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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면 좋잖아 ㅣ 고래책빵 동시집 26
윤영훈 지음, 이지미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8월
평점 :
가끔 고양이가 어딘가를 하냥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러면 일단 나도 시선의 방향으로 눈을 돌려서 열심히 무언가를 찾으려 하지만, 노안이 오기 전에도 내게 보이는 것은 없었다. 대체 무얼 보는 걸까... 궁금해 하며 물을 수 없어 늘 안타까웠다.
아이들의 시선도 짐작 이상, 기대 이상, 상상 이상일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시절이 길면 좋으련만. 갑자기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불쌍하다고 울기도 하고, 다시 만날 곰인형을 끌어안고 헤어지지 싫다고 통곡하기도 한다.
저자가 직관으로 감지한 것을 시로 만들고 싶었다는 이 동시집에도 내 경험과 유사하거나 충분히 짐작 가능한 그러한 순간들이 여럿이다. 호흡을 아무리 갈무리해도 자꾸 불쑥 거리는 짜증도, 초강력 태풍에 불안한 마음도 ‘동심’을 느끼며 진정시켜 본다.
시 속의 면면은 동물도 어린이들도 다 잘하는 것을 유독 성체 인간들만 잘 못하는 것이 많구나 하는 깨달음을 다시 준다. 못하는 걸 넘어서 다 망치는 유해한 행위들. 무엇을 잃고 무엇을 잘못 배워서 이렇게 사는 걸까. 다들 한 때 동심과 직관이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어린이의 일상의 단면들일 거란 생각한 나는 적어도 내 세계보다는 적지 않게 확장된 큰 삶을 만난다. 모두 함께 지구 위에서 살아간다는 건 똑같으니 여러 사안들에 대해 나이와 무관하게 의견을 가지는 일 또한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인간 어른의 잔인함, 불합리함, 야비함, 비겁함, 이기적인 면면들이 모두 제각각의 상처가 되어 돌아온다. 어린이들의 눈에 이 모든 게 다 비친다고 생각하니 도망갈 방법이 없어 지극히 난망하다.
몸도 마음도 아프고 무겁게 사는 어린이들 역시 모두 어른들 탓이다. 다른 존재가 다른 삶을 산다는 기본조차 인정하지 못하고, 바라고 욕심을 내고 간섭을 하고 협박도 하고 학대도 하고 적극적으로 삶을 망치기도 하고 낭비하게 강요하기도 하고.
그리고 자신을 늙고 죽어 없어질 테니, 끝까지 책임도 못질 세상에 함께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한 어린이들만 덜렁 남게 된다. 물론 몸은 자라 어른이 되었을 테지만. 이토록 무책임하고 나쁜 일도 별로 없을 것이다.
꼭 필요한 대비를 해주지는 못해도, 미래를 안전하고 즐거운 세상으로 만들지는 못해도, 지금 여기의 어린이들을 인격적인 존재로 보는 일은 가능하지 않을까. 해를 입히지 말고 방해하지도 말고 열심히 도와주는 일 정도는 큰 실패 없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상은 모두 저의 고민이며 저에게 향하는 비판과 충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