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자루 굴러간다 우리 그림책 4
김윤정 글.그림 / 국민서관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아이랑 같이 책을 읽어가다보면 어떤 이유로든 깊은 인상을 남기는 책들이 있다. 그 내용이 너무 감동적이거나 웃겨서인 경우도 있지만 때론 너무 엽기적인데 그게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져서 그런 경우도 종종 있다.  

이 책은 아마 <똥벼락> 이후 가장 엽기적인 똥이야기가 아닌가 싶은데, 도서관에서 빌려온 날 이 책을 읽고는 나도 막내도, 그리고 큰애들까지도 낄낄낄 웃어댔다.  

표지를 보면 한 장군이 양손을 입가에 갖다대고는 뭐라 외치고 있는데, 분명 "똥자루 굴러간다~~"하고 제목을 외치고 있는 게 틀림없을 테고, 장군 양쪽에 있는 포졸들은 뭐가 그리 웃기는지 장군을 바라보며 웃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이 장군, 뭔가 이상하다. 손이 너무 곱상하고 가슴께까지 곱게 드리운 댕기머리는 또 뭔가.    

 

 

 

 

 

 

 

 
책을 펼치면 속표지에 강아지 한 마리가 등장한다. 눈을 감고 코를 킁킁대며 어딘가로 향하는데오른쪽 끝에 노랗게 번져나오는 냄새가 수상하다. 다시 한 장을 더 들추면 냄새는 더 진해지고 못가에 서 있는 동물들의 표정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다람쥐 한 마리는 코까지 틀어막고 있는데 아까 보았던 그 개 한 마리만 여전히 좋다며 냄새를 좇고 있다.    

 

드디어 본이야기로 들어간 첫장부터 거대 똥이 떡 하니 등장한다. 똥을 자세히 보면 콩나물이며 거뭇거뭇한 수박씨가... '아이고, 정말 적나라하게 더럽다' 하면서도 묵직하고 거대한 똥의 존재감을 무시하지 못하고 아이랑 같이 똥에 박힌 콩나물이 하나, 둘, 셋, 넷, 다섯개라며 세고 있다. 그림책이 엽기인 건지, 아니면 내가 더 엽기인 건지 헷갈리는 순간이다.  아무튼 '똥 한 번 누면 뒷간이 막히고 똥 두 번 누면 앞길이 막힌다'는 똥자루 굵은 똥자루 장군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군사들이 우연히 시댓가를 찾았다가 이 어마어마한 똥자루를 발견하고는 나름 논리적인 사고 전개과정을 통해서 '똥자루가 굵으니, 덩치가 클 것이요. 똥자루 색을 보니, 속도 튼튼하겠구나. 나라의 든든한 장군감이 분명하니, 여봐라, 똥임자를 찾아라!'며 똥자루 임자를 찾기 시작한다. 지금같으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체포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당시의 우리 조상들은 배포가 남달랐던 모양이다.     

 

  구석구석 똥임자를 찾아다니다가 드디어 찾아내긴 했는데, 이런 그 어마어마한 똥의 주인이 가슴 봉긋한 처녀였던 것이다. 대장이 아연실색하고 있는데, 이 처녀 어마어마한 똥 주인답게 야무지게 말한다.  "여자인 게 뭐 어떻습니까? 나라만 잘 지키면 되지 않겠습니까!" 어쩌면 이리도 멋질까. 이만하면 똥자루 굵은 것쯤, 여자인 것쯤, 뒷간이 막히고 앞길이 막히는 것쯤 용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대장도 이 당당하고도 야무진 처녀에게 반했는지 부장군에 명하는데 정작 부하들은 데굴데굴 구르다 못해 눈물까지 질질 짜가며 웃느라 정신이 없다. 괘씸한지고!!  이 버르장머리 없는 부하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줘야 하는데!!! (근데, 좀 웃기긴 웃기겠다.)    

