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생명 수업 - 십 대에게 들려주는 생명의 존엄성
홍명진 지음 / 뜨인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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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성이란 말을 더 자주 듣고 산 우리들,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표현을 읽고 배우고 생각하고 얘기 나눌 기회가 좋습니다쉽고 재밌고 멋진 일러스트가 있는 책일 거라 짐작했는데게으른 생각책을 만만히 보았습니다진지하고 중요한 내용들이 한 가득이네요이 책이 아이들 교과서면 좋겠단 생각을 하며 무척 경건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세대가 달라 환경수업을 듣고 환경 운동에도 참여하고 후원도 하며 자신의 일상과 삶의 경험으로 살아온 아이들은 익숙한 듯 읽었습니다그래도 일독으로 그치지 말고 십 대 독자들을 존중하면서도 중요한 이야기들을 빠트리지 않고 담아둔 아름다운 책을 거듭 읽고 새롭게 배우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십 대가 읽으면 참 좋은 책이고 어른들은 꼭 읽어 보셔야 할 책입니다미래세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서인지 확실한 과학정보도 단호하게 소개하는 대신 그렇다고 합니다’ ‘다수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런 문장으로 표현하신 부분도 무척 좋습니다뺄 내용이 없으니 책을 읽어 보시라 거듭 권하고 싶습니다몇 가지를 기록으로 남겨 봅니다.

 

땅과 하늘을 품은 자연계에서는 생명과 죽음의 과정이 돌고 돌아요

깊고 푸른 대양과 빽빽한 숲을 지배하는 모든 생명체들 (...) 생명의 끝에는 반드시 죽음이 있어요

그리고 그 죽음 속에서 다시 생명이 피어나는 순환이 일어나요. (...) 

생명과 죽음의 의미를 함께 나란히 놓고 보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답니다.”

 

당장 결론을 내리지 못해도 괜찮아요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가다듬어 보는 게 중요하거든요우리 존재의 기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각해 봐야 할 가치가 있는 고민거리입니다.”

 

궁금하지 않으신가요저는 내내 궁금했습니다정확히 알 때까지 충분히 오래 살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클 듯해서 아쉽습니다.

 

전쟁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 해도 우리 주변에는 늘 죽음의 그늘이 깔려 있어요. ‘오늘도 3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2019년 11월 21일 <경향신문> 1면에는 이러한 문장과 함께 1200명의 이름이 실렸어요. 2018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분들의 이름이었어요.”

 

“‘사람들은 날마나 우수수우수수 낙엽처럼 떨어져서 땅바닥에 부딪쳐 으깨진다.’ 김훈 작가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썼어요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예요.”

 

기사가 아닌 김훈 작가의 말과 글 속에서 돌멩이처럼 떨어지는 이들의 죽음은 덜덜 떨며 만났습니다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대통령령으로 2021.10.05 공표되었고시행일은 2022.01.27.부터입니다.


“‘따끈한 피자를 먹겠다고 치른 대가가 젊은이들의 목숨이었다니...’ 충격과 분노를 느낀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30분 배달제는 폐지되었어요하지만 지금도 여러 모양으로 30분 배달제가 부활되고 있어요코로나19의 여파로 배달 물량이 늘어나면서 너도나도 이 전쟁에 끼어들고 있습니다.”

 

가끔 가족들의 거센 요청에 배달 주문을 하면 60분이나 70분으로 예정시작을 알려옵니다그리고 30분 내에 도착하더군요확신이 들 만큼 자주 시키지 않아서 모르겠지만이건 우연일까요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많은 과학자들은 인간이 별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해요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수소산소탄소 같은 우주의 원소와 별먼지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너무 자주 신나라 얘기해서 이웃들 글 읽다 화내실까 멘트 생략합니다같은 내용도 늘 반가우니 이것도 병인가요.

 

인간은 특별한 존재일까요? (...) 우선 해부학적으로 인간과 동물은 큰 차이가 없어요생명체는 하나의 세포로 시작되어요. (...) 인간 유전자가 쥐와 90%, 초파리와 60%나 일치한다는 사실은 정말 뜻밖의 이야기죠.”

