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도 학교에 가야 한다 난 책읽기가 좋아
수지 모건스턴 글, 세르주 블로흐 그림, 김진경 옮김 / 비룡소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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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알뤼에스테르 공주는 구두를 벗고 운동화를 신는다.   드레스를 풍선처럼 부풀게 만드는 철사 속옷도 벗어던지고, 치렁치렁한 드레스 치맛단도 싹뚝 잘라버린다.  궁전에서 벗어난 공주는 학교에서 친구를 만나고 세상 속에 섞여들며 공주가 아닌 "아이"가 된다.

지엄하고 근엄한 왕의 뼈대만 남았을 뿐 파산한 왕 조르주114세는? 말그대로 폼생폼사의 왕으로, 그것도 경의를 표하는 사람도 없고 왕이라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 그저 왕이라는 허울에 목을 맨 스스로의 왕일 뿐이다.  자기가 왕이라는 사실은 조르주 114세 그 자신에게만 중요한 사실이 된지 오래다.  그러나 그 틀을 깨지 못할 뿐 아니라 그 틀을 지켜내기 위해 안감힘을 쓴다.   알뤼에스테르 공주가 혹시라도 공주라는 사실을 잊을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자기의 온 존재가 "왕"이라는 직함(?) 하나에 걸려 있기라도 하듯.

때가 잔뜩 탄 석고상처럼 굳어버린 존재인 조르주 왕과 포르투나 왕비, 그리고 알뤼에스테르 공주가 살아 있는 존재가 되는 순간은 "왕"이라는 폼생폼사의 틀을 깨는 순간이다.   알뤼에스테르 공주가 구두와 철사 속옷을 벗고 기다란 치맛단을 잘라내는 순간,  조르주 왕이 알뤼에스테르 공주의 성화에 못이겨 학교로 입학서류를 내러 집을 나서는 순간, 그리고 포르투나 왕비가 딸의 운동화를 사러 시장으로 나서는 그 순간.

나에게 그 순간은 언제일까.  나는 어떤 틀 속에 갖혀 있을까.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싶은 모습과 내가 되고자 하는 나의 모습, 그 틀 속에 지금 현재의 내 모습을 가둬두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게 된다.  나 또한 조르주 왕처럼 남들은 전혀 신경도 안쓰는 허울 뿐인 내가  만들어 놓은 그 틀에 스스로 갇혀서 전전긍긍하며 내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지금의 내모습 그대로 세상으로 나아가 사람들과 어울리며 웃고 즐기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비결인지도 모르겠다.  남들에게 내 눈꼽도 보여주고, 내 이에 낀 빨간 고추가루도 보여주고,  책을 베고 자다가 뺨에 생긴 책 모서리 자국도 보여주면서 말이다.  그래서 내가 너랑 다를 게 없고, 너 또한 나만큼의 단점을 가진 사람이란 걸 서로 확 펼쳐보이면 우리가 서로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수지 모건스턴의 책을 읽다보면 가벼움 속에 담긴 삶의 짜릿한 진실들과 만나곤 한다.  너무 무겁지 않고 경쾌하게 느껴지는 마법에 걸린 삶의 진실, 그것을 읽는 즐거움을 내 것으로 만드는 이 순간이 바로 나의 구두와 철사속옷을 벗어던지고 기다란 치맛단을 잘라내며 행복을 만나는 그 순간일지도 모른다.  모두 벗어던지고 경쾌하고 유괘하게 걸음을 옮기는 나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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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되렴 책읽는 가족 47
이금이 지음, 원유미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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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님의 첫 장편동화다.  1988년에 출간된 후 이런저런 사정으로 절판되었다가 2005년에 개정판으로 재출간된 책이다.  처음엔 <가슴에서 자라는 나무>였던 제목도 <다리가 되렴>이라는 책 내용과 더 잘 어울리는 예쁜 이름으로 바뀌었다. 

책의 제목에서 예측할 수 있듯이 이 이야기에는 사람들 사이를 흐르는 강이 등장한다.  서로 오고 갈 수 있는 다리도, 배도 없다.  소통을 위한 수단과 방법들이 모색되어지기 보다 거부당하고 포기함으로써 대립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 사이의 강은 더 넓고 깊어진다.

