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이와 노랑이  (레오 리오니 글 그림 / 이경혜 옮김 / 주니어 파랑새)

파란색 종이와 노란색 종이가 서로 겹쳐져 초록색 종이가 될 때까지 재미있게 노는 이야기.  우정과 화합, 동질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 그림책.   레오 리오니가 세 살과 다섯 살인 손자 손녀들과 맨해튼에서 코네티컷으로 가는 열차에 탔다가, 산만하게 돌아다니는 꼬맹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라이프>지에서 노란색과 파란색 종이만 뜯어 이리저리 배열해 보며 파랑이와 노랑이가 나오는 이야기를 지어내 '우연히' 그림책의 세계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는... 바로 그 책!

 

   눈오는 날 (에즈라 잭 키츠 글, 그림 / 김소희 옮김 / 비룡소)

1963년 작가에게 칼데콧 상을 안겨준 작품.  그 때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지.
"나는 백인 어린이의 착함을 보여 주는 다른 사람이 쓴 책을 줄곧 그려 왔습니다.  그래서 나의 작품에서는 흑인 소년의 아름다움과 착한 심성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어린이들이 인생의 훌륭한 일을 경험한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나는 어느 특별한 날에 생명력 있는 어린이가 되는 기쁨, 즉 그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기쁨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
<눈 오는 날>에서 <휘파람을 불어요>, <피터의 의자>, <피터의 편지>로 이어지는 피터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즐겁다.

 

   넉점 반 ( 윤석중 시 / 이영경 그림 / 창비)

1940년에 윤석중님이 쓴 동시로 만든 그림책. 글과 그림이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비니가 '넉점 반'이라는 게 시간의 어느 한 지점을 말하는 것인지를 알 턱이 없는데도  그러거나 말거나 내 맘에 쏙 들어서  무조건 빌려온 책.  이영경님,  <아씨방 일곱 동무>의 그림도 그린 분인데 동양화를 공부한 분이라서 그런지 우리의 정서를 너무 잘 그려내시는 것 같다. 

 

  한이네 동네 이야기 (강전희 지음 / 진선출판사)

빼곡히 들어찬 건물과 그 사이를 지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들.. 우리네 일상적인 풍경들이 그대로 담겨 있는 책이다.  비니랑 보면서 고양이를 쫓아 달려가는 똘이라는 개를 찾는 것도 좋지만, 그림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서 빌렸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무척 재미있다.  뭐, 관음증적인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그림책이라고 할 수도 있을 듯... ^^

 

  무엇이든 척척 - 일하는 자동차 (이춘영 글/ 김민선 그림 / 이수현 꾸밈 / 웅진주니어)

얼마전 길을 가다 공사장에서 굴삭기를 본 비니.. 완전히 넋이 빠져서 구경했다. 그래서 굴삭기며 지게차, 쓰레기 운반차, 불도저 등등이 나오는 그림책을 골라 빌려 온 것이다.  오늘 빌려온 책들 중에서는 아마도 비니에게 가장 만만한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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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반 쯤 집을 나섰다.  단지 화단안에 철쭉이며 영산홍이 활짝 피었고, 라일락도 달콤한 향기를 흘리고 있었다.  비니는 기분이 좋아서 뭐라 흥얼 거리며 노래를 하고.

도서관 가는 길,  콩벌레 발견..  차도 옆 길에 비니랑 쪼그리고 앉아 풀잎으로 콩벌레를 건드리며 잠깐 놀았다.  비니는 콩벌레가 동그랗게 말리면 "콩.콩"거리다가도 벌레가 다시 몸을 펴고 꼼질꼼질 기어가면 내 등에 매달리며 숨었다.  겁이 많기는...

저번까지만 해도 버스를 타고 구립도서관에 갔었는데, 이번 주부터는 날도 좋고 해서 걷기에는 좀 멀긴 하지만 비니랑 손잡고 걸어서 동네에 있는 구립마을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지은지 얼마 안되서 시설도 깨끗하고 책도 거의 새책들이다.

비니랑 가족열람실에 앉아 이 책 저 책 꺼내 보며 놀다가 책 12권을 가방에 꽉꽉 챙겨넣고,  야외에 마련된 탁자에 앉아 싸가지고 간 유부초밥을 점심으로 먹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비니가 안아달라고 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길가에 늘어선 가로수마다 사랑한다며 껴안는데 정신이 팔려서 잘 걸어왔다.  난 그냥 "사랑해 줄 나무들이 많아서 비니는 좋겠다"며 맞장구만 쳐주면 됐다.

