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홀릭 1 - 내가 제일 좋아하는것은 몬스터
에밀 페리스 지음, 최지원 옮김 / 사일런스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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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에 질린 여성의 눈동자와 새빨간 입술, 그리고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커다란 보름달까지. 푸른색 계열의 강렬한 일러스트레이션은 내 눈길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외국인들은 익숙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인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에밀 페리스의 #그래픽 노블이다. 8년 간의 작업 끝에 나올 수 있었다는 <몬스터 홀릭>을 받아 본 순간 감탄사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세심한 흔적이 보이는 독특한 그림체는 물론이고 이제껏 접한 적이 없는 독특한 스토리 진행 방식까지, 결코 편안한 그림이나 내용이 아니었는데도 순식간에 1권과 2권을 읽어내려갔다.

처음 <몬스터 홀릭>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땐, 이 그래픽 노블이 아이들을 위한 책인 줄 알았다. 해외 서점에서 우연히 <몬스터 홀릭>이 진열장에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여기서도 이 책이 전시되어 있는 위치는 아이들을 위한 코너였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사건 속으로 들어가서 주인공 캐런이 살해당한 위층 부인인 ‘앙카’의 사연을 추적해 나가고 캐런과 디즈 등이 학교 생활, 일상 생활에서 사람들에게 차별 받는 내용을 보면서단순히 아이들이 보는 책이 아님을 깨달았다. 몬스터 홀릭은 액자식 구성으로 전개되면서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차별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몬스터 홀릭>에서 주로 다루는 인물들은 모두 차별 받는 사람들이다. 우선 캐런의 가계도를 살펴보면 어머니는 토착 원주민의 피가 흐르고 아버지는 멕시코 이민자 출신이다. 백인들이 미국 땅에 정착하면서 원래 땅의 주인들이었던 원주민은 제한된 보호구역에서 살면서 제대로 된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되었으며, 어메리칸 드림을 쫓아 미국땅에 정착하기를 원했던 멕시코 이민자 또한 많은 차별을 받았다. 캐런과 디즈는 그들의 자녀이고, 미국 주류 사회에서 외면 받는 아이들의 상징이다. 캐런이 역추적해가는 아름다운 여성 ‘앙카’ 또한 인종 차별의 희생자이다.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이며 매춘부의 딸로 태어나 매춘부로 생을 마감한 여인이다. 경찰이 대충 무마한 이 사건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는 이는 바로 그녀처럼 소외된 계층에 속하는 ‘캐런’뿐이다.

책을 읽다 보면 생각이 많아지는 장면과 대사들이 많다. 험난한 세상에서 캐런이 몬스터에게 물려 괴물이 되기를 원한다는 대사도 그렇다. 기괴한 생각이지만 그녀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데, 바로 오빠와 엄마를 험난한 세상에서 지키기 위해서이다. 본인이 먼저 괴물이 된 후 엄마와 오빠를 물어서 똑같이 괴물로 만들면 가시같은 외부의 세계에서 가족들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어른들은 감옥 속에 갇혀 산다든가, 암울한 처지에 있으면서도 ‘어딘가에 켜져 있는 밝은 촛불’에 대해서 생각한다든가.

<몬스터 홀릭>을 통해 새로운 종류의 책을 접했고, 한국 사회 안에서는 낯선 소재이지만 사회에 만연한 ‘차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야를 넓혀주는 책이었다.