안터말 아이들과 희망원이라는 이름의 고아원 아이들 사이를 흐르는 강도 서로 넘나듦이 불가능한 광대한 강이었다.  이 사이에 서울에서 전학 온 '은지'라는 아이가 다리를 놓으면서 강은 점점 시냇물이 되었다가 도랑물이 되었다가 마침내 사라지고 만다.   은지는 그 중간자적 입장답게 어머니를 여의고 위암에 걸린 아버지와 함께 사는 아이다.  고아는 아니지만 고아의 가능성을 가진 아이.  안터말과 희망원 사이에 놓인 아이인 것이다.

또 다른 강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부모와 자식을 모두 잃은 기와집 할아버지와 기와집 할아버지네 집에서 머슴으로 일했던 순보할아버지 사이에 놓여진 강이다.  순보할아버지는 당시에 북한 인민군 쪽에 서서 기와집 할아버지의 부모와 자식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이다.   그 사이의 중간자가 되어주는 사람은 은지의 단짝친구 순혜네 할머니다.  순혜 할머니의 가슴 속은 오래 된 장롱 같아서 지난 날의 기억들이 잘 빨아 넣어 둔 옷가지들 처럼 차곡차곡 들어 있었다.  그 많은 사연과 기억으로 지난 날의 아픔과 절망들을 꼭 안아 녹여내는 분인 것이다.  그래서 순보할아버지가 안터말에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받아들여지고 보살핌을 받을 수 있었던 곳도 순혜네 할머니의 인정 가득한 마음 속이었다.

책을 덮고 나서 생각해 본다.  그 강에 흐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편견, 무관심, 오해, 몰이해, 오만과 이기심, 패배주의와 자기 연민, 열등의식...  그렇다면 그 강물을 건널 다리는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을까...

어떤 사람은 다리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강의 물결을 더 거세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 사는 세상 어디에나 갈등과 대립이 필요악처럼 존재할 수 밖에 없다면 적어도 강물에 깊이를 더하거나 넓이를 보태는 일이라도 하지 말고 살아야 할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스스로 다리가 될 재간도 용기도 없으면서 한강에 다리 늘어나듯이, 다리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고 뻔뻔한 바램을 가져보기도 한다. 아니면 강을 흐르는 것이 사랑, 이해, 온정, 수용, 나눔..뭐 그런 것들로 바뀌어서 사람들이 그냥 강물에 풍덩풍덩 몸을 던져 모두 즐겁게 어우러져 헤엄치며 놀 수 있던지.. 아예 다리가 필요 없는 세상, 우리가 정말 원하는 건 그런 세상이련만. 

역시 이금이님이다.  이금이님이 이야기라는 보자기로 싸서 안은 세상이 따뜻하고 아름답다.   이금이님도 우리 시대에 흐르는 갈등과 대립의 강 사이를 가로지르는 아름답고 튼튼한  다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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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느 알라딘 서재지기님을 통해서 알게된 한화 메세나 콘서트.

이런 좋은 일도 있구나 싶어서 얼른 회원가입하고 알라딘 오기 전에 들러

조각맞추기를 했었는데,  오늘 아침에 확인을 해보니 내가 티켓에 당첨이 되어 있었다.

나는 티켓당첨이 되면 내가 시간되는 날 아무 때나 가서 관람을 하면 되는 줄 알았었는데

그게 아니라 오늘 저녁 7시 30분 공연에 맞추어 공연장으로 나가야 하는 거였다.

이를 어쩐다...   고민하고 있는데 착하게도 우리 지니랑 뽀가 나더러 걱정말고 다녀오란다.

자기들이 비니를 봐주겠다고.

요즘 하도 나돌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던데다가 이런저런 사소한 일들로 분주했더래서

좀 쉬고 싶기도 하고 집안일을 너무 나몰라라 한 것 같아 찔리기도 하던 참이라

공연관람을 포기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딸 지니가 엄마 안갈거면 자기라도 가겠단다. 

그래서 지금 막 지니랑 지니 친구가 집을 나섰다.

집을 나가기 전, 우리 딸 지니가 하는 말이

"엄마, 난 문화인이 될거야." 한다.

아마 요즘 미술관 다니고, 최순우 옛집도 찾아가고, 유럽 여행 계획을 세우며 서양화와 관련된 책들도 읽고 하면서 나름대로 문화적 욕구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나보다.

참 다행이다.

