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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차박캠핑 - 장비 선택부터 추천 여행지까지 차박의 모든 것, 최신 개정판
홍유진 지음 / 시공사 / 2021년 10월
평점 :
어릴 적 학교에서 가는 단체여행 좋아하셨나요? 저는 정말 싫었습니다. 6학년 졸업은 제게 짐, 버스, 지루한 시간, 맛없는 식사, 불편한 잠자리만 반복되는 여행과 수련회 등등의 끝이란 감동이 컸습니다. 단체 활동 으쌰으쌰도 정말 싫어하는데 걸 스카우트 가입은 왜 했던 걸까요. 기억이 전혀 안 납니다…….
물론 중, 고등, 심지어 대학에서도 OT니, MT니 하는 것들이 이어졌지만 어쨌든 그런 제가 캠핑을 막 가고 싶어 했을 리가 없지요. 그런데 우르르 단체가 아니니 같이 있고 싶은 사람들만 함께 하는 외박여행(?)이 상상 이상으로 좋았습니다. 딱히 막 특별하게 감탄이 나오는 풍경을 마주하는 것이 아닐 때도 좋았습니다. 왜 일까요.
하여간 그렇게 종종 캠핑을 다녔습니다. 짐은 최소한으로 하고 캠핑에 진심인 친구들을 따라 다니면 아주 편안하기까지 합니다. 봄, 가을을 제외하면 쉽지 않은 방식의 여행이지만 못 가게 될 거란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코로나 판데믹이 왔지요.
올 봄 5월에 지인이 가족과 가출을 감행했다고 합니다. 한국에는 일상이라 할 수 없는 카라반을 마련해서 그야말로 차박여행이지요.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인적 드문 장소에서 고래고래 소리쳐 보는 거였다고 합니다. 집에 머물며 너와 나의 생활소음 신경 쓰느라 체증이 가시지 않는 날들이었다고.
차박캠핑은 더 늘어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동수단이자 숙소이자 식당이기도 하니까요. 사람 수를 제한(?)하기도 좋고, 여행지를 선택할 여지도 더 낫고, 날씨에도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고, 혼자도 문제없는 여전히 사적일 수 있는 방식의 여행이니까요.
물론 떠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당황하지 않으려면 잘 준비해야하고, 체력적으로 힘이 들고, 뭐라도 펴고 접는 일도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힘들겠지요. 그래도 가장 힘든 준비는 ‘시간’이 아닐까 합니다. 서글프네요.
몇 번 다녀본 걸로 너무 찬양일색인가도 싶습니다. 준비의 부담이 적어서 그렇겠지만, 본격 준비를 하는 친구는 준비부터가 여행이라 무척 즐겁다고 하니 그 말을 굳게 믿으렵니다. 그래도 모두에게 맞는 방식은 당연히 아닐 수 있고, 그런 경우 남의 취향을 따라 하는 여행은 휴식도 즐거움도 아니겠지요.
차박은 멀쩡한 집 두고 노숙하는 짓이다, 라고 거부하시는 분들 중 트레킹 좋아하시는 분들은 대중교통 시간 관계없이 실컷 자연을 사적인 공간에서 편히 즐기시다 야간운전해서 귀가하셔도 좋겠지요. 해 지고 운전…… 저는 8배쯤 힘든 기분이라 잘 안합니다만.
차박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은 정보 전달면에서는 부족하지 않을 책입니다. 1부터 100가지 다 채워 넣은 느낌! 이 모든 정보가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니 여러모로 부럽습니다. 저는 운전면허증을 바꿔볼까, 그런 위험한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생각만!
북토크를 벌써 하셨네요. https://blog.naver.com/sigongbooks/2221021288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