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굴까? 고래책빵 동시집 28
박현주 지음, 양은서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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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가 너무 커서인지 하루 종일 몸이 시달리는 기분이다목요일이기도 하고 아주 피곤하다그래도 아름다운 날불만은 없다읽지 않은 동시집이 있다는 것이 즐거운 위안이다.

 

제목이... 반평생을 고민했던 주제라서 살짝 겁이 났지만분명 다정하게 그림으로 시어로 들려줄 것이다이제 나는 내가 누군지 알겠고더 궁금한 것은 없다.

 

여전히 자신들이 누구인지 궁금하고세상이 사람들이 궁금한 어린이들의 눈에 비친 풍경과 생각 속에서 풍성해지는 상상을 기억해보려 애쓰며 읽었다.

 

오래 전 어릴 적에 잠깐 잠들었다가도 구름 위로 폴폴 날아오르는 멋진 꿈을 꿀 수 있었는데심해에서도 자유롭게 고래와 여행도 떠나고그런 세상이 모두 사라진 현실은 문득 시시하다.

 

다른 아름다움을 보는 방법도 배웠고믿지 않던 기적이 매일 일어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나를 제외한 모두가 나보다 훌륭하게(?) 사는 듯해 무임승차가 늘 미안하다.

 

무척 철학적인 이 질문을 제외하고도 시인은 넉넉한 시선을 시선이 닿는 모든 것에 골고루 주었다그 풍경을 따라 천천히 문자와 그림을 따라다니다 보니 피곤이 풀린다.


 

무슨 우연으로 나는 가 되었을까계획도 의미도 의지도 없는 촉발과 찰나의 형태에 고맙고도 신기하다어째서 이 모든 경험을 뒤로 하고 원소들은 그토록 훌훌 헤어져 버리는 걸까.

 

태어나기 전 나는 누구였을까

지금 나는 내가 믿는 나일까

다음의 나는 누굴까

 

그리고

너는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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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살지 않는 집 고래책빵 동시집 27
김영서 지음, 아몽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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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철학서 같기도 합니다통상 누구네 집누가 사는 집이라고 명명한다는 점에서궁금증이 커지지요왜 고래가 살지 않는’ 집이라고 했을까요혹은 살지 않았으면 하는 뜻일까요.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동시들을 차례로 읽어 봅니다그림을 보고 불쑥 현실 어른이 튀어나옵니다저런 신발은 미끄러울 텐데엄마 마트 상자에 비싼(?) 채소들이 많구나... 부럽구나... 좀 더 동심을 회복하고 동시를 읽어야 할 듯!

 

여름을 힘들어 하면서도별 일 없이 지나면서도여름엔 괜히 설레는 저는 올 해 한 여름 풍경이 어땠더라기억을 찾아봅니다해마가 가장 빨리 늙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납니다벌써매미 소리도 깜짝 놀랄 만큼 컸는데기억하지 못한 어느 날부터 그쳤겠지요.



 

첫 동시집을 발간하신 저자시라 처음 만납니다일상이 무척이나 정겹고 다정합니다그런 눈으로 세상을 보시는 것이겠지요가을을 만끽하시고 무탈 강건하게 잘 지내시다 다음 시집 소식을 들려주시길 고대하겠습니다.

 

9월이 끝나고 10월이 주말과 함께 여유롭게 시작합니다늘 월말과 월초 사이 휴식이 없어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인데이번 징검다리는 무척 행복한 날짜 배치입니다휴일이 이렇게 좋으니 이제 일하는 기쁨은 거의 다 사라졌구나 싶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재밌어서 동시를 짓던 아이들은 어느새 시작의 재미를 잃고 창작을 하지 않지만어쩌면 훨씬 더 나이가 들어서는 오래 잊었던 동심을 찾아낼 지도 모를 일입니다제가 지켜봐줄 수 없더라도 그때가 되면 저자처럼 행복한 시를 만나게 되면 좋겠습니다.

 

이상하고 힘이 들면서도 쨍하고 더운 볕이 잠시 좋기도 하고종잡을 수 없는 날씨입니다우울하면 비타민과 유산균 생각이 먼저 나는 현실인간이지만어쩌면 따근해질 정도로 볕을 쬐며 산책을 하면 어른거리는 우울도 바삭 말려질지 모르겠습니다.