 

 

 

 

 

 

 

 

  

바람을 타고 구름을 타고 적군이 쳐들어온다는 소문이 돌 때, 부장군 처녀는 마을 여기저기에 박을 심고 동글동글하게 박이 열리자 그 박을 이용해서 마을에 쳐들어오는 적군을 도망가게 만든다. 적군들이 겨우겨우 아무도 없는 산 중턱까지 도망가서 숨을 돌리려 할 때, 저 산 끝에 다소곳이 앉아 있던 처녀가 산을 흔드는 소리, '끄-응-'  저 산 꼭대기에 앉아 있는 똥장군 처녀의 익살스런 표정을 보고 어떻게 따라 웃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똥자루 굴러간다!"  

시퍼렇게 질린 왜군 병사들이 혼비백산 달아나는 그림은 생각보다 카타르시스 효과가 크다. 이 그림책을 읽을 즈음이 일본에 거대 쓰나미가 덮쳤을 바로 그 때였는데도 불구하고 '좀 미안하다'하면서도 피식피식 새어나오는 웃음을 막을 도리는 없었다. 꼬맹이는 옆에서 "엄마 이 사람은 똥에 깔렸어." "엄마엄마, 이 사람은 똥에 박혔어" "엄마, 이 사람은 머리에 똥 맞았어" 하는데 그림에 아주 푹 빠진 것 같았다.     

 

처녀는 적을 무찌른 공으로 장군이 되었고, 그 후로 적들이 쳐들어오는 일은 없었다나.  장군이 되어 밝게 웃고 있는 처녀의 얼굴이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기왕이면 데굴데굴 구르고 눈물까지 흘려가며 처녀를 조롱하던 그 괘씸한 부하들이 장군이 된 처녀를 인정하고 존경하게 된 모습들을 함께 그려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너무 교훈적이라든가 아니면 너무 뻔한 결말이라든가 하는 위험에 빠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작가는 나보다 한 수 위였다. 뻔하고 교훈적인 결말 대신에 예상하지 못했던 산뜻하고 매력적인 뒷이야기를 그림으로 남겨 놓았던 것이다.  뒷쪽 속표지에 이 똥자루 장군과 대장 사이의 스캔들을(저 새침떨며 도도하게 튕기며 돌아서는 처녀의 모습이 어쩌면 이렇게도 내마음에 쏙 드는 건지!!) 그리고 뒷표지에선 적군의 장군이 왕에게 보고하고 있는 창호지 그림자를 그려 놓았다.  "하늘에서 거대한 똥자루가!" 하고 왕에게 보고 하는 적군의 장군이 어쩐지 측은하다. 분명 왕에게 "어디서 그런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는 것이므니까!"하며 야단을 맞을 것 같은데... 

'이완 장군과 똥자루 큰 처녀'라는 강원도 설화와 '무쇠바가지'라는 설화를 한데 섞어서 새로 쓰고 그린 그림책이라고 한다.  가져다 쓴 옛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거기다가 맛깔나는 글과 유머스럽고 정감가는 그림을 더해서 아이들이 즐겁게 읽을 그림책으로 탄생시켰다는 사실이 난 무척 반갑고 신난다. 뒤숭숭한 요즈음 나와 아이들에게 웃음을 안겨다 준, 엽기적인 면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것 같은 그런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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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1-04-08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너무 웃겨요.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 한편 엽기적이긴 하지만요.ㅎㅎㅎ

섬사이 2011-04-11 13:18   좋아요 0 | URL
저도 한참을 웃었어요.
막내에게 읽어주는데 큰녀석들까지 곁에 와 붙었다니까요.
책읽는 즐거움을 확실하게 가르쳐주는 책이죠.^^

하늘바람 2011-05-1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들어도 웃기네요

섬사이 2011-05-19 11:40   좋아요 0 | URL
예, 무척 웃기고 재미있어요.
태은이랑 읽어보세요. ^^
 

방사능 비가 내리던 어제, 흙살림에서 꾸러미가 왔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목요일마다 채소와 과일, 계란이나 간식거리들이 택배로 배송되어 온다. 내가 주문한 물품이 오는 게 아니라, 그 쪽에서 알아서 보내주는 것을 받는건데 덕분에 지난 가을엔 아욱국을 자주 끓여먹었고, 유황훈증을 하지 않고 곶감 덕장에서 자연건조시킨 곶감을 맛보기도 했다.  어제는 유정란과 두부, 딸기, 시금치, 쪽파, 깐마늘, 무가 왔다.  

