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이란 무엇인가 - 내 삶을 완성하는 영성에 관한 모든 것
필립 셸드레이크 지음, 한윤정 옮김 / 불광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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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은 다양한 종교 전통에서 다채로운 모습으로 발견되기에 정의하기가 어렵습니다. 갈수록 실생활과 깊게 연관되어, 보다 폭넓은 관점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도 영성을 추적해야 하겠지만, 실제적으로도 세밀하게 영성을 파악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영성은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 해왔고,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동안 영성은 특정 종교에서 자신들의 신비적 경험 혹은 깊은 영적 체험을 특징짓는 단어였습니다. 보다 포괄적으로 삶의 깊은 가치와 종교적 경험, 내면의 만남을 가리키기도 했습니다. 현대에 들어 과학이나 의료, 교육, 예술 등 전반적인 영역에 영성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영성의 정의가 다양하고 넓다 보니 영성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빈도에 비해 그 자체를 연구하여 소개하는 개론서는 거의 없었습니다.



종교 간 학제간 영성 연구를 오랫동안 해 온 필립 셸드레이크(Philip Sheldrake). 30여 년간 기독교를 중심으로 영성을 연구해 온 저자는 종교 간 학제간 벽을 허물어 종교 영성과 현대 영성을 아울러 이 책을 출간합니다. 이 책은 영성의 역사는 물론이고, 현재와 미래의 실생활에서 다양하고도 깊숙하게 연관되어 있는 영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영성의 새로운 의미와 가치, 특징을 알게 됩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영성이란 단어가 기독교에서 처음 유래되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인간이 세계와 관계 맺는 모든 것이라 말합니다. 즉 영성은 신성함을 추구하는 것과 관련되며, 인간 존재의 신성함과 우주의 신비까지도 포함되는 포괄적 개념임을 주장합니다. 더불어 현대의 영성은 종교적인 의미에서 실제적인 의미로 확장돼서, 삶의 목적과 의미에 대한 탐색을 포함한다고 강조합니다.



저자는 크게 세 가지 범주로 영성을 설명합니다. 그것은 종교적 영성, 비의적 영성, 영성에 대한 세속적 이해입니다. 이러한 범주에서 영성은 다시 여러 유형으로 나누어집니다. 금욕적 영성, 신비적 영성, 능동적-실용적 영성, 비판적-예언적 영성입니다. 영성이 개인이나 집단에 변화를 일으킬 때 어떠한 형태의 변화인지, 변화의 목적이나 도달점이 무엇인지 등이 분류 기준이 됩니다. 이러한 네 가지 유형은 세 가지 범주에서 모두 발견 가능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유형의 영성이 어떻게 개인과 사회에서 기능하고 관계 맺는지를 묻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을 다시 경험으로서의 영성, 삶의 방식으로서의 영성, 사회에서의 영성으로 구분합니다. 각각의 영성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유형이 무엇인지, 그러한 이유가 무엇인지도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저자는 종교와 영성의 관계에 대해 질문합니다.



영성은 결국 인간을 통합적 존재로 바라보게 합니다. 육체적, 정신적, 심리적 측면을 연결해 줌과 동시에 고립된 개인이 아닌 연결된 존재로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온전하고 만족스러운 삶은 나만 누리는 유익이 아닙니다. 타인과의 연결과 더불어 공공선을 추구하는 삶을 지향합니다. 다양한 사회 문제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영성으로의 관심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저자는 복잡다단하고 방대한 영성의 역사를 이 책 '영성: 매우 짧은 개론서'(원제)를 통해 간명하게 엮어냅니다. 이 책의 본문에서 언급하는 여러 영성 관련 서적들은 영성에 대한 앎을 더 깊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또한 책의 말미에 있는 '더 읽을거리'는 앞으로의 영성 연구를 위한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이 책은 영성이라는 깊은 세계로 들어가는 출입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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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다, 떨어지다, 붙잡다 - 완전한 자유에 눈뜨는 뜻밖의 이야기
헨리 나우웬.캐럴린 휘트니-브라운 지음, 윤종석 옮김 / 바람이불어오는곳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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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내던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동안의 평판, 소소하게 누려왔던 안정을 내어놓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나를 내어준다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 왠지 비효율적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치고 고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평안과 안정을 추구합니다. 누군가에게 완전하게 수용 받고 싶습니다.  타인이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었을 때, 우리는 수용 받고 사랑을 누립니다. 


헨리 나우웬(Henri J. M. Nouwen)은 하버드 대학의 교수직을 내려놓고, 지적 장애인들의 공동체인 라르쉬 에이브레이크로 향합니다. 자신의 명성은 이 공동체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그저 존재로 인정받고 수용 받는 곳이었습니다. 나우웬은 이곳에서 변화를 맞이합니다. 영적 통찰을 얻습니다. 참된 공동체에 대해 생각해왔던 것을 보다 분명하게 경험하게 됩니다.


