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기념 캐드펠 수사 시리즈 개정판 3권 <수도사의 두건>, 엘리스 피터스

수도사의 두건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화로웠던 슈루즈베리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 2권에서 모드 황후의 지지자들과 스티븐 왕 사이의 내전으로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캐드펠 수사가 머무는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캐드펠 수사의 현명한 대처로 적당한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되었다. 3권에서 캐드펠 수사는 평온한 마음으로 수도회 평의회에 참석하고, 슈루즈베리는 내란의 상처를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해리버트 수도원장은 가을을 맞아 어딘가 불안하고 슬픈 표정이었지만 로버트 페넌트 부수도원장은 열망해 마지않는 고위 성직자의 자리를 염두에 두고 거기에 알맞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젊은 수사 한 명이 회랑에서 기도를 필사하며 저속한 의미를 담은 노래를 부른 것이 문제되어 회의에 안건으로 올랐다. 사라센인들에게 붙잡힌 그리스도교 순례자가 연인이 헤어지면서 건네준 속옷을 가슴에 부여안고 스스로를 달래는 곡으로, 평생을 수도원에서 살아온 수사들은 경악할 내용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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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스티븐 왕의 왕권을 인정하고 왕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추기경이 교회 개혁을 위해 종교회의를 런던에서 개최하기로 한다. 수도원장 또한 회의에 참석하라는 부름을 받았고, 2권에서 스티븐 왕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했던 수도원장은 교황사절 회의에서 재임명을 결정하기 전까지 수도원장직이 정지되었다고 말한다. 수도원장의 표정이 좋지 않았던 이유였으며 수도원에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수도원장이 처리해야 하는 결정을 모두 보류해야 하는 상황에서 매슈 수사는 보넬 부부가 장원을 양도하고 그 대가로 수도원 내에 거주지를 마련해주기로 했던 일을 언급한다. 보넬 부부가 하루 빨리 수도원으로 이사를 오고 싶어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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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장의 정직 사건으로 로버트 부수도원장이 수도원의 일을 총괄하게 되었고, 수도원에도 실용성의 바람이 조금씩 불게 되었다. 여러 모로 수도원은 뒤숭숭한 분위기가 되었다. 캐드펠 수사는 이런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이 맡은 허브밭과 농작물을 성실하게 돌본다. 캐드펠을 돕는 조수는 열여덟 살이 채 안 된 수련사 마크로, 고아가 되어 고약한 백부 밑에서 자라다가 수도원으로 쫓기듯 보내진 소년이었다.

어느 날 에드먼드 수사가 찾아와 리스 형제가 어깨와 허리 통증으로 몹시 고생한다고 말한다. 저번에 캐드펠 수사가 준 기름이 효과가 있었다고 말한다. 캐드펠은 엄청 조심스러운 손길로 유리병에 끈적한 기름을 따른 후, 외상에는 잘 듣지만 체내에 흡입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고 신신당부한다. 그 액체는 바로 "수도사의 두건"이라고도 불리는 투구꽃의 덩이뿌리를 겨자기름과 아마기름에 섞은 것이었다. 독성이 강해 조금만 삼켜도 목숨이 위태롭지만, 관절염에는 아주 효과가 좋은 약으로 반드시 조심해 주라고 말한다.

에드먼드 수사와 캐드펠 수사가 이야기하고 있는 도중 찾아온 낯선 청년이 있었으니, 바로 보넬 부인의 심부름으로 온 앨프릭이었다. 요리에 쓸 허브를 얻기 위해 찾아온 청년은 이 날 바로 보넬 부부가 수도원으로 이사를 했다고 알려준다. 청년은 투구꽃 기름이 담긴 유리병을 보고 겁에 질린 듯, 캐드펠 수사에게 그것이 강력한 독인지 묻는다. 캐드펠이 보기에 이 청년은 자기 신분으로 감당할 수 없는 고민거리 여러 가지를 안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녀에 대해서 말할 때는 분명한 시기심을 느꼈지만 캐드펠 수사는 이제 막 수도원에 도착한 사람들에게 어떤 행동을 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한다.

