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 인생은 리치하게
박세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참 전성기일 때는 한국에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좋아하기까지는 되지 않았다. 국가가 주도하는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반감도 있었고 국가주의 성공 모델로 활용되는 것도 IMF라는 금융범죄를 책임과 처벌이 끝나지 전에 두루뭉실하게 함께 극복하자는 메시지에 등장하는 것도 별로였다. 골프라는 스포츠 자체에 대한 거부도 있었다.

 

2021TV를 잘 안 보는 걸 아는 친구가 한 프로그램을 보라고 추천해줘서 보게 된 것이 <노는 언니>였다. 국가대표, 메달리스트 여성 선수들이 나와 잘 먹고 잘 놀고 대화를 하는 프로그램인데 불편하지가 않았다. 외모에 대한 강박이 최강도인 한국에서 이 언니들은 세간의 청순가련 따위 일고의 가치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잘 쓸 줄 알고 근육의 쓰임에 정통하고 원하는 목표를 위해 땀 흘리고... 멋진 언니들이 가득했다. 성취 여부를 따지기보다 인간으로서 사는 고단함을 가감없이 나누는 대화도 좋았다. 박세리는 그 중에서도 큰 언니로서, 돈이 아니라 존재로 경험으로 그들과 함께였다.

 

책임은 줄지 않았지만 넉넉하게 존재하는, 자주 웃는, 자기 이야기보다 남의 이야기를 더 많이 잘 들어주는 그가 좋아졌다. 그래서 책이 궁금하고 반갑다. 나도 좀 더 다정하고 넉넉한 인간으로 제대로 된 어른으로 늙어가야할 텐데....


읽기 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수의 비밀 창비 노랫말 그림책
루시드 폴 지음, 김동수 그림 / 창비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와 가수가 콜라보레이션하는 그림책들이 있습니다. 저는 재작년에 유희열의 <딸에게 보내는 노래>로 처음 만났습니다. 이후로 창비출판사에서 지속적으로 노랫말 그림책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작품은 기억할 수 있는 감각이 늘어나서 좋습니다. 독서는 주로 보고 읽는 활동이었는데, 이 작품은 노래로도 기억됩니다. 재밌고 신기한 일종의 공감각적 체험이지요.

 

노래는 이 두 곡을 주로 들으며 읽다가 - 주의! 금방 읽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GopcYaPpTk

https://www.youtube.com/watch?v=n2QbuAECuTo

 

다시 천천히 그림 보면서 이 노래들도 들었습니다.

https://youtu.be/-TtF1xKakzU?list=PLGMmrUXyBX3QnAZOndTwq_vD2LR7oqjdS

 

루시드 폴의 음악은 독서를 조그만큼도 방해하지 않는군요.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오신 분들에게는 감성은 설명할 필요 없이 공감하실 것이고,

 

저는 표지가 사실 좀 무서워서 상황을 알고 싶었습니다. 무서웠던 것이 당황스러운 재미난 사연입니다. 스포일러가 될까 앞 사연은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가족이란 생각이 듭니다. 청솔모 사진 찍는 할아버지가 주인공인 책도 출간되면 좋겠습니다. 여자 친구 생긴 문수의 삶이 궁금하다는 가족들의 중론입니다.



 

반려동물을 혼자 두고 집을 비울 때 - 1인간 가족이면 피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 텅 빈 집에서 어떻게 지낼까 궁금하겠지요. 문수처럼 잘 지내면 오히려 안심이겠습니다.

 

제목에 비밀이라고 해서 들키면 어떻게 되는 건가, 긴장도 좀 했습니다. 결과는 역시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비밀은 하나일까요?

 

음악도 즐기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탄 빵 반달 그림책
이나래 글.그림 / 반달(킨더랜드)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크릴과 오일파스텔이 자유롭게 칠해졌다기보다 헝클어져 있는 색감도 질감도 좋습니다.

드로잉은 간단하게 보여도 왜 이리 스토리가 가득할까요.

언제나 그 점이 예술과 예술가의 비밀이자 능력이겠지요.


