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차박캠핑 - 장비 선택부터 추천 여행지까지 차박의 모든 것, 최신 개정판
홍유진 지음 / 시공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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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학교에서 가는 단체여행 좋아하셨나요저는 정말 싫었습니다. 6학년 졸업은 제게 짐버스지루한 시간맛없는 식사불편한 잠자리만 반복되는 여행과 수련회 등등의 끝이란 감동이 컸습니다단체 활동 으쌰으쌰도 정말 싫어하는데 걸 스카우트 가입은 왜 했던 걸까요기억이 전혀 안 납니다…….

 

물론 중고등심지어 대학에서도 OT, MT니 하는 것들이 이어졌지만 어쨌든 그런 제가 캠핑을 막 가고 싶어 했을 리가 없지요그런데 우르르 단체가 아니니 같이 있고 싶은 사람들만 함께 하는 외박여행(?)이 상상 이상으로 좋았습니다딱히 막 특별하게 감탄이 나오는 풍경을 마주하는 것이 아닐 때도 좋았습니다왜 일까요.

 

하여간 그렇게 종종 캠핑을 다녔습니다짐은 최소한으로 하고 캠핑에 진심인 친구들을 따라 다니면 아주 편안하기까지 합니다가을을 제외하면 쉽지 않은 방식의 여행이지만 못 가게 될 거란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코로나 판데믹이 왔지요.

 

올 봄 5월에 지인이 가족과 가출을 감행했다고 합니다한국에는 일상이라 할 수 없는 카라반을 마련해서 그야말로 차박여행이지요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인적 드문 장소에서 고래고래 소리쳐 보는 거였다고 합니다집에 머물며 너와 나의 생활소음 신경 쓰느라 체증이 가시지 않는 날들이었다고.

 

차박캠핑은 더 늘어날 지도 모르겠습니다이동수단이자 숙소이자 식당이기도 하니까요사람 수를 제한(?)하기도 좋고여행지를 선택할 여지도 더 낫고날씨에도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고혼자도 문제없는 여전히 사적일 수 있는 방식의 여행이니까요.

 

물론 떠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당황하지 않으려면 잘 준비해야하고체력적으로 힘이 들고뭐라도 펴고 접는 일도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힘들겠지요. 그래도 가장 힘든 준비는 시간이 아닐까 합니다. 서글프네요.


몇 번 다녀본 걸로 너무 찬양일색인가도 싶습니다. 준비의 부담이 적어서 그렇겠지만본격 준비를 하는 친구는 준비부터가 여행이라 무척 즐겁다고 하니 그 말을 굳게 믿으렵니다그래도 모두에게 맞는 방식은 당연히 아닐 수 있고, 그런 경우 남의 취향을 따라 하는 여행은 휴식도 즐거움도 아니겠지요.

 

차박은 멀쩡한 집 두고 노숙하는 짓이다라고 거부하시는 분들 중 트레킹 좋아하시는 분들은 대중교통 시간 관계없이 실컷 자연을 사적인 공간에서 편히 즐기시다 야간운전해서 귀가하셔도 좋겠지요해 지고 운전…… 저는 8배쯤 힘든 기분이라 잘 안합니다만.

 

차박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은 정보 전달면에서는 부족하지 않을 책입니다. 1부터 100가지 다 채워 넣은 느낌이 모든 정보가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니 여러모로 부럽습니다저는 운전면허증을 바꿔볼까그런 위험한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생각만!

 

북토크를 벌써 하셨네요. https://blog.naver.com/sigongbooks/222102128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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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0-22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인 중에 요즘 차박 시작해 행복해 하는 사람 있는데 공유할 게요. 소개 고맙습니다. 저는 조금 로망입니다만. ㅎㅎ

poiesis 2021-10-22 21:34   좋아요 1 | URL
막상 준비하려면 일이 엄청 나지요. 저도 친구 따라만 다녔습니다~ㅎㅎ 로망! 늦지 않게 이루시길 힘껏 응원합니다! ^^
 
리더를 위한 멘탈 수업 - 압도적 성과를 올리는 사람들의 7단계 성장 전략
윤대현.장은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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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부조리함은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만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도 있다공식 직함이 리더가 아니더라도 리더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그리고 아무런 예측이나 예고 없이 그런 책임이 닥치기도 한다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는데 자리가 사람을 드러낸다는 편이 더 나은 통찰이라는 의견도 있다어쨌든 자리는 사람의 시선 관점 을 교정한다.