한편 리스 수사를 살펴보러 간 곳에는 리스 수사의 친척이라는 젊은 청년이 기름을 이용하여 열심히 마사지를 하고 있었다. 목수 일을 한다는 청년은 환부를 마사지하는 데에도 솜씨가 좋다. 어머니가 11년 전에 돌아가셨다는 이 젊은이에게 캐드펠 수사는 호기심을 느꼈지만 금방 마음을 접는다.

다시 앨프릭은 허브를 얻으러 찾아오고 보넬 부부가 재산을 수도원에 기부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서 언급한다. 바로 부부의 자식이 영주의 친 자식이 아니라 여주인이 첫 번째 결혼에서 얻은 자식이었고, 영주는 그 자식이 자신의 뜻에 따르길 바랐지만 그러지 않아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던 와중 독살당한 영주, 그리고 독극물은 바로 캐드펠 수사가 만든 기름이었다.

잠잠한 듯, 평화로운 듯 하지만 바람 잘 날 없는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 도대체 이번엔 누가 캐드펠 수사의 독약을 이용하여 영주를 죽인 것일까? 얽히고설킨 영주의 가족사와 함께 과거의 인연이 찾아온다.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 두 번째> 오스카 와일드 외 지음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 두 번째 ㅣ 패닉룸
H. P. 러브크래프트 외 지음, 정진영 옮김 / 책세상 / 2024년 7월

무더운 여름을 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게 하는 무서운 이야기를 읽는 것이다.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는 유명 작가들이 쓴 공포소설을 모아놓은 책이다. 첫 번째 책에는 <드라큘라>로 유명한 브램 스토커, 기 드 모파상 등의 작가들이 쓴 소설이 실렸다면 두 번재 책에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으로 알려진 오스카 와일드, 에드거 앨런 포, 아서 코난 도일 등의 유명작가가 쓴 기묘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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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교과서, 세계 명작, 필독 도서 목록 등에 나오는 대작가들이 이런 기묘한 이야기를 썼다니, 신기한 기분으로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에 실린 이야기는 예전에 쓰인 소설인데 지금 읽어도 흥미로웠다. 마치 고전 특집 공포 소설로 돌아간 느낌? 거기다 이야기마다 작가의 성향과 특징이 뚜렷하여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다. 여기 실린 대작가들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대체로 다른 소설이기 때문에,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을 읽으면 그 소설을 쓴 작가가 이런 느낌의 이야기도 썼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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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에 실린 모든 소설이 다 재미있고 각자의 매력이 있었지만, 내 취향에 딱 들어맞는 소설은 바로 오스카 와일드의 <캔터빌의 유령>이었다. 오스카 와일드는 예전 기준으로도 지금 기준으로도 상당히 제멋대로의 인생을 살았으며 냉소적인 말도 많이 남겼다. <캔터빌의 유령>에도 오스카 와일드의 성격이 곳곳에서 드러나는데, 상당히 유쾌하게 다가온다.

<캔터빌의 유령>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미국인 목사 히람 B. 오티스와 그의 가족들이다. 캔터빌 저택에는 오랫동안 유령이 살았으며 캔터빌 영주 가족들은 그 유령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함께 생활했다. 캔터빌의 영주는 미국인 목사 오티스에게 집을 판매하면서 걱정 어린 조언을 하지만, 오티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유령이 있다면 재미있는 볼거리가 생기는 것이라며 가족 주치의와 나이 든 가정부까지 함께 인수한다.

유령은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여러 방법으로 오티스의 가족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려고 하지만, 이런 오티스 목사의 가족들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오티스 부인이 난롯가 가까운 바닥에서 검붉은 얼룩을 발견하자 가정부가 핏자국이라고 설명하지만, 오티스는 '핀커턴 챔피온 얼룩 제거제'와 '패러건 세제'를 쓰면 곧바로 깨끗해진다고 말하며 쭈그리고 앉아 바닥을 문질러 자국을 없앤다.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하는 말,

"핀커턴으로 될 줄 알았다니까."

가족들은 깨끗해진 바닥을 보고 감탄한다. 어느 날 새벽 한 시, 이상한 소리가 계속되고 유령이 소름 끼치는 몰골로 나타난다. 헝클어진 긴 백발의 머리칼, 지저분하게 찢겨진 구식 옷, 손목과 발목에서 녹슬어가는 육중한 수갑과 쇠고랑. 오티스 씨가 말을 건다.