 

일상이 귀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입니다감사히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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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 꿈꿀자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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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어렵지도 지겹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오래 나눠 읽자는 계획이 필요 없게 될 정도로 일독은 빨랐다. 그런데 생각이 많아져서 글은 쓰지 못했다. 이 글은 그동안의 생각들을 정리한 담담한 기록이고자 한다. 부디 하소연이 더 많지 않기를 바라며 썼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가족이 있다. 그 전에는 장애에 대해 전혀 모르고 살았다. 16년 전에 시작된 새로운 삶은 다중우주 저리가라 할 정도로 낯선 세상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장애의 종류는 비장애인이 짐작하는 것보다 다양하다. 종류가 같아도 중증 정도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진다. 그러니 우리 가족은 뇌병변 장애에 대해서만 알 뿐 자폐스펙트럼에 대해선 모른다. 발달 장애 전반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하지만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는 실은 다른 모든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도 적용되는 역사이다. 그래서 잘 모르는 장애 종류라 하더라도 모든 이야기를 경험한 것처럼 익숙하게, 오래된 아픔까지 떠올리며 읽게 된다. 소수여서 약자이고 약해서 소수인 모두의 경험이라서.

 

북클럽 덕분에 여러 이유로 읽게 될 것 같지 않던 책을 읽을 수 있어 감사하다. 1930년대 자폐 개념이 형성되었다는 것도, 지금은 당시의 무지와 차별을 열심히 극복하고 자폐가 인간의 특성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과정을 여전히 끝나지 않은 역사 속에서 배웠다.

 

얘가 왜 그러냐구? 얘는 자폐인이요. 이제 당신들이 왜 그러는지 말해봐요. 아니면 입 닥치고 조용히 가든지.”

 

무지했으니 나도 자폐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배워서 알고 나니 시시한 그 벽이 조용히 사라진다. 어떤 장애도 특정인의 잘못과 책임이 아니고 치료 가능하지도 않다. 오래 전 모르고 본 영화 <레인 맨>의 결말이 무척 과학적이고 현실적이라는 것을 이제 깨달았다.




눈부신 표지가... 감추고 격리시키던 암습한 시절을 꺼내어 볕 좋은 날 잘 말린 자폐의 역사처럼 찬란하다. 자폐인들, 권리 옹호 활동가들, 의사들, 과학자들... 모두가 영웅들이다. “신경다양성을 인정하라!” 이제 배운 이 표현을 현장의 힘찬 고함으로 듣는다.

 

살던 대로 있는 그대로가 숨 쉬는 공기처럼 편하기만 하다면, 기득권자이거나 기득권의 삶만을 경험한 것이다. 비난하려는 게 아니라, ‘불편하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길 부탁한다. 그 이야기에 이해를 넓히고 낡아버린 사유의 경계를 늘리는 지혜와 힘이 있다.

 

세상의 돈키호테들, 이상주의자들이 좋다. 이 책을 저술하고 번역하고 출간한 모든 분들이 존경스럽고 자랑스럽다. 더 늦지 않게 읽을 수 있어 깊이 감사드린다. 내가 알던 그리고 모르는... 외로움과 어려움 속에 애쓰다 삶을 끝낸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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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에게 Dear 그림책
한지원 지음 / 사계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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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참을 만큼 참았어.”


“더 이상은 못 참아. 오늘은 기필코 말할 거야.”


“열심히 했다고? 맨날 내가 다 하고 너는 놀기만 하잖아.”


“항상 네가 먼저 나서서 다 해 버렸잖아.”


“내 탓이라는 거야? 네가 바보 같이 제대로 못하니까 그렇지.”




표지를 보시면 짐작하시겠지요. 

아주 깔끔한 그림들, 두 손 그림이 이어지는 책입니다.

대사들은 마치 육성이 들리는 듯,

기시감이 드는 듯,

누군가가 떠오르는 듯합니다.

그만큼 누구나 품어 봤을 상황과 감정에 관한 메시지겠지요.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마다 점수 기준표가 있어서 

숫자로 확실하게 차곡차곡 채점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매번 수혜자들에게 감사를 받는 것도 아니니

살다 보면 억울한 감정이 들 때가 많습니다.


물론 잘 몰라서 표현을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잘 알면서도 타인의 노동과 배려를 이용하는 이들도 있지요.

오른손과 왼손은 어떤 입장일까요.