 

공사 영역을 확실히 구분하는 스위치가 달린 사람들은 문제가 없을 것이나 그렇지 못하고 나처럼 우물쭈물하는 이들은 멘탈관리라는 것이 휴식이 없는 극한 노동이다평소에도 일관성이 유지되게 훈련하지 않으면 필요할 때도 찾아 쓸 수가 없다단지 두통이 심해지고 있는 것인지 멘탈이 흔들리는 것인지 그조차 명확하진 않지만 뭔가 막 힘드네…….

 

윗사람은 견디면 되는데아랫사람이 힘들게 하는 건 답이 없어…….”

 

제목에 리더가 자리하고 있고그런 내용이 맞기도 하지만선택과 결정을 책임지고 있는 모든 어른’, ‘법적 성인들이 읽어도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 많다내가 그런 정체성으로 읽어서 하는 소리가 맞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번아웃에 빠지거나 부정적 감정으로 인해 결정적인 수간에 실수를 저지름

하루에도 몇 번씩 롤러코스터를 타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음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을 때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며 더 큰 자기효능감을 가지지만 결국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자기 마음뿐

자기 마음 통제도 힘들 때가 많은데 나만 그런가가장 힘든 순간은 원래 대단하지도 않았던 이것저것 인내심 이해심 체력 등 이 다 바닥난 상태.

- ‘선택적 지각의 문제 인간 두뇌가 한꺼번에 처리할 정보가 과다하면 선택적으로 필터링해서 사용하는 것단순화 작업이때 프레임은 과거의 기억이나 경험이 축적되어 형성.

이 프레임으로 사실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나 현실과 다른 왜곡을 불러일으키고 부정적이고 불필요한 감정적 반응을 하게 된다.

조직 내에서 의사결정을 하려면 심리적 통제권을 갖고 관점전환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자기인식과 내적수용을 거친 단계.

 

항우울제 추천으로 멍때리며 걷기가 있어 잠시 웃었다지인이 쓴 글인가 싶은 친밀감이 드는 것은 그나마 오래 하는 것효과가 있(다고 믿)는 내 비상약에도 이것이 있기 때문이다들끓던 생각이 가라앉고 세상 망할 일 아니면 결국 별거 아니란 담대한 생각이 들고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내적 감찰 기준이 균형을 잡는다’ ‘마음이 소탈해진다는 경험을 하게 된다.

 

느긋한 산책으로는 도저히 상쇄가 안 되는 에너지로 들끓고 있다면 계단 오르내리기를 추천한다깊고 거센 호흡을 거듭하다보면 (실제로는 체력 고갈이겠지만부담스럽던 에너지들이 산산이 흩어진다마음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 몸의 활력을 채워주는 행동이 좋을 수 있다는 것에 어쨌든 경험적으로 동의한다.

 

인지 탈융합cognitive defusion’이란 무시무시한 표현이지만 내용은 우리가 잘 아는 방법 역시 익숙하다우울감이 들 때 지금 우울한 기분이 드는구나라고 감정을 하나의 정보로 처리하는 것이다단 내 경험상 이런 프로세스는 좀 여러 번 해봐야 자연스럽게(?) 잘 된다감정과 거리를 두는 방법인데 효과가 없지 않다.

 

오늘 와 시선을 주제로 두고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이 두 가지에 자신도 없고 휘둘리는 한 나는 제대로 어른 노릇은 못해보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이 책에 등장한 야마다 레이지라는 만화가는 <어른의 의무>라는 책에 불평하지 않기잘난 척하지 않기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를 제시했다고 한다불평과 잘난 척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다.

 

목요일이라 그런지 뇌가 늙어서인지 오늘은 산만하고 능률 최저이고 힘들어서 불안하고 두려웠다책은 읽기만 하면 되는 참 손 쉬운 위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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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193호 - 2021.가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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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9일 법무부는 브리핑을 통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선언적 조항을 민법 제98조의2 1항으로 신설한다고 입법예고했다. (...) 동물이 물건의 지위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앞두고어느 보호소에서 복날 즈음하여 평소라면 입양이 거의 되지 않는 대형견 십수마리가 입양을 갔고그 소재를 알 수 없게 되었다.*

 

김지혜 [생명체는 물건입니까?] 창비주간논평 2021.8.4.