 

다 탄 빵이 토스터에서 튀어 나오는 소리가

지나치게 가볍고 경쾌해서

어이없어 혼자 웃었습니다.


 

오늘거북이 빵이 탔다면

설마...

매일은 아니겠지요...


 

식탁이 멋집니다.

함께 식사할 친구가 여섯,

빵의 종류도 여섯,

 

그러고 보니 자기 접시 자기 식사라고

먼저 먹는 친구도 없고

당연한 듯 조각으로 잘라 두었네요.

 

친구들의 정체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탄 빵을 함께 먹고

이들은 무얼 하며 즐겁게 지냈을까요.

 

내 실수를 삼켜 주는 친구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첫 생명 수업 - 십 대에게 들려주는 생명의 존엄성
홍명진 지음 / 뜨인돌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의 존엄성이란 말을 더 자주 듣고 산 우리들,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표현을 읽고 배우고 생각하고 얘기 나눌 기회가 좋습니다쉽고 재밌고 멋진 일러스트가 있는 책일 거라 짐작했는데게으른 생각책을 만만히 보았습니다진지하고 중요한 내용들이 한 가득이네요이 책이 아이들 교과서면 좋겠단 생각을 하며 무척 경건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세대가 달라 환경수업을 듣고 환경 운동에도 참여하고 후원도 하며 자신의 일상과 삶의 경험으로 살아온 아이들은 익숙한 듯 읽었습니다그래도 일독으로 그치지 말고 십 대 독자들을 존중하면서도 중요한 이야기들을 빠트리지 않고 담아둔 아름다운 책을 거듭 읽고 새롭게 배우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십 대가 읽으면 참 좋은 책이고 어른들은 꼭 읽어 보셔야 할 책입니다미래세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서인지 확실한 과학정보도 단호하게 소개하는 대신 그렇다고 합니다’ ‘다수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런 문장으로 표현하신 부분도 무척 좋습니다뺄 내용이 없으니 책을 읽어 보시라 거듭 권하고 싶습니다몇 가지를 기록으로 남겨 봅니다.

 

땅과 하늘을 품은 자연계에서는 생명과 죽음의 과정이 돌고 돌아요

깊고 푸른 대양과 빽빽한 숲을 지배하는 모든 생명체들 (...) 생명의 끝에는 반드시 죽음이 있어요

그리고 그 죽음 속에서 다시 생명이 피어나는 순환이 일어나요. (...) 

생명과 죽음의 의미를 함께 나란히 놓고 보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답니다.”

 

당장 결론을 내리지 못해도 괜찮아요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가다듬어 보는 게 중요하거든요우리 존재의 기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각해 봐야 할 가치가 있는 고민거리입니다.”

 

궁금하지 않으신가요저는 내내 궁금했습니다정확히 알 때까지 충분히 오래 살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클 듯해서 아쉽습니다.

 

전쟁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 해도 우리 주변에는 늘 죽음의 그늘이 깔려 있어요. ‘오늘도 3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2019년 11월 21일 <경향신문> 1면에는 이러한 문장과 함께 1200명의 이름이 실렸어요. 2018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분들의 이름이었어요.”

 

“‘사람들은 날마나 우수수우수수 낙엽처럼 떨어져서 땅바닥에 부딪쳐 으깨진다.’ 김훈 작가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썼어요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예요.”

 

기사가 아닌 김훈 작가의 말과 글 속에서 돌멩이처럼 떨어지는 이들의 죽음은 덜덜 떨며 만났습니다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대통령령으로 2021.10.05 공표되었고시행일은 2022.01.27.부터입니다.


“‘따끈한 피자를 먹겠다고 치른 대가가 젊은이들의 목숨이었다니...’ 충격과 분노를 느낀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30분 배달제는 폐지되었어요하지만 지금도 여러 모양으로 30분 배달제가 부활되고 있어요코로나19의 여파로 배달 물량이 늘어나면서 너도나도 이 전쟁에 끼어들고 있습니다.”