현관문을 열고 꾸러미 상자를 받으며 택배기사분에게 죄송했다. 모두 맞기 꺼려하는 저 비를 우비도 입지 않고 생계때문에, 아이 교육비때문에, 자기일에 대한 책임 때문에 우리집까지 왔을 거라 생각하니, 늘 목요일이면 받던 꾸러미 상자가 더 크고 무거워 보인다.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말로만 했었는데, 어제는 고개까지 꾸벅 저절로 숙여졌다.

목요일 오전은 우리 아파트 재활용품을 내놓는 날이다. 청소아줌마들과 경비아저씨들이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간 재활용품을 정리하느라 비를 맞고 서 있었다. 저 비는 저 비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팔자좋은 높은 사람들이 맞아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가슴이 쓰렸다.   

꾸러미에서 온 쪽파를 까는데 꼬맹이가 도와주겠다며 나선다. 눈 맵다고, 손 더러워진다고 말려도 극구 곁에와 쪽파를 잡는다. 조금 까다가 관두겠지 했는데, 웬걸, 눈이 맵다면서도 끝까지 앉아서 도와주었다. 많이 컸다는 걸 새삼 다시 느꼈다.   

지난 주에 꾸러미로 온 열무와 얼갈이가 그대로 있어서 꼬맹이딸이 까준 쪽파를 넣어서 얼른 열무물김치를 담갔다. 남은 쪽파로는 냉동실에 있던 홍합살과 굴, 오징어를 넣고 파전을 부쳤다.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돌아온 아들녀석이 막내와 같이 앉아 맛있게 먹어주었다. 세상이 어수선하고 불길할수록 이런 저녁식탁을 더욱 지켜주고 싶어진다.   

이보다 더한 징후가 나타나도 우리는 우리의 일상중에 좋은 쪽만 골라서 살아갈 수는 없을지 모른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던 것처럼 뭔가 석연치않고 찝찝하더라도 옆지기는 일을 하러 나가고, 택배기사는 상자를 들고 뛰어다니고, 우리동네 야쿠르트 아줌마는 집집마다 야쿠르트를 넣은 후 아파트 입구에서 남은 야쿠르트를 팔기 위해 서있고,  환경미화원들은 도로를 비질하고, 버스는 새벽부터 밤까지 정류장을 빼놓지 않고 정해진 노선대로 운행하겠지.  

그래서 나는 사람들의 일상이 깨지지 않도록, 아주 작은 실금도 가지 않게 지켜주려는 노력을 더 더 보고싶다.  '아, 저 사람들이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우리의 이 사소한 일상들을 소중하게 여겨주고 있구나. 지켜주려고 저렇게 애를 쓰고 있구나.'하는 걸 느꼈으면 좋겠다. 그러면 좀 위로가 될텐데. 아직도 바라는 것이 있다는 게 나도 참 신기하긴 하지만.

카이스트 학생의 자살 소식이 또 들려온다. 그 지점까지 가기 위해 얼마나 고생하며 공부했을텐데, 어쩌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지경까지 몰렸을까. 어쩌다가 우리는 이 지경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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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4-08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택배 받으면서 상자에 묻은 빗방울도 꺼림칙한데 이걸 온종일 들고 나르신 분은 얼마나 비를 많이 맞았을까 싶어 미안하고 한숨이 나왔어요. 하루하루의 소중한 일상을 열심히 사시는 분들은 늘 이토록 위험에 내몰리고, 그런 상황을 연출하거나 방조하는 사람들은 가장 안전한 곳에서 고개만 까딱하고 있네요. 정말, 우리는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요.

섬사이 2011-04-08 15:40   좋아요 0 | URL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책 3권을 주문을 하는 게 좋을까, 안하는 게 좋을까, 하고 있어요. 어제 그 택배기사분에게 미안했던 마음이 책 주문을 미루게 만드네요. 급하게 읽어야 할 책도 아니고, 안하고 지나가면 허전한 이벤트를 치루듯 책을 습관처럼 사는 면도 없지 않아서, 굳이 지금 주문하지 않아도 괜찮거든요.

