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

아이들 키우다보면 자꾸만 이 시가 생각난다.  아마 아이들과 부딪칠 때마다 화를 못이기고 터져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후회스럽기 때문인가 보다. 

대학시절에 읽던 <사랑법>이라는 시가 연애하던 시절보다 더 절절히 다가오다니.. 부모자식간의 사랑법에도 때론 침묵이 더 나을 때도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우리 아이들을 실눈으로 바라보며 말없이 웃어나 줄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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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18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짝 우울한 지금 이 시간 저에게 와 닿아요. 퍼 가요 ^ ^.

섬사이 2007-04-18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하세요? 저도 오늘 좀 그래요. 님이랑 저랑 마주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수다라도 떨면 기분이 좀 나아질텐데.. 그쵸?

hnine 2007-04-18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오늘 제가 꼭 읽어야 할 시가 여기에...
저 대학시절에도 유행하던 시이지요.
어디다 다시 적어 놓아야겠어요.

섬사이 2007-04-18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도 대학시절에 이 시를 즐기셨나봐요. 이 시와 함께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가 사랑을 받았었죠. 언제 한 번 '즐거운 편지'도 찾아서 올려봐야겠네요.

비로그인 2007-04-18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편지
전 그 시읽고 참 울었던 기억이 나요. 지금도 눈물 나려나.
이젠 너무 메말라서 알라딘에 근근히 올라오는 거 아님 시도 안읽는다는...ㅜㅜ

향기로운 2007-04-18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퍼갈게요^^

비로그인 2007-04-18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며칠전에 이 시를 읽었더랬어요.
아마 님과 통하려고 그랬나?(제멋대로 친해지려 합니다.)
안녕하세요?

섬사이 2007-04-18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 / 체셔님 댓글을 보고 낡은 시집을 뒤져서 <즐거운 편지>를 찾았어요. 금방 올릴게요. 울지마세요.

향기로운 님 / 퍼가주셔서 고맙습니다. 꾸벅~^^

승연님 / 허접한 제 서재를 찾아와 흔적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많이 통하고 지냈으면 좋겠네요. ^^
 

4월엔 뽀의 수련회가 있고 5월 중간고사가 끝나면 지니의 수련회가 있다.

어제 지니가 수련회의 참/불참 여부를 묻는 학교 유인물을 들고 와서는 싸인해달라면서 투덜거린다.

수련회를 왜 가는지 모르겠다나?

지니가 말을 꺼내자 뽀까지 덩달아 불평을 늘어놓는다.

수련회를 가면 교관이라는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단체기압을 주고, 잠자는 방이며 식사는 엉망이고.. 아이들의 불평이 끝날 줄을 모른다.

급기야는 차라리 팔이나 다리가 부러져서 수련회에 안갔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참 내.. 이 철없는 것들을 어찌하면 좋으랴..

아무리 수련회를 가기 싫기로서니 지들을 낳아주고 키워주는 엄마 앞에서 팔다리가 부러졌으면 좋겠다는 말이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듣다 듣다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가지마! 불참란에다 동그라미 쳐주고 싸인해 줄테니까 가지마. 됐지?"

울딸 지니 눈이 동그래져가지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다 하는 말이.

"안가긴 어떻게 안가? 가야지.. 엄만 왜 화를 내고 그래?"

기가막혀서.. 가기 싫다길래 이리 구슬리고 저리 구슬릴 땐 들은 척도 안하고 팔다리 부러지는 게 낫다며 난리더니 가지 말라니까 또 가지 말란다고 어이 없어 한다.

하긴.. 나도 수련회를 꼭 그런식으로 가야하나 하는 생각을 안한 건 아니다.

가뜩이나 경쟁에 치이고 공부에 치이고, 갖가지 싸구려 오락물에 치이는 아이들을 모아놓고 80년대 군대문화의 냄새가 다분히 풍기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자체가 맘에 들지 않는다. 

차라리 아이들에게 문화체험이나 감성계발 프로그램을 제공해줄 수 있는 수련회를 가면 더 좋을텐데 말이다.  요즘은 체험활동이 다양하고 활발해져서 찾아보면 분명히 그런 수련회 장소도 있을텐데 왜 해마다 극기훈련식의 수련회를 가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기회가 있을때 학교에 건의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뜩이나 거칠어지고 폭력적으로 변해간다는 아이들에게 극기훈련식의 수련회는 폭력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영 마뜩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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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4-18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수련회가 요즘 그런 분위기더군요. 아이들이 갔다오면 모두 내년엔 안 가면
좋겠다는 반응이에요. 작은딸도 이번 금/토 청학동 수련회 가는데 조금 걱정돼요.
좋은 기억으로 남아오면 좋을텐데 말이에요. 억지로 예절교육 시킨답시고 오히려
역효과 나지 않을지..