 

돼지 신장을 인간에게 이식 성공했다는 기사를 어제인가 제목만 본 기억이 납니다인간과 돼지는 유전자가 가장 비슷한 이종(異種)입니다이미 심장 이식도 시도하곤 했습니다한 실험에서 보니 저보다 컴퓨터 게임도 더 잘할 듯 하더군요인간이 잘못하면 괜히 개돼지에게 욕이나 하고여러모로 괴롭히고이런 상태로 사육하다 잡아먹어도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요.


아픔과 고통을 느낀다는 점에서 인간과 동물은 아무런 차이가 없어요우리가 고통 받는 것이 싫다면 동물에게도 고통을 주어서는 안 돼요동물은 고통뿐 아니라 감정도 느끼는 존재예요. (...) 동물을 고기가죽털을 주는 도구로만 여겨서는 안 됩니다.”

 

다채로운 요리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과식을 자랑스러워하는 한국에서는 끓는 물에 살아 있는 식재료 집어넣고 환호하는 게 무슨 문제냐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제가 참을 수 없었던 장면은 그걸 지켜보며, “해산물은 신경구조가 달라서 고통을 안 느껴.”라고 과학적인 양 발언하는 것입니다. 해양생물들에게 아픈지 괴로운지 무서운지 물어봤더니 '아니'라고 대답해주던가요.

 

스위스살아 있는 바다가재 끓는 물에 바로 넣는 요리법 금지

노르웨이살아 있는 연어 절단 전 마취

영국 랍스터문어오징어 산채 오리 금지하는 동물복지법 개정

 

동물을 더 빠르고 싼 방법으로 키우려고 하다가 도리어 동물도 병들고 사람도 병들고 비용만 더 치르는 결과를 낳게 되었어요이것은 축산업자들만의 문제이고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일까요그 고기를 사 먹는 것은 우리입니다

 

지옥 같은 환경에서 고통 받다 죽은 동물이란 걸 알아도 여전히 먹고 싶을까요건강할 리도 없는 식재료일 가능성도 높습니다결국엔 잡아먹더라도 사는 동안 가능한 덜 고통 받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무가치하고 위선일 뿐일까요.


내용 상 전혀 균형 있는 소개도 못 되지만 이만 마무리합니다다양한 내용과 주제들이 있으니 읽게 보심 참 좋을 것입니다.


산다는 건 힘든 일이고 남을 해치지 않고 해를 끼치지 않고 나도 무탈하게 사는 일은 더 힘든 일입니다힘들어 봤다고 쉬워지는 일도 아니니 정말 힘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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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여우 꼬리 1 - 으스스 미션 캠프 위풍당당 여우 꼬리 1
손원평 지음, 만물상 그림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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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라는 단어가 규정하는 시기가 정확히 언제 시작하고 끝나는 것인지 경험 상 잘 모른다개인 별로 복잡한 생각이 많아지고 자신의 욕망과 타인 주로 부모 의 욕망을 구분해내고 실질적인 분리 과정을 거쳐서 서툴지만 스스로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는 일은 시작도 기간도 다 다를지 모른다.

 

고학년이 되었다고 뿌듯해하던 초꼬맹이의 마음 풍경 역시 아무리 사랑해도 생생하게 정확히 알 수는 없는 일이다직접적인 대화도 좋지만 책을 읽고 스스로 생각을 정리해보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렇게 변화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확연한 여우꼬리를 차용한 아이디어가 흥미롭다어쩌면 어린이 독자는 여우꼬리가 생긴 주인공이 찬찬히 잘 헤쳐 나가는 삶을 만나고 나서 그보단 덜 눈에 띄는 자신의 변신에 안도하며 위로를 받을 수도 있겠다.

 

어린이라고 해서 생각이 덜 복잡한 것도 덜 진지한 것도 아니란 것을 좋은 책들을 통해 배운다악몽을 꿀 정도의 불안과 힘겨움차라리 꿈이었으면 좋았을 일들이 잠에서 깨고도 현실로 버티고 있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힘겹다


안타깝지만 피해갈 방법이 없다면 마주하는 수밖에 없다혼자만의 생각으로 좌절하지 않으면 의외로 잘 따라할 수 있는 해법을 만날 수도 있다. 어린 시절 나는 얼마나 절박했는지 기억을 못해 이렇게 편한 생각을 하는 지도 모를 일이지만.