꿈꾸는섬 2011-04-0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비 맞으며 일하시던 분들이 꽤 되시더라구요. 정말 안전할까 의심은 드는데...참, 안타깝네요.

섬사이 2011-04-08 16:34   좋아요 0 | URL
자꾸 약이 올라요.
약이 오르다가 화도 나구요.
언제쯤 끝날까요. ㅠ.ㅠ

무스탕 2011-04-08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병원에 가려고 차를 몰고 나가는데 맞은편에서 청소차가 오더라구요. 보니까 아저씨가 차 위에 우산 없이 그냥 서서 이동하던데 저도 아이고, 이 비를 그냥 맞고 계시네.. 하긴, 쓰레기통을 비우려면 몇 번을 내려섰다 올라갔다 해야 하는데 일일이 어떻게 우산을 쓰겠나.. 싶더라구요.
참, 고생이 많으시네, 가족이 걱정 많이 하겠네.. 싶더라구요.

섬사이 2011-04-08 16:55   좋아요 0 | URL
정말 그래요. 어제 그 택배기사님한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 분의 부모님과 아내, 자녀들에게도 내가 못할 짓을 한 것처럼 느꼈어요.
어제같은 비가 내리는 날, 누가 - 그 사람에게 신세진 게 많고 친한 사이라고 할지라도 - 우리 옆지기에게 밖에서 우산없이 해야 할 일을 도와달라고 한다면 저는 그 사람을 무지무지 원망하고 미워했을 것 같거든요. ㅠ.ㅠ 무스탕님과 옆지기님은 좀 나아지셨나요? 지성이는 괜찮구요?

알맹이 2011-04-09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와 닿는 글이네요. 요즘 정말 인류의 미래가 걱정되어요. 우리 아이들이 살아야 할 세상이라 더더욱.. 부모가 되고 보니 그렇네요.

섬사이 2011-04-11 13:20   좋아요 0 | URL
가끔 더이상 문명이 발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원자력발전소 같은 경우는 아예 없어졌으면 좋겠으니까
문명이 조금 뒷걸음질 쳐도 괜찮을 거 같아요.
조금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사람들은 살아지지 않을까요?

세실 2011-04-09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한 방울도 안맞으려 애쓰다가 비 맞고 묵묵히 일하는 분들 보면서 부끄러웠습니다. 모두 행복해야죠.

섬사이 2011-04-11 13:2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모두 행복할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말이예요.
오늘은 햇볕과 바람이 둘 다 맑아요.
이 햇볕과 바람 속에 우리에게 나쁜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믿을 수 없을만큼요.
 

오늘 아이들을 보내놓고 한가득 쌓인 설거지거리를 보다가 언젠가는, 그래 언젠가는 조용한 아침이 올거야,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마신 커피 잔 하나, 내가 먹은 빵 접시 하나, 커피를 저었던 예쁜 티스푼 하나, 그것만 설거지해도 되는, 그런 조용한 아침.  아이들이 벗어 놓고 간 옷가지들을 주워담으며 언젠가는 일주일동안 빨래를 하지 않아도 빨래통이 다 차지 않는 그런 날도 올거야, 했다.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쓸쓸한 아침. 그 때에는 아침에 한 청소가 다음 날 아침에도 유효할 거다. 나는 지금보다 훨씬 늙어 있겠지만 어쩐지 그런 아침이 기다려진다.   

