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삶을 재부팅하기로 했다
남효승 외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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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가 덕담만은 아니게 된 현실이 묘하다분명 국적도 있고 사회 공동체에 살고 있지만 어쩐지 급할 때는 각자도생이 필요한 현실이라 그렇다졸업만 하면 이제 누가 나보고 시험보란 얘긴 더 안 하겠지그렇게 성장기가 끝났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방황했지만 그럭저럭 밥벌이를 하고 사는 삶도 곧 끝날 것이다성장기의 터널보다 이 두 번째 여정이 더 지긋지긋하고 좀 더 본질적으로 싫다출근했다 목숨을 읽는 분들이 너무 많아 배부른 소리 같게 들리는 노동환경도 참담하다.

 

이 책의 공동 저자 6분도 충실히 살다그 삶을 돌아보고오늘 이후의 삶을 설계하며 계획에 고심한 분들이다당황스럽게화나게열심히 살아봤는데 남는 게 없다는 자각을 품고뭘 하고 있는지뭘 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자기 의심을 했다.

 

나는 모르는 직업 세계 라이프코치트래킹 플래너심리해석 상담사세계 산행 가이드리더십 강사음악 칼럼니스트 들이 등장해서 취향과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흥미롭게 엿보았다다른 시기에 비해 은퇴 이후의 삶은 어쩐지 더 버겁다.

 

이미 체력도 소진되고 기회도 적고 새로운 것에 매진할 의지도 상대적으로 약한 시기라 더 그런 것 같다뭘 더하란 말인가 싶은그렇다고 아무 것도 안 하기엔 어쩌면 장수할 수명이 두려워진다. 90-100세까지 살아 있으면 어쩔 것인가.

 

한편으로는 을 재부팅하고 대비하고 계획하고 일상을 계속 유지하면서다른 한편으로는 죽음도 준비해야 한다사정에 따라 죽음 이후의 상황도 최대한 정리해 두어야 한다고되다이런 게 어른의 삶이라면 피터 팬 따라 진작 네버랜드로 훨훨 떠났으면 좋았을 뼌.

 

약 오르게도 기회란 언제나 안정과 교환되기를 요구한다그래서 이 시기는 잘못하면 비참해질 수도 있지만비로소 살면서 누가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을 내 삶을 살아볼 시기이기도 하다졸혼이 유행한 것도 맥락은 비슷할 것이다참견충고강요 다 XX! 그런 심정.

 


지금까지는 학교와 직장으로 이어지는 큰 조직의 구성원으로 살아왔다면삶의 후반기에는 그것을 벗어나서 내가 좋아하는 영역을 찾아서 배우고 익히며 다른 이들과 즐거움을 나누는 삶을 사는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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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이웃 - 허지웅 산문집
허지웅 지음 / 김영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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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뭉클한 이 책을 눈물 콧물 흘리며 닦으면 읽었습니다잊지 못할 고마운 분을 덕분에 더 오래 떠올렸습니다심각할 수 있었던 교통사고 현장에서 만난 최대한의 이웃의 이야기입니다감사를 제대로 전하지 못해서 평생 잊지 못할 분입니다.


 

제가 탄 택시가 1차 충돌을 일으키고 다들 졸며 운전한 건지뒤에 오던 차들이 잇달아 두 번 더 충돌하였습니다다행이 뒷좌석에서도 안전벨트를 했지만몸이 휘고 무언가가 머리를 세게 강타한 터라 쇼크 상태였습니다의식은 있었습니다.

 

밖에서 차창을 막 두드리는데 고개는 물론 손가락도 까딱할 수가 없었습니다몸에 아무런 힘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정면을 보니 엔진에서 연기가 펄펄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완전한 무력감은 그때 처음 체험한 듯합니다.

 

누군가 찌그러진 차문을 열고 나를 꺼내는데 몸에 힘이 안 들어가니 그대로 안겨서 나왔습니다눕고 보니 손이 따뜻하고 눈이 다정한 분이셨습니다자꾸 괜찮냐고 물어서 젊고 어리석었던 저는 화가 나려고 했지요괜찮지 않은 게 너무 명백하지 않나요.


 

살면서 두텁게 쌓아 올린 편견을 나만의 지혜로 착각하며 세상을 이것과 저것 둘 중 하나로 판단하는 사람이 누군가가 하지 않은 것을 했다고혹은 한 것을 하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을 때상대방은 얼마나 무력하고 외로울까요.”

 

오른 다리 골절 하나 뿐이고뇌로만 살아가던 논문 학기라서 머리를 안 다친 것에 만족했습니다인간성 연마보다 학력을 쌓던 아둔한 시절이라 누구보다 빨리 와서 저를 꺼내준 분께따뜻했던 체온에염려 가득했던 목소리에 감사를 제대로 못 전했습니다.


