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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이야기 - 천년의 시간 속으로 떠나는 스토리 여행, 개정판
RuExp 프라하 팀 지음 / 지혜정원 / 2019년 1월
평점 :
[리뷰]천년의 시간 속으로 떠나는 스토리 여행-프라하 이야기
최근 유럽으로 3번째 여행을 하고 왔습니다. 이번에는 영국부터 시작하여 스트라스부르, 스위스를 거쳐 프랑스 파리로 오는 일정이었습니다. 파리와 영국의 런던이 여행지에 끼어 있어서 세계 3대 박물관 중 2 곳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루브르와 대영박물관입니다. 그리고 전에는 요일을 잘못 맞춰 들어가지 못했던 베르사유 궁전 내부를 보고 왔습니다. 여행을 하면 할 수록 느끼는 것은 그 나라의 역사, 문화에 대한 배경지식에 따라 보고 느낄 수 있는 경계선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많이 알 수록 많이 보인다."는 여행에서도 통용되었습니다. 루이 14세의 일생과 업적을 알고 화려한 파티가 가득했던 베르사유 궁정을 보는 것과, 그냥 베르사유의 멋진 외관에 감탄하고 나오는 것은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파리, 런던 못지 않게 사람들에게 각광받는 관광지이자 언젠가 꼭 가 보고 싶은 도시인 '프라하'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몇 년 후가 될 지는 모르지만 제 여행 목록에 있는 프라하를 <프라하 이야기>로 먼저 떠나보기로 했습니다.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말입니다. 프라하 맛집과 유명 관광지를 소개하는 책은 매 년마다 새로운 소식으로 바뀌겠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프라하의 이야기는 제가 몇 년 후에 여행을 갈 때에도 유용할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한때 중부 유럽의 최대 도시이자 신성로마 제국의 수도이자 후스 전쟁의 중심지였던, 그리고 이후에는 나치 치하에서 웅크리며 살아야 했던 곳 프라하 속으로, 이 책과 함께 순식간에 빠져들었습니다.
<프라하 이야기>는 체코의 고대사와 큼직한 역사적 사건과 함께 시작합니다. 훈족에 밀린 게르만족의 뒤를 따르던 슬라브족이 먼저 정착하였고 현지에 있던 다른 민족들과 함께 융화되었습니다. 모라비아 지역에 살던 부족은 빠르게 발전하여 초기 국가의 형태를 지켰고, 모라비아 공국은 영토를 확장하여 대공국으로 지위를 누리다가 후계자 다툼으로 무너졌습니다. 이런 고대 역사를 통해 체코에 어떤 민족들이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으며 이들이 20세기에 겪은 정치적 갈등은 무엇이었는지, 현재의 체코 공화국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간단히 익힐 수 있었습니다.
<프라하 이야기>는 공화국 광장, 구시가지 광장 주면, 구시가지, 신시가지 등 구역으로 나뉘고 각각의 구역에서 유명한 명소에 얽힌 이야기를 다룹니다. 예를 들면 프라하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인 '오베츠니 둠'이 있던 자리에는 오랜 역사가 있습니다. 처음엔 왕의 주거궁 역할을 하던 왕의 정원이 있었고 이후 블라디슬라프 왕이 프라하 성으로 거처를 옮긴 이후엔 신학대학으로, 오스트리아가 다시 병영으로도 사용했습니다. 19세기 중반에는 도시 미관을 해치는 건축물로 선정되어 모두 철거되고 1905년 마침내 오베츠니 둠이 세워졌다고 합니다. 민족문화 부흥 운동의 일활으로 세워졌기 때문에 발코니 위쪽에는 '프라하의 신격화'라는 제목의 모자이크가 있고 양쪽의 조각상은 각각 '나라의 수치'와 '나라의 부활'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고 합니다. 오베츠니 둠 2층과 연결된 화약탑, 프라하 곳곳에서 보이는 문양들의 의미, 체코국립은행과 히베르니아 극장 등에 얽힌 이야기들도 나와 있습니다.
아무 준비 없이 여행을 하면 처음엔 우리나라와는 다른 양식의 건축물에 감탄하곤 하지만 곧 익숙해져 별다른 감흥이 없기도 합니다. 그 곳이 깊숙하게 품고 있는 이야기를 모른다면 아무리 다른 사람이 예찬하는 곳이라 하더라도 그 건물이 그 건물처럼, 이 유적이나 저 유적이나 별다를 게 없는 것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또한 여행을 하면서는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막상 여행지에 대한 지식을 쌓을 시간이 없습니다. <프라하 이야기>를 통해 프라하가 품고 있는 오랜 이야기를 마음껏 감상하고 프라하로 떠난다면, 눈 앞에 전혀 다른 여행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