걸어갔다 왔으니 피곤해서 그냥 집으로 들어갈 줄 알았더니 놀이터로 줄행랑이다.  결국 지니가 학교에서 돌아올 때까지 놀이터에 붙잡혀 있었다.  지니랑 같이 비니를 끌고 들어와 (싫다는 걸 억지로 데리고 들어오느라 애를 먹었다) 씻기고, 지니가 독서실에 가져갈 도시락을 얼른 싸고 나서 업어주니 잠이 들었다.

그래, 너도 피곤하겠지.. 나도 이렇게 힘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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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26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분좋은 피곤함 처럼 들려요. ^ ^.
오늘은 홍이가 4교시 수업까지만 있는 날이라 좀 빨리 끝나는데, 저도 오랜만에 도서관으로 나들이 가고 싶어 지네요. ^ ^.

섬사이 2007-04-27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날씨가 하도 좋아서 피곤해도 기분은 좋았어요. 요즘 밖에 나가면 풍경도 너무 좋구요.
 

지니네 학교에 교생선생님들이 오셨다.  어느덧 실습기간을 마치고 이번 주에 가신다고, 케잌 사고 선물을 사서 조촐하게 송별식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생애 첫 학급회장직을 맡은 지니는 반 아이들에게 거금 천원씩을 거둬들이고 있는데, 예상 외로 호응이 저조하다고 한다. (우리딸의 지도력 부족이 원인일 수도 있다.) 

내가 중고등학생 시절에 교생선생님은 선생님과 언니오빠스러움을 적절히 조화시킨 신비스럽고 신선한 분위기를 가지고 다가오는 분들이었더래서 아이들은 은근히 교생선생님과 다정한 말 한마디라도 나누어 보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래서 교생선생님이 실습을 마치고 학교를 떠나실 땐 반 아이들이 모두 서운함에 젖어 송별의 시간을 준비했던 것 같은데..

암튼 금요일까지 준비해야 하는데, 돈은 이제 19000원을 모아 들였다고 한다. 

교생선생님 선물로 책을 드리려고 하는데 책을 고르는 것도 쉽지가 않다.  남자 교생선생님인데 무슨 책이 좋을까..

<선택>이나 <에너지 버스>,<까르페 디엠!> 같은 자기 계발서들은 무난하긴 하지만, 너무 분위기가 없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는 어떨까?  교생실습을 받는 분들이 모두 선생님이 되지는 않는 걸로 아는데 너무 교육 관련 서적으로만 밀고 나간다면 그것도 우스울 것 같다. 

 

 

 

뭐, 좋은 책 없을까?

   <책만 보는 바보>도 좋은 책이긴 하지만, 국어교과 교생인지라 혹시 읽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고,  <내가 만난 아이들>은 어떨까....  오늘 저녁에는 주문을 해야 하는데 결정을 못하고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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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4-25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작정 전 내가 만난 아이들을 추천하고 싶어요..제목이 참 좋은데요??

프레이야 2007-04-25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생선생님이라면 참 풋풋한 기억이 나요.
저도 하이타니 겐지로의 내가만난아이들이 끌리네요. ^^

홍수맘 2007-04-25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전 잘 모르겠어요. 다른 분들이 <내가 만난 아이들>을 추천하신다니까 전 제가 읽어보고 싶어져요. 궁금한데요?

비로그인 2007-04-25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꼭 책으로만 해드려야 되나요... ^^;;
전 다른 걸 해드리고 싶은데 ㅎㅎ

섬사이 2007-04-25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배꽃님 댓글이 이리도 달콤한 지 예저엔 미처 몰랐어요. 배꽃님이 안계신 동안 너무도 쓸쓸했답니다.

배혜경님, <내가 만난 아이들>이 다들 끌리시나 봐요. 그냥 그걸로 확 정해버릴까요?

홍수맘님, <내가 만난 아이들> 참 괜찮은 책이예요. 한 번 읽어보세요. 아이들에게 좀더 상냥한 엄마가 될 수 있게 해줄지도 몰라요. ^^

체셔님, 그 다른 게 뭔지 말씀을 해주셔야지욧~!! 체셔님이 뭘 생각했을지 궁금한데... 특히 저 "ㅎㅎ"의 뒤가 몹시 궁금합니다.


알맹이 2007-04-25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도교사의 입장이긴 하지만 ^^ 
 이 책을 준비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선물할 책으로는 좀 그럴까요?