 

미성년자들이 힘겨운 상황에 처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여러 종류의 기사들을 보면 저 아이들 곁에 마음 터놓고 의논할의지할대화할아이들이 힘겨운 문제가 있는지 살펴줄 어른이 한 명도 없었구나 싶어 아프고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다제 문제에 골몰하기에도 체력이 부족한 건 나도 마찬가지라 남 탓을 하고 마려는 건 아니다.

 

그래도 아이들 내 아이건 주변의 아이건우연히 눈에 띄는 아이건 을 돕고 사는 일잘 살피는 일이 어른들의 중요한 책임이 아닌가 한다제대로 된 어른이 못 된 내가 하는 말이라 참 민망하기도 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어쨌든.


초등 4학년인 손단미(꼬리를 자른다는 뜻의 이름) - 손원평 작가의 자녀처럼 느껴짐 와 친구들의 무척이나 멋진 표현들에 자주 감탄한다. ‘빗방울이 빚어내는 운명의 지도’ ‘주인공은 (...)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하지’ ‘자기만의 세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등등.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고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비밀로 감추고그 비밀의 일부가 드러나 놀림거리가 되고 약점이 되기도 하는 힘겨운 성장의 시기를 지나면서진짜 친구를 만나 꼭 필요한 위로를 받기도 하고약점이라 생각한 것이 힘이 되기고 하고스스로의 여러 면모들에 익숙해지면 필요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별하게도 된다.

 

주인공의 부모가 무척 자연스럽고 현명한 대화를 통해 아이를 안심시켜 주는 장면이 인상적이고 부럽다현명함과 지혜는 나이와 더불어 반드시 비례하며 늘어나는 것만은 아니라서.

 

엄마는 너를 도와주고 조언을 해 줄 수는 있지만 네 꼬리에 대해 모든 걸 다 알지는 못해엄마와 단미는 다른 사람이니까그러니까 네가 직접 경험하고 하나씩 알아가야 해명심하렴.”

 

그래도 단미의 마음을 무겁다이처럼 현실에서도 부모 몫의 도움을 주고 나서도 다 해결해줄 수 없어 안타까운 일들은 아주 많다아이들 스스로가 겪으며 배우고 정리할 수밖에 없는 일들.

 

성장한다는 것자신의 모습과 마주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확실히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일까작가는 요괴 어둑서니 까지 등장시킨다무척 놀랐지만 요괴의 특성을 자신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기까지 당사자는 얼마나 더 힘겨웠을까 애틋한 마음이 더 컸다.

 

쉽진 않지만 어떻게 보면 단순한 주제 같은데내가 좋아하는 나와 내가 싫어하는 나여기서 공통적인 건 잖아그냥 자기 자신에 대해서 얘기하면 되지 않을까?”

 

넌 선택할 수 있어. (...) 너 자신을 좋아하면서 살아갈 건지싫어하면서 살아갈 건지 택할 수 있다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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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수록 풍요롭다 - 지구를 구하는 탈성장
제이슨 히켈 지음, 김현우.민정희 옮김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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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정체성에 합치되는 않는 개인들도 분명 존재하고, 살면서 그런 이들을 못 만난 것도 아니다저자의 이력을 보면 이 책의 모든 논조가 당연하기도 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영국 사회에서 보수적인 위계의 정점에 놓인 런던정경대’ 교수의 경고와 분석이 가득한 이 책을 읽으며 이제 진짜 큰 일 났다싶은 위기 절감의 기분을 치울 수도 없다.

 

호주의 대형화재에 이어 미국과 유럽이 불타고 물에 잠기고환경파괴의 책임이 적은 나라들부터 기후변화로 식량위기를 겪는 일이 실시간으로 벌어져도판데믹과 기후격변의 피해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했던 한국 사회는 여전히 더 중요한 이슈들이 많다.

 

이 와중에 하던 대로 살던 대로 살면서 저지르는 소위 자산/권력자들의 패악과 범죄를 목격하는 일은 무참하다애초에 저들이 자산/권력을 가지게 된 것이 문제이지만가진 것을 제 손으로 내려놓을 의사라곤 없는 이들이 포진한 정재계에서 희망과 미래를 고민하고 도모할 수 있을 것인가.


만병통치 해결책이 아닐 지라도 적어도 2050년까지 목표로 세운 탄소중립은 이루어야 하는데이것조차 못하면 희망을 얘기할 필요도 이유도 없어질지 모르는데.

 

우리가 성공할지 여부를 물을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다.