 

기억을 들춰보면 1990년 대 중반에 이미 동물권에 대한 논의 자체는 있었다학회에서 동물에게 권리를 주는 방식에 대해 상당히 세심한 논의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정치적 주체agent가 아닌 대상에게는 인간이 대리자가 되어 권리를 행사할 것인지 직접 부여할 수 있는지 등.

 

나는 내가 머무는 세상이 아주 작다는 것을 잘 몰라서 그 세상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현실이 되는 줄 알고적어도 다른 사람들 역시 중요하다고 여겨줄 줄 알고 살았다그로부터 25년이 더 지나서 이제 개를 먹지 말자는 논의를 할 때가 되었다거나’ ‘동물을 식재료로만 볼 것이 아니다 라거나’ ‘동물권 조항이 신설 입법 예고가 될 지는 정말 몰랐다.

 

이런 속도라면 인간의 수명을 살며 생전에 변화와 개선을 목격하기란 참 귀하고 드문 일일 것이다확대되고 바뀐 법과 제도 하나하나가 새삼스럽게 무거워진다얼마나 많은 이들의 삶이 담겨져 있는 변화인가.

 

개고기를 안 먹어봐서 맛도 효과도 모른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식품의 신비한 능력을 믿기보다는 해로운 물질을 하나라도 더 줄여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 나로서는 못 먹어 섭섭한 경우는 별로 없다.

 

우리 몸은 개고기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생선콩 등을 구분해서 흡수하지 않는다인간의 몸이 흡수할 수 있는 단백질의 최종 형태는 분해된 아미노산 형태일 뿐이다섭취 전 형태가 무엇이건 똑같다건강을 해치는 건 흡수된 아미노산이 아니라 추가 섭취된 여러 물질들이다.

 

한국은 다채로운 육식 문화와 이에 대한 욕구를 실시간으로 실현시켜주는 배달 문화이를 뒷받침하는 축산업이 발달한 나라라는 점을 상기하건대 한국에서 동물권의 구체적 법제화와 실질적인 규제는 향후에도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윤리와 도덕과 법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어릴 적에 이루어지면 좋은 점은 감수성이 함께 형성된다는 점이라고 한다우리가 판단을 할 때 자료를 모두 모아 분석하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감정과 감수성으로 결정을 내릴 때도 있다나는 도가 지나쳐서 감정적 반응이 육체에도 영향을 미칠 때도 있다형태가 분명한때론 살아있는대량의 육식재료들을 울부짖는 환호와 더불어 이로 찢어 삼키는 먹방은 자주 위통을 유발한다.

 

하지만 동물권을 논의할 때는 동물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확대하는 것만은 아니다정치의 장에 동물을 어떻게 포섭하고 함께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함으로써 우리의 생활세계가 궁극적으로 생태적으로 재구성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고민하자는 것이다.

 

나는 아주 순전히 계산적인 이유로도 지금과 같은 형태의 축산업을 반대한다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에 84배 정도 탁월한 메탄은 골칫거리다인간이 가축화해 산업자원으로 활용하는 동물축산복합체에서 배출되는 점점 더 늘어나는 메탄은 무시할 수 없는 양이지만한편으로는 인간이 육식만 줄이면 당장 해결 가능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 다루는 논의는 이런 얄팍한 내 계산과는 다르게 포괄적이고 깊이 있고 구체적이고 법적인 구상을 담고 있다많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부정된 적도 없는 개발주의와 인간중심주의에 관한 서양에서의 오래된 관념철학사상도 지적한다주로 동물과 인간의 경계 설정과 관련된 논의이다.

 

한국에서의 반려동물의 변화에 대한 지적은 반갑고도 유용한 분석이다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한국인의 대표적인 반려동물들은 개와 고양이가 아니라돼지닭이었다그러니 동요들에도 그토록 친근하게 등장했고문학과 그림에도 자주 함께 했다.

 

가축을 좀처럼 볼 수 없게 된 것과는 반대로 돼지와 닭소의 고기는 너무나 흔해졌고 (...) 식을 줄 모르는 먹방’ 문화 속에서 반복되는 허기와 과식은내가 먹는 것이 어떻게 지금 눈앞에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할 겨를마저 빼앗아버렸는데생산지와 소비지의 분리야말로 아무런 감정적 동요 없이 고기를 소비하게 되는 중요한 원인일 테다.”

 

저자도 독자인 나도 명쾌한 해법은 없다질문들이 가득할 뿐이다. 부디 의문을 갖는 일 자체가 유의미하길 바란다. 