 

가끔 가족들의 거센 요청에 배달 주문을 하면 60분이나 70분으로 예정시작을 알려옵니다그리고 30분 내에 도착하더군요확신이 들 만큼 자주 시키지 않아서 모르겠지만이건 우연일까요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많은 과학자들은 인간이 별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해요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수소산소탄소 같은 우주의 원소와 별먼지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너무 자주 신나라 얘기해서 이웃들 글 읽다 화내실까 멘트 생략합니다같은 내용도 늘 반가우니 이것도 병인가요.

 

인간은 특별한 존재일까요? (...) 우선 해부학적으로 인간과 동물은 큰 차이가 없어요생명체는 하나의 세포로 시작되어요. (...) 인간 유전자가 쥐와 90%, 초파리와 60%나 일치한다는 사실은 정말 뜻밖의 이야기죠.”

 

돼지 신장을 인간에게 이식 성공했다는 기사를 어제인가 제목만 본 기억이 납니다인간과 돼지는 유전자가 가장 비슷한 이종(異種)입니다이미 심장 이식도 시도하곤 했습니다한 실험에서 보니 저보다 컴퓨터 게임도 더 잘할 듯 하더군요인간이 잘못하면 괜히 개돼지에게 욕이나 하고여러모로 괴롭히고이런 상태로 사육하다 잡아먹어도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요.


아픔과 고통을 느낀다는 점에서 인간과 동물은 아무런 차이가 없어요우리가 고통 받는 것이 싫다면 동물에게도 고통을 주어서는 안 돼요동물은 고통뿐 아니라 감정도 느끼는 존재예요. (...) 동물을 고기가죽털을 주는 도구로만 여겨서는 안 됩니다.”

 

다채로운 요리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과식을 자랑스러워하는 한국에서는 끓는 물에 살아 있는 식재료 집어넣고 환호하는 게 무슨 문제냐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제가 참을 수 없었던 장면은 그걸 지켜보며, “해산물은 신경구조가 달라서 고통을 안 느껴.”라고 과학적인 양 발언하는 것입니다. 해양생물들에게 아픈지 괴로운지 무서운지 물어봤더니 '아니'라고 대답해주던가요.

 

스위스살아 있는 바다가재 끓는 물에 바로 넣는 요리법 금지

노르웨이살아 있는 연어 절단 전 마취

영국 랍스터문어오징어 산채 오리 금지하는 동물복지법 개정

 

동물을 더 빠르고 싼 방법으로 키우려고 하다가 도리어 동물도 병들고 사람도 병들고 비용만 더 치르는 결과를 낳게 되었어요이것은 축산업자들만의 문제이고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일까요그 고기를 사 먹는 것은 우리입니다

 

지옥 같은 환경에서 고통 받다 죽은 동물이란 걸 알아도 여전히 먹고 싶을까요건강할 리도 없는 식재료일 가능성도 높습니다결국엔 잡아먹더라도 사는 동안 가능한 덜 고통 받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무가치하고 위선일 뿐일까요.


내용 상 전혀 균형 있는 소개도 못 되지만 이만 마무리합니다다양한 내용과 주제들이 있으니 읽게 보심 참 좋을 것입니다.


산다는 건 힘든 일이고 남을 해치지 않고 해를 끼치지 않고 나도 무탈하게 사는 일은 더 힘든 일입니다힘들어 봤다고 쉬워지는 일도 아니니 정말 힘든 일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풍당당 여우 꼬리 1 - 으스스 미션 캠프 위풍당당 여우 꼬리 1
손원평 지음, 만물상 그림 / 창비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춘기라는 단어가 규정하는 시기가 정확히 언제 시작하고 끝나는 것인지 경험 상 잘 모른다개인 별로 복잡한 생각이 많아지고 자신의 욕망과 타인 주로 부모 의 욕망을 구분해내고 실질적인 분리 과정을 거쳐서 서툴지만 스스로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는 일은 시작도 기간도 다 다를지 모른다.