2만원짜리 공짜 티켓이 낭비되지 않은 것도 다행이고,

울딸 마음 속에 문화적 욕구가 꿈틀거리게 된 것도 다행이고..

부디 우리 딸과 그 친구에게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그런데 아무래도 올 5월에 내가 운수대통한 것 같다.

좋은 일이 너무 많이 생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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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5-30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ㅊㅜㄱ하드려요~!
운수대통한님..그 옆에 저도 철썩 붙어있을랍니다..
섬사이님..전 오래전부터 넌센스를 너무너무보고 싶었는데 원주에서 6월에공연한답니다..너무 너무 신나요..ㅋㅋ
지니의 생각이 너무기특해요..이쁜것 같으니라구..안아주셨지요??

무스탕 2007-05-30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잘됐습니다 ^^ 지니가 즐거운 시간 보낼수 있어서 저도 참 좋아요.
축하합니다아~☆

섬사이 2007-05-30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조금 전에 공연장에 잘 도착했는지 확인전화를 했었어요. 지니 목소리가 들썩들썩한게 느껴졌어요.^^ 넌센스도 무척 재밌죠? 저도 아직 못봤어요. 언제 TV에서 공연을 방송하는 걸 봤는데 연극을 TV로 보니까 정말 너무 이상하더라구요. 역시 연극은 직접 가서 무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체험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냥 '본다'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엇이 있어요, 그쵸?

무스탕님, 다 무스탕님 덕분이에요. 무스탕님 덕에 메세나를 알았고, 이런 횡재도 얻었으니까요. 좋은 정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

홍수맘 2007-05-31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니의 느낌이 어땠을까 궁금해요. ^ ^.

섬사이 2007-05-3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척 재밌었대요. 지니가 6학년 때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를 재밌게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보다도 더 좋았다네요.
 

    서울시립미술관 앞에서 뽀와 비니.

비니는 미술관 앞뜰 '사파리' 사이를 누비며 다니고 싶은 욕망에 들떠 있다.

지니는 벌써 미술관  안으로 들어간 상태.

지니는 전시회에 가면 나름대로 시간을 들여 꼼꼼히 작품을 감상하는 편이다.

작품과 지니가 어떤 상호작용을 일으키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겉으로 보기엔 꽤 진지하게 감상하는 듯이 보인다.

그래, 사파리로 떠나보자.

 

 

 

 

 

 


 <온고지신 2007-말>이라는 작품명을 가진 설치미술작품 앞에서 찰칵.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쫓고 있는 비니의 저 시선을 붙잡을 방법이 없었다. 

그저 비니의 시선을 따라 같이 움직여 주는 수 밖에.

무척 더운 날씨때문에 비니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는데도 지치지도 망설이지도 않고 용감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비니의 모습이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작품명, <무거운 집> ......(정말 무겁겠다.)

 이 사진에서도 역시 비니의 시선은 다른 것을 쫓고 있다. 

정확한 작품명을 확인하지 못하고 우리가 "거북이"라고 불렀던 작품. 

비니는 거북이 등 위에 올려진 건물과 나무들을 보고 무척 신기해하고 재밌어했다. 

모르긴 해도 아마 자기도 올라가 타보고 싶었을 거다.

 

 

 

 

 

 

 



작품명, <기린인 척 하는 아빠>와 <기린인 척 하는 아들>. 
그냥 "기린"이라고 부르고 다니다가 작품명을 확인하고는 너무 재밌어 했다.  그러고 보니 발부분에는 장화를 신은 듯했다.  그런데 어찌보면 사람인 척 하는 기린들같다는 생각이.. ^^ 
뽀가 자꾸 다른 곳으로 탈주해가려는 비니에게 조금 삐진 듯..

 

 

<lost in reality> 라는 작품. 

제목이야 어떻든 간에 우리 비니에겐 "멍멍이"도 됐다가 "음머 소"가 되기도 하면서 다양한 변신을 이룬 작품이다. 

 

 

 

 

 

 

 

 

 

다음은 <나른한 오후>라는 작품.  나른하기엔 너무 익살스러움이 느껴지는 작품인 듯한데..^^






 

 

 

 

 

 

 

 

이건 류신정이라는 작가의 <close vitality>라는 제목의 작품인데.. 이걸 보고 나는 "올챙이"같다고 했고, 나중에 지니는 "정자"같다고 했다.  어쩐지 아줌마와 사춘기 소녀의 연상이 뒤바뀐듯한 느낌.. 가끔 나는 우리 아이들의 정신세계가 궁금해진다. 