섬사이 2007-04-26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디님, 추천하신 책으로 주문했답니다. 아무래도 현직 선생님의 추천도서가 교생선생님께 가장 도움이 되는 책이 될 것 같아서요.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선생님께 선물하기엔 좀 부담스런 제목의 책이긴 하지만 딸아이에게 카드에 이 책을 선물해드리는 이유를 잘 쓰라고 당부했어요. 교생선생님이 너무 심리적 압박과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새벽을 향하여

                                       이태수

걷기로 했어.
한 줄기 외진 길을
가혹하게 죄어드는 어둠 속을
걷지 못하면 기어서라도 가기로 했어.
무디고 무딘 놋쇠 조각, 혹은
번뜩이는 칼날되어
먼동을 기다리기로 했어.
바람 드센 날의 밀집모자, 헐렁거리는 챙처럼
불안하게 그러나 완강하게
마음 다져먹고 나아가기로 했어.
강물은 뒤채이며 흐르듯이
그렇게 흔들거리면서라도
눈은 뜨기로 했어.
우리의 역사는 걷잡을 수 없이
흐르고, 밀리고.
하지만 진실이 두 개나 다섯 개 쯤으로
뻥 튀겨질 수는 없다는 생각,
그 확신을 결코 잊지 않기로 했어.
별빛은 어둠 속에서 더욱 깨어나듯
눈 비비며
주저앉지는 않기로 작정했어.
끝내 눈 감지 않을
이 조그만 거역의 피를, 목마름을,
끌어안기로 했어.
밤낮없이 무너져 오는 어둠과
때 아닌 칼바람을 헤치며
까욱 까욱,  발길에 채이는
까마귀 울음 떨구어내며
낮은 포복으로,
더욱 낮은 포복으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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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민주화 항쟁의 불길이 타오르던 대학시절엔 이 시를 읽으며 비장함을 느꼈었다.  민주화의 선봉에 선 일도 없었음에도 그런 비장함을 느꼈던 건,  계속되는 수업거부와 시험거부, 캠퍼스 곳곳에 붙어 있던 대자보, 두 열사의 죽음, 흔하게 맡을 수 있었던 최루탄 가스.. 같은 사회적 분위기 탓이 컸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이젠 내 일상의 삶 속에서 지쳐버릴 때 이 시가 떠오른다.   "더욱 낮은 포복으로라도" 계속 가야만 한다는 생각, 삶을 계속 살아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를 다잡게 하는 시가 되었다. 

내 일상에 포복 운운할 정도로 힘든 일이 뭐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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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 소년, 극장에 가다 - 영화로 생각굴리기, 영화로 논리키우기
이대현 지음 / 다할미디어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아이들은 영상세대다.  탄생의 순간부터 아이들은 문자보다 영상을 더 쉽게 많이 접하게 되고 책보다는 영상매체에 더 친숙해서 이미지를 읽는 데 있어서 그 전세대보다 훨씬 빠르고 직감적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간혹 "생각"이라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아니면 늘 하나의 정답만을 요구하는 교육제도 탓인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 신문에 이웃집 개가 너무 시끄럽게 짖는다고 해서 이웃끼리 손해배상소송을 하는 작은 박스기사가 난 적이 있었다.  그 기사를 두고 초등 5, 6학년 아이들이 토론(?)을 하는 걸 지켜본 적이 있었다.  아이들은 그 문제에 대해 심각하고 진지하게 생각하기를 거부하고 장난스럽게 반응했다. "그 개를 보신탕 집에 팔아버려요." 라든가 "주인 몰래 죽여버려요."라는 등의 짧고도 단순한 대답이 거침없이 나왔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름 침통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영상을 통해서라도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하지 않을까?  재미삼아 보고 영상이 주는 감각적인 자극에만 충실할 게 아니라, 그 영상이 담고 있는 메세지를 읽고 분석하고 나름대로 선택취사할 수 있도록 누군가 이끌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말 그대로 14세 즈음의 십대 청소년들이 읽기 쉽도록 풀어 설명하고 있다.  <스파이더맨>을 보며 자기 정체성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나의 결혼 원정기>나 <파이란>을 통해 이방인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차별을 생각해 보게 하고 <천국의 아이들>을 통해 행복의 조건이 꼭 부富 일 수는 없으며 작고 일상적인 것들에 대한 사랑과 만족을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식이다. 

책 가장자리에 여백을 두어  본문에 나오는 감독이나 아이들이 익숙하지 않을 낱말에 대해 박스처리 해서 주석을 달아놓는 점이라든가 챕터 끝마다 더 보충할 만한 자료를 소개하는 등의 친절함과 세심함이 돋보인다. 단지 글이 다소 읽기에 매끄럽도록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느낌이 있었고 중간중간 오자와 탈자가 눈에 띄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영화를 보는 아이들의 눈이 좀더 깊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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