우리는 무엇이 옳은 일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만

물을 권리가 있다우리가 지구에서 계속 살고 싶다면,

지구는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할까?”  웬델 베리

 

애니미즘이 사물에 영혼을 부여했다면 산업주의는 영혼을 사물로 만든다.”  막스 호르크하이머테오도어 아도르노

 

인간은 오늘날 우리와 같이 완전히 진화되고 지적 능력을 갖춘 상태로 지구에서 거의 30만년간 살아왔다우리 조상들은 그 기간의 약 97퍼센트 동안 지구 생태계와 비교적 조화를 이루며 살았다초기 인류 사회가 생태계를 변화시키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문제가 없었다는 의미도 아니다. (...)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다층적인 생태계 붕괴 같은 문제를 초래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렇다고 다 포기할 수 없으니 읽고 기록한다기막힌 현실이나 겁내고 움츠러들지 말고 신나게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들프로젝트들을 생각해내고 함께 해보고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이미 오래 전부터 애써온 분들이 많고 지금도 그렇다그런 이들이 있어 포기나 절망을 너무 쉽게 말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라고 믿는다뭐든 해보고 함께 하는 서로를 힘껏 응원하고!

 

저자의 진중한 연구 분석 논의들이 친절하고 상세하게 전개된다정책 제안 식으로 몇줄이고 이것저것 하고목표 달성지점은 여기다라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 우리가 여기에 도착했는지 정확한 이유를 뿌리까지 밝혀 정체를 드러내고 나면 그에 맞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는다덕분에 일관된 논조의 해설서를 만난 듯 차분히 정리하며 배울 수 있었다.

 

상세 내용은 책을 읽어보셔야 하지만 거칠게 내 식대로 표현하자면 돈을 많이 가진 이가 범인이고 훔쳐간 것들로 잘 사는 이들이 책임자이다당대의 자산도 아니고 미래 후손들의 자산까지 당겨서 누리고 즐기는데 사용하니 유사 이래로 이토록 탐욕스러운 범죄는 없다.

 

그런데 그럼 돈 많이 가진 개인을 지목해서 체포하고 처벌하면 되는 일인가그렇지도 않다그런 욕망을 생산하고 부추기고 멈추지 못하게 한 진범저자가 밝히려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이 범죄양상 시스템의 작동을 멈추지 않는 한 낭비와 파괴도 멈추지 않는다.

 

완전 새롭고 낯선 내용들은 아니다유럽 지식인으로서 살핀 공유지 약탈 행위로서의 인클로저enclosure, 이원론식민지수탈자본의 교환가치, GDP 교리를 신봉하는 성장만이 유일한 가치인 자본주의 경제더 빨리 더 많이 에너지를 다 쓰고 미래는 모르겠다고 하는 시스템이 진범이라는 지목은 오래되었다.

 

정권 비판의 도구로 수출 성장률을 매일 보도하는 사회라 모르지 않았던 원인보다 저자가 제시할 해법들이 훨씬 더 궁금했다소득 분배공공서비스 투자섬세하게 기획되고 실행되는 복지체제사람들 간의 연대소득의 복지 구매력 증가과도한 군사비와 화석연료 보조금의 기후위기 극복 자금으로의 전환, GDP 대체가능한 기준 마련광고와 소비 줄이기생태계 파괴 산업 규모 줄이기최고임금정책부유세화폐시스템의 수정


노동 시간을 감소시키면서 완전 고용을 이루고돌봄 노동에 시간을 더 투자하고생태적 영향이 적은 소비를 촉진하는 결과도 마련할 수 있기 위해서는 공공선에 가치를 둔 무척 강력한 정부가 필요해 보인다.

 

최상위 1퍼센트의 연간 초과 소득 10조달러를 세계의 빈곤층에게로 돌리면한방에 빈곤을 근절하고 남반구의 기대수명을 8년 늘릴 수 있다세계적 건강 격차를 일소할 수 있는 것이다그러고도 최상위 1퍼센트는 여전히 평균 연간 가계소득에서 25만달러 이상을 더 가질 것이다.”

