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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상점 - 마테우시 우르바노비치 작품집
마테우시 우르바노비치 지음, 정지영 옮김 / 잉크잼(잼스푼)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속에서 현실감을 느끼게 해 주는 가게들이 지나가면, 그리고 그런 상점들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것을 보면 언젠가 일본에 놀러 가면 꼭 저런 상점에 들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랜 전통을 지켜온, 일본 특유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개성 있는 가게들.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는 이런 일본 풍경을 섬세하게 잘 나타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도쿄 상점>은 폴란드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마테우시 우르바노비치가 도쿄의 옛 정취를 간직한 건물들을 그린, 일러스트 작품집이다. 이 책에는 오랜 세월 전통을 이어 온 상점,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유지하고 있는 가게들의 그림이 나와 있으며 제작 과정, 스케치, 에피소드도 함께 언급되어 있다. 덧붙여 저자는 우리나라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너의 이름은』 의 배경 미술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도쿄 상점> 책 표지를 펼치면 면지에 상점 일러스트를 그리면서 작업한 흔적이 나와 있다. 격자무늬로 건물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그려야 하는지 대략 표시되어 있으며 건물의 주요 뼈대의 길이를 나타낸 것까지 볼 수 있다. 책 표지 안 쪽을 열면 도쿄의 거리에 위치한 해당 상점들을 알기 쉽게 표시해 놓은 지도를 볼 수 있다. <도쿄 상점>은 작가의 의도를 십분 반영한 재미있는 구성의 일러스트 책이다.
도쿄를 센다기 진보초 지역, 아키하바라 니혼바시 지역, 아사쿠사 키타센쥬 지역, 아카바네 시나가와 지역, 츄오션 주변지역 다섯 개로 나누어 작가가 관심있게 보았던 상점들의 일러스트를 실어 놓았다. 마지막으로는 마테우시의 작업실이라는 제목으로 작가의 작업실, 도구, 일러스트 그리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어 일러스트를 직접 그려 보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책에 실린 상점들은 지도에 위치가 모두 표시되어 있다. 도쿄 여행을 가서 실제로 이 건물들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참고하여 실제로 답사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미 문을 닫았거나 문닫을 준비를 하는 곳도 많기 때문에 현재는 바뀌었을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밖에서 조용히 상점을 둘러보는 것은 괜찮지만 영업을 방해하는 수준의 답사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센다기 진보초 지역에서 작가가 그린 상점들은 오노토엔, 야마네 정육점, 스시 노이케, 이세타츠 야나카 본점, 키쿠미 센베이 총본점, 사카키바라 상점, 츠루야 양복점, 덴푸라 하치마키, 그리고 세이신도 서점이다. 가장 먼저 나오는 '오노토엔'은 야나카 상점가에 있는 도기 전문 상점이라고 한다. 가게 입구에 풍경이 걸려 있으며 '모기 잡는 돼지'라 불리는 모기향용 도기도 판매하고 있다.
스시 노이케는 센다기역 바로 옆에 있는 초밥집으로 도쿄 전통 초밥인 에도마에 초밥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상부는 현대적으로 하부는 전통적으로 외벽을 꾸며 놓은 것이 특징이다. '책의 거리'라 불리는 진보초에 있는 고서 전문점 '세이신도 서점' 또한 인상적이다. 건물 정면 전체는 타일로 덮여 있고 기와는 아름다운 푸른 색이라고 한다. 책이 꽉 들어찬 서점 내부의 모습은 일본 소설에 금방이라도 나올 법한 오래된 책방을 떠올리게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속에 꼼꼼하게 묘사된 건물들의 일러스트를 좋아한다면, 도쿄 거리의 오래되고 전통 있는 상점들 특유의 느낌을 선호한다면 <도쿄 상점>을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도쿄 여행을 하면서 이 책에 언급되는 내 취향의 가게들을 하나씩 들러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