축산업의 문제를 비판하고 친환경 동물복지를 선택하면 윤리적 도축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한자

육식 자체를 죄악시하는 이분법적 채식 담론은 타당한가

인간의 육식의 관습으로 인해 인간의 생활세계 속에 들어올 수 있었던 동물들의 거취는 어떻게 할 것인가

동물이 인간과 동일한 법적 권리를 지녀야 함을 목표로 삼는 것이 동물권 논의라며 가축들을 상품화하지 않고 도축 없이 보호하는 것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나는 스스로의 한계를 고집스럽게 유지하는 변명쟁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종종 하지만 새로운 인식과 실천의 지평을 넓히기란 참 어렵다이 글을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현실 실천 가능한 방식은 낭비를 줄이는 것 과식과 음식쓰레기뿐이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모든 생명들을 일단 '식재료'로만 보는 것도 조금 바뀌면 더 좋겠다. 무엇보다 먹방이 인기를 얻는 시대가 하루 빨리 끝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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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의 시간 속으로 - 지구의 숨겨진 시간을 찾아가는 한 지질학자의 사색과 기록
윌리엄 글래슬리 지음, 이지민 옮김, 좌용주 감수 / 더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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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란드아이슬란드알라스카 아니고 그린란드 덴마크 자치령 가보셨나요저는 17년 전에 가보았답니다그것도 뜻밖의 직장 제의를 받아서덴마크에 머물던 때였는데 30년 전에 그 학교에서 가르친 분이 마침 계셔서 함께 그린란드로 출발!

 

그리고 마주한 풍경근무 제안을 했던 학교는 눈이 조금(?) 많이 오면 2층까지 차올라서 수업 마치고 귀가하려면 2층의 높은 창문이나 3층 창문을 열고 썰매에 탄 채로 내려와야 한답니다아 참 그전에 화장실 가다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했습니다추워서요... 30년 전 자신이 왔을 때는 영하 45도였다고 지금은 따뜻하다고 뻥치는 상사이자 스승을 때릴 뻔…….


도망쳐서(?) 잊고 살다 이 책을 만나 감개무량합니다수십억 년 전 지구의 모습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지질학자의 글이 불빛처럼 어른어른 거립니다오래 전 제대로 보려 하지 않았던 풍경을 그리운 고향 떠올리듯 설명할 수 없는 기분으로 읽습니다.


과학전공자로서 현장연구field trip는 꽤 다녀보았는데조사서를 이렇게도 쓸 수 있는 거였군요제게 없던 저만의 언어를 저자는 가지고 있는 차이겠지요묘사가 지나치게 훌륭한 탓에 몹시 설렙니다지질학이 이런 연구를 하는 분야구나…… 잃어버린 내 것도 아닌데 못 해본 시간이 아깝고 아쉽습니다.


저자는 이 모든 아름다운 사색을 야생의 땅이 살찌운 상상력이라 합니다일반적인 경험을 뛰어넘는 경험으로 우리가 영혼이라 여기는 것의 태곳적 심장이 세차게 뛰는 곳, ‘일종의 집’, ‘교훈을 담은 풍경’, ‘감정적인 진실’.


장소는 모든 생명에게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자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가집니다부모의 품 속동네 이렇게 점점 확대되는 장소는 우리가 지구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이릅니다그런데 제 방을 어지럽히는 일과는 비교도 안 되는 위험천만한자살이 목표인 사이코패스처럼 사는 인간의 자기파멸 성향은 무엇이고 왜 그럴까요.


환경학/철학생태학/철학(ecology/ecophilosophy) 중에 심층생태학deep ecology로 번역된 철학을 들어 보셨나요아르네 네스Arne Naess가 주창하고 소개한 철학입니다노르웨이 숲 속 작은 오두막에 사셨습니다. 2009년 돌아가시기 전 두 번을 뵙고 동기들과 오두막 안에 끼여 앉아 차를 마시며 재미난 얘기를 들었습니다댐 설계 반대운동을 혼자 하셨지요.

생각이 얕고 인내심이 없어 결과를 봐야만 하는 시시한 학생이었던 저는당시에도 정책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주로 관심이 많아서, deep의 의미나 가치아르네 네스가 전하고자 하는 내재적/본질적 가치intrinsic value를 깊이 생각할 수도 응원하지도 못했습니다이 책은 관찰과 기록만으로도 그 모든 깊이를 경험하게 해줍니다.