P.S 책에 부록으로 함께 온 노트도 멋지다. 페이지 아래에 #몬스터 홀릭의 캐릭터가 작게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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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고양이와 함께 배우는 양자물리학 말랑말랑 사이언스 1
빅반 지음, 남진희 옮김, 전국과학교사모임 감수 / 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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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미래세대를 이끌어가는 기술로 사람들은 4차산업을 손꼽는다. P2P를 통해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언제 어디서든 정보와 에너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기술이 현실화되면 4차산업이 완전히 실생활에 현실화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이런 4차산업이 완전하게 실현되기 위해서는 양자컴퓨터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수많은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처리하고 스스로 알고리즘을 만들어내며 발전하고, 기술을 통제할 수 있으며 우리가 sf에서 본 많은 것들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같은 가상게임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4차산업을 이끌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양자컴퓨터’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자물리’를 이해해야 한다. <좀비 고양이와 함께 배우는 양자물리>는 양자물리학에 대해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다와 막스는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이모네 집에 방문하게 된다. 거기서 이상한 괴짜 과학자 아저씨 ‘시그마’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이모의 못생기고 까만 고양이때문에 양자역학 실험에 실패하게 되었다고 한다. 집에 가둬놓고 온 고양이는 동시에 아저씨의 거실에 앉아 있는데 시그마 아저씨는 이 고양이가 죽었으며 동시에 살아있거나 좀비 고양이가 되었다고 한다. 이러면서 양자역학에 대한 쉽고 재미있는 강의가 시작된다. 못생긴 고양이의 이야기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다른 버전일 뿐이다. 양자 역학의 세계에서는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죽었으면서도 살아있을 수 있고, 못생긴 이모의 고양이는 죽었으며 동시에 살아있고 또는 좀비가 되었을 수도 있다. ‘좀비’라는 개념은 최근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괴물이야기 중 하나가 ‘좀비’이기 때문인 것 같다.


괴짜 과학자 아저씨는 아다와 막스의 눈높이에 맞춰 친절하게 ‘양자물리학’에 대해 설명해 준다. 양자역학 이론의 발달 과정을 편을 나누어 이야기하는가 하면, 양자 중첩, 양자 붕괴, 불확정성의 원리 등을 자세한 예시를 통해 풀어내며 마지막으로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론까지 설명한다. 저자가 ‘양자역학’이라는 어려운 개념을 최대한 쉽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 것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중간중간 ‘알고 있었니?’를 통해 양자역학과 관련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한다.

<좀비 고양이와 함께 배우는 양자물리학>을 읽으면서 아다와 막스에 이입하여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양자물리학’ 이론의 기초 부분을 습득할 수 있다. 재미있는 사례,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곳곳에 언급했으며 부분부분 과학계의 일화를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저번에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왜 호프와 그녀의 아버지가 양자통로를 열었을 때 앤트맨에게 정보가 전달되었는지, 호프의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서는 좌표를 알아야 하고 양자통로를 건너야하는지 더욱 깊이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최근엔 양자역학 이론을 이용한 공포소설이나 sf소설, 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다.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청소년들이, 그리고 어른들이 교양과학 서적으로 읽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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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역사 - 플라톤에서 만델라까지 만남은 어떻게 역사가 되었는가
헬게 헤세 지음, 마성일 외 옮김 / 북캠퍼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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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두 사람의 역사-역사는 한 사람이 만들지 않는다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라는 유명한 속담이 있다. 로마가 문화적 부흥을 이루고 강력한 국가가 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들어갔고 윗세대의 노력이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마찬가지로 위대한 업적들은 오롯이 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떤 사람도 자신만의 힘으로 업적을 내지 않았다. 앞선 자료가 있고 앞선 연구와 토대가 있었다. 그를 바탕으로 자신이 하고자 했던 것을 펼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역사>는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 받았던 유명인들을 묶어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두 사람의 역사>는 총 15쌍의 깊은 인연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이 15쌍은 모두 세기의 유명한 인물들이며 현대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다. 가장 첫 번째로 나오는 사람은 바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학문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큼 철학, 정치학, 윤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세웠다. 서양의 학문을 익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먼저 배우고 시작해야할 정도이다. 이런 인류의 스승과 같은 ‘아리스토텔레스’에게도 스승이 있었으니 바로 ‘플라톤’이다. 플라톤 역시 다재다능한 인물이었으며 엘리트 집단에 의한 철인정치를 주장했으며 현재까지도 필수교양도서로 읽히는 <국가론>의 저자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세운 학문적 업적은 그의 스승인 ‘플라톤’ 없이는 불가능했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그 둘을 묶어서 풀어내었다. 