어제부터 다시 요가를 시작했다. 근처 초등학교에서 한달에 만원만 받고 일주일에 두 번씩 요가 수업이 있다. 춥고 귀찮다고 겨우내 푹 쉬다가 오랜만에 운동이랍시고 했더니 어깨, 팔, 옆구리, 다리 뒤쪽이 땡기고 뻐근하다. 묵묵히 숨어 일하던 근육들이 난데없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나서는 것 같다. 근육이 그려진 인체의 그림을 앞에 놓는다면 내가 움직일 때마다 어느 근육이 움직였는지 다 짚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해서라도 살이 조금이라도 빠진다면 이 고통이야 얼마든지 참아줄 수 있다. 그런데 오랜만에 뵌 요가 선생님은 나와는 대조적으로 겨우내 더 말랐다. 사람이 그럴 수도 있구나, 겨울은 당연히 살이 찌는 계절이라고 생각했는데, 저렇게 마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요가를 마치고 아파트 친구랑 같이 한살림에 들러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올봄 첫 민들레를 만났다. 보통 3월 15일 전후로 해서 그 해 첫 민들레를 만나는데,(작년엔 3월 17일, 재작년엔 3월 14일에 만났다) 올해는 정말 늦게 만난 셈이다. 그것도 보도블럭 틈새에서 푸른 이파리 하나 제대로 펼치지도 못하고서는 땅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로 노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그제 길상사 다녀오는 길에서도 그렇게 두리번대며 찾았는데도 보이지 않더니.  그래, 민들레 너는 그냥 일상의 늘 다니던 길에서 문득 만나야 더 반갑지.  

아파트 단지 앞산에는 개나리도 만개했다. 해마다 개나리 축제가 벌어지는 산인데, 이상하게도 한 번도 개나리 축제 때는 정작 산을 올라가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올해만큼은 꼭! 개나리 만개한 산에 아이 손 붙잡고 오르리라고 겨울부터 작심을 했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쌀알처럼 붙어 있던 매화꽃눈들도 하나씩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이제 열그루 매화길을 지날 때마다 코를 들고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매화향을 흡입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계절이다.  

그런데 오늘, 며칠 전 부터 예고했던 비가 내린다. 일찍 집을 나서는 큰애들에게 우산을 챙겨주면서 절대로 비맞지 않게 조심하라고 이르고, 어린이집에 가는 막내에게 비옷을 입히고 우산을 씌우고 마스크까지 해줬다.  

꽃은 여기저기서 피고 볕은 따스한데, 자꾸만 이 봄이 불길하다.  

봄날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아침을 바랐는데, 문득 불길하지만 않아도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거,
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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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4-07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마다 민들레와 함께 맞닥뜨리는 봄이라니, 참으로 근사해요.
이 불길함이 안심으로 어서 바뀌어야 될 텐데요.

섬사이 2011-04-08 12:49   좋아요 0 | URL
봄이다, 싶으며 민들레가 기다려져요.
민들레를 봐야 정말 봄이 온 것 같구요.
그런데 올해 봄은 정말 심난하고 불길해서 속상해요.

세실 2011-04-07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딸내미가 벗어 놓은 옷가지, 어제 신던 스타킹 날리는거 보면서 우울하더라구요.
책상도 엉망이고요. 왜그리 정리를 못하고 사는지...원.
도서관 주변에 어느새 노오란 개나리가 활짝 피었어요!!


섬사이 2011-04-08 12:50   좋아요 0 | URL
우리애들도 그래요.
정말 정리정돈과는 담을 쌓았나봐요.
그런데요,
저도 그땐 그랬던 것 같아요.
뭐, 지금도 깔끔하게 사는 편은 아니예요.

순오기 2011-04-08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이건만.... 잔인한 봄이 되고 있어요.
아침에 노인복지관으로 한문공부하러 갔더니,
비 때문인지 지렁이들이 떼죽음을 이루고 있더라는 말을 듣고 불길하고 불안했어요.ㅜㅜ

섬사이 2011-04-08 12:51   좋아요 0 | URL
아, 지렁이들이..
정말 무서워요.
정부에서는 엑스레이 한 번, CT 한 번 찍는 정도의 방사능도 안된다고
안심하라는데, 지렁이는 엑스레이 찍으면 100% 죽는 건지 궁금해지네요. -.-;

꿈꾸는섬 2011-04-08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 요가 다시 시작하신 건 정말 잘 하신 것 같아요. 저도 요가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맞아 못했거든요. 그래도 몸을 움직여주니 정말 좋더라구요.^^

섬사이 2011-04-08 16:29   좋아요 0 | URL
제가 생각해도 잘 한 것 같아요. ^^
아마 더 나이가 들면 하고 싶어도 못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가기 싫다가도 막상 다녀오면 잘 갔다왔다, 하거든요.
 