저는 왼손잡이고 교정되었지만 왼손, 왼팔로만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불편한 점도 많고 불쾌한 일들도 있습니다.

특히 누군가의 오른쪽이 앉을 수밖에 없어서 움직이다 부딪히면

거의 왼손잡이인 사람이 사과를 하게 됩니다.


‘오른’ 손잡이가 ‘옳다’고 생각하는 세상이니까요.

그럼 왼손잡이는 사실은 ‘그른손’잡이인 걸까요?




저자는 한 손을 편드는 분이 아닙니다.

바쁘고 일이 많은 오른손의 입장도

서툴고 저평가되는 왼손의 입장도

깔끔한 선과 선명한 대화로 모두 말할 기회를 줍니다.


흔하지만 마법과 기적을 만들고, 인간성을 대표하는 이 표현이 오늘은 더 깊이 울립니다.


“고마워.”




왼손잡이이지만 오른손처럼 군 적이 많습니다. 

내게 익숙한 일이라고 상대가 어려워하는 것을 답답해 한 적도 지루해한 적도 많습니다. 

사람을 ‘어떻게 얼마나 기능하는가’로 판단한 적도 많습니다.


그러지 않도록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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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전쟁편 - 벗겼다, 끝나지 않는 전쟁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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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그림들(?)이 적지 않은 친절한 책이지만, 세계사 중에서도 전쟁 편을 재밌게만 읽을 수는 없다. 분단국에 태어나 살지만 전쟁의 참상도 모르고 피해도 입지 않고 살았다. 그러니 지금이 평화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더욱 잊지 말아야 한다.

 

예전의 전쟁의 상처도 진단되지 않고 낫지 않았다. 올 해 봄에 발발한 아직 멈추지 못한 전쟁을 생각할 때마다 문명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 너무나 슬프다. 누가 왜 시작한 것인지 밝히고 책임을 묻고 왜 멈추지 못하는지 궁금해 하며 모든 전쟁에 끈질기게 반대할 것이다.

 

벌거벗은 세계사 tvn 프로그램에서 만난, 내용들이 정리되어 있다. 대량 살육전이었던 제1차 세계대전, 영국이 일으킨 가장 부도덕한 아편 전쟁, 일본의 진주만 공급과 미국의 핵폭탄 반격, 최악의 제노사이드, 미국의 악몽이 된 베트남 전쟁, 유고 내전 대학살인 보스니아 전쟁...





방송보다 더 내용에 집중하게 된다. 하나같이 끔찍해서 인류가 이러고도 생존해서 어울려 사는 일이 기적 같기도 하고 이해 못할 일 같기도 하다. 산다는 건, 계속 살아가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는 건 참 무겁고 무서운 일이다.

 

짐작은 했지만, <전쟁 편>는 이전 <사건 편> <인물 편>과 느낌도 생각도 아주 다를 수밖에 없다. 잊고 살지만, 운이 좋아 전쟁의 피해도 억울함도 모르고 살지만, 분단국에 사는 처지도 아직 멈추지 못한 러시아 침공 전쟁도 기억나게 한다.

 

인류 문명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의사소통 수단들이 없어서, 잘 몰라서, 두려워서, 욕망에 휘둘려 벌인 전쟁들이 시작부터 있었고, 계속 이어지다 더욱 규모가 커졌고, 경험이 학습되고, 다른 방식의 공존을 상상하게 되면서 끝날 줄 믿었는데...

 

전쟁 속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이 피상적일 것이다. 정의의 용사도 영웅도 평화를 최우선 목표로 두는 국제기구도, 아무 것도 없는 현실에서 개인이 반전을 실천할 방법은 참 사소하다. 그래도 뭐든 눈에 띄는 대로 할 밖에...

 

전쟁은 현재 진행 중이다. 시시각각 지금 우리의 현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매일 상해/사망자가 생기고 위협은 더 커질 것이다. 10편의 전쟁 모두 아직 끝나지 않았다. 회복되지 않은 상처에 새 상처를 더하는 꼴이다. 멈추지 못한 전쟁은 낫지 않는 상처 같다.

 

책을 읽고 배운 역사가 바로 뉴스로 이어진다. 시의적절해서 서글프고, 그래서 제대로 배우고 기억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누구 한 사람 욕하는 걸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별로 없다. 역사의 정확한 흐름을 파악하는 것도 분명 힘이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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