 

저자가 지목하는 방향은 선명하다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면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관련된 모든 정책은 긍정적인 생태적 효능을 가지며이는 최상위 부유층의 경제 활동 소비 행태 가 훨씬 더 에너지 집약적이라는 것에 근거한다이런 제안들이 이론 차원이 아니라 시도를 해서 성공적이라 평가를 받고나 일부 지역에서는 자리를 잡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20년도 더 전에 동기가 정상상태steady state경제*로 학위 논문을 썼는데다시 만나니 이 역시 복잡한 기분이 든다내 기분이야 중요할 바 없이 실현만 되면 좋겠다로비가 합법인 부유층이 장악한 북반구의 국가들이세계은행과 IMF 투표권을 포기하고 전지구적 생태적 건강성을 지향할는지는 모를 일이지만그럴 수만 있다면


재생 가능한 것 이상을 추출하지 않고 안전하게 흡수할 수 있는 것 이상을 폐기하지 않는 경제자원 이용에 상한선을 둔 경제.

 

미국 도심에서 살다 외곽으로 이사 간 친구가 전하는 소식은 우울하다이웃이 다 하니 나도 제초제살충제를 뿌려야 하고잔디를 깎아야 하고곧 있을 할로윈에는 집을 꾸며야할 분위기라고 한다애초에 모든 땅을 차지하겠다는 의지로 택지를 늘리지 않았으면 더 좋았으련만어쨌건 대출을 받아 가며 마련한 내 집에 모기가 수백 마리 날아들고잡초가 무성하고내 집만 벌거벗은 것처럼 장식이 없는 것을 그저 견딜 수 있을까얼마나 오래.

 

저자가 내내 비판한 성장과 소비를 내세우는 자본주의는 지금도 할로윈 특수를 설레며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그러니 적을수록 풍요롭다에 동의하는 이들 역시 멈추지 말고 대응하고 저항해야 할 것이다가능하면 지치지 않게 즐겁게 꾸준히 끈질기게 그리고 함께.

 

규칙에 맞춰 행동해서는 세계를 구할 수 없어요규칙이 바뀌어야 하는 거니까요.”  그레타 툰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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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도가 오르기 전에 - 기후위기의 지구를 지키기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남성현 지음 / 애플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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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전하는 기후변화로 가능한 미래 시나리오들은 최선이라도 무섭고 최악은……스펙트럼이 넓다 해도 어쨌든 인간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기후변화는 현재 진행형입니다자연과 지구를 보호하자는 말은 틀렸습니다인간이 사라져도 자연과 지구는 남을 것입니다비로소 편안하게 번성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날씨와 기후가 다르다는 것은 잘 아시지요이 책은 가장 묵직하고 중요한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도 팸플릿처럼 간명하고 쉽게 누구나 기초적인 관련 정보를 읽고 배울 수 있는 형식입니다기후위기에 대해 사람들이 질문할 법한 56가지에 대해 과학자들이 답변하는 내용입니다.

 

아이들과 함께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누구와도 함께 읽고 배우고 얘기해보기 좋은 쉬운 자료입니다궁금한 질문들부터 먼저 읽어도 문제없습니다저자이신 남성현 교수께서도 기후 위기에 대해 쉬우면서 체계적인 책을 찾기 어려워 직접 집필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독자로서 읽기만 하면 됩니다기후위기의 원인이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헷갈리지 말고 아직도 아니라고 주장하는 책이 심지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실이지만이상기후 현상과 자연재해가 발생하는 속도가 빈번해지고 있어 생물종으로 우리가 적응할 시간 여유가 없다는 것도 기억하고지금 온실 가스 배출을 멈춰도 영향이 오래 갈 거란 것도 기억하고위기는 함께 힘을 모아 헤쳐나가야한다는 것도 기억하며.

 

판데믹 감염병을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경고했습니다안 들었지요감염병은 사라지긴 커녕다양하게 주기적으로 70억이 넘는 인간을 숙주삼아 번성과 변이를 거듭할 수도 있습니다물론 그 전에 기후위기와 자연재해로 죽을 수도 있습니다탄소 중립은 선언만 한다고 줄지 않습니다행동을 해야지요.

 

저는 슬프고 무서운 마음을 누르고 아이들과 읽고 기록도 해봅니다그런데 파리기후협약에서 가급적’ 1.5도 이내로 막자는 목표에 합의했다는데, ‘가급적이란 말은 무슨 뜻인가요해보다 잘 안되면 어쩔 수 없지정도의 입장인가요.

