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기념 캐드펠 수사 시리즈 개정판 <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엘리스 피터스

시체 한 구가 더 있다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놀라운 통찰력으로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에서 살인사건을 해결한 캐드펠 수사가 이번엔 복잡한 역사적 사건의 영향력에 휘말렸다. 1138년 잉글랜드에서는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간에 왕위를 둘러싼 혈전이 벌어졌고 캐드펠 수사를 돕던 조수들 또한 그 영향을 받았다. 한 명은 스티븐 왕의 편에 선 형에게 합류하려고 떠나버리고 다른 조수는 모드 황후 편에 선 집안 출신이라 영지로 피신해버리고 만 것이다. 캐드펠 수사는 이런 세속적인 사건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뜨거운 햇살 아래서 자신의 텃밭을 가꿨다. 가을은 허브 수확의 절정기, 겨울에 써야 할 온갖 약들을 살펴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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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담장 밖에서는 사촌 간인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의 싸움이 치열하게 일어나, 고개만 들어도 수도원 밖 성과 마을에서 일어난 화재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슈루즈베리에도 암운이 드리워 주민들은 대문과 가게 문을 굳게 닫아걸기도 하고 도망을 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호리호리하고 영리해보이는 소년 한 명이 그에게 맡겨진다. 이름은 고드릭, 헨코트에서 왔으며 부모가 모두 죽고 말았다고 했다. 고드릭은 왕위 싸움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겁없이 밝히고 캐드펠은 위험할 수 있다며 주의를 준다. 그런데 이 소년, 유독 몸이 작고 목소리가 들쭉날쭉하여 톤이 높아지기도 한다. 물가에서 상체를 드러내는 것도 주저한다. 캐드펠 수사의 짐작이 맞는 걸까?

슈롭셔 행정 장관인 윌리엄 피챌런, 가신인 펄크 애더니는 모드 황후 쪽의 편에 서서 슈루즈베리 성탑에서 싸우는 것을 택한다. 윌리엄 피챌런의 아내와 자식들은 이미 피신했으나 펄크 애더니의 딸은 시내에 있다는 소식을 접한 스티븐 왕, 마침 그 딸과 약혼한 메이즈버리의 휴 베링어가 충성하겠다고 찾아온다.

캐드펠의 예상대로 역시 고드릭은 17살의 소녀였다. 캐드펠은 그녀에게 홀로 잘 수 있는 잠자리를 내어주고, 소녀는 자신의 이름이 '고디스 애더니'라고 고백한다. 한편 스티븐 왕은 지친 수비군을 손쉽게 이기고 입성하지만 피챌런과 애더니를 찾아내지 못한다. 그는 붙잡은 수비군 포로 아흔네명을 처형한다.

휴 베링어는 스티븐 왕의 편에 섰지만 애매한 상황, 자신의 약혼녀인 '고디스 애더니'를 찾아 공을 세우고 신임을 얻으려고 안달이 나 있었다. 고디스 애더니는 최대한 남자 행세를 하면서 들키지 않으려 애를 쓰고 캐더펠 수사는 이를 돕는다. 

수도원장은 스티븐 왕을 찾아가 학살당한 사람들을 모두 기독교식으로 매장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청원한다. 왕의 허락을 받아내 처형당한 시신들을 기독교 식으로 수습하기 위해 캐드펠 수사가 나선다. 그러나 아흔네 구의 시신이 있어야 하는데 아흔다섯의 시신이 발견된다. 누군가 사람을 살해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처형당한 시신들 속에 가져다 놓은 것이다. 낚싯줄처럼 얇고 탄탄한 줄에 목이 졸려 죽은 시신, 프레스코트는 대충 이 일을 묻어버리고 싶었으나 캐드펠이 가만히 두질 않는다. 도대체 이 신원미상의 시신은 누구이며 누가 어떤 이유로 죽인 것일까.

캐드펠 수사는 이번에도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냉철하게, 진실에 점점 다가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