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여우 꼬리 1 - 으스스 미션 캠프 위풍당당 여우 꼬리 1
손원평 지음, 만물상 그림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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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라는 단어가 규정하는 시기가 정확히 언제 시작하고 끝나는 것인지 경험 상 잘 모른다개인 별로 복잡한 생각이 많아지고 자신의 욕망과 타인 주로 부모 의 욕망을 구분해내고 실질적인 분리 과정을 거쳐서 서툴지만 스스로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는 일은 시작도 기간도 다 다를지 모른다.

 

고학년이 되었다고 뿌듯해하던 초꼬맹이의 마음 풍경 역시 아무리 사랑해도 생생하게 정확히 알 수는 없는 일이다직접적인 대화도 좋지만 책을 읽고 스스로 생각을 정리해보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렇게 변화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확연한 여우꼬리를 차용한 아이디어가 흥미롭다어쩌면 어린이 독자는 여우꼬리가 생긴 주인공이 찬찬히 잘 헤쳐 나가는 삶을 만나고 나서 그보단 덜 눈에 띄는 자신의 변신에 안도하며 위로를 받을 수도 있겠다.

 

어린이라고 해서 생각이 덜 복잡한 것도 덜 진지한 것도 아니란 것을 좋은 책들을 통해 배운다악몽을 꿀 정도의 불안과 힘겨움차라리 꿈이었으면 좋았을 일들이 잠에서 깨고도 현실로 버티고 있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힘겹다


안타깝지만 피해갈 방법이 없다면 마주하는 수밖에 없다혼자만의 생각으로 좌절하지 않으면 의외로 잘 따라할 수 있는 해법을 만날 수도 있다. 어린 시절 나는 얼마나 절박했는지 기억을 못해 이렇게 편한 생각을 하는 지도 모를 일이지만.

 

미성년자들이 힘겨운 상황에 처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여러 종류의 기사들을 보면 저 아이들 곁에 마음 터놓고 의논할의지할대화할아이들이 힘겨운 문제가 있는지 살펴줄 어른이 한 명도 없었구나 싶어 아프고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다제 문제에 골몰하기에도 체력이 부족한 건 나도 마찬가지라 남 탓을 하고 마려는 건 아니다.

 

그래도 아이들 내 아이건 주변의 아이건우연히 눈에 띄는 아이건 을 돕고 사는 일잘 살피는 일이 어른들의 중요한 책임이 아닌가 한다제대로 된 어른이 못 된 내가 하는 말이라 참 민망하기도 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어쨌든.


초등 4학년인 손단미(꼬리를 자른다는 뜻의 이름) - 손원평 작가의 자녀처럼 느껴짐 와 친구들의 무척이나 멋진 표현들에 자주 감탄한다. ‘빗방울이 빚어내는 운명의 지도’ ‘주인공은 (...)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하지’ ‘자기만의 세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등등.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고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비밀로 감추고그 비밀의 일부가 드러나 놀림거리가 되고 약점이 되기도 하는 힘겨운 성장의 시기를 지나면서진짜 친구를 만나 꼭 필요한 위로를 받기도 하고약점이라 생각한 것이 힘이 되기고 하고스스로의 여러 면모들에 익숙해지면 필요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별하게도 된다.

 

주인공의 부모가 무척 자연스럽고 현명한 대화를 통해 아이를 안심시켜 주는 장면이 인상적이고 부럽다현명함과 지혜는 나이와 더불어 반드시 비례하며 늘어나는 것만은 아니라서.

 

엄마는 너를 도와주고 조언을 해 줄 수는 있지만 네 꼬리에 대해 모든 걸 다 알지는 못해엄마와 단미는 다른 사람이니까그러니까 네가 직접 경험하고 하나씩 알아가야 해명심하렴.”

 

그래도 단미의 마음을 무겁다이처럼 현실에서도 부모 몫의 도움을 주고 나서도 다 해결해줄 수 없어 안타까운 일들은 아주 많다아이들 스스로가 겪으며 배우고 정리할 수밖에 없는 일들.

 

성장한다는 것자신의 모습과 마주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확실히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일까작가는 요괴 어둑서니 까지 등장시킨다무척 놀랐지만 요괴의 특성을 자신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기까지 당사자는 얼마나 더 힘겨웠을까 애틋한 마음이 더 컸다.

 

쉽진 않지만 어떻게 보면 단순한 주제 같은데내가 좋아하는 나와 내가 싫어하는 나여기서 공통적인 건 잖아그냥 자기 자신에 대해서 얘기하면 되지 않을까?”

 

넌 선택할 수 있어. (...) 너 자신을 좋아하면서 살아갈 건지싫어하면서 살아갈 건지 택할 수 있다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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