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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에게 ㅣ Dear 그림책
한지원 지음 / 사계절 / 2022년 9월
평점 :
“정말 참을 만큼 참았어.”
“더 이상은 못 참아. 오늘은 기필코 말할 거야.”
“열심히 했다고? 맨날 내가 다 하고 너는 놀기만 하잖아.”
“항상 네가 먼저 나서서 다 해 버렸잖아.”
“내 탓이라는 거야? 네가 바보 같이 제대로 못하니까 그렇지.”
표지를 보시면 짐작하시겠지요.
아주 깔끔한 그림들, 두 손 그림이 이어지는 책입니다.
대사들은 마치 육성이 들리는 듯,
기시감이 드는 듯,
누군가가 떠오르는 듯합니다.
그만큼 누구나 품어 봤을 상황과 감정에 관한 메시지겠지요.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마다 점수 기준표가 있어서
숫자로 확실하게 차곡차곡 채점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매번 수혜자들에게 감사를 받는 것도 아니니
살다 보면 억울한 감정이 들 때가 많습니다.
물론 잘 몰라서 표현을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잘 알면서도 타인의 노동과 배려를 이용하는 이들도 있지요.
오른손과 왼손은 어떤 입장일까요.
저는 왼손잡이고 교정되었지만 왼손, 왼팔로만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불편한 점도 많고 불쾌한 일들도 있습니다.
특히 누군가의 오른쪽이 앉을 수밖에 없어서 움직이다 부딪히면
거의 왼손잡이인 사람이 사과를 하게 됩니다.
‘오른’ 손잡이가 ‘옳다’고 생각하는 세상이니까요.
그럼 왼손잡이는 사실은 ‘그른손’잡이인 걸까요?
저자는 한 손을 편드는 분이 아닙니다.
바쁘고 일이 많은 오른손의 입장도
서툴고 저평가되는 왼손의 입장도
깔끔한 선과 선명한 대화로 모두 말할 기회를 줍니다.
흔하지만 마법과 기적을 만들고, 인간성을 대표하는 이 표현이 오늘은 더 깊이 울립니다.
“고마워.”
왼손잡이이지만 오른손처럼 군 적이 많습니다.
내게 익숙한 일이라고 상대가 어려워하는 것을 답답해 한 적도 지루해한 적도 많습니다.
사람을 ‘어떻게 얼마나 기능하는가’로 판단한 적도 많습니다.
그러지 않도록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