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엔 뽀의 수련회가 있고 5월 중간고사가 끝나면 지니의 수련회가 있다.
어제 지니가 수련회의 참/불참 여부를 묻는 학교 유인물을 들고 와서는 싸인해달라면서 투덜거린다.
수련회를 왜 가는지 모르겠다나?
지니가 말을 꺼내자 뽀까지 덩달아 불평을 늘어놓는다.
수련회를 가면 교관이라는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단체기압을 주고, 잠자는 방이며 식사는 엉망이고.. 아이들의 불평이 끝날 줄을 모른다.
급기야는 차라리 팔이나 다리가 부러져서 수련회에 안갔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참 내.. 이 철없는 것들을 어찌하면 좋으랴..
아무리 수련회를 가기 싫기로서니 지들을 낳아주고 키워주는 엄마 앞에서 팔다리가 부러졌으면 좋겠다는 말이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듣다 듣다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가지마! 불참란에다 동그라미 쳐주고 싸인해 줄테니까 가지마. 됐지?"
울딸 지니 눈이 동그래져가지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다 하는 말이.
"안가긴 어떻게 안가? 가야지.. 엄만 왜 화를 내고 그래?"
기가막혀서.. 가기 싫다길래 이리 구슬리고 저리 구슬릴 땐 들은 척도 안하고 팔다리 부러지는 게 낫다며 난리더니 가지 말라니까 또 가지 말란다고 어이 없어 한다.
하긴.. 나도 수련회를 꼭 그런식으로 가야하나 하는 생각을 안한 건 아니다.
가뜩이나 경쟁에 치이고 공부에 치이고, 갖가지 싸구려 오락물에 치이는 아이들을 모아놓고 80년대 군대문화의 냄새가 다분히 풍기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자체가 맘에 들지 않는다.
차라리 아이들에게 문화체험이나 감성계발 프로그램을 제공해줄 수 있는 수련회를 가면 더 좋을텐데 말이다. 요즘은 체험활동이 다양하고 활발해져서 찾아보면 분명히 그런 수련회 장소도 있을텐데 왜 해마다 극기훈련식의 수련회를 가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기회가 있을때 학교에 건의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뜩이나 거칠어지고 폭력적으로 변해간다는 아이들에게 극기훈련식의 수련회는 폭력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영 마뜩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