 누가 미술관 아니랄까봐, 가로등 장식물도 참 예술적이기도 하다. 

공공설치미술작품이라고 해야할까?

미술관 앞 뜰 가로등마다  저런 식의 작품들이 놓여있어서 재미있었다.

지니는 저 작품을 "깡통로봇"이라고 부르며 몹시 마음에 들어 했다.

 

 

 

 

 

 

 



전시회 관람을 마치고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나오는 길.  더위에 지쳐 음료수 하나씩 들고.. ^^



덕수궁 수문장 나으리와 사진을 찍으려 하는데 비니가 극도의 경계심을 보였다.  나중에 이 사진을 보고 뽀는 수문장 나으리가 "저승사자"같다나?  요즘 저승사자 유니폼이 저렇게 바뀌었다니?



시청 앞 광장에서 만난 마야.  바로 앞에 빨간 티셔츠 아저씨가 부담스럽게 걸리긴 하지만 마야의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이건 전적으로 뽀가 수고한 덕분이다.





노래, 정말 잘 부르더이다.  내 속이 다 시원하게 뻥 뚫릴만큼.  저만큼의 파워를 담아 발성하려면 도대체 얼만큼의 에너지가 비축되어 있어야 하는건지..



  뙤약볕이 인정사정없이 온몸을 찔러대는 시청앞 광장을 벗어나 KFC에서 빙수를 먹으며 더위를 씻어내는 중.

 벌겋게 달아올랐던 비니의 얼굴도 에어컨 바람과 빙수 덕에 조금 나아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잠이 들어버렸지만 비니도 즐거웠던 모양이다. 

안아달라는 투정도 별로 안부리고 신나서 걸어다녔으니.

이렇게 해서 미술관 나들이를 끝냈다.

얼마 전에 지니가 학교에서 <오르셰미술관전> 할인티켓을 받아왔다. 

다음 목표는 바로 거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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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5-29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마야다...+_+ 저도 노래잘해서 너무 좋아라 하는 가수죠 ㅎㅎ

섬사이 2007-05-29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 정말 잘 하더군요. 홀딱 반했어요. ^^

무스탕 2007-05-29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구.. 아가들 셋을 데리고 자가용도 아니고 버스로 이동을 하셨다니.. @.@
저는 비니의 팥빙수가 탐나네요 ^^
저도 곧 오르세 미술관전에 갈거에요. 저는 평일 티켓이 있지요 :)

섬사이 2007-05-29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 무스탕님, 저 무면허거든요. 제가 좀 석기시대 원시인에 버금가는 아날로그형 인간인지라.. 운전면허도 없고 핸드폰도 없고.. 그렇답니다. 생각해보니 이젠 티비도 없군요.^^

치유 2007-05-29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나들이네요..비니는 든든한 오빠가 있어 참 좋겠다..
저도 비니ㄱㅏ 침 발라놓은 빙수에 눈독 들이는 중..ㅋㅋㅋ
님을 따라 제가 긴 여행에 동행한 기분이들어 너무 좋아요..

섬사이 2007-05-30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아주 즐거운 나들이였어요. 다들 신이 났었죠. 님이 가까운 곳에 사시면 참 좋을텐데.. 그쵸?^^

치유 2007-05-30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anks to 서재  more
 
 
책읽으며 놀기
- 섬사이

아이 따라 책을 읽는 이상한 엄마
 

치유 2007-05-30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밀양을 오전거로 예매한다는걸 깜빡하고 아침에 예매하려고 보니 또 매진이더라구요..그래서 아침부터 부엌을 다 뒤집어서 청소했어요..어젠 뒤베란다 하고 이제 내가 제정신이 되어가는구나 생각했는데...
좀 전까지 부엌의 정리를 모두 하고 아주 상쾌해진 기분으로 또 커피한잔 하고 있어요..
또 낼은 어디를 할지 저도 모르지만 ;;;이제 정신차리고 살라나 싶어요..ㅋㅋ
님도 한잔 하실래요??
열어둔 창가로 산들바람이 너무나 기분좋게 하네요..