 

고학년이 되었다고 뿌듯해하던 초꼬맹이의 마음 풍경 역시 아무리 사랑해도 생생하게 정확히 알 수는 없는 일이다직접적인 대화도 좋지만 책을 읽고 스스로 생각을 정리해보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렇게 변화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확연한 여우꼬리를 차용한 아이디어가 흥미롭다어쩌면 어린이 독자는 여우꼬리가 생긴 주인공이 찬찬히 잘 헤쳐 나가는 삶을 만나고 나서 그보단 덜 눈에 띄는 자신의 변신에 안도하며 위로를 받을 수도 있겠다.

 

어린이라고 해서 생각이 덜 복잡한 것도 덜 진지한 것도 아니란 것을 좋은 책들을 통해 배운다악몽을 꿀 정도의 불안과 힘겨움차라리 꿈이었으면 좋았을 일들이 잠에서 깨고도 현실로 버티고 있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힘겹다


안타깝지만 피해갈 방법이 없다면 마주하는 수밖에 없다혼자만의 생각으로 좌절하지 않으면 의외로 잘 따라할 수 있는 해법을 만날 수도 있다. 어린 시절 나는 얼마나 절박했는지 기억을 못해 이렇게 편한 생각을 하는 지도 모를 일이지만.

 

미성년자들이 힘겨운 상황에 처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여러 종류의 기사들을 보면 저 아이들 곁에 마음 터놓고 의논할의지할대화할아이들이 힘겨운 문제가 있는지 살펴줄 어른이 한 명도 없었구나 싶어 아프고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다제 문제에 골몰하기에도 체력이 부족한 건 나도 마찬가지라 남 탓을 하고 마려는 건 아니다.

 

그래도 아이들 내 아이건 주변의 아이건우연히 눈에 띄는 아이건 을 돕고 사는 일잘 살피는 일이 어른들의 중요한 책임이 아닌가 한다제대로 된 어른이 못 된 내가 하는 말이라 참 민망하기도 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어쨌든.


초등 4학년인 손단미(꼬리를 자른다는 뜻의 이름) - 손원평 작가의 자녀처럼 느껴짐 와 친구들의 무척이나 멋진 표현들에 자주 감탄한다. ‘빗방울이 빚어내는 운명의 지도’ ‘주인공은 (...)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하지’ ‘자기만의 세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등등.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고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비밀로 감추고그 비밀의 일부가 드러나 놀림거리가 되고 약점이 되기도 하는 힘겨운 성장의 시기를 지나면서진짜 친구를 만나 꼭 필요한 위로를 받기도 하고약점이라 생각한 것이 힘이 되기고 하고스스로의 여러 면모들에 익숙해지면 필요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별하게도 된다.

 

주인공의 부모가 무척 자연스럽고 현명한 대화를 통해 아이를 안심시켜 주는 장면이 인상적이고 부럽다현명함과 지혜는 나이와 더불어 반드시 비례하며 늘어나는 것만은 아니라서.

 

엄마는 너를 도와주고 조언을 해 줄 수는 있지만 네 꼬리에 대해 모든 걸 다 알지는 못해엄마와 단미는 다른 사람이니까그러니까 네가 직접 경험하고 하나씩 알아가야 해명심하렴.”

 

그래도 단미의 마음을 무겁다이처럼 현실에서도 부모 몫의 도움을 주고 나서도 다 해결해줄 수 없어 안타까운 일들은 아주 많다아이들 스스로가 겪으며 배우고 정리할 수밖에 없는 일들.

 

성장한다는 것자신의 모습과 마주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확실히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일까작가는 요괴 어둑서니 까지 등장시킨다무척 놀랐지만 요괴의 특성을 자신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기까지 당사자는 얼마나 더 힘겨웠을까 애틋한 마음이 더 컸다.

 

쉽진 않지만 어떻게 보면 단순한 주제 같은데내가 좋아하는 나와 내가 싫어하는 나여기서 공통적인 건 잖아그냥 자기 자신에 대해서 얘기하면 되지 않을까?”

 

넌 선택할 수 있어. (...) 너 자신을 좋아하면서 살아갈 건지싫어하면서 살아갈 건지 택할 수 있다는 말이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