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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사진관 ㅣ 상상 동시집 30
송찬호 지음, 반달 그림 / 상상 / 2024년 7월
평점 :
순하게 생긴 삼색 고양이가 예술가들이 많이 쓰는 헌팅캡을 쓰고 카메라를 들고 우리를 응시하는 모습, 고양이의 주변은 따뜻한 에메랄드 빛이 가득하고 군데군데 핑크색 동그라미가 떠 다닌다. 고양이 사진사가 찍은 것으로 보이는, 감기 걸린 선인장과 핑크빛 과일이 매달린 나뭇가지 위의 마법사 부엉이. 오랜만에 손에 쥐게 된 이 동시집 <고양이 사진관>에는 어떤 멋진 시들이 실려 있을까.
표지부터 예사롭지 않은 <고양이 사진관>에는 상상력이 가득한 동시들과 함께 예쁜 삽화가 가득하다. 동시의 내용이 반영된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는 파스텔 풍의 따뜻한 색감으로, 절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고양이 사진관>에는 자연을 떠나 살 수는 있어도 도시를 떠나 살 수는 없는 현대인들, 숲에서 멧돼지를 가장 두려워하고 더이상 호랑이, 늑대, 요정, 도깨비, 요괴, 외눈박이 거인들을 떠올리지 않는 우리들을 위한 동시들이 실려 있다. 숲과 자연을 떠나버린 우리들의 상상력에 조금이나마 불씨를 지피는 책, 그게 <고양이 사진관>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책을 자주 읽는 편인데도 <고양이 사진관>은 참 오랜만에 읽은 동시집이었다. <고양이 사진관>에는 엉뚱하고 발랄하며, 인간과 동물의 입장이 곧잘 뒤집혀 있는 동시들이 가득하다. 구두를 신은 늑대, 기차를 탄 새앙쥐, 고양이 나라의 네모 달, 산 너머 사는 거인이 빈곤해진 우리들의 상상력과 척박해진 마음에 단비를 뿌려주는 느낌이다. 상상과 신비, 미지의 세계 대신 고층건물과 기계, 컴퓨터 장치로 가득한 우리네 세상에 잠시 마법사가 왔다 간 것 같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물들이 시적 대상이 되고, 어느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부자연스러운 것들이 원래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자연스러운 섭리들이 동시 속에서 되살아난다. 때로는 위트 있는 동물들이 눈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어여쁜 그림과 함께 우리가 잊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떠올릴 수 있는 책, <고양이 사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