평화를 나누는 도서관  

2011년 우리도서관은 '평화'를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의 어린이기자단 '최고의 이야기꾼'을 중심으로 평화교육을 하며, 평화도서를 선정하고, 꼬마장터 수익금으로는 티벳난민들의 공동체가 만든 ‘록빠어린이도서관’ (http://blog.naver.com/rogpachild)을 후원하기로 했습니다.
좀 더 많은 도서관 식구들과 이 ‘평화’의 메시지를 나누고자 4월15일 ‘평화유랑단’이 우리도서관을 찾아옵니다.
평화 유랑단이란 인도 다람살라 지역의 티벳난민들이 만든 <록빠 어린이 도서관>을 한국에 소개하고 한국의 친구들에게 티베트를 알리는 평화 문화나눔 프로젝트입니다.

-평화바자회 : 누구나, 4월15일 4시부터, 도서관 1층
티베트 여성의 자립을 통해 티베트 난민 사회의 경제적, 문화적 자립과 독립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만든 <록빠 티베트 난민 여성작업장>에서 만든 수공예품을 전시 판매하며, 티베트의 평화운동을 알리는 ‘공정무역가게’ 인 서울 <사직동 그 가게>가 진행합니다.

-평화올림픽 : <최고의 이야기꾼>과 초등 4학년 이상 어린이, 4월15일 5시부터, 도서관 2층
* 인트로 - ‘어린 망명객’
* 티베트과 록빠 이야기
* 평화올림픽

-우리도서관 평화도서 선정 : 누구나, 4월 한달동안, 도서관 곳곳에서
여러분이 읽은 도서 중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평화’를 말하는 책을 선정해 주세요. 우리도서관 ‘평화도서관’으로 추천된 책은 10권을 구입, 함께 돌려 읽는 프리북 운동을 하게 됩니다.

  

전에 도서관 관장님이 록빠 티베트 난민 여성작업장에서 만든 수공예품을 몇 개 보여주신 적이 있다.  참 정겹고 소박한 느낌이 나서 엄마들 모두 예쁘다고 감탄을 했었는데, 그 수공예품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관장님이 내게 무언의 압박을 느끼셨던 걸까? 얼마 전에 관장님이 갖고 계시던 수공예품 중에 하나를 주셨다.  

 

 

 

 

 

 

 

호두 반 쪽에 꽃 수를 놓은 천에 솜을 채워 나머지 반 쪽을 만든 것이다. 핸드폰 고리나 가방고리로 사용할 수 있는 소품이다.  

관장님이 쓰고 계신 책갈피도 아주 예쁘던데, 4월 15일에 가서 하나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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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4-05 0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행사를 많이 하는 도서관이네요.
저도 나중에 작은 도서관에서 지역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그런 따뜻한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섬사이 2011-04-06 09:50   좋아요 0 | URL
세실님은 틀림없이 그렇게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경력과 능력이 있고, 게다가 아직도 노력하고 계시잖아요!!
나중에 세실님의 도서관이 열리면 꼭 구경갈게요. ^^
 

엄마를 위한 행복한 인문학 ‘이야기 학교’  


엄마라는 건 틀림없이 축복이지만 많은 여성들이 가사와 육아에만 전념하면서 자기 자신을 잃고 좁은 시야를 갖게 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오직 내 아이, 내 가족만을 바라보며 살아간다는 건 엄마 자신을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또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니까요.
인간에 대한 이해, 사람사는 세상을 바라보는 건강한 시각과 다양한 소통의 방법, 사회가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이상형에 대한 이해를 가진 엄마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도, 미래의 주체인 아이들도 건강해질 것입니다.
인문학 ‘이야기학교’는 그렇게 엄마들의 성장을 돕고자 합니다.
매주 화요일 10시에 진행되는 ‘이야기학교’에서는 4월~5월은 ‘인문학’, 5월~6월은 ‘영화 속 인문학’에 대한 재미있는 강좌를 준비했습니다.

