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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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근현대 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로 손꼽히는 작가 나쓰메 소세키.

그는 일본의 근대 문학의 거장일 뿐 아니라 일본의 현대 문학, 바다 건너 우리나라에까지 커다란 영향을 끼친 작가이다. 그의 영향력은 1900년대 근현대 문학에만 그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랑받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에게 특히 영향을 끼친 작가로 '나쓰메 소세키'를 꼽을 정도이다. 


 성림원 북스에서는 <나쓰메 소세키의 베스트 3> 작품을 연이어 출간하였는데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시작하여 <마음>, 그리고 <도련님>이 마지막 바톤을 이었다. 귀여운 고양이 일러스트에 이어 주황빛 배경에 증기기관차가 나오는 예쁜 표지를 보니 이 세 가지 소설을 한데 모아놔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도련님'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특히 부잣집 도련님이라면? 우리는 어릴 때부터 어화둥둥 곱게 큰, 여리고 물정 모르는 남자를 저절로 생각하게 된다. 거기다 제 고집을 쉽게 굽히지 않으며 밑바닥 세상살이에는 어둡고, 돈도 아끼지 않고 여기저기 써 버리고 마는 젊은 남자.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 속의 주인공 '도련님'도 그런 사람일까? 어쩌면 나쓰메 소세키도 그런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소설 속이나 현실 속 나쓰메 소세키 모두 이런 '도련님'과는 거리가 멀다. 


나쓰메 소세키는 에도 막부가 막 붕괴한 혼란한 시기에 늦둥이로 태어나 태어난 직후 낡은 가게를 하는 집에 양자로 들어갔다고 한다. 이를 불쌍히 여긴 누나가 그를 데려왔으나 다시 양자로 입적, 그러나 여기서도 양부와 양모의 불화로 환영받지 못하고 불안한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평생동안 양부모, 친부모 모두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으며 후에 그가 소설가로 성공한 이후엔 친부모가 돈을 목적으로 찾아왔다고 한다. 



나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무모함 탓에 어릴 때부터 손해만 보고 살아왔다.


<도련님> 속에 나오는 도련님은 스스로를 터무니없고 무모한 성격이라고 말한다. 또한 앞서 말했던 '도련님'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와 달리 아버지는 살가웠던 적이 없고 어머니는 형만 편애한다. 아버지는 소설 속 '나'만 보면  "넌 글러먹었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환경 속에서도 하녀 '기요'는 도련님을 어여삐 여긴다. 기요는 그를 무턱대고 아꼈으며 성격이 좋다고 칭찬하였다. 기요는 그가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형이 집과 재산을 정리하였다. '나'는 기요를 데려갈 형편이 되지 않았고 기요는 친척 집에 신세를 지기로 한다.


'나'는 물리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수학교사로 가게 된다. 그러나 형편은 좋아지지 않아 기요를 또다시 데려갈 수 없게 된다. 갑자기 촌구석으로 가게 된 '나'는 별수 없이 여관에서 자게 되는데 거기서 찬밥 취급을 당하자 허세를 부리며 하녀에게 팁을 주기까지 한다. 교장에게 학교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수학 주임인 '고슴도치'를 만나게 된다. 그의 소개로 하숙집을 구하고 학교 생활에 적응하고자 하는데 낯선 곳에서의 삶이 쉽지 않다. 걸핏하면 하숙집 주인이 차를 마시러 찾아와 잡동사니를 팔고 싶어하고, 튀김 메밀 국수를 많이 먹었다고 학생들에게 웃음거리가 된다.


세상 물정 모르고 도시에서만 살았던 이 도련님, 과연 시골의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과연 도련님이 믿는 것처럼 "정직하기만 하면 누가 덤벼든다 해도 무서울게 없죠."는 말이 실제 사회에서도 통용될 수 있을까? 작은 시골학교에서 우리는 나쓰메 소세키가 그리는 다양한 인간군상과 거기에 대응하는 '도련님'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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