판데믹에 기후위기에유행에 뒤질세라 이런저런 우울증을 뒤집어쓰고 사는 기분입니다그렇게나 중요하다고 난리치던 (자본주의경제가 먹고 사는 문제라면환경은 죽고 사는 문제라는 걸 이제 눈만 떠도 다 보일 텐데그래도 끄떡도 않는 인류가 무섭습니다.


아니지요탄소 제로넷 제로를 언급하며 새로운 시장을 열어 젖혔지요저는 고래를 춤추게 하겠다는 태도로 응원을 열심히 하는 유형임에도 이 헛바퀴 돌아가는 소리들에는 뜨끈한 화가 치밉니다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이 모든 계획입안발표들을 블라블라블라라고 정리해치웠지요.


이제부터 우리가 하는 일들은 선의를 담은 신중한 최선책일 지라도 단 한 번 남은 되돌릴 수 없는 마지막 기회일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친구가 오래 전부터 세상의 모든 중요한 이야기는 권력이라곤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로만 전해져서어느 구석에서 새어나오는 혼잣말처럼 들린다고 한탄했는데 이렇게 오래 유효한 관찰일 줄 미처 몰랐습니다.


이 책은 그렇지 않으면 좋겠습니다눈길을 끌고 읽히고 저자가 묵묵하게 고요하게 진지하게 보고 판단하고 기록한 이야기들이 그 뜻 그대로 많은 이들에게 잘 들렸으면 합니다소개한 인용문들은 백만분의 일도 못됩니다한 권을 다 필사해도 모자랄 듯 귀한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

 

 

“35년 후면 지구의 인구는 70억 명에서 100억 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다그 결과 야생은 늘 그렇듯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자리를 내어줄 것이며그 과정에서 우리가 우리의 진짜 기원을 알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가져갈 것이다야생이 제공하는 것과 직접 접촉하지 못할 경우우리는 인간을 감싸고 있는 세상을 잃게 된다안타깝게도 우리는 그 사실이 명확할 때조차 이를 거의 알아채지 못한다.”

 

나는 거대한 우주 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는 장소로서 태곳적 자연의 가치를 인식하고그것을 통해 우리가 자연 보존에 힘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자연을야생을 잃을 경우 개인적으로든 인간이라는 개체로서든 우리의 뿌리를 찾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사소한 사건에 불과하다거의 140억 년 전 불가해하게 시작된 이후 아직까지도 솟구치고 있는 엔트로피라는 흐르는 강물에 찍힌 작은 반점에 불과하다우리는 별들이 품고 있을 이야기를 추측하며 이 이야기에 매혹되지만 그 윤곽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우리는 드넓은 대지를 돌아다니며 암석이 품고 있는 역사를 찾는다소중한 무언가를 보여줄 통찰력 한 줌이 그 안에 놓여 있기를 희망하며.”

 

세상에서 유일한 영혼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보여 주는 놀라운 야생성에 넋을 잃은 채그 능선에 서 있다고 생각했다그러한 생각에 사로잡혀 그곳에 서 있자니 막연하게 불편한 감정이 찾아왔다. (...) 그 감정은 슬픔이 아니었다그것은 인간의 언어에는 없지만야생에서는 넘쳐흐르는 그 무언가를 향한 조용한 갈망이었다나에게는 기회가 없고 심오한 대상과 연결될 수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

 

난생처음으로 내가 그 세상을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불가능한지 내 한계를 깨달은 기분이었다전체의 다른 부분과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은 없었다전체는 처음부터 우주의 모든 것이었다그리고 그곳에 북극 계곡의 조용한 그곳에 그 통합의 발현체가 있었다.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과거와 미래의 유일한 차이점은 중재하고 간섭하는 마음일 뿐이다차이를 생각하고 묘사하고 세세히 열거하는 마음우리는 개체를 파악하고 그들이 시간에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그들은 끊임없이 맹렬히 변한다. (...) 인류는 이해하기 힘든 무언가가 수행한 한 가지 실험에 불과했으며 그 실험의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위대한 외로움 속에서도 이 세상은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했다.”