섬사이 2007-05-30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성당모임이 저희 집에서 있었어요. 아침엔 비니 데리고 병원에 가서 뇌염예방주사를 맞혔지요. 저도 이래저래 오늘은 하루종일 정신이 없었답니다.^^ 님과 함께 마주 앉아 향긋한 커피 한 잔 나눌 수 있다면 참 좋겠네요. ^^

알맹이 2007-05-30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보러 가고 싶어지네요~ ^-^

섬사이 2007-05-31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파리 전도 27일이 마지막 날이었어요. 매월 넷째주 일요일이 무료관람의 날이라서 저희는 더 신났더랍니다. 6월에 클로드 모네전이 있던데 옆지기님과 다정하게 다녀오세요.^^

하늘바람 2007-06-01 0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니가 딸 맞나요? 참 귀엽네요. 지니는 비니를 예뻐하나봐요

하늘바람 2007-06-01 0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월 넷째주 일요일이요? 사람많지 않나요?

섬사이 2007-06-01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처음 뵙네요. 제 서재에 와주셔서 정말 기뻐요. 비니가 제 딸 맞아요. 좀 늦게 본 막내 아이에요. 비니랑 같이 서서 찍은 소년은 둘째 뽀예요. 지니는 큰딸인데 사진찍히기를 싫어하네요. 사춘기라고..^^
예, 매월 넷째주 일요일은 무료관람의 날이라고 하더라구요. 사람은 별로 많지는 않았어요. 기회가 되신다면 한번 나들이 겸해서 다녀오세요. ^^
 



  최순우 옛집에 들어서기 전, 대문 앞 계단. 

  그 앞에 서서 떨림을 즐기다. 

  저 안으로 들어가 내가 보고 느끼게 될 것들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올랐다. 

  비니를 계단에 앉혀 놓고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벌었다. 

  저 문턱을 넘는 순간에 대한 기대를 설레임을 좀더 오래 누리고 싶어서.

 

 

 

 

 

 

 



  처음 내 눈을 사로잡은 건 저 우물.

  우물 덮개 위에 놓인 물뿌리개가 좀 뜬금없어 보이긴 하지만,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게 예뻤다.

  동으로 만든 물뿌리개 말고, 차라리 박으로 만든 바가지나, 나무 두레박 같은 게 있었다면 더 좋을텐데 하는 순간의 아쉬움이 스쳐갔다.

 어린 시절에 살던 집 마당에 있던 우물 생각도 났다. 

  밤이면 그 우물에서 소복을 입은 머리 긴 여자 귀신이 나올 것만 같아 무서웠지만, 해 떨어지기 전까진 두레박을 떨어뜨려 우물 물을 치기도 하고,  하릴없이 낑낑거리며 물을 퍼내기도 하면서 놀았었다. 

  그 때, 우리집 마당에 있던 우물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예쁜 우물이다. 

 

 

   앞마당 가운데 작은 정원이 꾸며져 있다.  

   그 정원에 작게 마련된  연못.

  땅을 파서 만든 연못은 물론 아니고..^^

  저 작은 연못(?) 덕에 뜰의 표정이 훨씬 아기자기하고 정감있어 보인다. 

  최순우 옛집의 뜰과 마당 곳곳에는 이렇게 작은 소품 - 대부분 돌로 만든- 들이 자리 잡고 있어 집의 아름다움을 더 돋보이게 해준다.

 


  최순우 옛집의 툇마루에 누워보는 호사를 누린 우리 비니.

  나도 따라 벌러덩 누워 기와지붕의 고운 선을 따라 오려진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싶은 욕망을 꾹꾹 눌러 참느라 애를 먹었다. 

  집 내부로는 들어갈 수 없다.  저 유리 문을 통해서 들여다 볼 수 밖에 없는데, 유리에 밖의 풍경이 반사되어 그나마도 쉽지가 않다. 

  그리고 그렇게 꼭 기를 쓰고 들여다보고 싶은 기분도 아니었다.  그저 이 고운 집 안에 내가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했다. 

 

 

 

 

 

 



  뒷뜰에 있는 '달항아리'다.  최순우님은 이 백자에 달빛이 어리는 모습을 사랑했다고 한다. 

  내 상상만으로도 무척 아름다울 듯..

  저 백자가 '달항아리'로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더구나 이렇게 고운 집, 고운 뜰에 서서.