<인문학 이야기학교>

인간의 땅, 인문학의 미래 / 강사: 박정수(수유너머R 연구원)

대지진으로 수 만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바로 다음날 모 일간지는 이번 대지진이 중장기적으로 일본 경제를 침체의 늪에서 구해낼 것이라는 분석 기사를 실었습니다. 인간의 목숨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는 데 일말의 망설임과 죄책감도 없는 이 비인간적인 시대,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한없이 잔인하면서도 한없이 동정적인 존재, 한없이 연약하면서도 한없이 위대한,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일까요?
전쟁과 착취, 민주주의와 혁명의 역사 속에서 200년 동안 지속해온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인문학적 질문이 지금도 유효하다면, 그 질문은 지금의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걸까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푸코의 고고학, 카프카의 문학, 맑스의 철학이 인문학의 영토를 파고들어 지하에 구멍을 내고 인간의 지반을 무너뜨리며 찾으려 한 인간-너머의 대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강. 4월12일 (화) 인문학과 휴머니즘
2강. 4월19일 (화) 프로이트: 인간 속의 불만
3강. 4월26일 (화) 푸코: 인간의 지식, 인간의 권력
4강. 5월3일 (화) 카프카: 법 바깥의 인간
5강. 5월17일 (화) 마르크스: 인간소외와 인간해방

 

드디어 역사 강의의 커리큘럼과 강사가 확정되었다. 처음엔 '전쟁과 평화'라는 주제로 역사강의를 꾸리려 했는데,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으리으리하고 무시무시하고 거대묵직한 쪽으로 방향전환이 되어버렸다.  저 커리큘럼을 내 머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강사로 오시는 박정수 선생님은... 그러니까 G20 때 쥐20을 그려서, 따지고 보면 그렇게 요란 떨 일도 아닌데, 아무튼 그 일로 세간에 오르내리셨던, 바로 그 분이다. 강의를 무척 재밌게 하신다고 하니, 커리큘럼 상으로는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아도 강사님의 지도편달만을 믿고 용감무쌍하게 따라가 봐야 할 듯.  

아무리 그래도 내 알량한 지식의 바닥을 적나라하게 마주볼 각오는 해 둬야 할 듯.  끙~ 

박정수 선생님에 대해 알라딘은 이렇게 소개해 놓았다.  

서강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국문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구 공간 수유+너머R 연구원으로 있으며, 코뮨-넷 웹진 ‘위클리 수유너머’(suyunomo.net) 편집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마르크스, 푸코, 들뢰즈의 유물론적 관점에서 다시 읽으면서 ‘욕망의 정치경제학’이라 할 수 있는 영역을 탐색하고 있다. 혼자 쓴 책으로는 《현대소설과 환상》이 있고, 함께 지은 책으로는 《부커진 R2: 전지구적 자본주의와 한국사회》, 《코뮨주의 선언》 등이 있다. 그리고 정신분석학적 정치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 《How To Read 라캉》, 《잃어버린 대의를 옹호하며》 등을 번역했다

 그러니까
 

 

 

 

 

 

 

 

 

 

 

 

 

 

 

 

 

 

   

 

 

 

 

이런 책들이 참고도서가 되는 걸까.. ?? 아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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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4-04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어려워라...ㅎ
아 대단한 분이 오시는군요. ㅎㅎ
저희도 가닥을 잡았습니다.
처음엔 인문학과 친해지기(고전읽기) 7강 - 고미숙샘도 오신다네요.
두번째는 인문학 이해하기(문학읽기) 7강
세번째는 인문학 바로읽기(사상읽기) 7강
제가 막 설레입니다. 담당자로서 꼭 들으려구요^*^

섬사이 2011-04-06 09:53   좋아요 0 | URL
예, 강의 커리큘럼이 너무 무겁고 어려워요.
저 커리큘럼을 보고 선뜻 강의 신청을 할 엄마들이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예요.
세실님 도서관의 인문학 강의가 참 알찰 것 같아요.
우리 쪽 강의보다 세실님 쪽 강의를 더 듣고 싶은, 이 마음은 뭘까요? 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