 

인간은 공감할 줄 아는 생명체입니다인간은 인간으로 태어나 사람답게 살려고 노력하는 동안 그들을 다른 생명체와 구분 짓는 괴상하고 소모적이며 소란스러운 동시에 놀라울만큼 아름다운 것이 하나 있다면그건 바로 공감하는 능력일 겁니다.”

 

아마 평생 못 찾겠지요죄송스러운 건 어쩔 도리가 없지만그래서 저도 그분처럼 타인에게 계산 없이 망설임 없이 쉬운 감사인사에도 연연하지 않고 호의를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그분이 선용한 인간답게 사는 방식을 가능할 때마다 이어가고 싶습니다.


 

마음 위에 안개를 걷어내고 밝은 눈으로 상대를 바라볼 수 있는 지혜그렇게 편견 없는 가슴으로 상대를 품을 수 있는 용기꼿꼿하고 바른 자세로 살아간다는 건 단지 어깨를 펴고 허리를 바로 세운다는 게 아니라 바로 그런 용기와 지혜를 실행하는 삶일 겁니다.”

 

태풍 소식에 불안하고책도 잘 못 읽겠고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초라하고그럼에도 인명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은 더 간절해집니다예보를 찾아보다 눈에 띈 어떤 글에서 중국이나 일본으로 가서 쓸어버리라는 문장을 보았습니다.

 

불안보다 깊은 슬픔을 느낍니다모르는 다수의 사람들을 향한 증오와 생명경시는 어떻게 생겨나고 왜 사라지지 않는 걸까요인류는 전쟁도 살인도 멈춘 적이 없지만그래도 이 작고 어두운 지구에서 잠시 이웃으로 함께 사는 일이 폭력적이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진정한 강인함이란 하늘을 날고 쇠를 구부리는 게 아닌역경에 굴하지 않고 삶을 끝까지 살아가며 마침내 스스로를 증명하는 태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글을 쓸 수 있게 되기까지 허지웅 작가가 겪어야 했을굴하지 않아야 했을 일들을 짐작해 봅니다냉철하다거나 이성적이라는 평이 강한 듯한데저는 저처럼 자꾸 뭉클해서 눈물이 핑 도는 이를 봅니다고단하지만 포기하지 않은 이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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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면 좋잖아 고래책빵 동시집 26
윤영훈 지음, 이지미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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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고양이가 어딘가를 하냥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된다그러면 일단 나도 시선의 방향으로 눈을 돌려서 열심히 무언가를 찾으려 하지만노안이 오기 전에도 내게 보이는 것은 없었다대체 무얼 보는 걸까... 궁금해 하며 물을 수 없어 늘 안타까웠다.

 

아이들의 시선도 짐작 이상기대 이상상상 이상일 경우가 종종 있다그런 시절이 길면 좋으련만갑자기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불쌍하다고 울기도 하고다시 만날 곰인형을 끌어안고 헤어지지 싫다고 통곡하기도 한다.

 

저자가 직관으로 감지한 것을 시로 만들고 싶었다는 이 동시집에도 내 경험과 유사하거나 충분히 짐작 가능한 그러한 순간들이 여럿이다호흡을 아무리 갈무리해도 자꾸 불쑥 거리는 짜증도초강력 태풍에 불안한 마음도 동심을 느끼며 진정시켜 본다.


 

시 속의 면면은 동물도 어린이들도 다 잘하는 것을 유독 성체 인간들만 잘 못하는 것이 많구나 하는 깨달음을 다시 준다못하는 걸 넘어서 다 망치는 유해한 행위들무엇을 잃고 무엇을 잘못 배워서 이렇게 사는 걸까다들 한 때 동심과 직관이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어린이의 일상의 단면들일 거란 생각한 나는 적어도 내 세계보다는 적지 않게 확장된 큰 삶을 만난다모두 함께 지구 위에서 살아간다는 건 똑같으니 여러 사안들에 대해 나이와 무관하게 의견을 가지는 일 또한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인간 어른의 잔인함불합리함야비함비겁함이기적인 면면들이 모두 제각각의 상처가 되어 돌아온다어린이들의 눈에 이 모든 게 다 비친다고 생각하니 도망갈 방법이 없어 지극히 난망하다.


 

몸도 마음도 아프고 무겁게 사는 어린이들 역시 모두 어른들 탓이다다른 존재가 다른 삶을 산다는 기본조차 인정하지 못하고바라고 욕심을 내고 간섭을 하고 협박도 하고 학대도 하고 적극적으로 삶을 망치기도 하고 낭비하게 강요하기도 하고.


