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밀의 동물 기록 - 피터 아마이젠하우펜 아카이브
호안 폰쿠베르타.페레 포르미게라 지음 / 이은북 / 2024년 4월
평점 :
피터 아마이젠하우펜 아카이브 <비밀의 동물 기록>은 인스타그램에서 첫 소개를 보고 한 눈에 시선을 빼앗긴 책이다. 나는 취향에 맞는 신화와 전설, 그리고 판타지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는 타입이다. 머리에 뿔을 달고 새하얗고 커다란 날개를 펼친 원숭이! 십이국기에 주인공 요코를 괴롭히기 위해 나타난 원숭이 괴물들, 또는 산해경의 괴물이 실존한다면 꼭 이렇게 생겼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책 표지로 보게 된 것이다. 과연 이 동물의 정체는 무엇이고 누가 이런 책을 쓴 것일까?
진짜 작가는 바르셀로나 출생의 사진가이자 개념 에술가인 '호안 폰쿠베르타', 독자적인 아트와 프로젝트로 다양한 전시를 열었고 그의 작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등 전 세계의 내로라 하는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책 컨셉이 아주 독특하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우리가 진짜 비밀의 기록을 찾아낸 듯한 느낌! 1980년 폭우가 쏟아지던 날, 먼지투성이 지하실에서 잊혀진 독일의 동물학자 피터 아마이젠 하우펜의 일생을 바친 연구물을 우연히 발견한 것으로 시작된다. 전세계를 경악에 빠뜨릴 수 있는 놀라운 기록과 훼손된 문서들을 발견한 그들, 여기에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동물들에 대한 설명과 사진이 자세히 쓰여 있었고 <비밀의 동물 기록>에 그 특별한 자료를 다시 살려 소개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선택받은 소수가 되어 그 비밀에 대해 알게 된 사람들이다.
이 기록의 저자로 알려진 피터 아마이젠하우펜은 1895년 독일 뮌헨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아버지는 탐험가이자 사냥꾼, 사파리 가이드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었다. 피터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모험가 기질을 물려받아 아프리카의 야생 생활 경험에 매료되었고, 고고학자이자 모험가인 인디아나 존스나 지질학자이자 자연주의자인 알렉산더 폰 훔볼트를 영웅으로 삼았다. 그의 서재는 쥘 베른과 허버트 조지 웰스가 쓴 모험 소설과 자연과학, 의학 책들로 가득 차 있었고 앙브라우즈 파레의<괴물과 경이에 대하여>의 초판본을 가장 소중하게 여겼다고 한다. 대학교수로 활동하다 불미스러운 일로 퇴출되고 소수의 협력자, 과학자들로 구성된 팀을 꾸려 전 세계를 여행했다. 1933년부터 1950년 사이 많은 희귀 동물 종을 발견했으며 백혈병 진단을 받고 혼자 스코틀랜드 북부를 여행하던 중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비밀의 동물 기록>에는 피터 아마이젠하우펜의 놀라운 기록들로 가득하다. 여기에 주의깊게 봤던 신비한 동물들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비밀의 동물 기록>에는 이 동물들의 사진과 함께 위치정보, 포획 일자, 특징, 형태, 습성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솔레노글리파 폴리포디다 파충류와 날 수 없는 조류가 결합된 형태로 다리가 달린 뱀이다. 먹이를 만나면 정지 상태로 휘파람 같은 매우 높은 고음의 비명을 지르며 날카로운 독침을 날려 마비시킨다. 휘파람의 비명 단계가 끝나면 마비된 먹잇감을 향해 달려들어 뒷목을 물어 즉사시킨다.
수스 스크로파 : 운동 기능은 없고 오직 방어 기능만을 가진 다리가 등에 달린, 희귀한 변종 멧돼지의 어린 개체. 체코 보헤미아의 울창한 숲에서 목격됨.
익티오카프라 아이로파기아 : 만화가 조석 웹툰 <조의 영역>에 나올 법한 물고기다. 다리가 달린 물고기로, 걸어서 물 밖으로 나오려는 사진이 실려 있다.
켄타우루스 네안데르탈렌시스 : 그리스로마 신화 속 켄타우로스처럼 생긴 동물. 두개골 용적이 1,105cm에 달하고, 학습과 의사소통에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 책에는 켄타우루스 네안데리틀렌시스의 손을 검사하는 아마이젠하우펜 교수의 사진이 실려있다.
<비밀의 동물 기록>에 나오는 간단한 동물 소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또는 상상을 넘어서는 온갖 신비한 동물들의 기록이 상세히 실려 있다. 박사가 동물들을 관찰하고 실험하는 모습은 물론이고 엑스레이 사진, 해부도 등등도 간간히 나와 있어 신비감을 더한다. 전설이나 신화 속에 나오는 동물들, 또는 기괴한 동물이나 괴물들에 관심이 많다면 <비밀의 동물 기록>에 푹 빠져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