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앞에서 뽀와 비니.
비니는 미술관 앞뜰 '사파리' 사이를 누비며 다니고 싶은 욕망에 들떠 있다.
지니는 벌써 미술관 안으로 들어간 상태.
지니는 전시회에 가면 나름대로 시간을 들여 꼼꼼히 작품을 감상하는 편이다.
작품과 지니가 어떤 상호작용을 일으키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겉으로 보기엔 꽤 진지하게 감상하는 듯이 보인다.
그래, 사파리로 떠나보자.

<온고지신 2007-말>이라는 작품명을 가진 설치미술작품 앞에서 찰칵.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쫓고 있는 비니의 저 시선을 붙잡을 방법이 없었다.
그저 비니의 시선을 따라 같이 움직여 주는 수 밖에.
무척 더운 날씨때문에 비니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는데도 지치지도 망설이지도 않고 용감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비니의 모습이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작품명, <무거운 집> ......(정말 무겁겠다.)
이 사진에서도 역시 비니의 시선은 다른 것을 쫓고 있다.
정확한 작품명을 확인하지 못하고 우리가 "거북이"라고 불렀던 작품.
비니는 거북이 등 위에 올려진 건물과 나무들을 보고 무척 신기해하고 재밌어했다.
모르긴 해도 아마 자기도 올라가 타보고 싶었을 거다.

작품명, <기린인 척 하는 아빠>와 <기린인 척 하는 아들>.
그냥 "기린"이라고 부르고 다니다가 작품명을 확인하고는 너무 재밌어 했다. 그러고 보니 발부분에는 장화를 신은 듯했다. 그런데 어찌보면 사람인 척 하는 기린들같다는 생각이.. ^^
뽀가 자꾸 다른 곳으로 탈주해가려는 비니에게 조금 삐진 듯..
<lost in reality> 라는 작품.
제목이야 어떻든 간에 우리 비니에겐 "멍멍이"도 됐다가 "음머 소"가 되기도 하면서 다양한 변신을 이룬 작품이다.
다음은 <나른한 오후>라는 작품. 나른하기엔 너무 익살스러움이 느껴지는 작품인 듯한데..^^



이건 류신정이라는 작가의 <close vitality>라는 제목의 작품인데.. 이걸 보고 나는 "올챙이"같다고 했고, 나중에 지니는 "정자"같다고 했다. 어쩐지 아줌마와 사춘기 소녀의 연상이 뒤바뀐듯한 느낌.. 가끔 나는 우리 아이들의 정신세계가 궁금해진다.

누가 미술관 아니랄까봐, 가로등 장식물도 참 예술적이기도 하다.
공공설치미술작품이라고 해야할까?
미술관 앞 뜰 가로등마다 저런 식의 작품들이 놓여있어서 재미있었다.
지니는 저 작품을 "깡통로봇"이라고 부르며 몹시 마음에 들어 했다.

전시회 관람을 마치고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나오는 길. 더위에 지쳐 음료수 하나씩 들고.. ^^

덕수궁 수문장 나으리와 사진을 찍으려 하는데 비니가 극도의 경계심을 보였다. 나중에 이 사진을 보고 뽀는 수문장 나으리가 "저승사자"같다나? 요즘 저승사자 유니폼이 저렇게 바뀌었다니?

시청 앞 광장에서 만난 마야. 바로 앞에 빨간 티셔츠 아저씨가 부담스럽게 걸리긴 하지만 마야의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이건 전적으로 뽀가 수고한 덕분이다.



노래, 정말 잘 부르더이다. 내 속이 다 시원하게 뻥 뚫릴만큼. 저만큼의 파워를 담아 발성하려면 도대체 얼만큼의 에너지가 비축되어 있어야 하는건지..

뙤약볕이 인정사정없이 온몸을 찔러대는 시청앞 광장을 벗어나 KFC에서 빙수를 먹으며 더위를 씻어내는 중.
벌겋게 달아올랐던 비니의 얼굴도 에어컨 바람과 빙수 덕에 조금 나아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잠이 들어버렸지만 비니도 즐거웠던 모양이다.
안아달라는 투정도 별로 안부리고 신나서 걸어다녔으니.
이렇게 해서 미술관 나들이를 끝냈다.
얼마 전에 지니가 학교에서 <오르셰미술관전> 할인티켓을 받아왔다.
다음 목표는 바로 거기다. ^^