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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 두 번째 ㅣ 패닉룸
H. P. 러브크래프트 외 지음, 정진영 옮김 / 책세상 / 2024년 7월
평점 :
무더운 여름을 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게 하는 무서운 이야기를 읽는 것이다.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는 유명 작가들이 쓴 공포소설을 모아놓은 책이다. 첫 번째 책에는 <드라큘라>로 유명한 브램 스토커, 기 드 모파상 등의 작가들이 쓴 소설이 실렸다면 두 번재 책에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으로 알려진 오스카 와일드, 에드거 앨런 포, 아서 코난 도일 등의 유명작가가 쓴 기묘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지금은 교과서, 세계 명작, 필독 도서 목록 등에 나오는 대작가들이 이런 기묘한 이야기를 썼다니, 신기한 기분으로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에 실린 이야기는 예전에 쓰인 소설인데 지금 읽어도 흥미로웠다. 마치 고전 특집 공포 소설로 돌아간 느낌? 거기다 이야기마다 작가의 성향과 특징이 뚜렷하여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다. 여기 실린 대작가들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대체로 다른 소설이기 때문에,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을 읽으면 그 소설을 쓴 작가가 이런 느낌의 이야기도 썼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에 실린 모든 소설이 다 재미있고 각자의 매력이 있었지만, 내 취향에 딱 들어맞는 소설은 바로 오스카 와일드의 <캔터빌의 유령>이었다. 오스카 와일드는 예전 기준으로도 지금 기준으로도 상당히 제멋대로의 인생을 살았으며 냉소적인 말도 많이 남겼다. <캔터빌의 유령>에도 오스카 와일드의 성격이 곳곳에서 드러나는데, 상당히 유쾌하게 다가온다.
<캔터빌의 유령>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미국인 목사 히람 B. 오티스와 그의 가족들이다. 캔터빌 저택에는 오랫동안 유령이 살았으며 캔터빌 영주 가족들은 그 유령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함께 생활했다. 캔터빌의 영주는 미국인 목사 오티스에게 집을 판매하면서 걱정 어린 조언을 하지만, 오티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유령이 있다면 재미있는 볼거리가 생기는 것이라며 가족 주치의와 나이 든 가정부까지 함께 인수한다.
유령은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여러 방법으로 오티스의 가족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려고 하지만, 이런 오티스 목사의 가족들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오티스 부인이 난롯가 가까운 바닥에서 검붉은 얼룩을 발견하자 가정부가 핏자국이라고 설명하지만, 오티스는 '핀커턴 챔피온 얼룩 제거제'와 '패러건 세제'를 쓰면 곧바로 깨끗해진다고 말하며 쭈그리고 앉아 바닥을 문질러 자국을 없앤다.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하는 말,
"핀커턴으로 될 줄 알았다니까."
가족들은 깨끗해진 바닥을 보고 감탄한다. 어느 날 새벽 한 시, 이상한 소리가 계속되고 유령이 소름 끼치는 몰골로 나타난다. 헝클어진 긴 백발의 머리칼, 지저분하게 찢겨진 구식 옷, 손목과 발목에서 녹슬어가는 육중한 수갑과 쇠고랑. 오티스 씨가 말을 건다.
"쇠에 기름을 꼭 치라고 권하고 싶군요. 그래서 제가 선생을 위해 태머니 라이징 선 윤활유를 작은 것으로 한 병 드렸으면 합니다. 한 번만 발라도 효과가 그만이라는데, 미국의 가장 저명한 사람들도 그 효과에 대해 몇 차례 입증한 일이 있어요. 여기 촛불 옆에다 놔둘 테니까 더 필요하시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지금까지도 여전히 자본주의의 끝판왕을 유지하고 있는, 정말이지 미국인다운 대응이다. 거기다 오티스 목사 외에도 다른 가족들의 반응도 퍽 다르다. 유령과 오티스 가족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피식거리는 웃음이 절로 나온다. 오스카 와일드의 또 다른 매력을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에서 엿볼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역시 대작가들이군,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이야기를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에서 8편이나 읽을 수 있다. 진짜 소름 끼치는 이야기도 있고 오스카 와일드의 <캔터빌의 유령>처럼 반전이 느껴지는 이야기도 있다. 작가 8명의 각자 다른 매력을 마음껏 느끼며 여름 밤을 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