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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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 작가님의 <모순>을 이제서야 읽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는 박경리 작가님, 양귀자 작가님, 황석영 작가님, 한강 작가님입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계시지만, 누군가 물어봤을 때 제가 바로 답할 수 있는 4명 입니다. 소설가는 아니지만, 한 명을 더 포함한다면 유시민 작가님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3가지 모순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가족, 사랑, 인생 입니다.  


가족은 서로 아껴주고, 지켜주는 혈연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를 아껴주지 않고, 지켜주지 않는 가족에게 나의 의무를 다해야 할까요? 상대방이 나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면 안되는데, 나를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으니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아닐까요? '서로'라는 말이 중요합니다. 한 명만 있으면 가족이 될 수 없죠. 최소 두 명의 관계가 성립되어야 가족이 탄생합니다. 그렇다면, 가족을 지키는 필수 요소는 '서로'라는 말이 주는 엄중함에 기반합니다. 이 엄중함이 무너지면, 더 이상 가족에 대한 나의 의무도 없어집니다. 

평생 동안 가족 때문에 힘들게 살아가는 소설 속 주인공의 어머니의 삶을 긍정적으로 표현했지만, 작가님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가장 가깝지만, 가장 힘들게 할 수 있는 관계, 힘들면서도 삶의 연장을 이어가게 하는 힘이 가족의 모순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에서 사랑한 후에 바뀌는 3가지를 말합니다.

첫째, 전화기 앞에서 자유롭지 않다.

둘째, 모든 유행가의 가사에 매료당한다. 

셋째, 모든 겨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 


책을 읽으면, 막연하게 알거나 느꼈던 것들을 작가님이 언어를 통해 명확하게 알려줍니다. 사랑에 빠지면, 붉은 신호등이 커집니다. 그래서, 일단 멈추어야 합니다. 냉정하게 들여다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채 바꿀 수 있을 만큼의 어마무시한 파괴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여주인공, 안진진의 가족은 술 마시고, 가정 폭력을 일삼은 아버지와 힘들게 가족을 위해 살아가는 어머니, 사고 치는 남동생입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쌍둥이 동생인 이모의 가족은 경제력으로 탄탄한 이모부와 해외 유학중인 두 자녀입니다. 어머니와 이모, 둘 다 중매로 결혼을 했는데, 누가 먼저 소개 받았으냐에 따라 인생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안진진은 시장에서 힘들게 양말 등을 팔면서 인생을 버티는 어머니와 경제적 어려움이 없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가진 이모를 보면서 자랐습니다. 


안진진은 2명의 남자와 만남을 가집니다. 현실주의자 나영규와 몽상주의자 김장우입니다. 나영규는 경제력도 있고, 성격도 좋지만, 매사에 계획적인 삶을 추구합니다. 김장우는 가난한 사진 작가이고, 형의 사업도 망해서 힘들게 살아가지만 감성적인 느낌을 갖추고 있습니다. 계획이 있으면 편하지만, 설레임이 없습니다. 반면에 감성에 치우치면 삶이 피폐해지지만 설레임이 있습니다. 안진진은 누구를 선택할까요?


후반부의 일련의 사건과 반전은 사뭇 놀라웠습니다. 가족의 모순, 사랑의 모순, 인생의 모순, 어찌 보면 모든 삶은 모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저에게 좋은 책이었습니다. 기억하고 싶은 작가님의 글을 몇 가지 남깁니다.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P. 127)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P. 188)




마지막 한 마디.

일 년쯤 전, 내가 한 말을 수정한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P. 296)




2026. 2.7 Ex. Libris HJK


어느 날 아침 문득, 정말이지 맹세코 아무런 계시나 암시도 없었는데, 불현듯,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나는 이렇게 부르짖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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