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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생명 수업 - 십 대에게 들려주는 생명의 존엄성
홍명진 지음 / 뜨인돌 / 2021년 9월
평점 :
인간의 존엄성이란 말을 더 자주 듣고 산 우리들,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표현을 읽고 배우고 생각하고 얘기 나눌 기회가 좋습니다. 쉽고 재밌고 멋진 일러스트가 있는 책일 거라 짐작했는데, 게으른 생각! 책을 만만히 보았습니다. 진지하고 중요한 내용들이 한 가득이네요. 이 책이 아이들 교과서면 좋겠단 생각을 하며 무척 경건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세대가 달라 환경수업을 듣고 환경 운동에도 참여하고 후원도 하며 자신의 일상과 삶의 경험으로 살아온 아이들은 익숙한 듯 읽었습니다. 그래도 일독으로 그치지 말고 십 대 독자들을 존중하면서도 중요한 이야기들을 빠트리지 않고 담아둔 아름다운 책을 거듭 읽고 새롭게 배우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십 대가 읽으면 참 좋은 책이고 어른들은 꼭 읽어 보셔야 할 책입니다. 미래세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서인지 확실한 과학정보도 단호하게 소개하는 대신 ‘그렇다고 합니다’ ‘다수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런 문장으로 표현하신 부분도 무척 좋습니다. 뺄 내용이 없으니 책을 읽어 보시라 거듭 권하고 싶습니다. 몇 가지를 기록으로 남겨 봅니다.
“땅과 하늘을 품은 자연계에서는 생명과 죽음의 과정이 돌고 돌아요.
깊고 푸른 대양과 빽빽한 숲을 지배하는 모든 생명체들 (...) 생명의 끝에는 반드시 죽음이 있어요.
그리고 그 죽음 속에서 다시 생명이 피어나는 순환이 일어나요. (...)
생명과 죽음의 의미를 함께 나란히 놓고 보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답니다.”
“당장 결론을 내리지 못해도 괜찮아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가다듬어 보는 게 중요하거든요. 우리 존재의 기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각해 봐야 할 가치가 있는 고민거리입니다.”
: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저는 내내 궁금했습니다. 정확히 알 때까지 충분히 오래 살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클 듯해서 아쉽습니다.
“전쟁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 해도 우리 주변에는 늘 죽음의 그늘이 깔려 있어요. ‘오늘도 3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2019년 11월 21일 <경향신문> 1면에는 이러한 문장과 함께 1200명의 이름이 실렸어요. 2018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분들의 이름이었어요.”
“‘사람들은 날마나 우수수우수수 낙엽처럼 떨어져서 땅바닥에 부딪쳐 으깨진다.’ 김훈 작가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썼어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예요.”
: 기사가 아닌 김훈 작가의 말과 글 속에서 돌멩이처럼 떨어지는 이들의 죽음은 덜덜 떨며 만났습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대통령령으로 2021.10.05 공표되었고, 시행일은 2022.01.27.부터입니다.
“‘따끈한 피자를 먹겠다고 치른 대가가 젊은이들의 목숨이었다니...’ 충격과 분노를 느낀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30분 배달제는 폐지되었어요. 하지만 지금도 여러 모양으로 30분 배달제가 부활되고 있어요. 코로나19의 여파로 배달 물량이 늘어나면서 너도나도 이 전쟁에 끼어들고 있습니다.”
: 가끔 가족들의 거센 요청에 배달 주문을 하면 60분이나 70분으로 예정시작을 알려옵니다. 그리고 30분 내에 도착하더군요. 확신이 들 만큼 자주 시키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건 우연일까요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많은 과학자들은 인간이 별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해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수소, 산소, 탄소 같은 우주의 원소와 별먼지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 너무 자주 신나라 얘기해서 이웃들 글 읽다 화내실까 멘트 생략합니다. 같은 내용도 늘 반가우니 이것도 병인가요.
“인간은 특별한 존재일까요? (...) 우선 해부학적으로 인간과 동물은 큰 차이가 없어요. 생명체는 하나의 세포로 시작되어요. (...) 인간 유전자가 쥐와 90%, 초파리와 60%나 일치한다는 사실은 정말 뜻밖의 이야기죠.”
: 돼지 신장을 인간에게 이식 성공했다는 기사를 어제인가 제목만 본 기억이 납니다. 인간과 돼지는 유전자가 가장 비슷한 이종(異種)입니다. 이미 심장 이식도 시도하곤 했습니다. 한 실험에서 보니 저보다 컴퓨터 게임도 더 잘할 듯 하더군요. 인간이 잘못하면 괜히 개, 돼지에게 욕이나 하고, 여러모로 괴롭히고, 이런 상태로 사육하다 잡아먹어도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요.
“아픔과 고통을 느낀다는 점에서 인간과 동물은 아무런 차이가 없어요. 우리가 고통 받는 것이 싫다면 동물에게도 고통을 주어서는 안 돼요. 동물은 고통뿐 아니라 감정도 느끼는 존재예요. (...) 동물을 고기, 젖, 가죽, 털을 주는 도구로만 여겨서는 안 됩니다.”
: 다채로운 요리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과식을 자랑스러워하는 한국에서는 끓는 물에 살아 있는 식재료 집어넣고 환호하는 게 무슨 문제냐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참을 수 없었던 장면은 그걸 지켜보며, “해산물은 신경구조가 달라서 고통을 안 느껴.”라고 과학적인 양 발언하는 것입니다. 해양생물들에게 아픈지 괴로운지 무서운지 물어봤더니 '아니'라고 대답해주던가요. .
- 스위스: 살아 있는 바다가재 끓는 물에 바로 넣는 요리법 금지
- 노르웨이: 살아 있는 연어 절단 전 마취
- 영국 : 랍스터, 게, 문어, 오징어 산채 오리 금지하는 동물복지법 개정
“동물을 더 빠르고 싼 방법으로 키우려고 하다가 도리어 동물도 병들고 사람도 병들고 비용만 더 치르는 결과를 낳게 되었어요. 이것은 축산업자들만의 문제이고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일까요? 그 고기를 사 먹는 것은 ‘우리’입니다”
: 지옥 같은 환경에서 고통 받다 죽은 동물이란 걸 알아도 여전히 먹고 싶을까요. 건강할 리도 없는 식재료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결국엔 잡아먹더라도 사는 동안 가능한 덜 고통 받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무가치하고 위선일 뿐일까요.
내용 상 전혀 균형 있는 소개도 못 되지만 이만 마무리합니다. 다양한 내용과 주제들이 있으니 읽게 보심 참 좋을 것입니다.
산다는 건 힘든 일이고 남을 해치지 않고 해를 끼치지 않고 나도 무탈하게 사는 일은 더 힘든 일입니다. 힘들어 봤다고 쉬워지는 일도 아니니 정말 힘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