"쇠에 기름을 꼭 치라고 권하고 싶군요. 그래서 제가 선생을 위해 태머니 라이징 선 윤활유를 작은 것으로 한 병 드렸으면 합니다. 한 번만 발라도 효과가 그만이라는데, 미국의 가장 저명한 사람들도 그 효과에 대해 몇 차례 입증한 일이 있어요. 여기 촛불 옆에다 놔둘 테니까 더 필요하시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지금까지도 여전히 자본주의의 끝판왕을 유지하고 있는, 정말이지 미국인다운 대응이다. 거기다 오티스 목사 외에도 다른 가족들의 반응도 퍽 다르다. 유령과 오티스 가족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피식거리는 웃음이 절로 나온다. 오스카 와일드의 또 다른 매력을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에서 엿볼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역시 대작가들이군,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이야기를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에서 8편이나 읽을 수 있다. 진짜 소름 끼치는 이야기도 있고 오스카 와일드의 <캔터빌의 유령>처럼 반전이 느껴지는 이야기도 있다. 작가 8명의 각자 다른 매력을 마음껏 느끼며 여름 밤을 보낼 수 있다.

<해시태그 동유럽 4개국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ㅣ유럽여행 세계여행 동유럽여행

해시태그 동유럽 4개국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ㅣ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4년 8월

예전에는 사람들이 유럽 여행을 간다고 하면 막연히 서유럽일 거라고 생각했으나 10여 년 전부터는 동유럽여행도 자주 하고, 오히려 동유럽 여행에 더 만족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동유럽 또한 유럽의 특색이 나타나있는 아름다운 건축물들과 자연환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여 만족도가 높다.

동유럽 여행하기 좋은 시기는?

<해시태그 동유럽 4개국(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는 사람들이 동유럽 여행을 처음 계획하면 가장 많이 가는 국가와 각 대도시에 대해 소개한 여행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동유럽 여행이 가장 좋은 시기는 9, 10월 초로 기온이 낮아지면서 하늘은 높고 동유럽의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다양한 축제가 열려 이색적인 여행을 할 수 있는 것도 이 시기이다. 4월 초까지는 기온의 변화가 심하고 중부유럽은 대륙성 기후와 지중해성 기후의 중간으로 여름에는 덥고 겨울은 매우 춥기 때문이다. 겨울엔 특히 짙은 안개와 스모그 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도 많아 꼭 따뜻한 옷을 챙겨야 한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마켓을 노리고 있다면 겨울 여행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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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동유럽 국가에는 헝가리, 폴란드, 체코,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등이 있다. 동유럽 국가의 여러 도시는 중세 문화유산으로 가득하며 서유럽의 야경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고 한다. 또한 중세 문화 축제가 각 국가마다 개최되고 있어 가을 수확이 끝나는 9월부터 여러 축제를 경험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동유럽 사람들은 가족을 중요시하고 여행자들에게 친절한 편이라 최근 동유럽으로 한달 살기 이상을 하는 여행자들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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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여행비용, 현지 물가

<해시태그 동유럽 4개국(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에는 동유럽 여행 물가에 대해 간단히 나와 있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편이라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항공권과 숙박비라고 한다. 숙박은 10,000원 대부터 시작하는 저렴한 호스텔이 있어 항공권을 싸게 구매한다면 합리적인 여행을 할 수 있다. 

왕복 항공료 68~168만원

버스, 기차 3~10만원

숙박비(1박) 1~10만원

한 끼 식사 2천~4만원

입장료 2천7백원~3만원

동유럽 추천 여행기간, 추천 여행 코스

동유럽의 여행 기간은 대부분 7박 9일~9박 11일이 많지만 이 여행 일정으로는 다 못 보는 지역이 많다고 한다. 저<해시태그 동유럽 4개국(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에서 동유럽의 깊숙한 면까지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여행기간은 2주 이상이다.

동유럽 추천 여행 코스는 오스트리아-슬로베니아, 체코-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이다. 어디로 입국하여 출국하는 지를 먼저 정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정하면 된다. <해시태그 동유럽 4개국(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에는 여행기간을 10일, 2주, 3주로 잡았을 때 각각의 추천 여행 일정이 나와 있다.