그 외에도 이 책은 피에르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니콜로 마키아벨리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데이비드 흄과 애덤스미스 등 많은 영향을 주고 받은 두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연인 관계를 유지했던 사람도 있으며 사제관계, 친우였던 이들도 있다. 공통점으로는 다른 한 명이 없었다면 이런 결과물을 낼 수 없었던 또 다른 한 사람(또는 서로 쌍방향적인 관계였던)에 대한 이야기이다. 빈센트 반 고흐와 그의 친구였던, 최소한 반 고흐는 친한 친구라고 여겼던 폴 고갱의 이야기, 존 레논이 자신의 음악에 대해 큰 공헌을 한 사람이라고 꼽았던 오노 요코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의 사연이 나와 있어 개인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유명인들의 업적을 알 수 있는 훌륭한 교양서적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사람은 홀로 설 수 없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긍정적인 쪽으로든 부정적인 쪽으로든,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이기에 다른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다. 이는 우리처럼 범인이든 이 책에 나오는 이들처럼 역사적 인물이든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사람이 만든 역사가 아니라 두 사람이, 또 수많은 연결고리가 만나 지금의 세상을 이루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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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를 타고 떠난 키다리 아저씨가 짱구를 만나서 해준 말이 나에게는 기쁨이었다
조헌주 지음 / 북오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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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은하철도를 타고 떠난 키다리 아저씨가 짱구를 만나서 해준 말이 나에게는 기쁨이었다-애니메이션 명언들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 애니메이션 등에 빠져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이런 것들을 수집하고 가지고 노는 사람들을 '키덜트'라고 한다. 예전엔 키덜트들이 드문 존재였다면 최근에는 인형, 로보트, 카드, 만화책, 게임 등을 수집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것들을 보면서 어릴 때의 소중한 추억을 회상하기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은하철도를 타고 떠난 키다리 아저씨가 짱구를 만나서 해준 말이 나에게는 기쁨이었다>라는 긴 제목의 책은 우리가 어릴 때 봤던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이야기들을 다시 생각해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 책이다. 혹자는 다 커서 무슨 '애니메이션'이냐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어린 시절만큼 순수하고 행복했던 때가 또 있을까? 또한 애니메이션은 무럭무럭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의 시각에 맞춰서 맞든 만큼, 순수하고 긍정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대사들이 많다. 바쁜 삶에 찌들어있을 때, 어릴 때 봤던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다가 '저런 좋은 말이 있었지'라고 새삼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저자는 어릴 때 <플랜더스의 개>, <달려라 하니> 등을 보고 <키다리 아저씨>, <톰 소여의 모험> 등을 읽으면서 자랐다고 한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조카가 보던 <짱구는 못 말려>를 함께 보면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짱구에 나오는 대사를 보고 무심코 스쳐지나갔던 것들이 다시 보였다고 한다. 마음에 와 닿는 대사들, 힘든 나에게 필요한 이야기들 등이 어릴 때 봤던 애니메이션에 가득하다는 것을 깨달은 듯하다. 이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은하철도를 타고 떠난 키다리 아저씨가 짱구를 만나서 해준 말이 나에게는 기쁨이었다>라는 책을 쓰게 된 것이라 추측한다.


꿈은 도망가지 않아. 언제나 도망가는 것은 자신이야


-짱구는 못 말려 중에서-

 



 


 <은하철도를 타고 떠난 키다리 아저씨가 짱구를 만나서 해준 말이 나에게는 기쁨이었다>는 정말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예쁜 책이다. 삽화도 예쁘고 말도 예쁜 책. 상사에게 한 소리 들었을 때, 예끼치 않은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나 외에 모든 이들이 낯설게 느껴질 때 등 인생이 오늘따라 고달프다고 생각될 때 읽으면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어린 시절에 봤던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이 모두 뛰쳐나와 내 등을 토닥토닥거리며 위로해주는 것 같다. 힘든 일이 찾아오면 키다리아저씨의 말을 떠올리고, 내 외모나 내가 가진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은하처도999>의 주인공 철이가 자신의 몸을 빼앗으면서 하는 말을 떠올리면 된다.


난 숏다리에 얼굴도 못생겼지만 내 몸이 좋아. 어서 내 몸을 돌려줘.

내 몸엔 엄마, 아빠의 피가 흐르고 있단 말야.

그리고 내 몸에는 나의 경험과 추억들이 들어 있어.

난 이런 내 몸이 좋아! 어서 내 몸을 내놔!


