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그리스도교는 과거와 단절할 수 있는 신앙, 낡은 관습과 확신을 떨쳐 버리고 특권주의(particularism)을 거부하며 다른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신앙이다. 바오로는 그리스도교를 정통 이론(orthdox)이나 정통 실천(orthopraxis)의 측면으로가 아니라, 새로운 정치政治(politeia)로, 말하자면 사람들과 사회들 사이의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제시한다. 바오로가 이스라엘의 울타리를 넘어 ‘민족들‘(이방인들)을 찾아 여행을 시작한 것이 교회 역사 전체의 패러다임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교다운 면모다! 교회는 끊임없이 그리스도교의 과거에서 벗어나 자신이 받은 ‘유산‘의 상당 부분을 과감하게 두고 떠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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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서소 씨의 일일
서소 지음, 박현주 그림 / SISO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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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일상을 한 번씩 들추어 봅니다. 요즘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생각에 빠져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소소한 에세이를 읽으며 나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삶의 활력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곤 합니다.




많은 사람이 평범한 삶을 원합니다. 살아보니 평범한 것이 비범한 것이었습니다. 순탄하게 사는 것만큼 힘든 것이 없습니다. 제때 먹고, 정해진 시간에 잠을 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알게 됩니다. 어쩌면 일상의 작은 기쁨을 바라보며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사원 서소 씨의 일일』은 서소 씨가 회사를 잠시 쉬면서 경험한 일상을 기록한 에세이입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은 일들이지만, 그 가운데 웃음과 해학이 있고 통찰이 숨어 있습니다. 저자의 솔직하면서도 유쾌한 글쓰기는 보는 내내 웃음을 머금게 만듭니다.




인생의 중반기를 넘어갈수록 보다 안전하게 가려고 합니다. 그동안의 최선에 대한 열매를 맛보고 싶습니다. 현실에 안주하고픈 마음이 드는 것이죠.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오히려 모험과 도전을 선택합니다. 이는 평범한 일상에 새로운 자극을 줍니다.




일상을 살아낸다는 것이 만만치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네 삶도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의 평범한 삶에서 진실하게 살아가는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누군가의 일상이 우리에게 용기와 위안이 되듯, 저의 삶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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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명백백하게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신앙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의 이성과 상상력, 감감적 경험으로 이해할 수 있는 확고부동한 확신들 앞에서는 신앙이 필요치 않다. 하느님께서 침묵하시는 차가운 밤, 우리 삶과 세상이 불확실로 가득 찬 어스름한 순간에 신앙이 필요하다. 그럴 때 신앙이 하는 일은 확실성과 평안에 대한 목마름을 달래 주는 것이 아니라 신비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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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 - 매일같이 털리는 직장인에게 필요한 멘탈 스트레칭 에세이
불개미상회 지음 / 허밍버드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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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의 삶에 대한 에세이를 간혹 읽습니다. 압박과 스트레스를 홀로 감당하기 힘들 때, '을'의 삶을 사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혹여나 놓칠 수 있는 그들의 삶의 면면을 보고 싶어서입니다. 나의 힘겨움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까요.



특히나 웃음과 해학으로 풀어나가는 직장인들의 삶은 그 안에 깊은 진솔함이 배여있습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을 그림과 글을 통해 승화시키는 느낌입니다. 과장이 있을 수 있으나, 실제로는 더한 일이 비일비재하니까요. 평생 욕 한번 안 하고 살았는데 욕을 해야만 분이 풀릴 것 같은 사건이 참 많습니다.



참 많은 상사들은 자신의 (크고도 많은) 실수는 덮어두고 직원의 소소한 실수는 크게 들추어내는지요. 메꾸어주고 다듬어주어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인지나 인정이 없는지요. 공과 사의 구분 없이 자신의 일을 맡기면서도 마땅하고 당연하다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면서 저 또한 돌아보게 됩니다. 어쩌면 '을'이라고 생각하며 오랫동안 살아왔으니까요. 혹여나 주변 사람에게 부탁이나 요청을 할 때 윽박지르지는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그게 꼭 직장뿐일까요.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사실 이외의 감정을 폭발하지 않았나 돌이켜봅니다.



불개미상회의 『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는 직장인들의 삶을 그림과 짧은 글로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함께 울고 웃다 보면 어느새 스트레스가 풀립니다. 스트레스를 멘탈 스트레칭으로 풀어내는 것이지요. 이렇게 공감은 참으로 큰 힘과 위로가 됩니다.



나 혼자 경험하고 있다는 외로움과 막막함은 두려움과 회피를 가져다줍니다. 급기야 현실을 포기하고 싶고, 막연한 새로움을 쫓게 됩니다. 사실 이곳이나 저곳이나 비슷할 텐데 말입니다. 과한 요구나 심한 압박을 견디다 못해 터져버리려고 하는 것이죠.



그렇기에 소소하게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 스트레스를 관리하면서 말입니다. 현실에 발붙이고 있으면서 이상을 살아내야 합니다. 누군가가 나와 비슷한 자리에서 최선의 삶을 살고 있다는 의식은 좌절하고 있는 우리에게 큰 용기를 줍니다.



많이 흔들립니다. 힘겹습니다. 누군가는 말 못 할 괴로움과 아픔으로 가슴치고 있습니다. 내가 힘든 이상으로 당신은 참으로 많이 울고 아파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하고, 그 이야기 들어주지 못하지만, 함께 걸어가고 싶습니다. 함께 울겠습니다.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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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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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을 부추기는 사회입니다. 행복을 강요하는 듯 보입니다. 기업은 인간의 욕구를 자극해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자극하는 것은 도처에 가득합니다. 술과 담배, SNS, 리얼리티 쇼, 패스트푸드, 게임, 이류 소설 등. 우리는 당장 만족할 만한 것에 기대게 됩니다. 그 도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쾌락이 더 큰 쾌락을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중독성 있는 대상은 일시적인 만족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독은 우리에게 더 큰 어려움을 야기합니다. 우리에게 잠시의 만족감을 주었던 대상들은 더 큰 자극을 요청합니다. 더 이상 이전의 자극이 우리에게 만족을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교수인 애나 렘키(Anna Lembke)는 이 책 『도파민네이션』을 통해, 중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대인들에게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중독에 빠지는 이유를 쾌락과 고통을 조절하는 신경 물질인 도파민에서 찾고 있습니다.



저자는 최신 뇌과학과 신경과학 그리고 20여 년간의 임상경험을 통해 중독 현상의 원인을 밝혀냅니다. 그리하여 그러한 중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건강한 방법을 모색합니다. 저자는 자신이 만난 다양한 임상 사례를 통해 도피가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황과 도피의 도구를 폭넓게 살펴봅니다.



더불어 최신의 연구를 토대로 뇌가 쾌락과 고통에 어떻게 반응하며, 이 둘은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쾌락은 왜 더 큰 쾌락을 불러오며, 쾌락 이후에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면밀하게 분석합니다. 그리하여 중독의 현상 기저에 있는 원인을 파악합니다.



중독에 빠지기 쉬운 현대인들의 삶에 대해 인정함과 동시에 한걸음 더 나아가, 저자는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전한 생활방식으로 안내합니다. 세상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닌 세상으로의 몰입을 독려합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제와 인내를 통해 긍정적 영향이 있으리라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보다 명확하게 쾌락과 중독의 이면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묻어두고, 제쳐두었던 문제를 빛으로 드러내고, 정직하게 문제에 직면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상을 누리는 것이 모두의 소소한 행복이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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