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반 쯤 집을 나섰다. 단지 화단안에 철쭉이며 영산홍이 활짝 피었고, 라일락도 달콤한 향기를 흘리고 있었다. 비니는 기분이 좋아서 뭐라 흥얼 거리며 노래를 하고.
도서관 가는 길, 콩벌레 발견.. 차도 옆 길에 비니랑 쪼그리고 앉아 풀잎으로 콩벌레를 건드리며 잠깐 놀았다. 비니는 콩벌레가 동그랗게 말리면 "콩.콩"거리다가도 벌레가 다시 몸을 펴고 꼼질꼼질 기어가면 내 등에 매달리며 숨었다. 겁이 많기는...
저번까지만 해도 버스를 타고 구립도서관에 갔었는데, 이번 주부터는 날도 좋고 해서 걷기에는 좀 멀긴 하지만 비니랑 손잡고 걸어서 동네에 있는 구립마을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지은지 얼마 안되서 시설도 깨끗하고 책도 거의 새책들이다.
비니랑 가족열람실에 앉아 이 책 저 책 꺼내 보며 놀다가 책 12권을 가방에 꽉꽉 챙겨넣고, 야외에 마련된 탁자에 앉아 싸가지고 간 유부초밥을 점심으로 먹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비니가 안아달라고 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길가에 늘어선 가로수마다 사랑한다며 껴안는데 정신이 팔려서 잘 걸어왔다. 난 그냥 "사랑해 줄 나무들이 많아서 비니는 좋겠다"며 맞장구만 쳐주면 됐다.
걸어갔다 왔으니 피곤해서 그냥 집으로 들어갈 줄 알았더니 놀이터로 줄행랑이다. 결국 지니가 학교에서 돌아올 때까지 놀이터에 붙잡혀 있었다. 지니랑 같이 비니를 끌고 들어와 (싫다는 걸 억지로 데리고 들어오느라 애를 먹었다) 씻기고, 지니가 독서실에 가져갈 도시락을 얼른 싸고 나서 업어주니 잠이 들었다.
그래, 너도 피곤하겠지.. 나도 이렇게 힘든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