 

 

 

 

 

 

 

 

   뒤뜰에 있는 장독대.  나이 먹으면서 달라지는 것 중에 하나가 장독대가 이뻐보이기 시작한다는 것.

  서로 다른 키와 모양으로 올망졸망 모여 있는 장독항아리들을 보면 정감이 느껴진다.

  근데.. 제발,  저 물뿌리개 좀 치워줘요~~~

 

 

 

 

 

 

 

 

 

 





  장독대 옆에 화강암을 다듬어 만든 듯한 커다란 원형 탁자가 있다.  탁자 주위로 작은 돌 의자가 있고, 그 돌의자 위에는 앙증맞은 동그란 짚방석이 놓여있다. 

  그 돌탁자 위에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며 놀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최순우님이 그렸다는 엽서 그림과, 달항아리, 김기창 화백의 말그림 등이 A4용지에 복사되어 한 쪽에 준비 되어 있는데, 100원에 두 장이다.  (돈은 탁자 위에 놓인 대나무 통 속에 넣으면 된다)

  비니는 따가운 햇볕이 그대로 내리꽂히는데도 아랑곳하지않고 그림그리기에 한동안 몰두했다.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에 이런 글이 나온다. 
  .... 나의 11월의 꿈도 외로움도 이 새하얀 겨울의 품 안에 포근히 안기면 삼동이 내내 나에겐 편안하고 기쁘 다.  안개의 장막이 투명한 하늘 중턱에 얼어붙은 겨울 달밤 그리고 시새우는 눈보라가 창 밖에 쌩쌩 바람을 휘몰아치는 한밤내 나는 따뜻한 장판방 위에서 웅숭그린 채 홀로 부스럭거리는 책장이나 원고지의 종이 소리에 스스로의 귀를 즐기면서 가을의 공허함을 채우는 것이다. 
      꽃내음이 이미 가셔 버린 내 방 창 밖에 어느 친구가 '매심사(梅心舍)'라는 고물 현판 하나를 걸어 주었는데, 매향이 돌아야 할 한겨울 내 방 안엔 이제 싸늘한 동심만이 서리서리 깃들여 있으니 봄은 영영 이 방 안에 다시 안돌아온다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내 마음은 그저 담담하기만 하다.
     최국보(崔國輔, 당나라 때의 시인)의 옛 시구에 '적요포동심(寂寥抱冬心)'이란 것이 있으니 어느 친구 한 사람 나에게 멋진 선심으로 현판 한 장 '동심사(冬心舍)'라고 써 주면 '매심사' 현판을 갈아붙일 작정이지만 이 뜻이 이루어지는 것은 언제가 될 것인가.
    나의 이 동심사 앞뜰에는 산사나무 한 그루가 있어 아침저녁으로 남창에 그늘져 주는데 봄날의 백설 같은 아가위꽃 무리도, 무성한 여름의 그늘도 그리고 가을날의 탐스러운 진홍색 열매 다발도 이 한겨울 빈 가지가 남창에 지어주는 그림자를 당해 내지는 못한다.

인용구가 길어졌지만 윗 사진의 현판에 대한 설명으로 충분하지 않을런지.. ^^ 
이제 군말않고 최순우 옛집에서 찍어온 사진들을 올려볼터이니 감상하시기를













쉽게 잊혀지지 않을 아름답고 고운 집이다. 
내가 그 집에 들어간 게 아니라 그 집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는 느낌이 들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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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5-29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봤어요.
저도 가보고 싶었는데 여기서 먼저 눈요기했네요.
고맙습니다.

2007-05-29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섬사이 2007-05-29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연님, 가서 보시면 더 좋아요.

속삭인 님, 정말 좋은 곳이었어요. 지니는 저런 한옥에서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죠. 님도 점심 맛있게 드시고, 행복한 오늘 보내시기 바래요.

치유 2007-05-29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과 하나된 집 같아요..나도 비니같은 호사를 누려보고 싶어라....^^&
비니의 그림그리는 모습은 너무나 진지합니다..참 이뻐요..

섬사이 2007-05-30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것의 아름다움에 특별한 애정을 지니셨던 최순우님이 사셨던 집이니까요. 마음까지 고요하고 평화로워지더라구요.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는데, 최순우옛집과 비교해보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엄청나게 위협적이고 무례한 공간이란 생각이 들던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