 

우리가 이룩한 과학 기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온실가스 배출량 줄이는 것 밖에는 없나요지구공학적 시도를 모험처럼 마구 시도해보자는 말은 아닙니다오히려 반대입니다살던 대로 하던 대로 말곤 뭘 좀 덜했으면 좋겠습니다. <설국열차>의 설국의 원인은 성층권에 이산화황 살포한 부작용지구공학적 접근 방안이었습니다.

 

지구는 유일하기 때문에 차선책은 없습니다There is no plan B, because there is no planet B.” 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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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차박캠핑 - 장비 선택부터 추천 여행지까지 차박의 모든 것, 최신 개정판
홍유진 지음 / 시공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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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학교에서 가는 단체여행 좋아하셨나요저는 정말 싫었습니다. 6학년 졸업은 제게 짐버스지루한 시간맛없는 식사불편한 잠자리만 반복되는 여행과 수련회 등등의 끝이란 감동이 컸습니다단체 활동 으쌰으쌰도 정말 싫어하는데 걸 스카우트 가입은 왜 했던 걸까요기억이 전혀 안 납니다…….

 

물론 중고등심지어 대학에서도 OT, MT니 하는 것들이 이어졌지만 어쨌든 그런 제가 캠핑을 막 가고 싶어 했을 리가 없지요그런데 우르르 단체가 아니니 같이 있고 싶은 사람들만 함께 하는 외박여행(?)이 상상 이상으로 좋았습니다딱히 막 특별하게 감탄이 나오는 풍경을 마주하는 것이 아닐 때도 좋았습니다왜 일까요.

 

하여간 그렇게 종종 캠핑을 다녔습니다짐은 최소한으로 하고 캠핑에 진심인 친구들을 따라 다니면 아주 편안하기까지 합니다가을을 제외하면 쉽지 않은 방식의 여행이지만 못 가게 될 거란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코로나 판데믹이 왔지요.

 

올 봄 5월에 지인이 가족과 가출을 감행했다고 합니다한국에는 일상이라 할 수 없는 카라반을 마련해서 그야말로 차박여행이지요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인적 드문 장소에서 고래고래 소리쳐 보는 거였다고 합니다집에 머물며 너와 나의 생활소음 신경 쓰느라 체증이 가시지 않는 날들이었다고.

 

차박캠핑은 더 늘어날 지도 모르겠습니다이동수단이자 숙소이자 식당이기도 하니까요사람 수를 제한(?)하기도 좋고여행지를 선택할 여지도 더 낫고날씨에도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고혼자도 문제없는 여전히 사적일 수 있는 방식의 여행이니까요.

 

물론 떠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당황하지 않으려면 잘 준비해야하고체력적으로 힘이 들고뭐라도 펴고 접는 일도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힘들겠지요. 그래도 가장 힘든 준비는 시간이 아닐까 합니다. 서글프네요.


몇 번 다녀본 걸로 너무 찬양일색인가도 싶습니다. 준비의 부담이 적어서 그렇겠지만본격 준비를 하는 친구는 준비부터가 여행이라 무척 즐겁다고 하니 그 말을 굳게 믿으렵니다그래도 모두에게 맞는 방식은 당연히 아닐 수 있고, 그런 경우 남의 취향을 따라 하는 여행은 휴식도 즐거움도 아니겠지요.

 

차박은 멀쩡한 집 두고 노숙하는 짓이다라고 거부하시는 분들 중 트레킹 좋아하시는 분들은 대중교통 시간 관계없이 실컷 자연을 사적인 공간에서 편히 즐기시다 야간운전해서 귀가하셔도 좋겠지요해 지고 운전…… 저는 8배쯤 힘든 기분이라 잘 안합니다만.

 

차박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은 정보 전달면에서는 부족하지 않을 책입니다. 1부터 100가지 다 채워 넣은 느낌이 모든 정보가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니 여러모로 부럽습니다저는 운전면허증을 바꿔볼까그런 위험한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생각만!

 

북토크를 벌써 하셨네요. https://blog.naver.com/sigongbooks/222102128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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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0-22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인 중에 요즘 차박 시작해 행복해 하는 사람 있는데 공유할 게요. 소개 고맙습니다. 저는 조금 로망입니다만. ㅎㅎ

poiesis 2021-10-22 21:34   좋아요 1 | URL
막상 준비하려면 일이 엄청 나지요. 저도 친구 따라만 다녔습니다~ㅎㅎ 로망! 늦지 않게 이루시길 힘껏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