-은하철도 999 중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비해 나의 능력이 너무 모자라게 느껴질 때, 두려움이 앞설 때는 피구왕 통키가 알아낸 '불꽃 슛'의 비법을 생각한다. 훈련과 노력을 무수히 한 끝에 알아낸 비법은 '공 안에 담긴 힘을 살렸을 때 손끝에서 불꽃이 뻗쳐나오는 것'으로 노력하지 않은 자는 영원히 깨달을 수 없는 것이다.


문득 삶이 힘들게만 느껴진다면,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싶다면 <은하철도를 타고 떠난 키다리 아저씨가 짱구를 만나서 해준 말이 나에게는 기쁨이었다>를 읽으면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축적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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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로 버지니아 울프 전집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희진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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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버지니어 울프의 등대로-선구적 페미니스트의 소설


 


한국에서도 페미니스트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버지니어 울프'의 소설과 에세이를 찾기 시작했다. 버지니어 울프는 19세기 후반의 여성 소설가로 뛰어난 작품을 쓴 선구적 페미니스트로 꼽힌다. 남성 작가들이 주도하던 문학계에서 자기만의 기법으로 내적으로 파고드는 작품을 썼다. 소설 <등대로>와 함께 <자기만의 방>은 페미니스트 에세이로 잘 알려져 있다.


<등대로>의 첫 부분에서 램지 부인과 램지 씨의 사고 방식은 대화를 통해 단적으로 나타난다.


그럼, 물론이지, 내일 날씨만 좋으면 말이야


-등대로, 램지 부인의 말 중에서-

 

하지만, 내일 날씨는 좋지 않을걸.

-등대로, 램지 씨의 말 중에서-

 

램지 부인은 아들에게 희망적이고 밝은 미래의 전망을 말해주는 반면, 램지 씨는 그녀의 말에 반박하면서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한다. 램지 부인은 '등대행'이 확정된 것처럼, 커다란 기쁨을 주는 반면 램지 씨는 자식들의 마음 속에 절망을 심는다. 편협하고 비관적인 사고로 비꼬듯이 말하는 그의 화법은 자식들에게 강렬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킨다. 램지 씨는 항상 자신이 옳은 말만 한다고 생각하며, 아내를 비웃고 자식들에게는 가차없는 평가를 내린다. 전형적인 가부장인 램지 씨와 낙관적인 램지 부인이 가정을 이끌어나가고 삶을 대하는 방식이고 현대 한국의 가정에서도 수없이 일어나는 일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전적인 소설인 <등대로>에는 대표적인 인물이 세 명 등장한다. 앞서 말했던 램지 부인과 램지 씨, 그리고 화가이자 주인공인 '릴리'까지. 램지 부인은 가부장적인 세계가 당연한 세대의 여성이며, 램지 씨는 가부장적인 사고에 도전하는 것을 견딜 수 없는 남자이다. 릴리는 램지 부인의 다음 세대이며, 가부장적인 가정의 불합리함을 깨닫고 거부감을 갖고 있는 여성이다. 그녀를 생각해주고자 하는 주변인의 권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독신을 고수한다. 이 구도는 어딘가 익숙하며 공감이 간다. 릴리는 마지막까지 결혼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는데, 아마 결혼이라는 것이 여자가 스스로 자아를 찾는 삶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그렇게 설정한 듯 하다. 만약 릴리 또한 결혼을 했다면 이 소설은 그냥 가정 소설이나 로맨스 소설이 되었을 것이다.


램지 씨가 가부장 제도를 옹호하는 전형적인 남성이라고 해서, 램지 부인이 그에 순응하는 여인이라고 해서 작가는 그들을 마냥 비난하지 않는다. 램지 부인이 남편을 포함하여 사람들을 포용하는 마음, 램지 씨가 살아가는 세계 등을 바라보면서 릴리는 여성과 남성 각자의 삶을 이해하고자 한다. 이전에 읽었던 페미니스트 소설 <그레이스>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다른 관점으로 표현된 작품이었다. 한 쪽의 입장에 서서 비판하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두 세계를 모두 포용하고 함께 보완해 나가면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한 문장씩 곱씹어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잔잔하고도 격렬한 페미니스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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