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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 - 사과와 장미부터 크리스마스트리까지 인류와 역사를 함께 만든 식물 이야기
사이먼 반즈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2월
평점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숲 속에 가서 나무와 흙이 내뿜는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마음 속 근심이 전부 사라진다.
머리는 맑아지고 눈과 귀는 편안해진다. 새들이 지저귀고 나뭇잎이 바람 결에 흔들리는 소리가 음악보다 감미롭다.
이런 기분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그렇게 '산'을 오르나 보다.
그러나 내가 원할 때마다 항상 자연 속에 파묻힐 수는 없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숲에 갈 수 없을 때는 책이나 사진으로 대리만족을 한다. 진짜 숲보다는 못하지만 아름다운 풍경 사진이나 식물 세밀화를 보면 상상의 도움을 받아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는 나처럼 숲을 사랑하는 사람, 식물을 보면서 위안을 얻는 사람, 보테니컬 아트 등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이 '보자마자 소장각'이라고 느낄 법한 책이다. 우선 책 표지부터 너무 예쁘다. 중세 그림 또는 보테니컬 아트 느낌으로 우표처럼 나와 있는 어여쁜 식물화들!
'사과와 장미부터 크리스마스트리까지 인류와 역사를 함께 만든 식물 이야기'라는 부제도 마음에 쏙 와 닿았다. 식물을 떠나서 살 수 있는 동물은 없는 법, 인간도 거기서 예외는 아니다. 인류는 식물들에게 수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생존해왔다. 과거와 현재 뿐 아니라, 앞으로도 식물에게 많은 빚을 지며 살아갈 것이다.
<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는 무려 600페이지가 넘는 책으로 보기만 해도 든든한 두께를 자랑한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이 묵직한 페이지 속에 내가 좋아하는 식물들에 대한 정보와 그림이 한가득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어찌나 행복하던지. 식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얼른얼른 와서 이 책 구경 좀 하라고 하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책을 슬쩍 넘겨보면서 군데군데 보이는 그림만 해도 퀄리티가 장난이 아니었다. 세밀화는 물론이고 식물과 관련된 온갖 명화까지, 거기에 진짜 식물 사진도 종종 나와 있다.
저자 '사이먼 반즈'는 「더 타임스」의 수석 기자였으며 자연과 동식물에 관한 저작을 다수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한다. <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는 자연 세계와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감수성을 제안하는 책이라고 한다. 이번 책을 보고 반해서 그가 쓴 다른 책들도 함께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는 땅이 하늘을 우러러 쓰는 시,
우리는 나무를 쓰러뜨려 종이로 만들어
우리의 공허함을 기록한다.
-칼릴 지브란-
<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에서는 교살무화과나무로 싲가하여 밀, 장미, 완두, 버드나무, 풀, 기나나무, 해바라기, 데이지, 효모, 난초, 벼 등 100가지 식물에 대해서 다룬다. 이 여러 식물들이 인류의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우리는 어떤 도움을 받아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등에 대해 배울 수 있다.
가장 먼저 나오는 식물은 교살무화과나무, 아프리카 대초원의 온갖 나무 그늘 가운데 최고라고 한다. 무더운 날 이 나무 그늘 밑을 걸으면 마치 성당에 들어간 것처럼 육체와 정신이 금방 생기를 되찾고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고 한다. 이 나무가 다 커서 뻗어난 나뭇가지들이 드리우는 그늘의 반지름은 무려 20미터, 이 아래서 수십 명이 쉴 수 있으며 동시에 무화과 열매까지 먹을 수 있다.
역사 속에서 무화과 나무가 등장하는 여러 이야기를 찾을 수 있으며 케냐 키쿠유족의 기원과 관련된 신화에도 등장한다. 죽은 조상들의 영혼이 깃든 나무이며 임신과 순조로운 출산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또한 탐험가이자 생물학자였던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는 동남아시아에서 발견한 무화과 나무의 생존 투쟁을 연구하며 생물이 진화해 온 원리를 이해했다. 이를 찰스 다윈에게 전해 그의 '진화론'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많은 나라의 주식인 '밀'은 예전부터 인간의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었으며 다양한 그림에 등장한다. 밀을 수확하는 그림, 밀과 효모로 빵을 만드는 모습 등이 친숙하게 느껴진다. 빵은 역사서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농업이 발달하여 밀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충분히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외에도 화려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여러 명화와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장미, 유전 법칙의 발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완두, 인간에게 여러 도움을 준 이로운 나무 버드나무, 어디에나 있는 풀 등 <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에는 식물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어디를 펼쳐도 초록빛 식물들의 이야기와 예쁜 식물 그림들을 볼 수 있다. <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는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극찬할 수 밖에 없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