 

그리고 자신을 늙고 죽어 없어질 테니끝까지 책임도 못질 세상에 함께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한 어린이들만 덜렁 남게 된다물론 몸은 자라 어른이 되었을 테지만이토록 무책임하고 나쁜 일도 별로 없을 것이다.


 

꼭 필요한 대비를 해주지는 못해도미래를 안전하고 즐거운 세상으로 만들지는 못해도지금 여기의 어린이들을 인격적인 존재로 보는 일은 가능하지 않을까해를 입히지 말고 방해하지도 말고 열심히 도와주는 일 정도는 큰 실패 없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상은 모두 저의 고민이며 저에게 향하는 비판과 충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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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리치의 일본 미학 - 경계인이 바라본 반세기
도널드 리치 지음, 박경환.윤영수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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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평론가란 문화적 소양과 필력을 모두 갖춘 이라고 생각한다수입된 작품들을 보는 입장이 아닌 해당 국가에서 60여년의 세월을 보낸 이라면문화의 배경이 되는 다층적인 면들을 이방인이라서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을 거란 생각도 해본다.

 

참전 군인이었다가 파병 국가에서 살며 문화를 미학의 관점에서 오래 보고 글로 정리한 것이라서가깝게 느끼지만 실은 잘 모르거나 단편적으로만 경험한 아시아권의 저자들보다 오히려 심층적인 분석과 이해가 있을 거란 기대를 했다.

 

친한 일본인 친구들도 있었고 일본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친구들도 있지만나는 언어를 충분히 배우지 못해서 문화에 대한 이해도 아주 얕다그건 일본의 문화 상품을 얼마나 많이 접했는가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미학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면서도 아주 난해한 분야라는 선입견이 강했는데걱정보다 편안한 표현으로 이어지는 글들이라 다행이다익숙한 것들을 만나고 확인하는 내용이 절반은 되겠지 했던 짐작은 틀렸고 새롭게 배우는 낯설고 신기한 문화를 만났다재밌다.


 

다른 모든 언어가 그렇듯 옷차림에 관련된 언어는 뉘앙스로 가득 차 있다그러므로 기모노는 여러 의미로 옷의 주인을 정의한다몸에 딱 맞춰 만들어지지는 않지만기모노는 그 어떤 옷과도 다른 방식으로 몸을 휘감고제한하고받쳐준다. (...) 특히 여성의 기모노는 몸에 꽉 끼는 데다 겹겹으로 덧입은 속옷 위에 비로소 기모노를 입기 때문에 마치 몸의 형태를 기록해놓은 껍데기 같다.”

 

얼마 전 한복 문화를 소개한다는 기획으로 청와대에서 촬영된 옷들이 생각났다패션에 대해 아는 바가 없지만일본 디자이너의 옷에 버선과 고무신을 신었다고 한복 차림일 수는 없다그 기괴함은 한국일본 어디에도 역사적문화적미학적 뿌리를 두지 않는 디자인이었다.

 

일본의 전통 영화들을 보면 이들은 현실이란 겉으로 드러난 것이 전부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뒷면에 숨겨진 현실이라든가 가치 판단에 대한 고려가 느껴지지 않는다일본인은 개인으로서의 죄책감은 없으나 사회적 수치심은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들 하지 않던가.”

 

이 단락을 여러 번 읽었지만 경험 부족으로 충분한 이해가 어렵다이전 선입견을 건드리는 주장은 대체로 반가운데 일본 전통 영화들을 많이 못봐서일까속마음감춰진 진실가치 판단에 대한 고민...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일본인들을 많이 만났는데재확인을 위해 체크해둔다.

 

일본은 죽음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놓는다아마도 그래서 죽음을 그렇게나 많이 다루는지도 모르겠다일본의 극이나 시를 보면 죽음은 일상적인 주제 중 하나다. (...) 고대 이집트인들도 그랬지만일본은 죽음을 축하하고 받아들인다오히려 삶에 집착한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부분적으로 접해본 문화에서도 죽은 자를 애도하고 산자를 위로하는 방식이 무척 다양하다고 느꼈다마치 구분이 있으나 있지 않을 수도 있는함께 지낼 수도 있는문득 조우가 가능한 여러 방식으로 혼재되어 있다신기하게도 무섭진 않았다뜻하지 않은 이별아쉬움이 클수록 그리는 마음도 더 커서 산자들이 불러내고 곁에 두는 애도 같았다.