나우웬은 1996년 9월, 갑작스러운 심장 발작으로 숨을 거둡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었던 글은 미처 완성하지 못한 채로 말입니다. 그가 남기고 싶었던 마지막 책은 로드레이 공중그네 곡예단과의 만남에 기초한 논픽션 창작물이었습니다. 기존의 신앙서적과는 결이 다른 책입니다. 그리스도인들만을 대상으로 한 책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신선한 영적 통찰이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터져 나옵니다.


캐럴린 휘트니-브라운(Carolyn Whitney-brown)은 라르쉬 데이브레이크 공동체에 거주했던 캐나다 작가입니다. 헨리 나우웬 유작 센터의 출판위원회에서는 나우웬의 미간행 원고를 그에게 창작해 주기를 부탁했습니다. 캐럴린은 나우웬의 미완성 원고들을 최대한 살려서 『날다, 떨어지다, 붙잡다』 (Flying, Falling, Catching)를 완성했습니다. 나우웬의 사후 25년 만에 우리는 다시금 그의 글을 마주하게 됩니다.


헨리 나우웬은 우연한 기회에 서커스 공연을 보게 됩니다. 그때 로드레이 공중그네 곡예단의 공연 또한 보게 됩니다. 위험해 보였던 공연이었기에 처음에는 불안인 줄 알았는데, 나우웬은 이후에 그것이 엄청난 전율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정말 자신을 감동시키고 매료되었음을 고백합니다. 이로부터 나우웬은 공중그네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자유, 신뢰, 열정, 팀워크. 아직은 설명할 수 없는 매력에 강하게 이끌립니다.


여러 저술과 많은 강의로 유명했던 그였지만, 어린아이 같은 팬의 마음으로 나우웬은 공중극예단을 대합니다. 나우웬의 진심과 따뜻함은 어느새 로드레이 공중그네 곡예단에게도 전달됩니다. 어느새 그들은 친한 친구 혹은 가족과 같이 지내게 됩니다. 서로를 통해 위안을 얻고 친밀함을 누립니다. 나우웬은 공중그네 곡예단의 공연뿐만 아니라 연습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공동체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됩니다.


공중그네를 보여주던 로드레이는 나우웬에게 이와 같이 확신에 차서 말합니다. ˝나는사람은 날아야 하고 잡는사람은 잡아야 합니다. 나는사람은 잡는사람이 알아서 해 줄 것을 믿고 양팔을 내밀어야 합니다. ˝ 이 말은 나우웬에게 깊게 각인됩니다. 참된 신뢰는 자신의 것을 모두 내어 놓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하나님 아버지께 자신을 모두 내어 맡긴 것처럼 말입니다.


헨리 나우웬의 마지막 발걸음을 이 책을 통해 봅니다. 인생의 마무리가 갑작스러웠지만, 그럼에도 그에게 참된 공동체가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그는 자유와 신뢰, 공동체, 몸에 대해 우리에게 말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살아내고자 부단히 노력했음을 봅니다. 참된 공동체는 자신을 내어줍니다. 그 행위는 상대를 향한 신뢰가 바탕이 됩니다. 비로소 공동체는 비상합니다. 참 자유를 누립니다. 날고, 떨어지고, 붙잡습니다. 아름다운 공동체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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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는 활보하시는 하나님이다. 우리는 그분이 접근할 수 없는 안전한 곳에 있지 않다. 하나님의 사랑은 강하고 참되지만, 그 사랑은 또한 우리의 옛 자아를 죽이고 우리의 새 자아를 소생시키러 나선다. 거기에는 고통이 따른다. 죽기 전에는 부활 할 수 없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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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사람은 날아야 하고 잡는사람은 잡아야 합니다. 나는사람은 잡는사람이 알아서 해 줄 것을 믿고 양팔을 내밀어야 합니다."
로드레이가 확신에 차서 그 말을 하는 순간 섬광처럼 내 뇌리를 스치는 예수님의 말씀이 있었다.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죽는다는 것은 저 편에서 우리를 잡아 주실 그분을 믿는 것이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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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온 마음을 다해 하나님을 믿을 때도 아이를 잃거나 배우자에게 배신 당하거나 치명적인 질병에 걸려 마음이 부서질 수 있음을 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안다. 모든 사람이 안다. 하지만 성도들은 이 외의 다른 사실도 알고 그에 대해 대대로 말해 왔다. 믿음의 신비 안에서 우리는 어둠 속에서 우리를 붙드는 손, 우리 이름을 부르는 음성, 이생뿐 아니라 내세의 그 어떤 것도 우리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끓을 수 없다는 순전한 확신을 발견한다. 상처 입고 흔들릴 수 있지만, 그 와중에도 사랑받는 존재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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