던 부하 직원이 갑자기 본인이 원해서 다른 팀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많은 생각이 듭니다. 그 사람이 떠난 후도 걱정되지만, 나에 대한 질책도 하고, 번민도 합니다. 어찌 보면, 만남이 있듯이 이별이 있을 뿐입니다. 회사라는 테두리에서 평생을 같이 할 수는 없습니다.
법정 스님은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잡지 말라'고 말합니다. 주어진 인연을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입니다. 같은 팀에서 함께 일하는 인연은 여기까지인 것이죠. 다른 인연은 계속 이어갈 수 있습니다. 과거는 참회와 감사 기도로 털어버리라고 합니다. 마음속으로 이 두 가지 생각을 하는 연습을 합니다.
첫째, 만나는 동안 잘 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둘째, 나에게 있어서 좋은 인연이었고, 내 삷에 좋은 경험이었다.
인생을 살면서 다른 사람을 의식하면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은 뉴런의 화학적 결합으로 나오는 것이고, 객관적으로 3자의 시선으로 나의 감정을 쳐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서은국 교수가 <행복의 기원> 에서 언급한 것처럼 행복이라는 감정 또한 생존과 번식을 위해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일 뿐입니다. 유발 하라리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에서 마지막으로 언급한 명상의 중요성과 일맥 상통합니다. 이에 대해 법정 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혼했다, 결혼했다, 결혼을 못 했다, 시험에 떨어졌다, 시험에 붙었다, 그 어떤 일이든 그건 단지 그것일 뿐이에요. 그 일에 내가 슬픔과 기쁨, 초라함, 당당함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 뿐입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어리석은 생각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거예요. (P.32)
저는 그동안 한 번도 혼자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결혼 전에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고, 결혼 후에는 와이프, 얼마 안 지나서 딸아이와 함께 살았습니다. 그래서,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품고 있었습니다. 이런 저에게 기회가 찾아왔었습니다. 와이프와 딸아이가 어학연수를 2개월 가면서 혼자 지내게 되었습니다. 가족이 떠나기 전에 혼자 사는 멋진 모습도 그려보고, 계획도 세우고, 준비도 했습니다. 하지만, 1주일도 안되어서 제가 머릿속에 그렸던 모든 상상이 무너졌습니다. 실제 해보면, 생각한 것과 많이 다르다는 이 쉬운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법정 스님은 수행을 통해서 미련을 떨칠 수도 있지만, 실제로 해보고 미련을 떨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계속 고민해 보았자 정리를 안되고, 직접 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은퇴 후에 무엇을 할까 또는 회사를 그만둔다면, 다른 무슨 일을 할까 고민을 많이 합니다. 계속 고민하지 말고, 당장 은퇴하거나 회사를 그만두고 경험을 해봐야 할까요? 이건 어찌 보면 자신을 포함한 가족들에게 큰 결정일 수 있습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의식주는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새로운 선택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준비과정을 거쳐야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옆에서 구경하는 것 갖고는 제대로 알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로 해봐야 안다는 겁니다. (P.193)
커피 전문점을 하고 싶다면, 일단 커피 전문점에 취직해서 일을 해봐야 하고, 산에서 혼자 살고 싶다면, 주말마다 산에 가서 혼자 사는 것을 몇 년을 해보아야 합니다. 그래야지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인지 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주변에 사회생활 할 때 잘 나가다가 은퇴, 명예퇴직 등으로 인해 사회생활을 예전만큼 못하면 삶에 대한 방향을 잃어버린 채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안타까운 결말을 맺는 분들이 있습니다. 회사나 자신의 일이 정말 중요하지만, 다른 삶도 있는데, 미처 보지 못하고, 자책과 실망에 빠져서 삽니다. 제2의 인생을 살아도 됩니다. 하지만, 저 또한 그런 상황이 도래했을 때 어떻게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마음의 수양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또는 회사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열심히 살아온 사람일수록 법정 스님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합니다.
사회에서 직위는 임시적으로 주어진 하나의 역할일 뿐인데, 그 지위가 곧 자기라고 착각하다가 직위를 잃으면 공허감이 뒤따르게 됩니다. 본인이 어떤 위치에 올랐을 때 그 지위와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고 자기 조절을 잘 해야 나이 들어서도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새로운 일도 가볍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P.188)
얼마 전에 차기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이 부처님 태어나신 날 행사에서 합장을 혼자 안 하는 추태를 보였습니다. 개신교 신자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행사에 왜 참석했을까요? 맨 앞줄에서 합장조차 안 하면서 말이죠. 우리나라에는 많은 종교와 많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편협된 생각으로 이 나라를 이끌 수 있을까요? 누군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큰 것을 봐야지 사소한 것에 집착하면 안 된다고 말이죠. 하지만, 하나의 조그만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총 쏘는 법을 몰라서 개머리판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조준하는 사람이나 세계 정상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혼자 핸드백을 가지고 사진을 찍거나 오바마 대통령이 질문했는데, 딴 생각을 하느라 무슨 질문을 했는지도 기억 못 하는 사람이 과연 대통령의 자격이 있었을까요?
자신의 직위에 함몰되어서 자기 조절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할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자녀, 부모, 배우자와의 갈등, 자기 자신과의 갈등 등에 대해서 법정 스님은 우리에게 많은 조언을 합니다. 실천하는 것은 두 번째이고, 일단 좋은 글과 조언을 많이 읽고,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실천까지 하지 않을까요? 행여 실천을 못했더라도 다음에 다시 해볼 수 있습니다. 아는 만큼, 생각하는 만큼 세상이 보이는 법이니깐요.
2019.06.08 Ex. Libris. H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