 

나는 문화보다 과학적 발견으로 인해 죽음과 삶을 좀 더 선명하게 이해하게 되었다의미과 가치가 떨어져나간 삶에 비로소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찰나의 시간이 아깝고 귀하고 이 모든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 애틋하다죽음이 일상자연스러운 일이 되는 건 좋은 면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이제 막 9월이 되었는데 나뭇잎들이 노릇노릇하다가을공기에는 이별을 예감할 기운이 가득하다지나가고 떠나가는 모든 순간이 이별이다다시 만나자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저자가 가치 있다고 한 되돌아보는 일이 깊고 서늘한 계절이다.

 

이 모든 것은 이제 지나간 얘기다. (...) 그러므로 역사의 긴 복도를 되돌아보는 일은 가치가 있다아름다움을 추구하던 세상아름다움의 특징들을 분류하던 세상, ‘미학이라는 단어가 필요 없던 세상을 돌아보는 일은 가치가 있다.”


 

아담하고 무겁지도 않은 책에 재미난 내용이 가득해서 초고의 반도 더 줄여서 남겨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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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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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께서 오랜 시간을 들여 깊이 이해해나간 인간 안중근을 술술 잘 읽을 수 있도록 창작해주셔서 안타까울 만큼 빨리 읽었다. 간결하고 담담하기 이를 데 없는 문장으로 잘 알던 사람처럼 내밀하고 생생히 전해주는 신력의 작품이다.

 

일반명사였던 안중근은 이제 만난 적 있는 사람으로 가까워졌다. 영웅의 자리에 선 이를 한참 더 산 흐린 눈으로 바라보니 아프기만 하다. 서른 한 살의 생각... 그의 가족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이런 비극을 가해한 자들은 기필코 제대로 벌을 받아야한다.

 

이토 히로부미의 관점으로 세상을 볼 일이 있을까, 살면서 상상조차 못해봤다. 즉각적 거부가 일어났지만, 작가께서 이토를 잘 이해해보라고 그리 구성하실 리가 없으니, “이 놈 어디 네 속을 살펴보자하는 심정으로 읽었다.

 

안중근이 청년이자 순수함이자 열정을 가진 존재 자체라면, 이토는 자신의 정체성보다는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대리인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토의 확신과 사유없음과는 대조적으로, 안중근에게는 발걸음마다 부딪치는 갈등이 나타난다.

 

대의가 의도였지만 살인이라는 행위에 대한 윤리적 고민, 한 인간으로 적에게 보이는 증오심과 천주교인으로서 지키고 싶은 신앙심. 작가는 안중근을 진짜로 살려 내기 위해서 기록처럼 보일 요소 대신 복잡한 갈등을 겪는 실재 인물로 창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안중근이 잠들지 못하는 잠자리에 누워있는 짧은 순간에도, 강렬하게 그가 느끼는 긴장감과 갈등을 강렬하게 공감할 수 있다. 다지고 다졌을 그의 결단은 우연을 감지한 불안 속에서도 성공시켜야할 종교적 신념처럼 전율스럽다.

 

즉시 마음을 정하다는 표현에 마음이 거세게 뛰었다. 불안하고 슬프고 앞으로의 시간들이 원망스럽고, 이 시절을 걸어 나와 이룬 나라꼴이 기막히고. 책을 덮고 누운 내 잠자리에서 나도 갖가지 복합적인 갈등과 증오심과 고민들이 한가득 지나갔다.

 

우덕순이 소리 없이 웃었다. 웃음은 엷게 얼굴에 번졌다. (...) 둘은 마주보며 웃었다. 웃음은 흐렸고 소리 끝이 어둠에 스몄다.”

 

이전에 청소년 문학을 읽다 보면 직설적인 단문이 좋을 때가 많았다. 둘러말하는 능력을 키운 어른들의 이도저도 아닌 소리에 질린 경우라면 더 그렇다. 김훈 작가의 문장들과 안중근 우덕순의 답변들이 간결하고 정확해서, 변명과 조작의 여지마저 남기지 않는다. 옳다는 일에 목숨을 건 청년들의 언어가 거침없음 외에 뭐가 될까.

 

나는 내 마음으로 한 것이다.”

그것은 사람의 결심 하나로 되는 일이다.”

 

청년들의 외로운 단신 고투, 그 변화 이후에도 이어진 참극, 후일담을 읽고 읽는 후손인 내가 보는 후일인 작금의 풍경이 대체로 암담하다. 김훈 작가는 감정적인 요소 없이 담백하게 문장을 이어나가셨고 나는 내내 절통하였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바로 그날인 19091026일의 생생한 풍경을 신문으로 재구성해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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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출처: 책첵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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