섬사이 2007-04-18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 애들만 유별난 건 아닌가보군요. 작은따님이 희령이죠? 재밌고 즐겁게 잘 다녀오라고 전해주세요.

홍수맘 2007-04-18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련회가 그런 식으로 되고 있군요. 학교를 보내면 좀 더 편해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알아야 할 것도 많고, 고민거리도 많아지는 것 같아요.

섬사이 2007-04-18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이가 크면 클수록 더 힘들어지는 면도 있어요. 잔손이 갈 일은 줄지만 아이 키우는 일이 점점 두뇌싸움이 되는 것만 같아질 때도 있더라구요. 그래도 하나하나 부딪쳐 해나가다보면 어느새 부쩍 커버린 아이들이 고마워지기도 한답니다. 미리 긴장하지 마세요.

이매지 2007-04-18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련회는 꽤 싫어했던. 차라리 수학여행처럼 뭔가 보고 배우는 느낌이라도 들면 괜찮지 수련회는 이래저래 피곤하기만 했던. 그나저나 시대가 변했는데도 수련회는 그대로이군요. 쩝. (그래봐야 마지막으로 수련회 간지 10년도 채 안됐지만요 ㅎ)

Koni 2007-04-18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대가 변해도 수련회는 그대로 라는 이매지님 말씀이 맞네요. 저도 중-고등학교 때 수련회가 그랬건만. 아니, 그때야 군사정부 시절이니 그렇다 쳐도. 친구들과 같이 며칠 밤낮을 동고동락하는 건 좋은데 교관이며 군대식 훈련은 정말 싫었어요.

섬사이 2007-04-18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수련회의 목적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어요. 아이들이 저리도 싫다는데 좀 바뀌어야 하는 거 아닌지..

냐오님, 처음 뵙네요. 그러고 보면 수련회가 체질에 맞는 아이는 몇 안될 거 같죠? 학교에도 지워야할 일제시대의 군대문화의 잔재가 많은 것 같은데, 도대체 수련회까지 가서 그럴 이유가 뭔지...
 

낙   화

                                   조지훈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밖에 성긴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가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

난 개인적으로 이형기님의 낙화보다 조지훈님의 낙화를 더 좋아한다.  흐드러지게 피었던 목련꽃도 지고 있는 요즘 자꾸 생각나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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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터줏대감 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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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17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가 "몇살이래?" 하고 묻네요. 너무 예쁜 비니의 모습입니다.

섬사이 2007-04-17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니는 세살이예요. 솔직히 예쁜 얼굴은 아닌데, 늦둥이라 그런지 계속 아기같기만 해요. 첫애때랑은 많이 다르네요 ^^

향기로운 2007-04-20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살림 되네요^^;; 우리 아이들이 모래밭에서 노는거 본지가 어언..몇년이 흘러갔네요...ㅡ.ㅡ;;

무스탕 2007-04-21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냥 좋을때죠...
늦둥이라 하셔서 아직 젖먹는 아기인줄 알았어요 ^^;;

섬사이 2007-04-21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기로운 님. 저도 첫아이, 둘째 아이 데리고 놀이터에 나간 지 너무 오래되어서 처음 막내 아이 데리고 놀이터에 나가서 놀 때 어색해서 애먹었어요. 그래도 이젠 즐기고 있답니다. 비니 아니었으면 나이 마흔에 놀이터 모래밭에 앉아 모래떡 만들며 놀 수 있었겠어요? 아이랑 같이 미끄럼틀도 타고 그네도 타며 나름 즐기고 있어요.

무스탕님, 젖은 작년에 뗐어요. 원하는 만큼 늦게까지 모유를 먹이려고 했는데 비염치료 때문에,,,ㅠ.ㅠ 이젠 모유를 떼고 나서 정신 못차리게 불어나는 살들 때문에 고민이랍니다.

치유 2007-04-26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비니구나..너무 귀엽고 이쁘네요..ㅋㅋ터줏대감답게 살림살이도 많이 가지고 놀이터를 차지하고 있군요..
아..비니..비니..엄마의 극직한 사랑 받으며 이쁘게 잘 크길..

섬사이 2007-04-26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비니는 요즘 봄바람이 단단히 들었어요. 하루종일 "어~~가"를 입에 달고 삽니다.^^ 그런 천방지축 우리 비니가 이쁘게 잘 크길 빌어주시니 저야 감사할 뿐이네요.
 


아파트 단지에 피었던 매화..  너무 짧게 피었다 져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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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4-17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들은 참 대견하게도, 오고 가는 때를 잘 아는 것 같아요.
짧게 피었다 지는 게 예찬 받는 비결이겠지요.ㅎㅎ
요샌 철없는 꽃들도 많지만요...

섬사이 2007-04-17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하는 이형기님의 낙화를 빌지 않더라도 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