동유럽에서 감상할 수 있는 다양한 건축양식

동유럽에서는 시대 별로 다양한 건축 양식을 볼 수 있다. 로마 시대, 중세시대(5~14세기), 르네상스 시대(15~16세기), 바로크 시대(17세기), 로코코 시대 (18~19세기) 각각을 대표하는 건축양식이 존재한다. 체코의 프라하 성은 유럽에서 가장 큰 성곽으로 중세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바로크 시대의 대표 건축물은 폴란드의 바르샤바 궁전, 로코코 시대의 건축물은 오스트리아 쉔브른 궁전과 헝가리의 부다 왕궁이 있다.

<해시태그 동유럽 4개국(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에서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뮌헨, 퓌센, 하이델베르그, 로덴부르크, 체코의 프라하, 보헤미안 스위스, 체스키크룸로프, 오스트리아의 빈, 링 도로 남부, 잘츠부르크,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의 도시에 대해 소개한다. 다양한 국가의 대표 도시에 대해 다루고 있으므로 독일을 포함하여 동유럽 여러 국가들을 여행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각 나라의 주요 소개와 함께 자동차 여행의 특징, 주의사항에 대해 간단히 알려준다.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중 하나인 노이슈반스타인 성(디즈니랜드 성의 상징), 프랑크푸르트 도보 여행 코스, 독일의 여러 박물관 소개와 뮌헨의 맥주 축제, 체코의 맛있는 음식들과 프라하의 음악축제, 프라하성의 야경과 근교 여행, 추천 코스, 맛있는 음식점 소개, 오스트리아 빈의 특징와 대표 거리 등 사람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의 정보를 한가득 담고 있다. 

아시아에서 보기 힘든 문화와 여러 볼 거리, 맛있는 음식, 그림같은 자연환경 등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동유럽 여행을 적극 추천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로 신혼여행, 가족여행, 연인과의 여행을 즐기기에도 좋은 여행지이다.

30주년 기념 캐드펠 수사 시리즈 개정판 <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엘리스 피터스

시체 한 구가 더 있다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놀라운 통찰력으로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에서 살인사건을 해결한 캐드펠 수사가 이번엔 복잡한 역사적 사건의 영향력에 휘말렸다. 1138년 잉글랜드에서는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간에 왕위를 둘러싼 혈전이 벌어졌고 캐드펠 수사를 돕던 조수들 또한 그 영향을 받았다. 한 명은 스티븐 왕의 편에 선 형에게 합류하려고 떠나버리고 다른 조수는 모드 황후 편에 선 집안 출신이라 영지로 피신해버리고 만 것이다. 캐드펠 수사는 이런 세속적인 사건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뜨거운 햇살 아래서 자신의 텃밭을 가꿨다. 가을은 허브 수확의 절정기, 겨울에 써야 할 온갖 약들을 살펴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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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담장 밖에서는 사촌 간인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의 싸움이 치열하게 일어나, 고개만 들어도 수도원 밖 성과 마을에서 일어난 화재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슈루즈베리에도 암운이 드리워 주민들은 대문과 가게 문을 굳게 닫아걸기도 하고 도망을 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호리호리하고 영리해보이는 소년 한 명이 그에게 맡겨진다. 이름은 고드릭, 헨코트에서 왔으며 부모가 모두 죽고 말았다고 했다. 고드릭은 왕위 싸움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겁없이 밝히고 캐드펠은 위험할 수 있다며 주의를 준다. 그런데 이 소년, 유독 몸이 작고 목소리가 들쭉날쭉하여 톤이 높아지기도 한다. 물가에서 상체를 드러내는 것도 주저한다. 캐드펠 수사의 짐작이 맞는 걸까?

슈롭셔 행정 장관인 윌리엄 피챌런, 가신인 펄크 애더니는 모드 황후 쪽의 편에 서서 슈루즈베리 성탑에서 싸우는 것을 택한다. 윌리엄 피챌런의 아내와 자식들은 이미 피신했으나 펄크 애더니의 딸은 시내에 있다는 소식을 접한 스티븐 왕, 마침 그 딸과 약혼한 메이즈버리의 휴 베링어가 충성하겠다고 찾아온다.