 

모든 대륙에서 야생은 착취당하고 있으며 야생에 의존하던 사람들야생의 품 안에서 살던 사람들은 소중히 여기는 것을 내놓도록 강요받고 있다현대 세상은 넘치는 오만으로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는 삶에 산업적인 탐욕의 결과를 책임지우고 있다야생의 파괴와 그 안에서 조화롭게 살던 사람들의 파괴를 합리화하는 도덕적 파탄은 경악스러울 정도다. (...) 우리 모두가 느껴야 하는 도덕적 분개는 비대한 경제조직에 비하면 미약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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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서양미술사 2 - 르네상스부터 현대미술까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서양미술사 2
마리옹 오귀스탱 지음, 브뤼노 에이츠 그림, 정재곤 옮김 / 궁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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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글의 일부입니다https://blog.naver.com/kiyukk/222543056396

 

어제에 이은 서양미술사 2르네상스부터 현대미술까지이다알프스 산맥을 넘어 이탈리아에 도착할아버지의 미술사 수업은 도시국가시절에서 시작한다.

 

프랑스 작가라 피렌체베네치아란 명칭을 쓰는게 반갑다플로렌스와 베니스는 낯설고 어색해서 모르는 따른 장소처럼 느껴진다동서고금 전분야 통틀어 천재라고 불리는 인물들 중 한 명인 레오나르도 다빈지Leonardo da Vinci가 소위 자소서 열심히 쓰며 구직활동 하던 내용이 고증적이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예술특히 다빈치가 원하던 조각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서는 작업할 환경재료생활지원작품 의뢰 등 늘 고객과 후원이 필수적인 분야이다의뢰가 없으면 활동도 할 수 없다그러니 자신이 가진 재능을 다 꺼내 홍보하는 수밖에설령 그것이 군사 엔지니어라고 해도.

 

워낙 전쟁이 빈번하던 시기이고 하고예전 다른 글에서 언급했듯이 엔지니어는 테크니션과 다르다흔히 번역되는 기술자보다는 발명개발설계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다또 다른 천재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 역시 원하던 조각만 할 수는 없어 하찮게(?) 여기던 회화도 했다투덜거리며 얼른 - 4년 만에 해치운 작품이 천지창조.

 

지금도 볼 때마다 재밌는 사실주의 미스터리 액자식 구성 이건 모두 제가 임의로 붙인 겁니다 작품 <시녀들>의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 미스테리 장르에 대한 나의 애정은 공고하다.

 

빛을 다루는 천재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의 <야경>으로 알려진 원래는 밝았던 그림빛의 화가의 작품이 어두워진변질된 후에도 걸작으로서 명성을 더해간이 역시 아이러니하면서도 재밌는 일종의 미스터리이다.

 

고야Francisco de Goya의 동판화 작품에 홀려서 전시 소식을 들으면 열심히 찾아다니곤 했다열정도 애정도 기억의 한 장면으로만 떠오르니 남겨 기억할 수 있는 건 한 장의 사진이나 한 편의 기억이 다구나싶기도 하다.

 

인간이 그토록 열심히 기록하고 창작하는 것은 시간을 잠시잠깐 느껴볼 생명체로서 소멸을 두려워하고 사는 일이 허무해서 그럴 지도 모르겠다허무는 잊고 소멸은 막아 보려고나의 일부를 담지한 후손을 사랑하고 아끼는 일도 자신의 완전한 소멸이 늦춰졌다는 안도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존재를 열심히 어필하려다 만든 부작용이 현대 문명에서 우리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모든 과오인지도 모른단 생각을 한다마치 통속!을 내세우는 드라마처럼 기억되지 못하는 것보단 악명과 오점이라도 남기겠다는 듯이.

 

설치미술가로 유일하게 깊은 애정을 느낀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거대한 거미는 한국의 재벌가 소유의 미술관에 머물고 있다유한계급의 놀이 중 건전하고 어쨌든 공유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고 해야하나즉각적으로 예술가와 작품에서 더 이상 쌩쌩한 느낌을 전해 받지 못해 유감이라 해야 하나이 책에서 만날 줄 몰라 반갑고 잠시 서러웠다.

 

뜨거운 추상과 차가운 추상으로 배운 작품들친구와 재미삼아 몬드리안의 <빨강노랑파랑검정이 있는 구성>을 따라 해보았다못 할 이유가 없어 보였으니까그런데 같은 도안에 같은 채색을 했는데 원작과 전혀 다른 느낌왜 일까분해서(?) 컬러프린트를 해보았다전혀 다른 느낌원작의 힘을 신비롭게 절감한 경험이었다.

 

재밌고 멋진 프랑스 작가의 그래픽노블이다덕분에 즐겁고 행복하게 추억 놀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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