캐드펠의 예상대로 역시 고드릭은 17살의 소녀였다. 캐드펠은 그녀에게 홀로 잘 수 있는 잠자리를 내어주고, 소녀는 자신의 이름이 '고디스 애더니'라고 고백한다. 한편 스티븐 왕은 지친 수비군을 손쉽게 이기고 입성하지만 피챌런과 애더니를 찾아내지 못한다. 그는 붙잡은 수비군 포로 아흔네명을 처형한다.

휴 베링어는 스티븐 왕의 편에 섰지만 애매한 상황, 자신의 약혼녀인 '고디스 애더니'를 찾아 공을 세우고 신임을 얻으려고 안달이 나 있었다. 고디스 애더니는 최대한 남자 행세를 하면서 들키지 않으려 애를 쓰고 캐더펠 수사는 이를 돕는다. 

수도원장은 스티븐 왕을 찾아가 학살당한 사람들을 모두 기독교식으로 매장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청원한다. 왕의 허락을 받아내 처형당한 시신들을 기독교 식으로 수습하기 위해 캐드펠 수사가 나선다. 그러나 아흔네 구의 시신이 있어야 하는데 아흔다섯의 시신이 발견된다. 누군가 사람을 살해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처형당한 시신들 속에 가져다 놓은 것이다. 낚싯줄처럼 얇고 탄탄한 줄에 목이 졸려 죽은 시신, 프레스코트는 대충 이 일을 묻어버리고 싶었으나 캐드펠이 가만히 두질 않는다. 도대체 이 신원미상의 시신은 누구이며 누가 어떤 이유로 죽인 것일까.

캐드펠 수사는 이번에도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냉철하게, 진실에 점점 다가가기 시작한다.

상상 동시집 30 <고양이 사진관>, 송찬호 시, 반달 그림

고양이 사진관 ㅣ 상상 동시집 30
송찬호 지음, 반달 그림 / 상상 / 2024년 7월

순하게 생긴 삼색 고양이가 예술가들이 많이 쓰는 헌팅캡을 쓰고 카메라를 들고 우리를 응시하는 모습, 고양이의 주변은 따뜻한 에메랄드 빛이 가득하고 군데군데 핑크색 동그라미가 떠 다닌다. 고양이 사진사가 찍은 것으로 보이는, 감기 걸린 선인장과 핑크빛 과일이 매달린 나뭇가지 위의 마법사 부엉이. 오랜만에 손에 쥐게 된 이 동시집 <고양이 사진관>에는 어떤 멋진 시들이 실려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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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예사롭지 않은 <고양이 사진관>에는 상상력이 가득한 동시들과 함께 예쁜 삽화가 가득하다. 동시의 내용이 반영된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는 파스텔 풍의 따뜻한 색감으로, 절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고양이 사진관>에는 자연을 떠나 살 수는 있어도 도시를 떠나 살 수는 없는 현대인들, 숲에서 멧돼지를 가장 두려워하고 더이상 호랑이, 늑대, 요정, 도깨비, 요괴, 외눈박이 거인들을 떠올리지 않는 우리들을 위한 동시들이 실려 있다. 숲과 자연을 떠나버린 우리들의 상상력에 조금이나마 불씨를 지피는 책, 그게 <고양이 사진관>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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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자주 읽는 편인데도 <고양이 사진관>은 참 오랜만에 읽은 동시집이었다. <고양이 사진관>에는 엉뚱하고 발랄하며, 인간과 동물의 입장이 곧잘 뒤집혀 있는 동시들이 가득하다. 구두를 신은 늑대, 기차를 탄 새앙쥐, 고양이 나라의 네모 달, 산 너머 사는 거인이 빈곤해진 우리들의 상상력과 척박해진 마음에 단비를 뿌려주는 느낌이다. 상상과 신비, 미지의 세계 대신 고층건물과 기계, 컴퓨터 장치로 가득한 우리네 세상에 잠시 마법사가 왔다 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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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둘러싼 자연물들이 시적 대상이 되고, 어느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부자연스러운 것들이 원래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자연스러운 섭리들이 동시 속에서 되살아난다. 때로는 위트 있는 동물들이 눈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어여쁜 그림과 함께 우리가 잊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떠올릴 수 있는 책, <고양이 사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